설찬범의 파라다이스
글쓰기와 닥터후, 엑셀, 통계학, 무료프로그램 배우기를 좋아하는 청년백수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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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 블로그를 시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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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설찬범입니다.

  사실 설찬범은 본명이 아닙니다. 본명은 따로 있는데,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지금껏 블로그를 쓰면서 여러 컨텐츠를 시도했습니다. 소설도 썼고 엑셀 가이드라든가 추억의 게임을 써서 올렸습니다. 아마 제일 성공적인 건 '엑셀 할머니'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아무튼 그 모든 글은 어떤 '화자'를 지니고 쓴 글입니다. 엑셀 할머니는 주인공과 증조할머니의 입을 빌려 엑셀을 설명했습니다. 주어가 '나'인 글도 예외는 아닙니다. 전 그런 글을 쓰면서 일종의 '선생'이나 '이야기꾼'이 된다고 생각하고 썼습니다. 평소에 말이 없다가도 단상에 서면 다른 목소리와 말투로 연설하는 사람처럼요. 에세이들도 내용은 제 본심이지만, 스타일은 제가 되고싶은 누군가였습니다.


  티스토리 블로그에는 검색 유입 서비스가 있어서, 사람들이 무슨 검색어로 들어왔는지 알 수 있습니다. 제 블로그는 엑셀 관련 검색어로 유입되는 사람이 많습니다.  엑셀 첨도나 엑셀 공분산 등. 꼴에 인지도가 생겨서 그런지 제 블로그 이름을 검색창에 쳐서 들어오는 사람도 있더군요. 블로그를 꾸리는 사람으로서 블로그 이름이 알려진 것 같아 기쁩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내 목소리로 얘기한 게 얼마나 될까?' 블로그야말로 자기 목소리를 전달하기 좋은 곳인데, 저는 주인공과 증조할머니가 무슨 대사를 칠지만 고민한 것 아니었을까 하고 말입니다.


  그래서 '설찬범의 생각'이라는 코너를 만들었습니다. 이 코너는, 그냥 일기장과 같다고 보면 됩니다. 평소 제 생각을 줄줄 쓸 계획입니다. 거짓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제 프라이버시를 위해 일부러 말하지 않을 수는 있어도, 틀린 말은 남기지 않겠습니다. 이 코너에서 거짓인 건 제 필명인 설찬범 세 글자뿐일 겁니다.



블로그를 시작한 계기


  블로그는 돈 때문에 시작했습니다. 서점을 걷는데, 구글 애드센스로 돈 버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훑어봤습니다. 글만 써서 돈을 번다니. 꿈 같은 일이 아닙니까.


  그때 전 학교 도서관에서 아르바이트 중이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는데, 도서관에 없는 책을 신청하면 도서관에서 비치해 줍니다. 물론 만화책이나 문제집 같은 책은 신청이 거절됩니다. 저는 호기심으로 애드센스 책을 신청했고, 한 달 후에 책을 받았습니다. 책을 읽어본 결과, 용돈벌이로 해볼 만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아니, 거짓말입니다. 전 용돈벌이 그 이상을 꿈꿨습니다. 블로그로 생계를 잇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럼 취직하느라 개고생을 하지 않고, 취직 후 개고생을 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저한테는 취직이란 너무 괴로운 것입니다. 회사에 들어가려고 그렇게나 많은 고생을 하면서, 회사에서 또 다른 고생을 한다는 것은 끔찍합니다. 네, 알아요. 월급을 주지요. 그러나 너무 비효율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토익을 공부하고 봉사활동에 나가고 인적성시험과 면접에 대비하고, 나아가 회사에서 맞닥뜨릴 수많은 제약과 활동을 다른 곳에 쏟아부을 순 없을까?취업이 그 모든 쏟아부을 대상 중에서 제일 가성비가 높을까? 전 의심스러웠습니다.


  압니다. 블로그질이 돈이 되면 얼마나 되겠습니까? 하지만 사람이란 쉽게 현혹되고 또 쉽게 자기합리화를 합니다. 블로그로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은 존재합니다. 존재하는 이상 제가 되지 말란 법은 없잖습니까? 그래서 시도했습니다.


  책에서 말하길, 애드센스 허가를 받으려면 글이 많아야 한다 했습니다. 저는 글을 잔뜩 썼습니다. 하루에 세 글을 쓴 적도 있습니다. 정보보다는 제 경험담이나 번역물을 올린 것으로 기억합니다. 취사병 시절 일화를 올리기도 했는데, 너무 낯부끄러워서 지금은 삭제했습니다. 그렇게 몇 달을 쓰고서야 애드센스가 저를 받아줬습니다. 바로 광고를 올렸죠. 첫 두 달은 거의 클릭이 없다시피 했습니다. 하루에 0.01달러만 들어왔습니다. 그러다 운이 좋아서 하루에 5~6달러를 벌었습니다.


  애드센스 책은 블로그는 한 번 쓰면 글이 쌓이기 때문에 수익은 점차 증가한다고 했습니다(그때쯤 아예 그 책을 사서 집에 두었습니다). 그런데 이건 거짓말입니다. 먼저 블로그에 글을 쓰는 사람은 당신 말고도 많습니다. 처음 글을 쓰면 검색 결과 상단에 오를 겁니다. 시간이 갈수록 당신 글은 결과에서 밑으로 내려갑니다. 포털이 보기에 다른 글이 더 중요하고 좋다고 판단한 거겠죠. 심지어 당신 이후로 글을 쓰는 사람이 없어도, 글은 저절도 내려갑니다. 기준은 사람마다 말이 많으니 한번 검색해서 구경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러니 수익이 다시 곤두박질할 때 기분을 이해하시겠죠. 수익은 점점 불어나기는커녕 오히려 쪼그라들었습니다.


  포기하진 않았습니다. 그즈음에 '폰더씨의 위대한 하루'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자기개발서를 거르라고 하는데, 이 책만은 거르지 말라고 하고 싶습니다. 아무튼 거기엔 일곱 가지 결단이 나오는데 그중 두 가지가 '행동'과 '물러서지 않기'였습니다. 전 책에 감명을 받았고 어느 정도는 실천했습니다. 글을 쓰기 싫을 때마다 저를 몰아세웠고 아무 글이나 쓰도록 자신을 채찍질했습니다. 블로그 글은 300을 넘었고, 최소한 수익이 0.01 나는 날은 없습니다.


  초반엔 검색량이 많은 주제를 골랐는데 위에서 말한 이유 때문에 관뒀습니다. 라이벌이 너무 많고 강력합니다. 생각해 보세요. 당신이 어떤 주제를 고르든, 그 주제에 빠삭한 사람들이 잔뜩 글을 써서 당신을 기다립니다. 여러분이 수학 게시물을 쓴다면 수학과 학부생이나 학위 소유자의 글과 싸워야 합니다. 이들을 이길 자신이 있습니까?


  이런 의심 속에서 저는 '엑셀 할머니'를 만들었습니다. 엑셀 블로그와 게시물은 수천 가지나 됩니다. 네이버는 사진이 많을수록 검색순위를 올려주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제 착각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내용과 관련 있는 사진을 여러 장 올릴까 고민하다가, 캐릭터를 떠올렸습니다. 캐릭터 얼굴을 사진으로 올린다면 게시물에 사진이 많아질 것 아닙니까? 거기에 대화체로 등장인물이 설명하는 형식도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전문가가 쓴 엑셀 포스팅을 이기진 못했지만, 엑셀 할머니 시리즈는 나름대로 선방했습니다. 그래도 초반 포스팅은 라이벌 게시물이 적은 주제로 잡아서 해야 했죠.


  그다음엔 조합을 이용했습니다. 엑셀을 그대로 쓰면 묻히니, 다른 분야와 조합하려 했습니다. 그래서 '엑셀로 통계하기'를 썼습니다. 엑셀+통계인 것입니다. 도서관에 들어가 통계를 공부하고, 엑셀에 그런 기능이 있는지 조사했습니다. 엑셀로 통계하기도 반응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다만 다음 조합을 무엇으로 할지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엑셀에 무얼 더해야 개성적이면서 쓸모 있는 게시물이 나올까요?


  어제는 3.86달러가 들어왔고, 오늘 이 시각까지 1.73달러가 모였습니다. 한 달에 약 3~40달러가 들어오고 세 달에 한 번 입금이 됩니다. 월급 4만원 인생인 거죠. 뭐, 블로그질에 뭘 바라겠습니까? 그래도 저는 언젠가는 돈이 되리라 생각중입니다. 그리고 글을 쓰는 즐거움도 없진 않습니다. 닥터후 게시물은 들어오는 사람이 전무하지만 닥터후를 좋아하다 보니 계속 씁니다. 예전에 우왁굳, 풍월량에 대해 썼는데 그쪽 팬카페에서 링크를 세워서 사람이 많이 들어왔죠. 무엇이든 쓰고 있으니, 언젠가 하나가 심지를 건드려 불이 붙었으면 합니다.


  쓰다 보니 지칩니다. 내일 계속 써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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