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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클럽(오전 3시 개장) (2)
새벽클럽 두 번째 시간(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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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클럽 두 번째 시간

 

안녕하세요. 새벽클럽의 주인 D입니다. 여름이 늦여름으로 바뀌면서 새벽이 춥습니다. 낮이 덥다고 방심하다가는 감기 걸릴 수도 있으니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서늘한 새벽바람도 새벽클럽을 찾는 손님들에게는 또 다른 특권입니다. 한번 눈을 감고 바람을 만끽해 보세요. 거리를 메운 사람들의 입김이 들어가지 않은, 고요하고 적막하고 서늘한 바람을. 여름에 서늘하다는 모순된 문장도 새벽클럽에서는 자연스럽습니다. 모든 욕망과 비밀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시간이 새벽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혹시 새벽 신호등을 보신 적이 있습니까? 신호등은 낮에는 파란 불과 빨간 불을 번갈아 비춥니다. 하지만 야밤 도로 신호등은 노란 빛을 반짝이기만 합니다. 차가 한 대도 없는 길 위에서 반짝이는 노란 불빛은 심지어 시적이기까지 합니다. 아마 차가 없으니 신호를 줄 필요가 없어서 노란 빛만 내는 것이겠지요. 차가 없는데 신호를 주면 오히려 빈 도로를 낭비하는 꼴이니까 말입니다. 물론 언제나 차가 오가거나 중요한 교차로는 신호등이 쉴 틈 없이 일합니다. 어떻게 보면 그곳 신호등은 퇴근은커녕 휴식조차 하지 못하는 신세입니다. 새벽에 깨어 있는 여러분들 중에는 아침에 출근과 통학을 해야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아무 일도 없는 사람도 있겠지요. 하지만 새벽클럽에서는 깨어있기만 하면 직장이 있든 없든 상관하지 않습니다. 주인인 저부터가 백수 아닙니까. 아니죠, 엄연히 클럽 주인인데 백수는 아닙니다.

 

 

지난주 클럽을 개장하면서 사연을 받았지만 아무 사연도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조금 부끄럽습니다. , 노력해야죠. 새벽은 붐비는 시간이 아니니까 많은 사람을 바라는 건 욕심입니다. 그래서 조금 더 기다려 보겠습니다. 누구라도 좋습니다. 새벽에 깨어 계신 여러분이라면 누구나 새벽클럽의 VIP이고 손님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비밀 덧글로 남겨주시면 제가 나중에 라디오 방송처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여러분은 어떤 음악을 좋아하시나요? 새벽클럽도 음악이 있어야 더 좋은 클럽이 되지 않을까 해서요. 사실, 얼마 전에 책을 읽었습니다. <지적자본론>이라는 책이었습니다. 대출기한이 다 되어서 끝까지는 못 읽었습니다. 그 책을 쓴 사람은 옛날에 책과 음악과 비디오를 같이 파는 상점을 열어 돈을 벌었습니다. 서점이면 서점, 레코드점이면 레코드점으로 구분하지 않고 손님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여러 상품을 같이 파는 서비스. 생산자보다 고객 입장에서 생각한 비즈니스. 저는 그 부분을 읽고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새벽클럽은 손님들께 글만 읽혀드리지 않고 음악과 비디오와 사진까지 제공하자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첫 타자는 음악입니다. 새벽클럽 손님들의 품격에 맞는 음악을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재즈가 맞을 것 같았습니다. 전 불행히도 재즈를 전혀 모릅니다. 그 유명한 암스트롱이라는 연주자도 저는 달 착륙한 사람으로만 알고 있습니다.

 

오해는 마십시오. 다른 장르가 품격이 낮다는 말이 아닙니다. 하지만 재즈가 시원하면서도 고요한 늦여름 새벽과 어울리기 때문에 재즈를 골랐습니다. 혹시라도 재즈 전문가 손님이 계시다면 클럽 사장으로서 감히 곡을 추천 받고 싶습니다. 덧글로 써 주시면 다음 새벽클럽에서 틀어드리겠습니다. 지금은 그저 유튜브가 추천해준 노래를 틀 수밖에 없겠군요. 유튜브에 재즈를 검색하니 카페에 틀기 위한 세 시간짜리 재즈가 나오는군요. 저희 클럽은 세 시간이나 열지 않고, 손님들도 세 시간이나 머물지는 않습니다만 제 짧은 재즈 지식으로 무슨 판단을 하겠습니까.

 

 

 

그럼 재즈 선율을 들으시면서 저는 물러나겠습니다. 새벽클럽에 오신 모든 분들, 다시 한 번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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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클럽 첫 번째 시간  (0) 2017.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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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클럽 첫 번째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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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클럽 첫 번째 시간

 


 

안녕하세요. 새벽클럽의 주인, D입니다.

 

이 클럽은 자정을 넘겨도 잠이 오지 않는 여러분들을 위한 공간입니다. 모두 잠든 한밤중에도 뒤척이시는 분들. 불 꺼진 침대 위에서 휴대폰을 만지작대는 분들을 위한 공간입니다. 물론 이 게시물은 새벽이든 한낮이든 볼 수 있습니다만, 저희 클럽은 새벽에만 운영하니 조금은 규칙을 지켜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희 새벽클럽은 술을 팔지 않습니다. 여기는 사이버 공간이니까요. 저희는 여러분이 술 대신 새벽에 취하기를 바랍니다. 새벽이야말로 하나의 특권입니다. 남들이 모두 꿈나라로 간 사이에 여러분은 깨어서 조용한 도시를 즐길 수 있습니다. 뒷산에서 새가 우는 소리와 집안 냉장고와 장롱이 이따금 내는 퉁 소리와 멀리서 지나가는 자동차와 오토바이 엔진 소리를 음악처럼 들어 보세요. 캄캄한 주변과 희미한 가로등 불빛을 조명 삼아 보세요. 무엇보다도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평화를 누려 보세요. 저희는 술을 팔지 않지만 반대로 미성년자도 새벽은 즐길 수 있습니다.

 

새벽클럽의 주인으로서 저는 여러분께 이야기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특별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성공하는 법? 전문지식? 그건 도서관과 위키피디아에서 찾으라고 하지요. 저는 단순한 이야기만 취급합니다. 낮에 만난 사람 이야기, 여행 이야기, 웃긴 이야기,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 새벽은 은밀하고 조용해야 합니다. 시끄러운 이야기는 새벽에 끼어들 자격이 없습니다. 물론 여러분들의 사연이나 고민도 받습니다. 하지만 제가 해결할 거란 기대는 하지 마세요. 저는 클럽 임자지 상담사나 인생 선배가 아닙니다.

 

인생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저는 나이가 많지 않습니다. 굳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말씀 드리자면, 서른이 아직 안 되었다고 할까요? 이 새벽클럽은 제가 만들었습니다. 누구한테 물려받거나 자본을 빌려서 세울 필요도 없었습니다. 서른도 안 된 사람이 클럽을 만들 수 있을 만큼 자유로운 시간, 그 시간이 바로 새벽입니다.

 

 


 

첫 이야기

 

첫 시간이니만큼 제 새벽 이야기를 해 드리려고 합니다. 저는 원래 잠이 많았습니다. 어릴 땐 밤 아홉 시만 되어도 눈이 감겼습니다. 어머니는 제 잠이 유전이라고 하더군요. 맞는 말 같습니다. 어머니 쪽도 아버지 쪽도 잠에는 일가견이 있으시거든요.

 

환경이 유전을 이긴다고 하나요. 학원에 다니기 시작하고 야자를 시작하면서 자는 시각은 늦어졌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환경의 승리죠. 하지만 잠은 모래알갱이처럼 틈새를 파고듭니다.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 버스와 지하철을 타는 시간. 틈만 나면 잠은 저를 습격했습니다. 저는 무기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었죠. 꾸벅꾸벅. 저는 계속 졸았습니다.

 

입대를 하고부터는 안 그래도 밀려오는 잠을 더 참아야 했습니다. 보직이 취사병이었거든요. 남들은 여섯시에 일어나는데 저는 늘 네시 반에 일어나야 했습니다. 가끔은 아침밥을 준비하기 위해서 세시 반에 일어났죠. 군대에서 저는 선잠을 자는 요령을 터득했습니다. 자리에 눕고 나서 깨어나는 시뮬레이션을 돌린 거죠. 하나 둘 셋! 하면서 눈을 뜨고 고개를 듭니다. 이 과정을 몇 번 반복하면서 잠에 듭니다. 그러면 조금 더 쉽게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제대하고 나서는 다시 잠꾸러기가 되었습니다. 그러다 요즘은 잠을 못 자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고민이 많아서 그럴 겁니다. 이제 대학교를 졸업하는데 취업길이 막막하거든요. 계속 늦잠을 자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새벽에 결심했습니다. 나처럼 새벽에 잠 못 드는 사람이 많을 거라고. 그 사람들도 나처럼 새벽에 뒤척이면서 이야기를 찾아 헤맬 거라고. 그래서 새벽클럽을 만들었습니다. 취직도 못해본 사람이 클럽 주인이 된 것이죠. 자본금이 없으니 인터넷에 클럽을 만들고, 술 살 돈이 없으니 술 대신 이야기를 팔기로 한 겁니다. ‘판다고 해서 여러분께 돈을 걷지는 않으니 안심하세요. 클럽이지만 카페, 카페보다는 동호회에 가까운 이곳입니다.

 

아까 말했듯이 저는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의 이야기도 환영입니다. 조금 민감한 이야기라면 비밀 덧글로 쓰시면 되겠습니다. 대낮에 저희는 백수이자 직장인이자 상공인이자 신하, 백성이지만 새벽에 저희는 황제이면서 왕입니다. 이 조용한 순간을 즐길 줄 아는 진정한 귀족입니다. 대낮에 귀족들은 테니스를 치지만 저희는 적적한 밤을 달랠 이야기와 한숨과 미소를 나눕니다.

 

 

 

새벽을 아는 사람들이여. 새벽클럽에 어서 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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