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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클럽 두 번째 시간(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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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클럽 두 번째 시간

 

안녕하세요. 새벽클럽의 주인 D입니다. 여름이 늦여름으로 바뀌면서 새벽이 춥습니다. 낮이 덥다고 방심하다가는 감기 걸릴 수도 있으니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서늘한 새벽바람도 새벽클럽을 찾는 손님들에게는 또 다른 특권입니다. 한번 눈을 감고 바람을 만끽해 보세요. 거리를 메운 사람들의 입김이 들어가지 않은, 고요하고 적막하고 서늘한 바람을. 여름에 서늘하다는 모순된 문장도 새벽클럽에서는 자연스럽습니다. 모든 욕망과 비밀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시간이 새벽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혹시 새벽 신호등을 보신 적이 있습니까? 신호등은 낮에는 파란 불과 빨간 불을 번갈아 비춥니다. 하지만 야밤 도로 신호등은 노란 빛을 반짝이기만 합니다. 차가 한 대도 없는 길 위에서 반짝이는 노란 불빛은 심지어 시적이기까지 합니다. 아마 차가 없으니 신호를 줄 필요가 없어서 노란 빛만 내는 것이겠지요. 차가 없는데 신호를 주면 오히려 빈 도로를 낭비하는 꼴이니까 말입니다. 물론 언제나 차가 오가거나 중요한 교차로는 신호등이 쉴 틈 없이 일합니다. 어떻게 보면 그곳 신호등은 퇴근은커녕 휴식조차 하지 못하는 신세입니다. 새벽에 깨어 있는 여러분들 중에는 아침에 출근과 통학을 해야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아무 일도 없는 사람도 있겠지요. 하지만 새벽클럽에서는 깨어있기만 하면 직장이 있든 없든 상관하지 않습니다. 주인인 저부터가 백수 아닙니까. 아니죠, 엄연히 클럽 주인인데 백수는 아닙니다.

 

 

지난주 클럽을 개장하면서 사연을 받았지만 아무 사연도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조금 부끄럽습니다. , 노력해야죠. 새벽은 붐비는 시간이 아니니까 많은 사람을 바라는 건 욕심입니다. 그래서 조금 더 기다려 보겠습니다. 누구라도 좋습니다. 새벽에 깨어 계신 여러분이라면 누구나 새벽클럽의 VIP이고 손님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비밀 덧글로 남겨주시면 제가 나중에 라디오 방송처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여러분은 어떤 음악을 좋아하시나요? 새벽클럽도 음악이 있어야 더 좋은 클럽이 되지 않을까 해서요. 사실, 얼마 전에 책을 읽었습니다. <지적자본론>이라는 책이었습니다. 대출기한이 다 되어서 끝까지는 못 읽었습니다. 그 책을 쓴 사람은 옛날에 책과 음악과 비디오를 같이 파는 상점을 열어 돈을 벌었습니다. 서점이면 서점, 레코드점이면 레코드점으로 구분하지 않고 손님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여러 상품을 같이 파는 서비스. 생산자보다 고객 입장에서 생각한 비즈니스. 저는 그 부분을 읽고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새벽클럽은 손님들께 글만 읽혀드리지 않고 음악과 비디오와 사진까지 제공하자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첫 타자는 음악입니다. 새벽클럽 손님들의 품격에 맞는 음악을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재즈가 맞을 것 같았습니다. 전 불행히도 재즈를 전혀 모릅니다. 그 유명한 암스트롱이라는 연주자도 저는 달 착륙한 사람으로만 알고 있습니다.

 

오해는 마십시오. 다른 장르가 품격이 낮다는 말이 아닙니다. 하지만 재즈가 시원하면서도 고요한 늦여름 새벽과 어울리기 때문에 재즈를 골랐습니다. 혹시라도 재즈 전문가 손님이 계시다면 클럽 사장으로서 감히 곡을 추천 받고 싶습니다. 덧글로 써 주시면 다음 새벽클럽에서 틀어드리겠습니다. 지금은 그저 유튜브가 추천해준 노래를 틀 수밖에 없겠군요. 유튜브에 재즈를 검색하니 카페에 틀기 위한 세 시간짜리 재즈가 나오는군요. 저희 클럽은 세 시간이나 열지 않고, 손님들도 세 시간이나 머물지는 않습니다만 제 짧은 재즈 지식으로 무슨 판단을 하겠습니까.

 

 

 

그럼 재즈 선율을 들으시면서 저는 물러나겠습니다. 새벽클럽에 오신 모든 분들, 다시 한 번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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