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찬범의 파라다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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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슨 크루소 (1)
로빈슨 크루소, 너를 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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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슨 크루소는 항해 도중 배가 좌초해서 무인도에 홀로 남았다. 몇 년을 혼자 살던 로빈슨은 원주민을 만난다. 식인종에서 탈출한 원주민에게 로빈슨은 프라이데이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금요일에 만났기 때문이다.


프라이데이도 만났겠다. 나름대로 무인도에 적응한 로빈슨 크루소는 이 섬에 접근한 악인들과 싸운 후 사람들과 함께 금의환향한다.


로빈슨 크루소는 무인도에 난파하는 날부터 '너'를 잊어버렸다. '너' 없는 세상에는 두 가지 사람만 남는다. 노예와 적.


'너'는 '그들'과 다르다. '너'는 2인칭이고 '그들'은 3인칭이다. 너에게는 삿대질을 할 수 있지만 그들에게는 삿대질을 할 수 없다. 아니 애초에 삿대질을 하는 순간 그들도 너가 된다.


로빈슨 크루소가 식인종에서 떨어져나온 원주민이 아니라 교육받은 영국 신사를 만났다고 해도 노예관계는 계속되었을 것이다. 아마 로빈슨 쪽이 노예가 되었을 것이다.


착하게 사는 게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건 얼마나 '너'라고 부를 사람이 많느냐다. 불행히도 나한테는 그런 사람이 얼마 없다. 3인칭이 많다는 건 불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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