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찬범의 파라다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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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1)
카카오프렌즈와 디드로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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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카오톡에서 시작해 캐릭터상품의 대세가 된 카카오프렌즈. 라이언, 무지, 어피치, 프로도 등 이모티콘을 점령한 이 동물들(?)은 카카오의 대표 캐릭터이자 대한민국 대표 캐릭터가 되어 버렸다. 프렌즈들은 카카오톡을 뛰쳐나와 다양한 캐릭터 산업을 점령해 버렸다. 편의점만 가더라도 프렌즈들 얼굴이 실린 생활용품과 식품을 볼 수 있다. 카카오프렌즈와 제휴한 우유는 어떨까. 맛있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카카오프렌즈가 있든 없든 우유 맛은 다르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카카오프렌즈를 새긴 우유에 손이 간다.




  18세기 프랑스. 드니 디드로(Denis Didrot, 1713~1784)는 <라모의 조카>, <수녀> 등을 발표한 작가이자 계몽주의 철학자다. 그중 <나의 오랜 가운을 버린 후회>라는 에세이에서 디드로는 마케팅 분야에 이름을 남길 일화를 이야기한다. 이야기란 이렇다. 언젠가 붉은 가운을 선물 받은 디드로는 서재에 가운을 걸어놓았다. 놓고 보니 서재 안 다른 가구와 안 어울렸다. '매치'가 안 된 것이다. 디드로는 붉은 가운과 어울리도록 가구를 새로 바꾸기 시작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예전에도 가구는 돈깨나 드는 물건이었고 디드로는 곧장 주머니 사정이 추락했다. 디드로는 가운 한 벌로 서재를 들쑤시던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나는 예전 가운을 소유했는데, 이번엔 새 가운에게 지배당했다'고 말한다.




  이렇게 하나를 사고 나면 어울리는 물건을 계속 사는 현상을 '디드로 현상'이라 부른다. 우리는 조화를 원한다. 라면은 왠지 스테인리스보다는 살짝 찌그러진 양은냄비와 어울린다. 휴대폰에 꽂는 이어폰은 휴대폰과 색이 같아야 안심이 된다. 조화는 남이 우리를 보면 더 원하게 된다. 우린 남의 시선에 묶여 사는 가축이기 때문이다. 옷만이 패션이 아니다. 들고 다니는 물건과 집에 들이는 물건도 패션인 것이다. 우리는 조화를 원한다. 그 조화가 아름다워 상대방의 부러움을 끌어내면 더 좋다.




  그랜트 맥크래켄이 <문화와 소비>에서 디드로 일화를 언급하며 내세운 것이 바로 '디드로 통일성(Diderot Unity)'이다. 통일성이란 아까 말한 조화다. 우린 통일성 있는 제품을 사서 조화를, '깔'을 맞추려 한다. 새 소파를 샀다면 그에 어울리는 테이블을, 그 테이블에 어울리는 스탠드를, 그 스탠드에 어울리는 카펫을 사려 한다. 이때 기능보다는 미학적, 정서적으로 연결이 강할수록 디드로 현상도 강해진다. 디드로가 음향기기를 선물로 받았다면 그에 맞는 스피커나 방음벽을 샀겠지만, 가운을 받은 디드로는 그 모습에 어울리게 가구를 바꾸려 했다.




  하나를 사면 다른 것도 산다. 마케팅 부서와 기업이 이 현상을 가만히 둘 리가 없다. 기업은 자기 주력제품과 어울리는 부속제품을 만들어 유도한다. 인터넷 쇼핑몰은 '이걸 사셨으니 이건 어떤가요?'라면서 추천 상품을 보여준다. 토탈 패션,  크로스 브랜딩, 하이브리드 패치워크처럼 아리송한 단어도 대부분 이런 연계를 노린다. 캐릭터 회사는 콜라보레이션으로 캐릭터와 전혀 상관이 없는 제품을 출시한다. 캐릭터 산업은 실질 기능이 0이다. 라이언을 우유각에 붙인다고 영양분이 늘거나 단맛이 강해지진 않는다. 캐릭터는  미학적, 정서적 기능만 내세울 수 있다. 그럼에도 캐릭터를 붙이면 판매량이 증가한다. 그야말로 디드로 효과의 산 증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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