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찬범의 파라다이스
글쓰기와 닥터후, 엑셀, 통계학, 무료프로그램 배우기를 좋아하는 청년백수의 블로그
GTA 2 (1)
<추억의게임> GTA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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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제가 게임 속으로 들어간다면 장의사가 될 겁니다. 게임은 죽음으로 가득하죠. 스타크래프트 한 판만 뛰어 보세요. 게임세상 살인이야 일상다반사인데 유독 피에 민감한 게임이 있습니다. 바로 GTA(Grand Theft Auto) 시리즈입니다.

 

위대한 차 도둑을 뜻하는 건전한 게임을 처음 만난 건 초등학교 시절이었습니다. 알던 후배가 추천해 주더군요. 후배는 GTA지타라고 읽었습니다. 절대 지티에이라고 읽지 않았죠. 후배는 다 쏴 죽이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집으로 돌아가 컴퓨터를 켰습니다. 사실 GTA2가 어떤 게임일지는 몰랐습니다. 즐기던 게임들 중에 외국 게임은 적었고, 있다 해도 남들이 다 즐기는 게임이었죠. 스타크래프트 유즈맵이나 포트리스를 했고 족보를 켜놓고 퀴즈퀴즈를 했습니다(이 게임들도 언젠가 다루겠군요).

 

기억하시나요? GTA2를 실행하면 저격수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사람 얼굴이 나오죠. 실행을 했더니대단했습니다! 주인공은 어떤 남자고 우리는 남자를 하늘에서 바라봅니다. 남자는 총을 들었는데, 그걸 지나가던 사람에게 쐈죠. 나쁜 놈도 아니고 적도 아닌 시민을 쏴 죽였습니다. 지나가던 자동차도 뺏어서 탔고요. 그래서 위대한 차 도둑이었나 봅니다. 그렇게 위대해 보이지는 않았는데요. 아무튼 저는 GTA2에 빠져들었습니다. 솔직히 미션이 뭔지 스토리가 어떤지 초등학교 4학년이 알았겠습니까? 영어는 쥐뿔도 모르는데 밑에 자막으로 쏼라쏼라거린들 제가 해석했겠습니까? 그냥 쏘고 놀았죠. 시민들한테 쏘고 경찰이 출동하면 경찰도 쏘고 그러다 총 맞아 죽고. GTA2는 제가 처음으로 맛본 오픈월드 게임이었습니다. 시간제한도 없었고 공간제한도 없었습니다. 그저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놀았습니다. 스테이지나 보스도 없었습니다. 마치 세상을 그대로 재현한 것 같았죠.

 

나중에는 치트키를 배웠습니다. 무적 치트키를 쳐서 죽지 않는 몸이 되고 모든 무기를 얻는 치트를 쳐서 바주카포와 기관총을 난사했습니다. 탱크를 소환하는 치트키를 쳐서 탱크로 도심을 휘저었습니다. 탱크를 타고 지나가면 모든 차량이 깔려서 폭발하죠. 아무도 저를 막지 못했습니다. 다만 경찰이 달려와서 차문을 열고 저를 체포하면 저는 바닥에 누워서 당해야 했습니다. 무적 치트키도 공권력의 직접 침입을 막지는 못하더군요. 솔직히 GTA2를 하루에 몇 시간이고 즐겼지만 갓겜이냐고 물으신다면 글쎄요. 탑뷰 방식이 불편하긴 했죠. 위에서 쳐다보다 보니 주인공 앞에 뭐가 있는지 몰랐습니다. 경찰차를 뺏어 타서 전속력으로 달려가다 앞을 지나가던 승용차에 들이받거나 강으로 뛰어들기도 했습니다. 또 생각은 안 나지만 너무 자유롭게 돌아다니다 보니 어디가 어딘지 몰랐습니다. 이것도 역시 위에서 쳐다보는 탑뷰방식의 단점이죠. 건물은 옥상만 보이고 자동차는 차체 위만 보였으니까요. 게임에서 눈에 익은 것이라고는 아스팔트 도로뿐이었습니다. 그래도 재밌었어요. 돌아다니는 것만으로 재밌기가 얼마나 어렵습니까. 하지만 무작정 사람만 죽이다 보면 게임불감증에 걸렸죠.



 

그렇게 1~2년이 지났습니다. GTA2를 향한 제 애정은 식었습니다. 슬슬 질린 거지요.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놀랄 만한 소식을 들었습니다. GTA2가 후속작을 낳는다는 소문이었지요. , 바로 GTA3였습니다. 전작은 후배가 추천해서 알았지만 이번엔 저 혼자 알아냈지요. 그때만 해도 게임정보 사이트가 많지 않았습니다. GTA3가 어떤 게임인지 보려고 검색해서 게임 사이트에 들어갔습니다(아마 게임스팟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맙소사. GTA3는 넘버 값을 했습니다. 바로 3차원 그래픽으로 바뀐 것이었죠. 정확히는 3차원 TPS 스타일로 게임이 바뀐 겁니다. 역시 게임은 저를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게임을 시작하면 주인공이 트럭을 하고 호송되다가 공격을 받아서 탈출하고 다리가 끊기게 됩니다. 어떤 여자가 나와서 재수 없는 말을 하고 도망가는데 솔직히 누가 신경이나 씁니까. 그냥 놀면 됩니다. 스토리는 엿이나 먹으라고 하고 저는 GTA2와 똑같이 게임을 즐겼습니다. 바로 무차별 살인을 하는 거지요. 3차원 그래픽은 길거리 총기난사를 더 재밌게 바꿔주었습니다. 이번에도 치트를 썼지요. 무적이 되어 모든 무기 탄약을 9999로 바꾼 다음 사거리 한복판에 나와 자동차에 총알을 쏘는 겁니다. GTA3만 해도 자동차 바퀴를 터뜨리거나 창문을 쏴서 운전자를 맞출 수가 없었습니다. 그저 많이 쏴서 터뜨려야 했죠. 경찰 헬기는 어찌나 안 터지던지. RPG가 아니면 상대가 안 되었습니다. 그때도 경찰이 제 차문을 열면 BUSTED라는 글귀와 함께 게임이 끝났지만, 그건 운전만 잘 하면 되는 일이죠. 끊긴 다리도 치트로 넘었습니다. GTA3 주인공은 수영을 못 했거든요. 자동차에 걸리는 중력을 약하게 만드는 치트를 치면 자동차가 빨라질수록 조금씩 떠올랐습니다. 퀘스트를 해결하고 스토리를 진행하면 자동으로 풀리는 지역도 치트로 갔지요. 어차피 퀘스트를 줘도 해결 못 했습니다. 영어를 알아야지요.

 

GTA 시리즈는 해가 갈수록 발전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문제도 많이 제기했죠. 폭력성 논쟁이 대표적인데요. 길 가던 사람을 총으로 쏴 죽이는 게임이 시끄럽지 않다면 그것도 나름대로 문제겠네요. 사실 초등학생이던 저한테도 GTA는 잔인한 편에 속했습니다. GTA3에서 저격총으로 사람 머리를 쏘면 머리가 날아가지요. 잘린 목에서 핏방울이 톡톡 튀고 시체는 풀썩 드러누웠습니다. 당시 공중파 뉴스에서도 게임의 폭력성을 다뤘는데요. 그때 자료화면으로 GTA 시리즈와 일본에서 만든 미행 시리즈를 보여줬죠. 사실 미행 시리즈는 지금 생각해도 좀 미친 게임이긴 합니다. 하지만 다운 받을 기회가 있었다면 바로 했을 거라는 사실은 안 비밀입니다. 지금 게임들이 보여주는 폭력성을 보면 GTA3는 애교지만, 그 당시만 해도 사안이 심각했습니다. 걱정하는 쪽도 일리가 있고 무심한 쪽도 일리가 있습니다. 여기서 찬반을 가르고 싶지는 않네요. 하나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되도록 게임은 이용가에 맞춰서 하라는 겁니다. 그럼 초등학생인데 GTA를 즐긴 저는 뭐냐고요? 뭐긴 뭡니까, 급식충이었지.

 

이후로도 GTA 시리즈는 계속되었지요. 바이스 시티나 산 안드레아스는 더 발전했습니다. 바이스 시티부터는 바퀴에 펑크도 났고 창문을 쏴서 운전자를 죽일 수도 있었죠. 산 안드레아스는 국내 멀티 서버도 생겼고 그놈의 핫커피 모드도 생겼습니다(해본 적은 없어요. 정말입니다). GTA4는 처음 콘솔로 나온 데다가 그래픽 사양이 높아서 즐기질 못했습니다. 시리즈 최신작 GTA5는 이름에 걸맞게 완벽한 그래픽, 완벽한 액션, 완벽한 스토리, 완벽한 폭력으로 사랑을 받았습니다. 아마 GTA6가 나온다면 5년은 기다려야겠죠. 그동안은 GTA5가 오픈월드 범죄 게임의 끝판왕으로 남을 겁니다. 혹시 압니까? 지금 어느 초등학교에서는 후배가 선배에게 GTA5를 추천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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