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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WOP (1)
좌절의 생활화, Getting Over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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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특정인들을 위해 이 게임을 개발했다.

그들에게 고통을 주려고.

- 개발자 사이트 멘트 -

I created this game

for a certain kind of person

To hurt them.


Getting Over It with Bennett Foddy

장르 : 액션(스팀에 따르면)

출시일 : 10월 6일(험블 번들), 12월 6일(스팀)

개발자 : Bennett Foddy


  서대문 형무소의 외벽은 의외로 높지 않다고 한다. 일제가 자비로웠기 때문이 아니다. 서대문 형무소에 갇힌 죄수들은 제대로 먹지 못하고 수 차례 고문을 당해, 몸이 정상이 아니게 되었다. 그래서 외벽을 높일 필요가 없던 것이다. 어차피 넘을 수 없으니까. 만약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죄수들은 얼마나 분노하고 좌절했을까.


  여기 독립투사들만큼은 아니지만 고통을 받는 사나이가 있다. 머리를 짧게 깎은 이 남성은 검은 항아리 안에서 나오지 않는다. 나오지 않는 것인지 못 나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남성은 오르고자 한다. 그는 기다란 망치로 빙벽을 등반하듯 땅과 절벽을 찍어 몸을 올린다. 저 무거운 망치를 자유자재로 휘두르고, 자기 몸과 항아리 무게를 번쩍 들어올리는 것을 보니 남자는 힘이 무시무시하다. 이런 남자가 항아리에서 나오지 않다니. 사회적인 비극이다.


  문제는 난이도다. 마우스는 제멋대로 움직이고 땅은 미끄럽다. 절벽과 동굴이 남자를 기다린다. 최악의 사실은, 이 게임은 쌓아온 과정을 말아먹기 참 좋은 구조를 지녔다는 것이다. 한 번 삐끗하면 세 시간 동안 올라온 높이를 그대로 하느님과 부처님께 바칠 수 있다. 체크포인트로 돌아가기? 그런 거 없다. 세이브 기능은 아주 훌륭해서, 떨어지는 순간 프로그램을 꺼도 다시 켜면 그 떨어지던 와중으로 되돌아간다.



개발자


사진출처 : NYU game center



  이 게임을 개발한 사람은 베넷 포디(Bennett Foddy). 본인 사이트 설명에 따르면 그는 옥스포드 대학교에서 철학을 하다 현재는 뉴욕 대학교에서 게임 개발을 가르치고 있다. 틈틈이 인디 게임을 개발하기도 하는데, 키보드 네 키로 사람을 달리게 만드는 QWOP를 만들기도 했다. 이때부터 플레이어를 열받게 하는 그의 재주가 시작되었나 보다.



QWOP



  이번 Getting Over It은 십 년도 넘게 전에 나온 인디 게임 Sexy Hiking을 바탕으로 만든 게임이다. Sexy Hiking이 얼마나 어려운 게임인지는 모르겠다. 확실한 점은 Getting Over It은 아주아주 어려운 게임이 되었다는 것이다. (Sexy Hiking은 여기서 받을 수 있다)





  개발자는 이전에 '좌절의 11가지 맛'이라는 글을 블로그에 올렸다. 한마디로 '게이머들을 빡치게 하는 11가지 방법'이다. 하나하나가 주옥같다. '아슬아슬하게 닿지만 다가갈 수가 없다', '목표가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 '다른 사람들은 다 가지만 나만 가지 못한다' 등등. Getting Over It은 이중에서 '처음부터 시작하기'라는 좌절의 맛을 살린 것으로 추정된다. 말 그대로 이 게임은 조금만 잘못해도 처음으로 돌아간다. 사람은 새로 시작하기는 잘해도 다시 시작하기는 어려워한다.


  이는 Getting Over It에 도전한 트위치 스트리머들의 반응으로 증명되었다. 삐끗하며 떨어진 순간 그들은 비명을 지르고 눈을 감고 좌절을 음미했다. 좌절이라는 단어를 현실로 가져오면 그 모습이었을까. 이 게시물을 쓰는 오늘만 해도 스트리머 풍월량이 '켠왕'을 시도했다 20시간만에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Get over : (숙어) ~을 극복하다.




  Getting Over IT은 플레이어가 일정 높이 이상 떨어지면 나레이션과 음악이 플레이어를 반긴다. 심신에 도움이 되는(?) 음악도 음악이지만 실패와 극복에 대한 명언을 읇는 나레이션도 아주 감동적(?)이다.


  사실, 인생이 다 그렇지 않은가. 매번 올라갈 수만은 없다. 실패하면 시작하기 전보다 더 밑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것인가. 우리는 어쩌면 매일이 실패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100점이 목표인 사람은 100점이 아닌 모든 시험이 실패다. 수능 1등급이 목표인 사람은 수능을 보는 날까지 매일이 실패다.


  인터넷에선 벌써 5분 이내로 게임을 클리어하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 고수들은 개발자가 말한 '특정인'은 아닌 모양이다. 혹시 그 '특정인'이란 '끝까지 해내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혹시 개발자는 실패를 툭툭 털고 일어나는 자세, 끝까지 해내고야 마는 자세를 칭찬하고 싶던 것은 아니었을까? 아니라고? 아님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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