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찬범의 파라다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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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량 (2)
교량 투신자살을 막는 롤린더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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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우리나라에서 10만 명당 26.2명이 자살했습니다. 한국의 자살률은 OECD 평가보다 두 배 이상 높습니다. 대한민국이 자살 공화국으로 불리는 일도 이제는 일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중 교량은 대표적인 자살 장소입니다. 2017년 자살자 중 약 15%가 투신자살했습니다. 이 수치엔 고층빌딩도 포함되겠지만, 우리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고 하면 흔히 교량 몸을 던지는 장면을 떠올립니다. 특히 서울에선 마포대교 등 한강 교량에서 떨어지는 사람이 많습니다.





  마포대교는 ‘자살대교’라는 악명이 붙은 다리입니다. 2014년 통계에 따르면 마포대교가 자살률 1위이며 그 뒤를 한강대교, 원효대교, 성산대교가 잇습니다.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 좋고 교통량이 많아 사람 자체가 많이 드나들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마포대교에 가 보시면 일정 거리마다 자살방지 긴급전화를 설치했고, 난간에는 자살방지 문구를 적어놓았습니다. 하지만 효과가 있는지는 미지수이며 저도 그렇게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금문교에 설치한 안전망(CNN)



  제일 좋은 자살방지 방법은 힘든 사람에게 손길을 내밀고 도와주는 사회를 만들거나 자살할 일이 없는 세상을 만드는 거겠죠. 그러나 실질적인 자살방지 방법은 자살을 하지 못하게 막는 것입니다. 교량 자살방지 시설은 크게 두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높은 난간이고 다른 하나는 교량 아래 설치한 안전망입니다. 스위스에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장벽과 안전망 모두 효과적이었으며 장벽은 최소 2.3미터, 안전망은 통행 고도보다 충분히 낮아야 투신을 줄이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장벽과 안전망도 단점은 있습니다. 난간을 높이거나 안전망을 교량 양옆으로 펼치면 보기에 그리 좋지는 않습니다. 미관을 최소한으로 해치면서 자살을 막는 롤린더 시스템이 그 대안일지도 모릅니다. 롤린더(Rollinder)는 회전(Rotation)과 실린더(Cylinder)를 합성한 단어입니다. 돌아가는 원통을 설치해서 짚고 올라가지 못하게 만든 구조물입니다. 아주 높지 않지만 자살자는 빙글빙글 돌아가는 원통을 짚고 올라가야 합니다. 원통은 사람이 한 손으로 쥐지 못할 만큼 지름을 크게 설계합니다. 타고 가기 어렵게 원통들은 교량 쪽으로 기울어지거나 꺾이게 배열합니다.


출처: 시스템코리아



  운동신경과 균형 감각이 좋은 사람이라면 롤린더도 막을 순 없을 겁니다. 어쩌면 흔들흔들 뒤뚱대며 난간을 오르는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워 더 죽고 싶어질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효과는 있습니다.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창원시 마창대교에서는 33명이 투신해 30명이 사망했습니다. 그러나 2017년 롤린더 시스템을 설치하면서 자살자가 크게 줄었다고 합니다. 마포대교도 여러 겹 케이블 위에 회전형 원통을 설치해서 자살을 매우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참고문헌

Hemmer A, Meier P, Reisch T (2017). Comparing Different Suicide Prevention Measures at Bridges and Buildings: Lessons We Have Learned from a National Survey in Switzerland. PLoS ONE 12(1)



박세만, 백충현, 최병정. (2019) 추락 및 투신자살 방지시스템의 조사 및 Rollinder System 적용기술. Journal of the Korea Academia-Industrial Cooperation Society. Vol. 20 Issue 5, p591-598. doi:10.5762/KAIS.2019.20.5.591


김현중, 박종칠. (2014) 교량의 자살방지 시설물에 관한 고찰. 대한토목학회 학술대회. 2014.10, 1663-16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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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대교에 쓰인 PPWS 공법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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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남구와 동구를 연결하는 울산대교는 총연장이 8.38km나 되는 어마어마한 단경간 현수교입니다. 현수교에서 비죽 솟아나온 탑 같은 부분을 주탑이라 하는데 주탑 사이 경간이 하나라서 단경간이라고 부릅니다. 당연히 경간이 적을수록, 그러니까 주탑이 적을수록 그 사이로 배 등이 지나다니기 쉽겠죠? 울산대교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긴 단경간 현수교입니다.



  현대건설은 울산대교에 자사의 기술력을 들이부었는데요, 그만큼 자부심도 대단할 것으로 추측됩니다. 특히 PPWS 공법을 본격적으로 도입한 교량이라고 하는데요. PPWS 공법이란 무엇일까요?


  현수교는 케이블의 힘으로 다리를 지탱하는 다리입니다. 사장교와 헷갈리기도 하는데, 모양을 직접 보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현수교가 '매달리기'라면 사장교는 '붙잡고 있기'에 가깝다고 해야 할까요.




  현수교를 지으려면 당연히 케이블이 필요하겠죠. 케이블은 한 가닥이 아닙니다. 가는 와이어를 여러 겹 겹친 걸 스트랜드(Strand)라고 하고 다시 스트랜드를 여러 겹 모은 것을 케이블이라고 합니다. 경우에 따라 케이블을 양옆에서 튼튼히 당겨야 할 때엔 교량 끝부분에 앵커리지(Anchorage)를 설치해 케이블을 잡아줍니다. 또 케이블이 각지게 꺾이는 것을 막기 위해 주탑이나 앵커리지에 새들(Saddle)을 놓아 부드러운 각도를 만들어줍니다.




  이 케이블을 현수교에 거는 공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기존 AS(Air Spinning) 공법이고, 다른 하나가 PPWS(Prefabricated Parallel Wire Strand) 공법입니다.


  AS 공법에선 먼저 피아노선처럼 가벼운 줄을 다리에 설치합니다. 여기에 바퀴를 걸고 와이어를 연결한 다음 바퀴를 다리 건너편으로 보냅니다. 이런 식으로 다리 사이를 왕복하면서 와이어를 한 가닥씩 덧붙이는 것이 AS공법입니다. 반면에 PPWS 공법은 와이어가 아니라 미리 제작한 스트랜드 단위로 가설하는 공법으로, 당연히 시간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작, 운반비용이 비싼 등 단점도 있어서 상황과 조건에 따라 공법을 선택해야 한다고 합니다.




  현대건설은 자사 홈페이지부터 울산대교에 PPWS 공법을 썼다고 자부심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또 국내 최초 터널식 앵커리지로 주변 미관과 환경 피해를 최소화했다고도 합니다. 참고로 전라남도 고흥군에 있는 소록대교도 PPWS 공법을 이용한 현수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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