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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비법 (1)
<셜록>, <닥터후> 스티븐 모팻이 말하는 글쓰기 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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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Gage Skidmore(https://www.flickr.com/people/22007612@N05)

 

 

TV 드라마 거장이 전하는 비법

 

외국 드라마 좀 본다는 사람이면 다 봤다는 드라마 <셜록>. 전 세계를 사로잡은 것은 물론이고, 미국 드라마가 대세인 우리나라를 단숨에 매료했죠. 외화 방영이 거의 멸종하다시피 한 지금도 <셜록> 새 시즌이 나오면 방송국에서 한 달도 안 되어 더빙 방송을 해줄 정도로 인기가 많고 잘 만든 드라마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인기 있는 영국 드라마 하면 <닥터 후>를 빼놓을 수가 없죠. 1963년부터 시작된 공상과학 드라마 <닥터 후>54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방영 중이고, 최근 몇 년 사이에 널리 알려졌죠.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현지 제작진도 놀랄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보였고 몇 년 전에는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닥터 후> 제작진들이 월드 투어를 오기도 했습니다.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에서 제일 알려진 영국 드라마 두 편이 바로 <셜록><닥터 후>인데요. 이 두 명작을 집필한 사람이 있으니, 바로 작가 스티븐 모팻입니다. 스티븐 모팻은 <셜록> 시리즈를 제작하고 대부분의 에피소드를 집필했으며, 2005년부터 <닥터 후> 일부 에피소드를 집필했고 2010년부터는 메인 작가가 되어서 쇼를 이끌어나갔습니다. 스티븐 모팻은 <닥터 후>2017년까지 집필하고 다른 제작자한테 넘겨줬죠. 모팻은 다양한 시상식에서 상을 받았으며, <셜록><닥터 후> 팬들한테는 전설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비록 여러 논쟁에 휘말리기는 하지만 아무도 모팻이 TV 드라마의 거장이자 천재임을 부정하지는 못할 겁니다.

 

이런 거장 스티븐 모팻이 BBC와의 인터뷰에서 자기의 작가 비법을 공개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V6vrk0436c)

 

 

 비법 1. 많이 써라

 

많이 쓰세요. 작가가 되려면 그저 많이 쓰세요.”

 

운동선수가 되고 싶으면 운동을 많이 하고, 요리사가 되고 싶으면 요리를 많이 하면 됩니다. 작가도 이와 비슷합니다. 글을 잘 쓰고 싶으면 많이 써야죠. 물론 방법론은 따로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런 조언을 들으면 실망할 사람들이 많겠죠. ‘나는 글을 잘 쓰는 비법이 궁금하단 말이야.’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제일 단순하면서도 제일 필요한 방법은, 바로 연습입니다. 연습하고, 또 연습해야 고수가 됩니다. 연습 없이 고수가 된다면 그 사람은 천재입니다. 불행히도 우리는 천재가 아닙니다. 그래서 노력해야 합니다. 연습을 해도 실력이 안 늘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재능 탓이지, 연습이 부족한 탓은 아닙니다. 많은 작가들이 많이 쓰기를 강조합니다. 소설가 한승원은(<채식주의자>로 유명한 소설가 한강 씨의 아버지입니다)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쓰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미국 공포문학의 거장 스티븐 킹도 뮤즈가 찾아오길 기다리지 말고, 쓰다 보면 뮤즈가 찾아오니 그저 쓰라는는 식의 말을 했습니다. 호밀밭의 파수꾼으로 유명한 샐린저는 집 근처에 자기만의 글쓰기 공간을 만들어 두고 그곳에 틀어박혀 쓰기만 했습니다. 심지어 남들한테 보여줄 것도 아니면서요.

 

 

비법 2.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써라

 

사람들의 관심을 붙잡으세요. 그 관심을 끌고 나가세요.”

 

옳은 얘기, 진지한 얘기, 중요한 얘기도 좋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읽히지 않는 글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혼자 쓰고 혼자 다락방 안에서 읽으면서 감탄할 글이라면 자기 위주로 써도 좋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를 들려주고, 사람들이 감탄하는 모습을 보면서 웃고 싶다면 어느 정도는 사람들이 볼 만한 이야기를 들려줘야 합니다.

사실 이 의견엔 이견이 많습니다. 독자를 신경 쓰지 말고 자기만의, 자기가 쓰고 싶은 이야기를 써야 잘 된다(최소한 더 뿌듯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누구는 철저히 독자 위주로 써라, 독자(소비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쓰는(생산하는) 작가(생산자)가 성공한다고 합니다. 정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 어떤 독자는 진실한 이야기를 좋아하고, 어떤 독자는 거짓이어도 화려하고 재밌는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사실, 독자들도 그 이야기가 진실한지 화려한지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작가 머릿속에 들어가지 않은 이상 어찌 알겠습니까?

 

 

비법 3. 그저 써라

 

엄청나게 좋은 소식이 있어요. 지금은 작가가 되기 딱 좋은 시대입니다. 원하는 대로 자료도 모을 수 있고 스마트폰으로 영화도 찍을 수 있어요. 여러분들이 옛날 <닥터 후>를 찍던 제작진보다 더 나은 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플랫폼을 골라서 여러분 작품을 올리기만 하면 됩니다. 뭘 망설이세요? 아무것도 당신을 막지 않아요.”

 

작가란 지루한 직업이라고 합니다. 쓴다고 원고지 글자 수만큼 돈을 주는 것도 아니고, 쓰는 내내 옆에서 응원해주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작가들은 쫄쫄 굶고, 옆에서는 돈도 안 되니 그만두라고 투덜댑니다. 차라리 아주 느려서 시계 제작자처럼 한 땀 한 땀 공을 들여서 결과물을 본다면 좋겠지만, 글은 기계처럼 조립으로 완성되지도 않습니다. 무슨 기계가 조립될지 알지도 못하면서, 반쯤 찢어진 조립 설명서를 들고, 기계에 필요 없는 부품까지 한가득 바닥에 뿌려놓고 조립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너무 느리지도 않고 빠르지도 않아서, 정교하기도 쏜살같기도 어려운 일입니다. 하루키 표현을 빌리자면 걷는 것보다는 빠르고 자전거보다는 느린, 너무 어중간해서 답답한 속도입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작가들은 의기소침해지는지도 모릅니다. 쓴다고 피드백이 오지도 않으니 쓸 마음이 조금씩 사라지고 무관심해지는 거지요. 모팻은 이렇게 정지 상태에 빠진 작가 지망생들에게 말합니다. ‘아무것도 당신을 막지 않아요.’ 그렇습니다. 물론 외부 조건이 너무 안 좋아서 펜을 쥘 수조차 없는 작가들도 있겠지만 여건이 된다면 쓰면 됩니다. 써야 작가입니다. 작가는 글을 쓰는 사람이지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은 아닙니다. 이렇게도 써보고 저렇게도 써 봅시다. 가끔은 무작정 밀고 나가 봅시다. <미생>을 그린 윤태호 작가는 창작하는 사람은 창작하는 순간부터 취직한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 취직을 해도 돈이 안 들어오기는 하지만 취직은 취직입니다. 일한 노력과 보상이 비례하지는 않습니다만, 인정할 건 인정합니다. 노력에 비례하는 보상을 바라는 마인드로는 글쓰기 힘듭니다.

 

모팻은 2017년을 끝으로 <닥터 후> 집필과 제작을 그만둡니다. 잡지에 쓴 칼럼대로라면 영화사에서 다른 프로젝트를 준비한다고 하더군요. 아마 <셜록><닥터 후>의 뒤를 이을 대단한 작품이 나올 것이라 기대합니다. 늘 새롭고, 늘 긴장되는 시나리오로 시청자들을 즐겁게 해준 모팻, 그가 말하는 비법이라면 한번 따라해 봐도 괜찮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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