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 깨어난 포스가 개봉을 앞둔 어느 날, 스타워즈 팬덤이 뒤집어졌습니다. 바로 스타워즈를 인수한 디즈니가 EU, 즉 확장 세계관을 폐기했기 때문입니다. 7~80년대에 스타워즈가 나온 이후 수많은 작가들이 스타워즈 세계관 위에 새 작품을 (물론 조지 루카스의 허락 하에) 지었습니다. 이를 확장 세계관이라고 불렀고, 비록 영화보다는 설정 설득력이 떨어졌지만 확장 세계관은 스타워즈 팬들의 상상력을 자극했습니다.
닥터후도 방송에서 표현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여기도 정식 설정과는 거리가 있지만, 역시 팬들을 흥분시키는 이야기들입니다. 바로 오디오 드라마 제작사 빅 피니시의 닥터후 오디오 드라마입니다.
빅 피니시는 오디오 드라마 전문 회사지만 특히 닥터후 오디오 드라마로 유명합니다. 90년대 후반부터 빅 피니시는 BBC에서 닥터후 관련 상표권을 구해 오디오 드라마를 만들고 있습니다. 닥터후뿐 아니라 토치우드나 UNIT 오디오 드라마도 제작 중입니다. 닥터후 스토리 상품이 어제오늘 일은 아닙니다. 2대 닥터 시절에도 닥터후 코믹을 팔았고 지금도 닥터후 매거진은 매번 닥터후 코믹을 연재 중입니다. 애니메이션이나 관련 소설도 매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빅 피니시는 실제 닥터와 동반자 배우들을 섭외해서 오디오 드라마를 녹음한다는 점이 다릅니다. 실제 배우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그림과 텍스트로 읽는 것과 차원이 다르겠죠. 각종 음악에 효과음도 만빵이라서 '낭독'에 가까운 오디오북이 아니라 드라마 음성 버전에 가깝습니다. 닥터 배우들이 작고한 경우에는 다른 성우들이 그 목소리를 흉내 내거나 아예 스토리에서 닥터를 잘 다루지 않는 방향으로 녹음합니다.
빅 피니시의 최고 업적이라고 하면 8대 닥터 오디오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8대 닥터는 TV 극장판 한 편에만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2005년 닥터후가 부활하기 전에는 '과연 정식 닥터인가' 하는 의심을 받아 왔습니다. 빅 피니시가 8대 닥터 오디오북을 많이 만든 덕분에 8대 닥터는 그나마 체면을 차릴 수 있었습니다. 낮은 시청률과 짧은 출연 기간으로 평가가 박한 6대 닥터와 7대 닥터도 오디오북으로 그나마 명예를 되살렸습니다.
2015년까지 빅 피니시는 8대 닥터까지만을 등장시켰습니다. 하지만 새로 판권을 얻어냈는지 11대 닥터까지 제작이 가능해졌습니다. 아직 11대 닥터, 맷 스미스가 빅 피니시에 나오지는 않았고 작품도 몇 편 되지 않긴 합니다. 10대 닥터 데이비드 테넌트는 현재 빅 피니시에서 도나와 함께 등장하는 오디오북을 한 차례 녹음했으며 올해 말에는 로즈 역의 빌리 파이퍼와 녹음한 오디오 드라마가 출시될 예정입니다. 9대 닥터를 맡은 크리스토퍼 에클레스턴은 캐릭터 고정을 우려해 닥터후를 한 시즌만 찍고 하차했고, 그래서 그런지 오디오북에는 한 차례도 출연하지 않았습니다.
오디오 드라마 가격은 실물 CD가 2만 원 정도, 다운로드는 1만 2천 원 정도입니다. 약 2시간 분량으로 2~30분 단위로 분할해 놓았습니다. 단편 오디오 드라마는 분량이 30분 정도에 3천 원이 조금 안 됩니다. 국내에서 회원가입은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만 다운로드 속도는 답답한 편이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아직 저도 무료로 공개한 에피소드의 일부만 들어서 정확한 사실은 모릅니다.
빅 피니시 오디오 드라마 중에서 'TV 에피소드를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은
5대 닥터의 Spare Parts
빅 피니시가 칭찬만 듣지는 않는 것이, 팬들 중에는 빅 피니시는 진짜 닥터후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여러 에피소드를 제작하다 보니 실제 TV로 방송한 에피소드와 설정이 맞지 않기도 합니다.(그 예로 사이버맨의 기원을 들 수 있습니다. 빅 피니시에서는 5대 닥터를 주인공으로 해서 사이버맨의 기원을 설명한 에피소드를 발매했습니다. 그런데 올해에 사이버맨의 기원을 설명하는 에피소드가 TV로 방송되었죠.) 닥터후 배우가 녹음하고 닥터후 판권을 사서 만들지만 엄연히 진짜 닥터후 줄거리와는 상관이 없는 셈입니다. 그래도 TV 에피소드가 빅 피니시 오디오북에 영감을 받기도 하고 8대 닥터가 나온 미니 에피소드 <Night of The Doctor>에서는 8대 닥터가 재생성 직전에 오디오 드라마 동반자들 이름을 열거하기도 합니다.
어쨌든 닥터후 팬으로서 이미 지나간 닥터와 동반자를 다시 듣는 일은 즐겁습니다.
닥터는 바뀌지만 '한 번 더 봤으면' 하는 마음이
없지는 않거든요. 빅 피니시는 이렇게 닥터후를 원하는 팬들에게는 단비와 같은 존재입니다. 이번 추석에 용돈이라도 받으면 한 번 CD를 구매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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