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바라지 않을 노래
오늘날 기업은 설문조사와 시연회 등으로 고객 수요를 파악합니다. 기업은 좋아하는 맛과 스타일을 묻습니다. 그리고 대답에 맞게 제품을 만듭니다. 가끔 신호등 치킨처럼 이상한 제품이 나오긴 하지만, 기업은 소비자 취향에 대체로 귀를 기울입니다. 음악에도 이 방법을 쓰면 어떨까요? 사람들한테 음악 취향을 묻고 그대로 작곡하는 겁니다. 아니면 반대로 갈 수도 있죠. 무슨 음악을 싫어하는지 물어보고, 세상에서 제일 듣기 싫은 음악을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요?
비탈 코마, 알렉스 멜라미드, 데이비스 솔저는 97년 세상이 제일 싫어할 음악을 발표합니다. 일명 가장 바라지 않을 음악(The Most Unwanted Song)은 설문 조사를 토대로 대중이 싫어하는 요소만 넣은 음악입니다. 비탈 코마와 알렉스 멜라미드는 94년 설문 조사로 사람들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그림을 조사해 책으로 냈는데, 후일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데이비스 솔저가 '이걸 음악에도 적용하면 어떨까'라며 제안해서 이런 음악이 탄생했습니다.
그들은 500여명에게 설문지를 돌려 음악 취향을 물었습니다. 악기, 길이, 분위기, 빠르기, 주제, 창법 등 좋아하고 싫어하는 스타일을 조사했습니다. 이어서 제일 호감도가 낮은 요소만 팍팍 집어넣었습니다. 악기로는 아코디언, 백파이프, 밴조 등을 쓰고 오페라 소프라노가 대형마트에 가자는 CM송 가사와 정치 슬로건 등을 조 없는 랩으로 부릅니다. 빠르기와 높낮이는 듣는 사람을 전혀 고려하지 않으며 휙휙 바뀌고 격하게 오갑니다. 아이들의 순수한(?) 목소리도 첨가했습니다.
데이비스 솔저는 작곡가 노트에서 '이 요소들을 겹치게 싫어하는 경우를 계산에 넣지 않는다면, 이 노래를 좋아할 사람은 전세계에 200명 이하일 것이다'라면서 통계학적 포부(?)를 밝혔습니다. 그런데 설문조사 참여인원이 좀 적어서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만 명한테 물었으면 더 완벽하지 않았을까요? 게다가 직접 들으니 생각보다 괜찮습니다?! 계속 듣고 싶지는 않지만 적어도 귀를 막고 싶지는 않네요. 조금 더 분발하셔야 겠습니다.
관련링크
https://en.wikipedia.org/wiki/The_Most_Unwanted_Song
https://www.wired.com/2008/04/a-scientific-at/
http://awp.diaart.org/km/musiccd.html
'잡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두는말안드뤄'는 강한가? (치코~~) (0) | 2019.05.02 |
---|---|
맥주 무한리필을 선물로 받은 물리학자 (0) | 2018.11.05 |
세계에서 제일 오래된 실험 (0) | 2018.08.15 |
갤럭시S9 배경화면 - WATCHING YOU (0) | 2018.07.25 |
나는 벌써 꼰대가 되었는가? (0) | 2018.06.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