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나는 비밀을 알아냈다. 그 비밀이란 원래 이 세상은 신이 만들어낸 실험장이라는 것이다. 신은 우주 안에 지구와 생명체들을 만들고 거기서 실험을 벌였다. 나는 이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신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몇 번 가고 신이 전화를 받았다. 신 목소리는 생각보다 가늘었다. 나는 따질 사이도 없이 신을 몰아세웠다.
“우리를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았지?”
“그러니까, 막 죽게 내버려둔 건 아니고요….”
신은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신은 이공계 대학원을 다니는 대학원생으로, 교수 연구를 보조할 목적으로 이 우주를 만들었다고 했다. 원래는 몇 억 년만 돌리고 폐기처분할 생각이었지만 우주에 정이 든 데다가 논문 심사에 제출할지도 몰라서 연구실 구석에 보관 중이었다.
“실험 주제는 뭐지?”
“저, 그게… 자원이 모자라면 생명체들이 얼마나 싸우고 진화할지….”
나는 화가 났다. 어릴 때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놀림 받으며 살았고, 대학에 와서는 등록금을 내려고 잠이 모자랄 만큼 아르바이트를 뛰었다. 지금은 중소기업에서 상사한테 손가락질 당하면서 산다. 임신이라도 할까 봐 아내랑은 함부로 잠도 못 잔다. 나는 수화기 너머로 소리를 질렀다.
“너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아픈지 알아? 지금도 어딘가에는 식량이 없어서 아이들이 굶어 죽고 석유를 얻으려고 전쟁을 벌이고 여름만 되면 전기세가 치솟는다고!”
“미, 미안합니다.”
“내 말 잘 들어. 이제부터 이 우주도 자원이 풍부한 곳으로 만들어. 혹시 지구 말고 다른 생명체가 사는 행성이 있나?”
“아뇨. 없습니다만.”
나는 신한테 명령했다. 그럼 지구를 풍족한 행성으로 바꿔 달라고. 지하자원과 식량이 풍부하고 공기와 물이 깨끗한 행성으로 만들어 달라고. 신은 연구를 망칠까 봐 핑계를 댔지만 나는 겨우겨우 신을 설득했다.
“아, 알겠습니다. 얼마나 좋은 행성으로 만들어 드릴까요….”
“실험을 하려면 아무것도 안 건드린 대조군이 있다지? 이 실험에도 대조군 우주가 있지?”
“네…”
“그 대조군 우주보다 좋게 만들어 줘.”
신은 머뭇거렸다. 나는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신이 답했다.
“죄송한데, 그쪽 우주가 대조군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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