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찬범의 파라다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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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큐에 보는 맞춤법 (1)
한큐에 보는 헷갈리는 맞춤법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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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는 너무 자유로운 언어?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한국어. 하지만 맞춤법이 헷갈릴 때가 한둘이 아니죠. 오죽하면 맞춤법 문제가 텔레비전 퀴즈쇼에 나오고, 수능과 공무원 시험에서도 맞춤법을 묻겠습니까. 게다가 맞춤법 좀 배웠다고 다른 사람들 글에 참견하는, 이른바 문법 나치들이 시끌시끌하고 다른 쪽에서는 외계어, 인터넷 은어가 우리말을 망친다고 한숨을 쉽니다. 서점을 가면 맞춤법 쉽게 가르치는 책들이 높게 쌓여 있고, 주요 일간지는 날마다 오늘의 맞춤법을 설명하느라 바쁩니다. 이쯤 되면 한국어는 너무 자유로워서 너무 어긋나는 언어처럼 보입니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하지만 한국어를 쓰는 한국인으로서 좋은 맞춤법은 좋으면 좋았지 나쁘지 않습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언어를 잘 구사해야 다른 학문도 잘 배울 수 있다고 말합니다. 게다가 모국어를 제대로 알면 외국어도 더 쉽게 배울 수 있다고 하니, 조금 귀찮아도 맞춤법은 확실히 알아야겠죠. 물론 하나 배우면 하나 까먹고 오늘 배우면 내일 까먹는 맞춤법이지만, 밑 빠진 독이 아닌 다음에야 하나 배우고 또 하나 배우고 오늘 보고 또 내일 보면 언젠가는 버릇처럼 뇌리에 박힐 겁니다. 특히 글을 쓰거나 말을 하는 사람은 맞춤법이 밥줄이나 다름이 없으니, 이번 기회에 교양도 쌓고 더 똑똑한 한국어 구사자가 되어 볼까요?

 

 

1 ~커녕

처음은 엄청 쉬운 맞춤법부터 시작합시다. 커녕은 어떤 사실을 부정하는 것은 물론 그보다 덜하거나 못한 것까지 부정하는 뜻을 나타내는 보조사말할 것도 없거니와 도리어의 뜻을 나타내는 보조사를 뜻하는데요. 예를 들어서 아침에 일어나서 밤까지 쫄쫄 굶었다면 아침은커녕 저녁도 못 먹었다라고 말하면 되고요. 착한 일을 했는데 벌을 받았다면 상은커녕 벌을 받았다고 말하면 됩니다.

의외로 많은 분들이 커녕을 띄어 써야 할지 붙여 써야 할지 헷갈리시는데요. 간단합니다. 커녕은 무슨 일이 있어도 붙여 씁니다. 커녕은 엄연히 조사, ‘/과 같은 종류이기 때문입니다. /는을 띄어 쓰는지 붙여 쓰는지 고민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아침은커녕 저녁도 못 먹었다 ()

아침은 커녕 저녁도 못 먹었다 (×)

 

 

2 되다/돼다

이번에는 정말 헷갈리는 두 단어입니다. 글 좀 쓴다 하는 사람들도 아차 하면 틀린다는 마법의 단어. 바로 되다와 돼다입니다. 커녕이야 쓰는 빈도가 낮아서 틀릴 걱정도 없다지만 되다/돼다는 자주 등장하는 단어라 더 조심하게 됩니다.

사실 돼다라는 단어는 국어사전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국어사전에는 되다라는 단어밖에 없죠. 그럼 돼다라는 말이 틀렸을까요? 아닙니다. 돼다는 사실 '되다'의 어간 '-''-, -어라, --' 등이 붙어서 '되어, 되어라, 되었-'이 되고, 그것들을 줄여서 ', 돼라, -'가 된 말입니다. 됐다되었다를 줄여 쓴 말입니다.

그렇다면 되다는 어느 때에 들어가고, 돼다는 어느 때에 들어갈까요? 아주 쉬운 방법이 있습니다. /돼가 들어갈 자리에 하/해를 넣어서 덜 어색한 쪽을 쓰면 됩니다.

 

예시) 절단된 단면/절단됀 단면

둘 중 어느 쪽이 맞을까요? 한 번 하/해를 넣어 볼까요?

 

절단한 단면/절단핸 단면

어느 쪽이 덜 어색할까요? 누가 봐도 절단한 단면쪽이 덜 어색하죠. 그렇다면 절단된 단면이 맞는 표현입니다.

 

숙련됀 조교의 시범 (×)

숙련된 조교의 시범 ()

 

왜 안 됀대? (×)

왜 안 된대? ()

 

고기는 공장에서 가공되 햄이 된다 (×)

고기는 공장에서 가공돼 햄이 된다 ()

 

 

3 소냐? 쏘냐?

이대로 죽을소냐!/이대로 죽을쏘냐!

, 어느 쪽이 맞을까요? 정답은 쏘냐가 맞습니다. ~쏘냐는 어찌 그럴 리가 있겠느냐의 뜻으로 강한 부정을 나타내는 종결 어미입니다. 왠지 된소리(쌍시옷)이 들어가서 맞춤법에 안 맞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맞는 단어입니다. 틀릴 것 같은데 맞으니 더 헷갈리죠.

사실 종결 어미는 된소리(쌍자음)냐 아니냐가 많이 헷갈립니다. 윤도현의 명곡 중에 잊을께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노래방 애창곡이고, 실제로도 좋은 노래지만 사실 맞춤법에는 어긋납니다. ‘~가 아니라 ‘~가 맞거든요. 이번엔 쏘냐와 반대로 된소리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된소리가 아닙니다. 종결 어미 중에서 실제 된소리로 표기하는 어미는 ‘~’, ‘~(: 어찌 할꼬), ’~쏘냐정도밖에 없습니다.

 

너를 잊을께 (×)

너를 잊을게 ()

 

이대로 물러날소냐? (×)

이대로 물러날쏘냐? ()

 

 

4 든지/던지

 

그러든지 말든지 ()

그러던지 말던지 (×)

 

어느 것이 선택되어도 차이가 없는 둘 이상의 일을 나열함을 나타내는 보조사는 든지가 맞습니다. ‘네가 택시를 타든지 버스를 타든지 상관이 없다라고 말할 때는 든지를 써야 합니다. 하지만 던지도 엄연히 사전에 올라온 단어입니다. ‘-던지는 막연한 의문이 있는 채로 그것을 뒤 절의 사실과 관련시키는 데 쓰는 연결 어미입니다. ‘날씨가 얼마나 더웠던지 아스팔트가 녹았다같은 문장에 쓰입니다. 상관이 없을 때는 ‘-든지’, 상황이 대단할 때는 ‘-던지를 쓰면 되겠습니다. 참고로 /구분은 더 쉽습니다. 상관이 없으면 무엇을 하던 중일 때는 입니다.

 

 

5 대로

말하는 대로~’ 유재석이 부른 노랫말에서 대로는 띄어 써야 합니다. ‘~대로어떤 모양이나 상태와 같이를 뜻하는 의존 명사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계는 설명서대로 조립해야 잘 작동한다.’ ‘너는 너대로 갈 길을 가라.’ 같은 문장에서는 붙여 써야 합니다. 여기서 대로앞에 오는 말에 근거하거나 달라짐이 없음을 나타내는 보조사기도 하고 따로따로 구별됨을 나타내는 보조사.’기 때문입니다. ‘대로는 뜻에 따라 띄어쓰기가 달라진다는 점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정말 시킨 대로 했을 뿐이다 () 의존 명사

조리법대로 요리해야 한다 () 보조사

나는 나대로 할 일이 있다 () 보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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