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도서관 컴퓨터를 들어갔다 이상한 사이트를 찾았다. 크롬 새 탭을 열면 구글 검색창 밑에 여러 사이트가 나온다. 원래 네이버나 G메일 등이 자리잡은 그곳에 처음 보는 사이트가 있었다. Library Genesis라는 사이트였다. 혹시나 해서 모든 사이트에서 로그아웃한 후 접속했다. 들어가며 사이트 이름을 다시 생각했다. 직역하면 '도서관 창세기'가 된다. 창세기가 들어갔으니 종교 관련 사이트지 싶었다. 앞에 Library가 있으니 창세기 관련 서적을 모아놓은 사이트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라이브러리 제네시스는 그보다 더 중대한 사이트다.
척 보기에는 단순하다. 야한 그림이나 괴상한 광고 배너도 없다. 검색창과 메뉴만 덩그러니 있다. 속은 다르다. 사실 라이브러리 제네시스는 불법 도서 스캔본 공유 사이트다. 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가입하거나 포인트를 쌓을 필요도 없다. 이렇게 쓰니 광고처럼 들리지만, 이렇듯 너무나 간단히 저작권을 어길 수 있는 것이다.
위키피디아나 기타 글에 따르면, 라이브러리 제네시스는 학술 쪽으로 자료가 많다고 한다. 아마 출판물을 보고 싶은 연구자나 대학교재 솔루션을 원하는 대학생이 자주 이용한다는 모양이다.
혹시나 해서 요즘 사서 읽는 '돌파력'(Obstacle is the Way)을 검색했다. 1초도 되지 않아 자료가 나왔다. 몇 번 클릭하니 바로 pdf가 다운로드되었다. 알약으로 검사했지만 문제는 없었다. 실행하니 그 안은 실제 책이었다. 텍스트는 아니었고 스캔본이었다. 물론 확인하고 바로 삭제했다. 검색 메뉴로 돌아가니 라이브젠뿐 아니라 과학 기사, 픽션, 만화, 잡지 등이 있었다. 아까 돌파력을 검색해 들어가니 여러 미러 사이트들이 나온 것을 생각하면, 다른 사이트들 자료도 같이 검색이 되는 것 같았다.
나는 졸지에 정보의 바다를 발견한 셈이었다. 바다도 보통 바다가 아니라 해적들이 날뛰는 바다 말이다. 서적 관련해서는 세계 최고(?)의 대양이 아닐까. 매년 시상식을 여는 것도 아니니 최고인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거대한 바다였다. 흔히 저작권을 어기는 짓을 Piracy, 즉 해적질이라고 부른다. 저작권의 바다를 약탈하며 유유히 도망가는 사람들도 해적이라 칭한다. 군대 동기 중에 이런 해적질을 찬양하는 사람이 있었다. 모두 공짜로 즐길 것을 즐길 수 있지 않냐며. 나는 동기한테 그럼 창작자는 뭐 먹고 사냐며 반박했다.
나도 깨끗한 사람은 아니다. 와레즈와 프루나와 토렌트 시대를 살아왔고, 그만큼 내 손도 구정물이 뚝뚝 떨어진다. 누굴 비난할 자격은 없다. 비난할 자격이 없으니 비난하진 않겠다. 2015년에 한 정보제공 사이트가 여기를 고소했다는 소식으로 이 사이트에 대한 감상을 대신하겠다. 링크는 올리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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