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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다듬기 연습 2019.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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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기사 내용을 판단하지 않습니다.

본 기사는 아무렇게 골랐으며 성향과 무관합니다.

 

[사설] 정말 낯 두꺼운 사람들 (조선일보)

2019.08.02.

 

청와대 민정수석을 맡아 2년여간 학교를 떠났던 조국 서울대 교수가 팩스로 복직원을 내고 1일 복직했다. 조 교수는 이날 "나를 폴리페서(정치교수)라고 공격하는데 '앙가주망(현실 참여)'은 지식인과 학자의 도덕적 의무"라고 했다. 그는 "휴직도 복직도 모두 철저히 법률과 학칙에 따른 행위"라고 했다. 이명박 정부 이후 교수 출신 고위 공직자 11명의 이름을 열거하며 "이분들이 휴직할 때는 왜 가만히 있었는지 묻고 싶다"고도 했다.

 

현행법상 교수가 선출직 공무원을 맡으면 사직해야 하지만 임명직 공무원이 되면 휴직이 가능하다. 그러나 조 교수 휴·복직에 대해 여론은 물론 제자들 시선이 따가운 것은 법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조 교수는 과거 "학교에서 강의나 연구를 하지 않으면서 정치권 언저리를 도는 사람이 폴리페서"라며 정치권으로 간 동료 교수들을 여러 차례 가혹하게 비판했다. "정치를 위해 학교와 학생을 버린 교수"라는 표현도 썼다.

 

당시 그의 논리는 '이들이 사직하지 않음으로써 대학이 새로 교수를 충원할 수 없고, 그래서 그 피해가 학생과 동료 교수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였다.

 

조 교수가 학교를 떠나 있는 동안 서울대에서 조 교수가 그토록 비판한 그 일이 그대로 벌어졌다. 피해를 당한 학생들이 조 교수에게 사직해 달라고 요청했다. 조 교수는 "시간이 지나면 학생들도 나의 선택을 이해할 것이라 믿는다. 제자들의 양해를 구한다"고만 했다. '내로남불'에도 정도가 있다.

 

조 교수는 곧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된다고 한다. 그러면 또 휴직할 것이다. 좋은 자리는 돌아가면서 다 하고, 서울대 교수 자리는 보험으로 계속 갖고 있겠다는 계산이다. 서울대는 교수를 충원할 수도 없다. 피해는 학생들만 입는다. 이런 문제에 대한 비판이 나오면 조 교수는 "직진한다" "맞으며 간다" "앙가주망"이라는 등의 엉뚱한 말장난을 벌인다. 정말 낯 두꺼운 사람들이 많다.

 


2년여간

간이 사이를 뜻할 때는 의존명사라 앞말과 띄어 쓰지만, ‘동안을 나타낼 때는 접미사이므로 붙여 쓴다. 여도 그 수를 넘음을 뜻하는 접미사로 붙여 쓴다.

 

학교를 떠났던 학교를 떠난

‘-했던‘-‘-이 어색하지 않다면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에는 미완이라는 의미가 있는데 조 교수는 학교를 떠나긴 떠났으니 떠나던은 떠남이 미완임을 뜻해 어색하다. 떠났다가 복직했으므로 떠났던도 나쁘지는 않다.

 

나를 폴리페서(정치교수)라고 공격하는데

국립국어원은 폴리페서를 정치철새교수로 순화했다. 정녕 저 단어를 쓰고 싶은가?

 

현행법상

그것에 따름을 뜻하는 은 붙여 쓴다. 한자가 많은 것 같다면 현행법에 따라로 바꿔도 좋다.

 

휴직이 가능하다 휴직할 수 있다

가능하다‘possible’을 번역하며 생긴 번역체다. 문장 앞부분에 교수가라는 주어도 떡하니 있는데 굳이 휴직이 주어인 문장으로 방향을 틀 필요도 없다.

 

제자들 시선이 따가운 것은 법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제자들 시선이 따갑다. 법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시선 따가운 것 법의 문제로 명사가 3연타로 나온다. 문장을 잘라 형용사로 바꾸어 기운을 줘 봤다. ‘따갑다로 문장이 끝나면서 조 교수를 맞는 반응을 강조하고, 다음 문장에도 힘이 실린다.

 

이들이 사직하지 않음으로써 이들이 사직하지 않아

‘-함으로써‘-로 바꾸어야 더 깔끔하다.

 

충원할 수 없고, 그래서 그 피해가 충원할 수 없고, 그 피해가

그래서, 그리고, 그러나 등 접속사는 없앨 수 있다면 없애는 것이 좋다. 이 문장도 그래서를 없애면 뜻이 강해지니 글쓴이에게도 좋다.

 

피해를 당한

피해의 당하다를 뜻하므로 피해를 당하다는 겹말이라는 주장이 있다. ᄒᆞᆫ글 자동교정은 피해를 보다를 제시한다. 그런데 국어사전에는 피해를 당하다가 대놓고 나온다. 선택에 맡기겠다.

 

그러면 또 휴직할 것이다 또 휴직할 것이다

그러면을 빼도 무리가 안 간다. 뜻도 세진다.

 

이런 문제에 대한 비판이 나오면 이런 문제를 비판하면

번역체 ‘-에 대한을 바꾸어 봤다.

 

이라는 등의 엉뚱한 말장난을 이라는 등 엉뚱한 말장난을

가 말장난을 수식하지만, 없어도 방해가 되진 않는다.

 

낯 두꺼운 사람들이 많다 낯 두꺼운 사람이 많다

은 문장에 다수라는 뜻이 있으면 안 써야 깔끔하다. 영어는 복수 명사에 ‘s’를 반드시 붙여야 하지만 한국어는 필수까진 아니다. 본 문장에 이미 많다가 있으므로 은 빼도 좋다. ‘낯두껍다는 고려대 한국어대사전에만 있고 표준국어대사전엔 없다. 지금은 띄어 써야 한다.

 

기타

이 사설은 조국 한 사람을 비판한다. 그런데 사설 마지막은 낯 두꺼운 사람이 많다고 말한다. 한 명을 집요하게 비판하다 많다고 끝내니 힘이 빠진다. 갈 곳 없는 넋두리처럼 들린다. 고소를 피하고 싶어서 이렇게 썼다면 모를까. 정말 조국 교수를 비판하고 싶다면 낯 두꺼운 사람이다고 끝내야 기운도 더 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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