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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위키 (2)
'위키'라는 단어에도 저작권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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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의 저작권


  과일 키위는 몰라도 위키는 다들 압니다. 위키피디아, 나무위키, 디시위키, 리브레위키. 조금만 분량이 큰 게임, 드라마, 영화는 다 위키를 하나씩 달고 삽니다. 작은 위키까지 합치면 그 수는 엄청나겠죠. 사실 저도 위키 사이트를 티스토리에 하나 만들까 생각중입니다.


여기서 궁금합니다. '위키'라는 단어를 마음대로 써도 될까요? 상표나 저작권이 있는 단어는 아닐까요? 있다면 써도 될까요? 어디서 허락을 받아야 할까요?




'위키'의 어원




  위키wiki는 하와이어로 '빠른'을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하와이어로 제일 유명한 단어는 '알로하'라고 생각한 당신, 이제 순위를 바꿀 때가 되었습니다.



'위키'의 유래




  하와이에서 쓰던 말이 어쩌다 세계 인터넷으로 퍼지게 되었을까요? 모든 것은 90년대로 돌아갑니다. 당시 프로그래머 워드 커닝햄은 미국에서 참여형 사이트를 제작했습니다. 지금 위키백과나 나무위키처럼 여러 명이 편집할 수 있는 사이트의 조상님이죠. 커닝햄이 고백하길, 예전 하와이로 여행을 갔을 때 호놀룰루 공항 직원이 '위키 위키 버스'를 타라고 한 일을 떠올렸답니다. 위키 위키 버스는 호놀룰루 공항을 오가는 셔틀버스였죠. 커닝햄은 퀵웹(quick-web)보다는 낫지 않냐며 사이트 이름을 위키위키웹으로 정합니다. 위키위키웹은 지금도 운영중입니다(읽기만 가능).




  아시다시피 위키위키웹에서 시작한, '다수가 웹으로 편집, 추가, 삭제할 수 있는 사이트'는 위키피디아를 중심으로, 나중에 한국에선 엔하위키와 나무위키를 중심으로 널리 널리 퍼집니다. 하와이어 단어가 인터넷 사이트 양식을 뜻하는 말이 된 것이죠. 위키=위키백과로 생각하시는 분이 많지만, 완전히 같진 않습니다. 위키백과는 위키 스타일로 만든 백과사전이지 위키 그 자체는 아닙니다. 여럿이 편집하면 백과사전이 아니어도 위키입니다.




단어에 대한 상표권




  그래도 '위키'에 상표권이 있지는 않을까요? 우리가 일반명사라고 생각한 것들이 사실 상표기도 합니다. 아드레날린, 훌라후프, 지프 등은 너무 흔해서 보통명사 같지만 사실 상표이름입니다.


  고유명사가 유명해져 의미가 지나치게 넓어지면 보통명사로 취급받아 상표권이 사라지기도 합니다. 구글은 우리가 아는 검색사이트에서 뜻이 넓어져 '인터넷에서 검색하는 행위'마저 뜻하게 되었습니다. 검색해라(google it)고 말하는 사람이 늘었죠. 구글은 이제 보통명사가 아닌가 하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2017년 상표권 소송에서 법원은 '아직 야후 등 다른 사이트에서 '구글한다'고 하지 않는다'며 구글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상표권 침해를 결정하는 요소로 폴라로이드 팩터(Polaroid Factors)가 있습니다. 폴라로이드 팩터는 1961년 폴라로이드(Polaroid)와 폴라라드(Polarad)의 상표권 분쟁에서 유래했습니다. 두 상표가 헷갈리는지 구분하는 8가지 기준이며 상표권 분쟁에서 자주 사용합니다.


1) 확실함

상표가 구체적인가?

2) 유사성

두 상표가 얼마나 비슷한가?

3) 경쟁 접근성

두 상표가 같은 소비자를 노리는가?

4) 경쟁 접근 가능성

한 상표가 다른 상표가 있는 시장으로 진입할 수 있는가?

5) 소비자 혼동

실제 소비자가 두 상표를 혼동했는가?

6) 혐의자의 선의

혹시 실수로 비슷한 상표를 낸 건 아닌가?

7) 상대적 품질

한쪽 상표 상품이 다른 상표보다 품질이 아주 떨어지는가?

8) 대상 소비자들의 교양

대상 소비자가 전문적이어서 혼동을 피하지는 않는가?


  그러나 wiki는 일반 하와이어 단어로 아직 아무도 상표를 선점하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수많은 위키 사이트가 생격날 리 없겠죠? 상표권이 있다면 무수한 폐쇄의 요청이...



결론


  따라서 단어 위키wiki는 상표권이 없어서 마구 사용해도 되는 말 같습니다. '위키피디아'나 '나무위키'가 아닌 그냥 '위키'라는 단어만요. 여러분이 '운동화위키'나 '야자수위키'를 만들어도 되지만, 이름이 같은 위키가 없는지 보고 만드셔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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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위키 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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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게 생각하기 2.

나무위키 켜라





군대 선임은 애니메이션을 좋아해서 후임들에게 애니메이션을 보여줬다. 자기 PMP에 케이블을 생활관 TV에 연결해서 다 같이 감상한 것이다. 그중에는 <기어와라! 냐루코양>이 있었다. 거기서 주인공 냐루코를 맡은 성우 아스미 카나의 목소리는 금방 나를 사로잡았다.

 

아스미 카나


아스미 카나는 중성적인 목소리가 매력인 성우다. 나무위키에 가면 아스미 카나의 출연작들을 거의 다 볼 수 있다. 하지만 나도 나무위키가 불완전하다는 사실은 알았다. 그래서 영어 웹도 찾아보고 아스미 카나 소속사 사이트까지 가 봤다. 그러나 나무위키만큼 아스미 카나의 출연작을 많이 늘어놓은 사이트는 없었다. 심지어 소속사 사이트는 몇 년째 아스미 카나 출연작 업데이트가 되지 않은 상태였다(지금은 업데이트가 되어 있다).

 


여러분도 나도 인정하기 싫지만, 나무위키는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방면으로는 꽤나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진품(?) 위키인 위키피디아보다 자세하다. 위키피디아 아스미 카나 한국어 항목은 2014년까지만 출연작이 나오지만 나무위키는 2017년까지 정리되어 있다. 단순 텍스트 양도 차이가 난다. 위키피디아는 3430자인데 반해 나무위키는 12805자다. 나무위키가 거의 4배 많은 셈이다.

 


위키피디아 아스미 카나 문서와 나무위키 아스미 카나 문서



물론 위키피디아가 더 방대한 항목도 있다. 여러분 대학 리포트에 나무위키를 참고문헌으로 넣느니 위키피디아를 넣는 것이 훨씬 이롭다(물론 위키피디아도 넣으면 안 된다). 나무위키는 정확도도 떨어지고 사고도 많이 발생하고 게다가 조금 찐따같은 사이트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나무위키는 텍스트의 한계를 극복한 사이트다.

 

 


텍스트의 방향


글에는 방향이 있다. 우리나라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쓴다. 일본은 위에서 아래로 쓴다(다는 아니지만). 아랍어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쓴다. 알 자지라 같은 아랍 뉴스를 보면 뉴스 자막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지나간다.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텍스트는 방향이 있다. 거기다 순서가 있다. 글을 쓰려면 순서에 맞춰서 써야 한다. 철수 이야기를 하다가 영희 이야기로 갑자기 가면 독자는 어리둥절하다. 차선 변경할 때처럼 글을 쓸 때도 깜빡이를 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능 영어처럼 다음 문장 중 어색한 것은?’에 나오는 문장이 되어 버린다. 내가 좋아하는 작법서 중 하나인 <한승원의 소설 쓰는 법>에서도 한승원 선생님은 문장과 문장은 서로 이어져야 한다며 문장의 밀도를 강조했다.

 


나도 꼴에 작가 지망생이라고 글을 쓰는데, 매 문장을 연결시키려니 죽겠다. 가끔은 아무 상관없는 문장으로 도망가고 싶다. 이럴 땐 나무위키가 부럽다. 나무위키에는 각주와 취소선이 있다. 각주와 취소선은 일방통행으로 나아가는 텍스트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게 해준다. 특히 각주는 텍스트의 선형성, 고정성, 유한성을 벗어나게 해 준다.



 

나무위키 아스미 카나 문서의 각주




내가 한 말 아니다. 김정운의 <에디톨로지>에 나온 말이다. 저자는 당연히 논문의 각주를 예로 들었다. 나무위키의 각주는 논문 각주에 비해 잡다하고 불필요하다. 일부 문서를 제외하면 아무나 고칠 수 있다. 심사 받다가 앰뷸런스에 실려가는 대학원생들이 쓰는 각주에 비하면 나무위키 각주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나 일방통행 텍스트에 숨통을 트인다는 점에서 두 각주는 같다.

 


<에디톨로지>는 창조의 비결을 담은 책이다. 읽어봐라. 재밌다. 그런데 저 각주 부분을 읽으면서 나는 나무위키가 떠올랐다. 불쾌했다. 김정운 선생의 말이 맞다면, 모두 나서서 꺼라고 하는 나무위키는 텍스트의 방향성을 극복함으로써 창조성에 도움이 되는 사이트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쩌란 말인가? 현실은 불쾌하고 씁쓸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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