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게 생각하기 1.
해왕성은 억울하다
2006년 세계천문협회는 새로운 행성의 기준을 발표한다. 첫째, 태양 주위를 공전하고. 둘째, 충분한 자체 중량을 지닌 구 형태이며. 셋째, 공전 궤도 안에 비슷한 다른 천체가 없는 천체가 행성이라는 내용이었다. 명왕성은 세 번째 기준을 지키지 못했고, 따라서 행성에서 탈락해 왜행성이 되었다. 134340이라는 멋진 죄수번호(?)도 얻었다.
명왕성이 백의종군(?)을 하고 한동안 난리도 아니었다. 명왕성을 기리는 노래에 다큐멘터리에. 모두 명왕성이 궤도에서 사라지기라도 한 듯 호들갑을 떨었다. 학생들은 좋아했을지도 모르겠다. 수금지화목토천해명에서 한 글자를 덜 외워도 되었으니까.
그런데 나는 해왕성을 이야기하고 싶다. 아무도 해왕성은 이야기하지 않는다. 해왕성의 기분을 헤아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명왕성이 행성에서 내려온 날, 해왕성은 얼마나 어이가 없었을까. 질량이 줄어든 것도 색이 바뀐 것도 아닌데, 오히려 계급이 강등되었는데도 더 애정을 받다니.
이제 해왕성이 꼴찌다. 톰보가 명왕성을 발견한 1930년부터 2006년까지 해왕성은 자기보다 바깥인 행성이 있다는 사실에 안심했다. 누군가는 이기적이라 손가락질하겠지만 세상 사람이 다 그렇다. 반대로 꼴등에게 박수를 치자는 놈이 위선자다. 그런 사람은 둘 중 하나다. 자기는 절대 꼴등할 일이 없거나, 절대 1등할 일이 없거나. 전자는 승자의 여유고 후자는 같이 죽자는 심보다.
‘패자에게 박수를’, ‘약자에게 온정을’이라는 슬로건이 낳은 것들을 봐라. 소수자를 위한다는 원내정당이 벌인 짓과 여성이 약자라면서 페미니스트들이 벌인 짓들을 봐라. 이들은 탈락한 명왕성에 눈물을 흘릴 뿐이다. 이들, 아니 인류에게 마지막 궤도라는 프리미엄은 엄청나다. 과연 목성과 토성이 행성에서 탈락했어도 2006년만큼 격한 반응이 나왔을까.
해왕성은 억울하다. 명왕성은 궤도가 비틀어진 탓에 248년 중 20년은 해왕성보다 안에서 공전한다. 해왕성은 추측으로 모습을 드러낸 행성이다. 천왕성 궤도가 예상과 다른 것을 안 과학자들이 천왕성 바깥 행성을 추측했고 1846년 해왕성이 지구인들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해왕성 역시 예상과는 다르게 돌았고, 그렇게 명왕성을 가늠해서 찾아냈다. 다만 예상과 다른 궤도는 명왕성 책임까지는 아닌 것으로 과학자들은 추측한다.
유니세프나 난민기구 광고는 참 보기 불편하다. 늘 아사 직전의 여자아이가 펑펑 운다. 그 아이는 물론 도움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런 의문이 든다. 과연 저 광고에 몸 성한 아저씨가 전쟁으로 집을 잃었다고 펑펑 울어도 기부금이 그만큼 갈까. 여자, 아이들을 내세우는 광고는 아직 사람이 약자 컴플렉스에 시달린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약자가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저 사람이 진짜 약한지, 약자를 챙기느라 무고한 피해자를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혹시 꼴찌만 동정하느라 뒤에서 2등은 놓치고 있지 않은지 다시 생각하자는 이야기다. 그래야 248년 중 20년은 꼴찌인데도 무관심을 한 몸에 받는 해왕성 같은 사람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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