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찬범의 파라다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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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10 (2)
KBS에서 닥터후 10시즌 방영, 관전 포인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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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마스 에피소드가 3달 넘게 남은 현재, 지친 한국 후비안들에게 희소식이 들렸습니다. KBS에서 금요일 밤마다 방송하는 해외걸작드라마가 다음 주부터 닥터후 시즌 10을 방송하기로 한 겁니다. 이미 편성표부터 닥터후를 예고했고, 바로 어젯밤 ITV 방송국의 <경감 메그레>를 이어 닥터후 시즌10 예고편을 방송했습니다. 파업 사태와 외화 시청률 감소로 닥터후를 방송할 수나 있을까 걱정하던 차라 더 기쁩니다.


  KBS의 닥터후 사랑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개편 기념으로 KBS 2TV가 닥터후 뉴 시즌 1을 재빨리 수입해서 방송했습니다. 아마 별 생각 없이 당시 BBC가 방송하던 드라마를 수입했을 테지만 생각보다 인기가 좋았습니다. 저도 그 2005년 닥터후를 보고 닥터후 라이프를 시작했습니다. 그 이후 KBS는 닥터후를 매 시즌 방송했습니다. BBC보다 1~2년 늦게 방송할 때도 있었지만 시즌 9처럼 겨우 1~2주 차이로 방송한 적도 있습니다. 다른 외화는 실제 본국 방송보다 간격이 늦고 <로스트> 같은 드라마는 몇 시즌만 하다가 감감 무소식인데, 닥터후는 KBS가 많이 신경 쓰는 편입니다.


  이미 예전 포스트에서 닥터후 10시즌이 실망스럽다고 적었습니다만 그래도 닥터후는 닥터후입니다. 팬으로서 공중파 방송이 닥터후를 방송하니 발 닦고 TV 앞에서 기다려야겠습니다. 이미 다 본 에피소드이지만 더빙으로 보면 또 다릅니다. 과연 이번 KBS 닥터후 방송의 관전 포인트는 무엇일까요?




1. 성우들의 더빙


시즌 10의 새 동반자. 빌 포츠



  이번 시즌 10에서도 설영범 성우가 12대 닥터를 맡아 호연을 보여줄 것이 확실합니다. 닥터후 시즌 8이 KBS에서 방송하기 전부터 닥터후 월드 투어에서 설영범 성우가 12대 닥터를 연기할 것이 예고되었습니다. 설영범 성우는 까칠하면서도 따뜻한 12대 닥터의 매력을 잘 살려서 연기했습니다. 9대 닥터를 맡은 이정구 성우가 실제 제작자한테 '내가 생각하던 목소리'라고 극찬을 받은 이래 닥터를 맡은 성우들은 정말 혼신의 목소리 연기를 들려주었습니다. 10대 닥터를 맡은 김승준 성우는 커리어에 한 획을 그었고 11대 닥터를 맡은 김일 성우도 <The Time of the Doctor>에서 재생성하는 11대 닥터를 잘 표현했습니다. 설영범 성우는 이미 두 시즌에서 훌륭한 연기력을 보여줘서 걱정이 없습니다.


  시즌 9에서 클라라 오스왈드가 떠난 닥터후는 이번 시즌부터 다른 동료들이 나옵니다. 당돌한 여성 빌 포츠와 능글맞은 나돌입니다. 나돌은 2015년 크리스마스 에피소드에 먼저 나왔고, 그 에피소드는 KBS에서 더빙 방영한 바 있습니다. 캐스팅이 바뀌지 않는다면 시즌 10에서 나문석 성우가 더빙할 겁니다. 빌 포츠는 시즌 10부터 나오는 새 주연이라서 어느 성우분이 더빙할지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오랜만에 성우계에 복귀한 최덕희 성우나 레전드 정미숙 성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빌 포츠를 연기한 펄 맥키가 목소리가 낮고 걸걸한 편이라서 조금 침착한 목소리를 가진 성우가 더빙했으면 합니다.


  시즌 마지막에 나온 과거 마스터도 누가 더빙할지 궁금합니다. 2007년에 처음 나온 마스터는 당시 故 오세홍 성우가 더빙했습니다. 오세홍 성우가 돌아가셨으니 다른 성우가 더빙할 텐데 그 성우는 어떤 식으로 캐릭터를 해석할지 기대됩니다. 아래에 얘기하겠지만 만약 KBS가 시즌10이 끝나고 크리스마스 에피소드까지 연속으로 방송한다면 1대 닥터나 13대 닥터는 누가 맡을지도 관심사겠습니다.



2. 편집될까?


  KBS는 닥터후를 열심히 방송했지만, 모든 에피소드와 장면을 방송하지는 않았습니다. 대표적으로 2010년 크리스마스 에피소드는 아예 방송하지도 않았습니다. 크리스마스 에피소드가 본 시즌에 속하지는 않고 스토리와 큰 상관이 없어서 방송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팬으로서는 아쉽습니다. 그래도 KBS는 재생성 에피소드 등 스토리와 관련이 있는 크리스마스 에피소드는 잘 방송해 줬습니다. 안타깝게도 예고편을 보면 이번 시즌10은 작년 크리스마스 에피소드를 생략하고 내보낼 것 같습니다.


  또 KBS는 장면을 편집하기도 합니다. 시즌 3에서 마스터가 음악을 틀어놓고 닥터를 놀려먹는 장면이나 시즌 5 마지막화에서 에이미가 박물관에서 로리가 천 년 넘게 살아온 장면을 보는 장면이 통편집되었습니다. 심의에 어긋나지도 않는데 왜 날아간 것인지, 아마 분량 문제겠지만 중요한 프로그램이 다 끝난 야밤에 방송하는데 분량이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번 시즌은 KBS가 그냥 넘어가기엔 좀 민감한 장면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빌 포츠의 동성애 관련 장면입니다. 닥터후는 본국 영국에서도 토요일 저녁에 방송하는 드라마라 야하거나 잔인한 장면은 없습니다. 빌 포츠도 자신이 동성애자임은 말로만 좀 하고 그렇고 그런(?) 짓은 하지 않습니다. 마지막화에 여자와 키스하는 장면이 있지만 말 그대로 키스뿐입니다.


  KBS는 닥터후를 15세 시청가로 방송해 왔습니다. 영국은 아이들도 보는 드라마를 왜 15세로 잡았는지, 귀찮아서 그냥 높게 잡지 않았나 의심을 해 봅니다. 그럼에도 아직 동성애는 국내 방송에서 민감한 주제입니다. 한밤중 15세 시청가라도 동성애는 편집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다만 닥터후 팬으로서 동성애 발언 때문에 아예 방송조차 못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방송이라도 해서 다행이라고 할까요?



3. 크리스마스 에피소드와 13대 닥터


  KBS가 방송을 쉬지 않는다면(시즌 9는 추석이 겹쳐서 특집 프로그램으로 몇 주 휴방했습니다) 마지막화는 12월 1일에 방송됩니다. 2015년 시즌 9가 끝났을 때는 거의 크리스마스라서 KBS는 아예 크리스마스 에피소드까지 더빙 방영했습니다. 아마 12월 29일 정도로 기억합니다. 12월 1일과 12월 25일은 좀 간격이 크지만 어쩌면 올해도 같은 일이 벌어질지 모릅니다. KBS가 닥터후 시즌 10을 방송하고, 몇 주 후 같은 시간이나 크리스마스 특집으로 야밤에 올해 크리스마스 에피소드를 방송하는 겁니다. 개인적으로 제발 방송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크리스마스 에피소드는 12대 닥터의 마지막 에피소드면서 1대 닥터가 나오는 에피소드이면서 문제의 13대 닥터가 나오는 에피소드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만약 만약 크리스마스 에피소드를 방송한다면 설영범 성우의 마지막 닥터 연기와 누군가가 맡은 1대 닥터의 연기를 듣게 됩니다. 그리고 13대 닥터를 맡은 성우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크리스마스 에피소드에서 13대 닥터는 길어야 몇 분 나올 테니 아무 성우나 맡을 수 있습니다. 시즌 1을 방송했을 때고 마지막화에 잠깐 나온 10대 닥터는 다른 성우가 맡았고, 정식으로 시즌 2를 방송할 때부터 김승준 성우가 더빙했습니다. 그래도 희망은 할 수 있지 않습니까?



  KBS가 방송하는 해외걸작드라마 닥터후 시즌 10은 다음주 금요일 9월 15일 밤 12시에 KBS 1TV에서 방송됩니다.





아직 사진은 <경감 메그레>지만, 편성표는 확실히 닥터 후다.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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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후 시즌 10, 생각보다 실망스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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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드라마에 불만이 하나 있다면, 너무 짧다는 겁니다. 웬만한 미국 드라마는 한 시즌이 23편인데 영국 드라마는 길어야 열 편이고 짧으면 아예 두세 편입니다. 천만다행으로 닥터후는 한 시즌에 열 편은 넘습니다.


  편수도 적은데다 2016년 크리스마스 에피소드를 빼고 방영되지 않은 닥터후는 그래서 더 기대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닥터후는 4월에 시즌 10을 시작했습니다. 케미 끝판왕 클라라 오스왈드를 떠나보내고 새로운 동반자 빌 포츠와 함께하는 시즌이자, 12대 닥터의 마지막 시즌이어서 더욱 기대가 컸습니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큰 탓이었을까요. 호불호가 갈리던 9시즌부터 예고된 걸까요. 시즌 10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9시즌은 호불호는 갈렸지만 에피소드마다 내용물은 꽉꽉 찬 반면 시즌 10은 뭔가 헐거웠습니다.






이번 시즌에서 닥터와 함께 모험한 빌 포츠



 시즌10에서 닥터의 친구가 된 빌 포츠는 클라라의 빈자리를 채우지 못했습니다. 다만 배우 펄 맥키한테는 잘못이 없습니다. 연기력은 좋았습니다. 클라라의 빈자리가 너무 커서 누가 들어와도 충분치 않았을 겁니다. 지난 시즌까지 클라라는 닥터와 긴밀한 사이였습니다. 9시즌에서 닥터는 클라라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했습니다. 그럼에도 둘은 너무 죽이 잘 맞아서, 둘은 서로 뭉쳐서 파괴하는 사이로까지 발전했습니다. 결국 둘은 헤어지고 말았죠. 극단까지 치닫은 동반자가 헤어졌으니 어떤 캐릭터가 그 자리를 채우겠습니까. 마치 로즈 타일러의 빈자리를 채우지 못한 마사 존스 같습니다. 빌 포츠는 소시민 캐릭터입니다. 외계인도 처음 보고 괴물이 나오면 일일이 놀라 줍니다. 닥터와 혼연일체이던 클라라와는 방향이 다릅니다만 식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거기다 빌 포츠가 동성애자라는 사실도 분위기를 싸하게 만들었습니다. 캡틴 잭은 심지어 종족을 초월한 사랑을 했지만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각본이 굳이 그걸 끄집어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빌 포츠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은 각본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미미한데도 굳이 대사로 드러냅니다. 동성애는 괜찮습니다. 동성애를 줄거리로 삼아도 괜찮습니다. 그러나 동성애를 굳이 강조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나쁜 남자 나돌



  빌 포츠보다는 나돌이 괜찮았습니다. 나돌이야말로 이번 시즌의 영웅입니다. 재작년 크리스마스 에피소드에서 나돌은 바보 캐릭터로 등장했습니다. 올해부터는 무슨 멋이 들었는지 나쁜 남자 캐릭터가 되었습니다. 시니컬하고 유머 감각도 있는 나돌은 심지어 닥터보다 재미있는 캐릭터였습니다. 시즌 종료 이후에 빌을 찾는 사람과 나돌을 찾는 사람이 비슷했습니다. 나돌이 지닌 인기를 아시겠죠.





  에피소드도 조금 별로였습니다. 1화는 캐릭터와 설정을 소개하니 괜찮다 쳐도, 2화부터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예전 닥터는 인간을 죽이는 로봇은 무슨 사정이 있어도 작동을 중지했을 겁니다. 그런데 이번엔 인간을 적대하는 로봇을 새 종족으로 인정해 줍니다. 그밖에도 차별이나 소수자를 간간이 언급합니다. 최근 논란이 되는 차별, 혐오 문제가 생각이 났습니다. 차별이 아닌 것도 차별로 보고 혐오가 아닌 것도 혐오로 보는 잘못된 시선이 닥터후에 숨지는 않았나 걱정이 들었습니다.


  수도승 3부작은 용두사미였습니다. 스티븐 모팻이 시작한 첫 편은 괜찮았습니다. 앞으로 남은 두 편을 기대하게 했습니다. 두 번째 편도 좋았습니다. 닥터후에 흔치 않은 3부작이다 보니 신선했습니다. 그러나 3편 결말이 생뚱맞았습니다. 이 줄거리에 3편을 쓸 필요가 있었을까요?


  닥터후는 각 시즌마다 시즌을 관통하는 줄거리와 떡밥이 있습니다. 이번 시즌 떡밥은 미시였습니다. 미시가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착한 마음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닥터는 미시를 방에 가두고 지켜봅니다. 시즌 초반에는 그 방만 나왔습니다. 시청자로 하여금 방에 누가 있는지 궁금하게 만들었습니다. 닥터후 팬들은 떡밥과 미스터리라면 질리게 당한 지라 여러 예측을 했습니다. 의외로 많은 팬들이 미시가 방에 있다고 예상했고 맞았습니다. 시즌 중반에 어쩔 수 없이 미시가 나왔습니다. 차라리 방의 비밀을 시즌 끝까지 밀고 갔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습니다. 이렇게 중간부터 비밀이 드러나고, '미시가 착해질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남은 시즌을 유지합니다. 저만 그런지는 몰라도 시즌을 관통하는 떡밥이 시즌 중간에 바뀌다 보니 긴장이 풀리는 것 같습니다.



11화 홍보 이미지. 50주년 두 닥터의 포즈를 마스터가 대신 취하고 있다



  마지막화에는 미시가 최종 테스트를 받습니다. 그 과정에서 마스터가 등장합니다. 시청자는 예고편 등으로 마스터가 나온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끝까지 숨겼다면 더 충격이 컸을 겁니다. 마스터는 최고였고 마스터가 나온 마지막 에피소드도 최고였습니다. 이 에피소드만으로 10시즌 전체를 용서할 수 있습니다. 사이버맨의 기원을 설명하고, 닥터후 역사상 최초로 마스터끼리 만나고, 아마 역사상 최고로 닥터가 몰락하고 심적으로 고생했습니다. 활기찬 우주/지구 구하기 모험이 아닌, 마치 스릴러 영화를 방불케 했습니다. 10시즌 모든 에피소드는 마지막 두 편을 위한 예고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결국 10시즌, 12대 닥터의 마지막 시즌이자 스티븐 모팻이 맡은 마지막 시즌은 12편으로 끝이 났습니다. 처음엔 기대했고 중간엔 실망했고 마지막엔 열광했습니다. 그래도 12대 닥터를 이렇게 떠나보내다니 아쉽습니다. 실망을 반영하듯 시청률도 큰 폭으로 떨어졌습니다. 이래서야 11시즌은 발 뻗고 보기가 어려워졌습니다. 그러나 닥터후 팬들은 압니다. 모든 시즌 모든 에피소드가 재밌을 수는 없습니다. 물론 팬이니까 재밌기를 바라지만, 54년짜리 드라마를 보다 보면 재미가 있든 없든 역사가 됩니다. 한 서양 팬이 말했습니다. 닥터후는 좋아하는 가수의 앨범집 같은 거라고. 어떤 앨범은 훌륭하고 어떤 앨범은 실망스럽지만 그 가수 작품이라고(그래도 드라마는 재밌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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