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에서 문자를 보냈습니다. '군대는 갔다 왔는데?' 하며 보니 폭염 특보였습니다. 아니, 아직 초복도 안 왔는데 폭염이라니. 원래 환경 운동가들을 보면 비웃었는데, 슬슬 지구가 걱정되네요. 지난 주에는 닥터후 소식이 꽤 많이 나왔습니다.
첫째. 시즌 11 사진이!(기사링크)
샌디에이고 코믹콘에 들뜬 쪽은 팬만이 아닌가 봅니다. <Entertainment Weekly>라는 잡지도 코믹콘을 맞아 행사를 빛낼 여러 드라마와 영화를 취재했는데요. 그중에서 닥터후는 무려 표지에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무심하게 이쪽을 보는 닥터가 조금 이상하군요. 여러 자세를 잡던 이전 닥터보다 성격이 조용한 걸까요. 누가 뭐래도 닥터는 10초를 가만히 있지 못하는 외계인인데 말이죠.
표지뿐 아니라 인터뷰 기사와 시즌 11 스틸 사진도 나왔습니다. 사진은 크게 볼 것이 없습니다. 닥터와 새 동반자들 사진입니다. 그 와중에 칩널의 인터뷰가 조금 논란이 되었습니다. 칩널은 왜 여성 닥터를 만들었냐는 질문에 ‘닥터후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세상에 뒤처졌을 것이다. 닥터후가 나서서 이끌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정치적 올바름으로 해석하기 쉬운 말이죠. 이 이야기는 시즌을 다 보고 풀어내야 할 것 같네요.
둘째. 시즌 11 예고편이!(유튜브링크)
지난주 한 가지 소식이 닥터후 팬을 들끓게 했습니다. 바로 2018 러시아 월드컵 결승전에 닥터후 예고편이 나온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소문이 맞은 셈이었죠. 저도 어젯밤 예고편을 기다렸습니다.
그렇게 나온 예고편은… 솔직히 실망스러웠습니다. 길이가 1분도 되지 않았는데, 닥터후를 전혀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시즌 11에 나올 세 동반자가 밥을 먹고 친구와 놀고 신문을 읽는데 닥터가 잽싸게 지나갑니다. 그리고 모습을 드러내며 예고편은 끝납니다.
사실 영상은 티저(teaser)에 가깝습니다. 말 그대로 무슨 내용인지 살짝만 보여줘서 안달 나게 만드는(tease) 영상이죠. 그런데 이번 영상에는 그 ‘살짝’도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전국 시청자가 보는 앞에서 ‘와! 이건 타디스! 와! 외계인!’처럼 대놓고 보이면 새 시청자를 끌어모으기 어렵겠죠. 모르는 사람을 끌어모으려면 조금 평범할 필요가 있으니까요. 그러나 내용이 닥터후와는 거의 관련이 없습니다. 어느 시청자는 피자 광고인 줄 알았다네요.
다행히 목요일에 코믹콘과 더불어 새 소식과 자료를 공개한다고 하니, 지금은 분노를 잠재우고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덤. 살라맨더가 나올까?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전설과 같은 공상과학 영화입니다. 영화는 60년대에 찍었지만 배경은 제목처럼 2001년인데, 옛날 사람이 내다본 21세기는 정말 최첨단이었습니다. 우주선이 여객기처럼 날아다니고 달에 기지를 세우고, 인간과 같은(그래서 더 무서운) 인공지능이 우주선을 조종할 거라 그때 사람들은 생각했죠.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2001년에서 17년이 지났음에도 달에는 사람이 안 살고 우주선은 가물에 콩 나듯 날아다니며 인공지능은 그 정도까지 똑똑하지 못합니다.
잘못 내다본 미래는 닥터후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특히 2018년이 되면서 2018년이 배경인 닥터후 에피소드가 화제입니다. 바로 1967년 방영한 <The Enemy of the World>입니다.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2대 닥터, 제이미와 빅토리아는 타디스를 타고 2018년으로 갑니다. 2018년 세계는 국가보다는 여러 구역(Zone)으로 나뉘어 통치하는데, 라몬 살라맨더는 다음 세계 지도자로 기대를 받는 인기 정치인입니다. 이미 여러 기술로 기근 같은 문제를 해결해 명성이 아주 높은 살라맨더는, 그러나 속이 검은 남자입니다. 정적을 죽이는 데 아무 거리낌이 없고, 정치를 위해서라면 지진을 일으켜 무고한 시민을 거침없이 죽게 합니다. 그런데 살라맨더는 2대 닥터와 생김새가 거의 똑같습니다(2대 닥터 배우가 1인2역을 합니다). 2대 닥터와 일행은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닥터는 반강제로 살라맨더를 연기해야 합니다. 과연 닥터는 살라맨더의 음모를 끝낼 수 있을까요?
67년엔 2018년이 아주 멀었겠지만, 이제 2018년입니다. 세계는 아직 국가 단위로 나뉘고, 살라맨더도 없습니다. 닥터후는 이걸 설명할까요? 한다면 어떻게 할까요? 아주 좋은 핑계 중 하나는 ‘바뀐 역사’입니다. 그냥 시간여행을 자주 하다 보니 역사가 이리저리 바뀌어서 없던 일이 되었다고 하면 끝입니다. 시간여행 드라마가 이래서 편하죠. 그래도 좀 기발한 설명이 나왔으면 재밌을 것 같습니다. 역사가 바뀌었는데, 이번엔 13대 닥터와 똑같이 생긴 여자 살라맨더가 나온다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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