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둥의 좌굴
음... 뭐라고?
완전 바보 아냐?
알았어. 끊어.
오늘은 분위기가 이상하네
싸우기라도 했어?
군대 간 오빠예요.
며칠 후에 휴가를 나오는데
발목을 다쳤대요.
그래? 모처럼 휴가인데
다친 상태면 많이 아쉽겠네.
그건 그렇고
남매는 서로 증오한다는 속설이 사실이네
오빠가 바보짓을 한 걸 어째요
다 마신 음료수 캔을 밟다가
발이 삔 거래요
무슨 양파맛 음료수라고 했는데...
양파맛?
그걸 음료수라고 부를 수 있나?
아무튼 빨리 나았으면 좋겠다
마침 깡통 하니까
재료역학이 또 하나 떠올랐어.
건물을 깡통으로 짓지는 않는데요.
하지만 밟혀 찌그러진 깡통을 보면
재료역학에 대한 영감을 얻을 수 있지
지금까지 배운 재료역학에선
재료에 인장이나 압축을 가하면
항복응력을 거쳐 인장응력까지 다다른 다음
네킹되고 파단했어
그 재료시험은 전부
재료가 똑바로 압축되고 인장되는 시험이었지
그런데 우리가 밟은 깡통을 잘 보면
그 표면은 똑바로 압축되지 않고
꼬불꼬불한 모양이야
재료시험과는 전혀 다르지
캔은 얇잖아요
밟으면 종이가 접히듯이 차곡차곡 찌그러지죠
우리가 생각할 게 그거야
재료, 특히 길고 가는 재료를 압축하면
똑바로 압축되는 경우보다
옆으로 홱 꺾여 부러지는 경우가 많지
건물도 길고 가는 부분, 특히 기둥에서
이런 일이 많이 생길 거라고 생각할 수 있어
이런 현상을 좌굴(Buckling)이라고 부르지.
기둥은 일반적으로
압축응력이 커져서 파괴되는 것보다
좌굴로 파괴되는 것을 더 조심해야 해
왜죠?
왜긴. 순수 압축으로 파괴하는 응력보다
좌굴로 파괴하는 응력이 작기 때문이야.
그럼 우리가 할 일은
좌굴을 일으키는 하중/응력을 찾아내는 거겠죠?
좌굴모델
제일 간단한 기둥을 생각해 보자
아래는 핀, 위는 롤러로 지지한 기둥이야
땅에 장승처럼 박힌 기둥을 생각했는데요
그건 나중에 다뤄볼 거야
우선 이것부터.
이 기둥이 하중 P를 받아 좌굴한다면
이런 모습이겠지
이때 하중을 제거하면 어떻게 될까?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을까요?
하중이 너무 컸다면 아예 휘어버려 돌아가지 않을 거고요.
마치 용수철 같은 거동이지?
그래서 우리는 아주 간단한 좌굴모델을
이렇게 설정할 거야
기둥 두 부분이 중앙에서만 꺾이고
중앙에 있는 '회전 용수철'이 그걸 버티고 있는 모습이지.
회전 용수철이요?
용수철은 누르고 당기는 것만 있지 않아.
돌리는 걸 방해하는 용수철도 있지
네가 쓰는 도구나 기계에도 은근히 많을걸?
아무튼 회전 용수철도 우리가 아는 용수철처럼
적당히 돌아가면 놓여 원모습으로 돌아가겠지만
너무 돌리면 아예 변형할 거야
실제 기둥으로 치면
휘지 않고 평평한 기둥과
결국 휘어버린 기둥이겠지
우리가 원하는 건 휘게 만드는,
즉 좌굴하게 만드는 하중이야
안 휨과 휨의 경계에 있으니
임계하중(Critical Load)라고 하자.
생긴 모양은 그냥 자유물체도 같은데
여기서 그걸 알아낼 수 있나요?
그럼!
자유물체도니까 힘평형, 모멘트 평형식을 세울 수 있어.
이 모델의 윗부분만 떼어서 보자.
위에서 P가 내려오니까 자연히 아래에선
반대방향 P가 있겠지
수평합력은 아예 없고,
용수철이 모멘트를 가하고 있을 거야.
모멘트 크기를 모르잖아요.
아차. 이걸 말 안 했네.
용수철 훅의 법칙 F=kx 알지?
회전용수철도 비슷한 법칙이 있어
M=2βθ.
θ는 회전각이고
β는 회전강성도야.
왜 2가 들어가는지는 지금 묻지 말자.
힘 합력은 계산했으니까
남은 건 모멘트 평형식인데...
기준점은 윗점 아니면 아랫점
그런데 말이죠.
P가 가로로 얼마나 떨어졌는지를 모르는데요.
그건 융통성 있게 넘어가자
이 휜 재료와 수직선이 각각
부채꼴의 반지름이라고 가정하는 거야.
어차피 재료는 철, 알루미늄이야
아주 조금 휘었겠지
그래요?
그럼 반지름 곱하기 중심각이니까
θL/2네요.
그럼 모멘트 평형식을 써 볼게요
아랫점을 기준으로 하고 시계 반대방향을 +로 할 때
식이 이렇게 나오네요.
좋아.
아까 말한 회전용수철 법칙 속 M에
우리가 구한 M을 넣어보는 거야.
식이 나왔네요. θ를 양변에 나눌 수 있으려나.
나눌 수 있어.
0이면 좌굴하지 않았다는 말이잖아?
그런 경우는 제외해야지.
그럼 이렇게 되고.
P는 4β/L이네요.
실제 재료엔 용수철이 없으니
모델엔 맞는 식일지 몰라도
기둥 하나를 가져다놓고 임계하중을 구하라면
구하진 못하겠네요.
그래.
하지만 다음에 조금 진지한 좌굴에서는
오히려 쉽게 해달라고 빌지도 모른다구?
좌굴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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