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찬범의 파라다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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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드 (1)
머도기닷! 스트리머 머독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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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들은 시대구분을 좋아한다. 그러니 나도 구분해 보겠다. 트위치 스트리머 머독의 시대는 둘로 나뉜다. 대정령과 관련 있던 시대와 선을 끊은 시대. 본인한테는 미안하지만 나에게 BJ 머독이란 대정령의 꼬리표 같은 존재였다. 마치 머독이 모아드라는 이름으로 우왁굳 밑에서 활동했을 때처럼. 그때도 나에게 모아드는 우왁굳 클럽 일원 중 하나였다.

 


 

머독이 모아드이던 시절은 모른다. 방송을 안 봤다. 개복어나 크헐헐 방송도 볼까 말까 했는데 모아드를 왜 본다는 말인가. 난 오로지 우왁굳만 봤다. 그래서 훗날 머독 방송을 봤을 때도 그 사람이 모아드였다는 점은 나중에 알았다. 듣기로는 방송에서 영화를 틀다가 정지를 먹었다나. 그래서 이름을 가상밴드 캐릭터에서 따와서 머독이라고 했다나. 머독의 과거는 나보다 나무위키가 잘 알 것이니 그리로 가는 것을 추천한다.

 

내가 처음으로 본 머독 영상은 머독을 잡아라였다. GTA5에서 시청자들을 모아놓고 자신이 살아남는 방송이다. 사실 머독을 잡아라는 재미는 있지만 별로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작년 여름, ‘머독을 잡아라녹방을 보던 도중 어머니가 호흡곤란으로 응급실에 실려 가셨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호흡곤란이 머독 탓은 아니다. 나도 안다. 그래도 머독을 잡아라, 일명 머잡이야기만 나오면 기분이 이상해진다.

 

머잡은 머독의 방송 스타일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시청자들한테서 도망가면서 온갖 욕설과 조롱을 날리는 머독. 시청자한테 따라잡히자 거품을 물면서(비록 캠 화면은 없었지만 충분히 그랬을 것이다) 살려달라고 비는 머독. 다시 도망갈 기회를 잡고 잡아봐, 등신들아!’를 외치는 머독. 결국 폭발에 휘말려 죽으면서 목청껏 비명을 지르는 머독. 극도의 시끄러움 사이에 간간이 극도의 여유가 끼어들어간 머독. 그 에너지만은 다른 방송인보다 훨씬 대단하다.

 


대정령이 불미스러운 일로 방송을 그만두고(그리고 복귀하고) 나는 머독 방송으로 발길을 옮겼다. 처음 나는 머독을 대정령의 대용품으로 보았다. 머독은 대정령과 방송을 많이 진행했기 때문에. 식혜가 떨어지고 수정과를 마시듯이 나는 머독을 봤다. 근데 그거 아는가? 수정과가 더 맛있었다. 아프리카 엑소더스 과정에서 머독도 트위치로 집을 옮겼는데, 트위치 첫날 방송을 보다가 문득 깨달았다. 나는 아직도 머독을 대정령 대체재로 보고 있었구나. 수많은 도네이션 행렬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도네이션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머독은 독특한 도네이션 문화를 지니고 있다. 다른 방송에 나오는 도네이션이 트위치 전반에 유행하는 영상이거나 다른 스트리머들의 영상인 데 반해 머독 도네이션은 머독과 시청자들이 같이 웃고 떠드는 상영물에 가깝다. 예를 들어 슬램을 들 수 있다. 온갖 음악에 스페이스 잼이라는 힙합 곡을 합성해서 보는 사람을 낚는 영상이다. 일단 스트리머 한 명한테만 유행하는 낚시 영상이라는 사실이 신기하다. 거기다 시청자들은 아이돌마스터 음악에 슬램을 섞어 버린다. 스트리머 한 명의 밈을 시청자들이 직접 제작해서 틀어버리는 일은 흔치 않다. 만든다 해도 다른 스트리머 방에 가서 자기 스트리머를 소개하거나 재미를 주지, 스트리머 본인한테는 잘 틀지 않는다.

 

이는 머독이 팬 관리에 힘쓰는 것도 한몫 할 것이다. 머독 방송은 꽤나 젠틀한 편이다. 누구는 선비 같다고 하겠지만, 솔직히 이 정도면 완벽에 가깝다. 그리고 조폭이 되느니 선비가 낫다. 팬 카페 관리도 철저하다. 모든 회원은 의미 없는 수열로 닉네임을 정한다. 퍼스나콘이나 닉 언급은 금지된다. 친목질과 네임드화를 머독은 철저하게 막는다. 그러면서도 영상 도네이션이 나오면 빠지지 않고 감사 인사를 한다. 그 영상이 아이돌마스터 힐링이든, 슬램이 나오는 딜링이든.

 

머독은 아이돌마스터를 언제 잊을까? 처음 나는 머독의 아이돌마스터 사랑이 콘셉트라고 생각했다. 다른 스트리머는 아이돌마스터를 잠깐 하다가 관두거나 다 깨더라도 그런 게임이 있었지라고 되새기는 반면에 머독은 아예 다른 게임을 찾아 나서고 음반을 산다. 내 깃털 같은 의심은 머독이 50만원이 넘는 등신대를 척척 사면서 깨졌다. 저건 콘셉트일 수 없다. 머독이 아이돌마스터를 사랑하는 동안 나도 전염이 되어 버렸다. 타카네. 나는 시죠 타카네가 좋다. 그러나 머독이 발에 페티시가 있다는 사실은 아직도 조금 의구심이 든다.

 


나는 머독을 즐겨 본다. 심지어 우왁굳보다 더. 저녁이면 늘 팬카페에 들어가서 오방있인지 오방없인지 확인한다. 노가리는 안 보지만 영상도네는 본다. 지난 주 머독은 트위치에서 구독을 열었다. 몇 시간이 넘게 사람들은 구독을 해 댔다. 정말 믿기지 않는 사실이지만, 머독은 아직도 성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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