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찬범의 파라다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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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 피셔 (1)
조금 색다른 체스, 체스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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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 알파고와 붙은 지도 2년이나 지났다. 2016년 3월 9일, 세상이 바라보는 동안 알파고는 1국에서 이세돌을 물리친다. 이날 체스기사 가리 카스파로프는 트위터로 이세돌에게 위로를 보냈다. 카스파로프는 IBM이 개발한 인공지능 '딥 블루'와 체스를 겨뤄 패배한 전적이 있다.


  체스도 경우의 수가 많지만, 바둑보다는 덜하다. 그래서 바둑보다 먼저 분석의 도마 위에 올랐는지 모른다. 굳이 컴퓨터가 끼어들지 않아도, 세월이 흐르면서 체스는 점차 지능이 아닌 기억력 싸움이 되었다. 특히 초반 오프닝이 중요해졌는데, 오프닝만 연구하느라 경기 중 임기응변과 계산력이 소홀해지는 듯했다. 여기에 반기를 든 사람이 체스계의 전설 바비 피셔(1943~2008)다.





  피셔는 1972년 스물아홉에 세계 체스 챔피언에 오른 천재였다. 산 정상에 올라야 등산로를 고칠 마음이 생기는 것일까. 피셔는 외우기만 하는 체스계를 보고 선수의 두뇌가 더 필요한 변형 체스를 고안한다. 처음엔 '피셔 랜덤 체스'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훗날 체스960으로 불리게 된다.


  체스960은 폰을 제외한 말을 무작위로 분배한다. 단 규칙이 있다. 한 진영 내 비숍은 색이 다른 타일에 있어야 하며 킹은 두 룩 사이에 놓아야 한다. 두 선수 배열은 거울로 비춘 듯 대칭으로 한다. 이런 식으로 기물을 배치하면 총 960가지 경우가 생기는데, 그래서 체스960이라 불린다. 경기장에 가서야 세팅을 알 수 있으므로, 기사들은 무작위 배열에 맞는 전략을 그때그때 짜야 한다.


  캐슬링을 빼면 나머지 룰은 일반 체스와 같다. 캐슬링도 사실 일반 체스 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다. 캐슬링 조건(킹과 룩은 한 번도 움직인 적 없어야 한다, 킹이 움직이는 경로는 사정거리에 들지 말아야 한다 등)은 같으며, 심지어 킹과 룩이 어디 있었든 캐슬링 후 위치는 일반 체스 캐슬링 후 위치와 같다.




  96년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피셔는 기자회견을 열고 자기가 만든 체스를 공개한다. 이 자리에서 그는 자신의 체스는 기억력과 분석력보다는 창의성과 지능을 가리는 게임이 될 것이라며, 자신은 일하기 싫어서 체스에 입문했는데 일반 체스를 두기 위해 배워야 할 것이 너무 많다며 비판했다. 기자회견에서 멀지 않은 때에 시범경기를 열 예정이었지만 피셔와 주최 측의 갈등으로 열리지는 않았다.


  체스960은 어떻게 시작될지 모른다는 점에서는 꽤 재밌는 룰이지만, 반대로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모르는 게임이다. 경기를 보는 사람은 기사가 어떤 의도로 수를 두었는지 알아내기 매우 어렵다. 별것 아닌 듯하지만, 엄연히 표값으로 먹고 사는 체스 대회 주최자한테는 만만치 않은 문제다. 게다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돌린 결과 백이 유리하다는 고질적 문제는 여전하다. 그럼에도 독특한 체스를 찾으려는 사람들은 체스960을 한 번씩을 들르게 된다.



관련링크


체스960을 다룬 사이트

https://chess960.net/


체스960 체스 세팅하는 사이트

http://www.chessgames.com/perl/fischerandom


무료로 다양한 체스를 즐기는 사이트

https://liches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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