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찬범의 파라다이스
글쓰기와 닥터후, 엑셀, 통계학, 무료프로그램 배우기를 좋아하는 청년백수의 블로그
설찬범 (6)
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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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필명을 지은 계기, 닥터후 더빙, 자기계발서를 은근히 좋아하는 나.


설찬범이라는 필명


  설찬범은 본명이 아닙니다. 언젠가 쓰려고 만든 필명인데 블로그에 쓰게 되었습니다. 혹시나 해서 구글에 검색했지만 설찬범이라는 유명인은 없어서 옳다구나 하고 사용했습니다. 실제 설찬범들이 기분이 나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설찬범은 성우 설영범과 성우 안찬이를 합쳐 만든 이름입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닥터후의 팬입니다. 설영범과 안찬이는 닥터후에서 12대 닥터와 클라라 오스왈드를 더빙했습니다. 클라라 오스왈드 다음 컴패니언 빌 포츠는 오인실 성우가 더빙했으니, 블로그를 6달만 늦게 만들었으면 제 필명은 설인범이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클라라 오스왈드와 안찬이


  클라라 오스왈드는 시즌 7부터 나왔습니다. 2012년으로 기억합니다. 시즌 7은 2013년에 끝났고, 11월에 닥터후 50주년 기념 에피소드를 방송했습니다. 문제는 한국 방영이었습니다. 50주년 에피소드는 여러 나라에서 방송했고, 한국도 방송하기로 했습니다. 그때 전 군대에 있어서 영상 자체는 겨우 봤지만 KBS에서 늦은 밤에 방송해서 더빙을 보진 못했습니다.


  아무튼 KBS에서 11월에 50주년 에피소드를 방송했는데, 정작 그전 이야기인 시즌 7을 방송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결국 KBS는 11월에 50주년 에피소드를 방송하고 좀 있다 시즌 7을 방송해서 순서가 꼬여 버렸습니다.


  클라라 오스왈드를 더빙한 안찬이 성우는, 그러니까 시즌 7을 녹음하기 전에 50주년 에피소드를 녹음한 셈입니다. 그러나 그 사실이 안찬이 성우의 부족한 연기력을 설명하지는 못합니다. 50주년 더빙을 본 사람들 말로는 녹음 상태도 불안불안했지만 특히 클라라 오스왈드의 연기력이 귀에 거슬렸다는군요. 성우 팬들은 이전부터 계속 안찬이의 연기력을 지적해 왔고요.


  2014년 닥터후는 월드 투어를 돕니다. 투어 장소엔 한국도 포함이어서 팬들이 난리가 났습니다. 그때 타디스 모형을 시내 여러 군데 설치했습니다. 저도 동대문 디자인플라자에 갔는데 떡하니 있어서 놀랐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줄 서서 사진을 찍는 모습에 두 번 놀랐고요. 인터넷에서 닥터후는 인지도가 거의 없는데, 정작 오프라인에선 아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드디어 피터 카팔디와 제나 콜먼이 한국에 왔고, 행사를 치렀습니다. 전 못 갔지만 사정을 들어 보니 차라리 안 가는 게 정신건강에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궁금하면 나무위키라도 찾아보시고. 아무튼 두 주연 배우는 두 성우와 사진을 찍었습니다. 피터 카팔디는 설영범 성우와, 제나 콜먼은 안찬이 성우와. 벌써 닥터 성우를 정하다니 의외였습니다.


  시즌 8을 봤는데, 일단 안찬이 성우의 연기력이 크게 늘었더군요. 소리지르는 장면이나 속사포처럼 내뱉는 장면은 조금 어색했지만, 들어줄 만했습니다. 시즌 9는 괜찮았고요. 시즌 10에서 클라라는 나오지 않는데 안찬이 성우가 마지막화에서 어린이를 더빙했더군요. 어린이 연기는 좋았습니다. PD가 일부러 부른 걸까요?


  언젠가 KBS가 2017년 스페셜을 방송할 텐데, 그때 클라라가 잠시 나오는 장면은 어떻게 더빙할지 궁금합니다. 솔직히 말해, 그냥 아무 성우나 쓸 거라는 우려가 지워지지 않는군요. 그래도 KBS를 탓하지는 않겠습니다만, 기대를 걸어 봅시다.



자기계발서


  자기계발서가 맞나요 자기개발서가 맞나요?


  아무튼 이 장르는 한때 극한의 지지를 받았다가 지금은 극한의 푸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인터넷을 돌아다녀 보면(죄송하지만, 거리를 돌아다니며 남의 대화를 귀동냥 할 수는 없잖아요?) 사람들은 자기개발서를 욕합니다.


  자기개발서를 욕하는 근거는 크게 넷입니다. 첫째, 내용이 부실하다. 툭하면 노오오력을 하라고 하질 않나. 옛날에 비해 요즘이 살기 좋다고 하지 않나. 둘째, 자기만의 사례를 들고 와서 씨부린다. 다른 직종, 다른 문화, 다른 시대에 어울릴 이야기만 한다.  셋째, 일반화가 심하다. 인생의 길은 하나가 아닌데, 자꾸 하나만 강요한다. 넷째, 모든 것을 개인 탓으로 돌린다. 사회가 어찌되었든 개인이 잘 하면 행복해진다고 한다.


  미국 SF작가 스터전은 일명 '스터전의 법칙'을 만든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 법칙에 따르면 SF의 대부분은 쓰레기이며, 사실 세상의 대부분도 쓰레기입니다. 스터전은 SF를 비난하려고 이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스터전은 오히려 SF를 옹호하며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사람들은 SF가 싸구려에 쓰레기가 많다고 비난하지만, 그런 식으로 따지면 다른 장르에도 싸구려 쓰레기는 많지 않느냐, 그저 질 낮은 작품이 많다는 이유로 장르를 깎아내릴 순 없다, 이런 뉘앙스였죠.


  저도 대학에 올라와서 자기개발서를 많이 읽었습니다. 전 성공하고 싶었거든요. 여러 권을 읽으며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자기개발서는 쓰레기가 아주 많다. 그러나 다 그런 것만은 아니다.


  쓰레기 자기개발서가 많은 이유 중 하나는, 수요가 많다는 점이겠죠. 저처럼 성공하고 싶고, 인생에 해답과 길을 찾고 싶은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암 치료한다는 책이 잘 팔리는 이유와 같을 겁니다. 다른 이유는, 세상와 삶이 너무 다양하고 복잡하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제 딴에는 인생의 진리라고 믿고 썼는데 알고 보니 그 작가가 겪고 배운 것은 세상 크기에 비해 너무 작고 소소해서 다른 것들을 잘 설명하지 못하는 겁니다.


  세상에는 객관적이려고 노력한 책도 많습니다. 여러 사례를 들춰보고 실험과 연구로 객관성을 보장받은 책들이죠. 저는 그런 책이라면 환영합니다. 물론 그런 책도 맞는다는 보장이 없죠. A대학에서는 아침 운동이 건강에 좋다는 연구 결과를 내는데, B대학에서는 나쁘다는 연구를 내기도 하잖아요? 그래도 읽어볼 가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추천


  <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 :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에 읽어서 도움이 좀 되었습니다. 여러 성공한 사람들을 연구하며 지었다고 합니다. 뭐, 제가 연구하고 싶지는 않으니 이 사람 말을 믿어 볼까요.


  <오리지널스> : 창의력과 혁신을 다룬 책입니다. 일단 알아뒀다가, 진짜 필요한 순간이 오면 써먹을 예정입니다. 모든 책을 읽자마자 실천할 필요는 없잖아요?


  <타이탄의 도구들> : 표지에 연장들이 그려져 있는데 정말 내용과 맞습니다. 여러 명사들의 가르침을 잔뜩 담은 책입니다. 책에 어떤 구조가 있지 않으니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읽어도 괜찮습니다.



  벌써 3천 자나 써버렸네요. 내일 이어서 써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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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 블로그를 시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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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설찬범입니다.

  사실 설찬범은 본명이 아닙니다. 본명은 따로 있는데,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지금껏 블로그를 쓰면서 여러 컨텐츠를 시도했습니다. 소설도 썼고 엑셀 가이드라든가 추억의 게임을 써서 올렸습니다. 아마 제일 성공적인 건 '엑셀 할머니'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아무튼 그 모든 글은 어떤 '화자'를 지니고 쓴 글입니다. 엑셀 할머니는 주인공과 증조할머니의 입을 빌려 엑셀을 설명했습니다. 주어가 '나'인 글도 예외는 아닙니다. 전 그런 글을 쓰면서 일종의 '선생'이나 '이야기꾼'이 된다고 생각하고 썼습니다. 평소에 말이 없다가도 단상에 서면 다른 목소리와 말투로 연설하는 사람처럼요. 에세이들도 내용은 제 본심이지만, 스타일은 제가 되고싶은 누군가였습니다.


  티스토리 블로그에는 검색 유입 서비스가 있어서, 사람들이 무슨 검색어로 들어왔는지 알 수 있습니다. 제 블로그는 엑셀 관련 검색어로 유입되는 사람이 많습니다.  엑셀 첨도나 엑셀 공분산 등. 꼴에 인지도가 생겨서 그런지 제 블로그 이름을 검색창에 쳐서 들어오는 사람도 있더군요. 블로그를 꾸리는 사람으로서 블로그 이름이 알려진 것 같아 기쁩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내 목소리로 얘기한 게 얼마나 될까?' 블로그야말로 자기 목소리를 전달하기 좋은 곳인데, 저는 주인공과 증조할머니가 무슨 대사를 칠지만 고민한 것 아니었을까 하고 말입니다.


  그래서 '설찬범의 생각'이라는 코너를 만들었습니다. 이 코너는, 그냥 일기장과 같다고 보면 됩니다. 평소 제 생각을 줄줄 쓸 계획입니다. 거짓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제 프라이버시를 위해 일부러 말하지 않을 수는 있어도, 틀린 말은 남기지 않겠습니다. 이 코너에서 거짓인 건 제 필명인 설찬범 세 글자뿐일 겁니다.



블로그를 시작한 계기


  블로그는 돈 때문에 시작했습니다. 서점을 걷는데, 구글 애드센스로 돈 버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훑어봤습니다. 글만 써서 돈을 번다니. 꿈 같은 일이 아닙니까.


  그때 전 학교 도서관에서 아르바이트 중이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는데, 도서관에 없는 책을 신청하면 도서관에서 비치해 줍니다. 물론 만화책이나 문제집 같은 책은 신청이 거절됩니다. 저는 호기심으로 애드센스 책을 신청했고, 한 달 후에 책을 받았습니다. 책을 읽어본 결과, 용돈벌이로 해볼 만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아니, 거짓말입니다. 전 용돈벌이 그 이상을 꿈꿨습니다. 블로그로 생계를 잇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럼 취직하느라 개고생을 하지 않고, 취직 후 개고생을 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저한테는 취직이란 너무 괴로운 것입니다. 회사에 들어가려고 그렇게나 많은 고생을 하면서, 회사에서 또 다른 고생을 한다는 것은 끔찍합니다. 네, 알아요. 월급을 주지요. 그러나 너무 비효율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토익을 공부하고 봉사활동에 나가고 인적성시험과 면접에 대비하고, 나아가 회사에서 맞닥뜨릴 수많은 제약과 활동을 다른 곳에 쏟아부을 순 없을까?취업이 그 모든 쏟아부을 대상 중에서 제일 가성비가 높을까? 전 의심스러웠습니다.


  압니다. 블로그질이 돈이 되면 얼마나 되겠습니까? 하지만 사람이란 쉽게 현혹되고 또 쉽게 자기합리화를 합니다. 블로그로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은 존재합니다. 존재하는 이상 제가 되지 말란 법은 없잖습니까? 그래서 시도했습니다.


  책에서 말하길, 애드센스 허가를 받으려면 글이 많아야 한다 했습니다. 저는 글을 잔뜩 썼습니다. 하루에 세 글을 쓴 적도 있습니다. 정보보다는 제 경험담이나 번역물을 올린 것으로 기억합니다. 취사병 시절 일화를 올리기도 했는데, 너무 낯부끄러워서 지금은 삭제했습니다. 그렇게 몇 달을 쓰고서야 애드센스가 저를 받아줬습니다. 바로 광고를 올렸죠. 첫 두 달은 거의 클릭이 없다시피 했습니다. 하루에 0.01달러만 들어왔습니다. 그러다 운이 좋아서 하루에 5~6달러를 벌었습니다.


  애드센스 책은 블로그는 한 번 쓰면 글이 쌓이기 때문에 수익은 점차 증가한다고 했습니다(그때쯤 아예 그 책을 사서 집에 두었습니다). 그런데 이건 거짓말입니다. 먼저 블로그에 글을 쓰는 사람은 당신 말고도 많습니다. 처음 글을 쓰면 검색 결과 상단에 오를 겁니다. 시간이 갈수록 당신 글은 결과에서 밑으로 내려갑니다. 포털이 보기에 다른 글이 더 중요하고 좋다고 판단한 거겠죠. 심지어 당신 이후로 글을 쓰는 사람이 없어도, 글은 저절도 내려갑니다. 기준은 사람마다 말이 많으니 한번 검색해서 구경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러니 수익이 다시 곤두박질할 때 기분을 이해하시겠죠. 수익은 점점 불어나기는커녕 오히려 쪼그라들었습니다.


  포기하진 않았습니다. 그즈음에 '폰더씨의 위대한 하루'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자기개발서를 거르라고 하는데, 이 책만은 거르지 말라고 하고 싶습니다. 아무튼 거기엔 일곱 가지 결단이 나오는데 그중 두 가지가 '행동'과 '물러서지 않기'였습니다. 전 책에 감명을 받았고 어느 정도는 실천했습니다. 글을 쓰기 싫을 때마다 저를 몰아세웠고 아무 글이나 쓰도록 자신을 채찍질했습니다. 블로그 글은 300을 넘었고, 최소한 수익이 0.01 나는 날은 없습니다.


  초반엔 검색량이 많은 주제를 골랐는데 위에서 말한 이유 때문에 관뒀습니다. 라이벌이 너무 많고 강력합니다. 생각해 보세요. 당신이 어떤 주제를 고르든, 그 주제에 빠삭한 사람들이 잔뜩 글을 써서 당신을 기다립니다. 여러분이 수학 게시물을 쓴다면 수학과 학부생이나 학위 소유자의 글과 싸워야 합니다. 이들을 이길 자신이 있습니까?


  이런 의심 속에서 저는 '엑셀 할머니'를 만들었습니다. 엑셀 블로그와 게시물은 수천 가지나 됩니다. 네이버는 사진이 많을수록 검색순위를 올려주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제 착각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내용과 관련 있는 사진을 여러 장 올릴까 고민하다가, 캐릭터를 떠올렸습니다. 캐릭터 얼굴을 사진으로 올린다면 게시물에 사진이 많아질 것 아닙니까? 거기에 대화체로 등장인물이 설명하는 형식도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전문가가 쓴 엑셀 포스팅을 이기진 못했지만, 엑셀 할머니 시리즈는 나름대로 선방했습니다. 그래도 초반 포스팅은 라이벌 게시물이 적은 주제로 잡아서 해야 했죠.


  그다음엔 조합을 이용했습니다. 엑셀을 그대로 쓰면 묻히니, 다른 분야와 조합하려 했습니다. 그래서 '엑셀로 통계하기'를 썼습니다. 엑셀+통계인 것입니다. 도서관에 들어가 통계를 공부하고, 엑셀에 그런 기능이 있는지 조사했습니다. 엑셀로 통계하기도 반응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다만 다음 조합을 무엇으로 할지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엑셀에 무얼 더해야 개성적이면서 쓸모 있는 게시물이 나올까요?


  어제는 3.86달러가 들어왔고, 오늘 이 시각까지 1.73달러가 모였습니다. 한 달에 약 3~40달러가 들어오고 세 달에 한 번 입금이 됩니다. 월급 4만원 인생인 거죠. 뭐, 블로그질에 뭘 바라겠습니까? 그래도 저는 언젠가는 돈이 되리라 생각중입니다. 그리고 글을 쓰는 즐거움도 없진 않습니다. 닥터후 게시물은 들어오는 사람이 전무하지만 닥터후를 좋아하다 보니 계속 씁니다. 예전에 우왁굳, 풍월량에 대해 썼는데 그쪽 팬카페에서 링크를 세워서 사람이 많이 들어왔죠. 무엇이든 쓰고 있으니, 언젠가 하나가 심지를 건드려 불이 붙었으면 합니다.


  쓰다 보니 지칩니다. 내일 계속 써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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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30분) 엑셀 고급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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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급 필터는 자료를 조건에 맞게 걸러내는 기능입니다. 원래 표에서 원하는 부분만 남길 수도 있고 다른 곳에 표를 다시 만들 수도 있습니다. 원하는 부분만 남기면 나머지는 사라지지 않고 생략됩니다. 이번 포스팅은 다른 곳에 표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고급 필터 쓰는 법 간단하게



1) 조건식을 빈 곳에 쓴다.

2) 데이터 리본 - [정렬 및 필터] - [고급]을 누른다.

3) 목록 범위는 자료로 정한다.

4) 조건 범위는 1에서 쓴 조건식으로 정한다.

5) 바라는 곳을 복사 위치로 한다.

(‘다른 장소에 복사를 선택했다면)

6) 확인을 누른다.

(자세한 건 예제와 함께)



 

주의. 목록 범위는 자료 제목도 들어가야 합니다.

 


조건식 쓰는 법 - 간단하게



1) 조건을 가리는 항목을 쓴다.

2) 그 밑에 조건을 쓴다.

3)

(자세한 건 예제와 함께)



시작하기 전에 예제파일 받아가세요!


하루 30분 고급필터.xlsx




우리만의 약속



첫째. 예제 파일로 한 번씩 예제 연습하기

둘째. 아리송하면 복습하기

셋째. 부담 없이 잔잔히 즐기기



* 이 포스팅은 엑셀2016을 기반으로 썼습니다.




예제 1) ‘중간고사50 이상인 행을 표시할 것



중간고사

>=50

 


 

예제 2) ‘성별이 여자인 행을 표시할 것




성별

여자



 

 

조건이 여럿일 때



여러 조건이 있다면 AND인지 OR인지 잘 판단해야 합니다.

 

AND : 여러 조건을 동시에 만족해야 함

OR : 여러 조건 중 하나라도 만족하면 됨

 

성별이 여자고 점수가 50점 이상은 여자와 50점 이상을 모두 만족해야 하므로 AND입니다. ‘성별이 여자거나 점수가 50점 이상은 둘 중 하나만 만족하면 조건에 맞으므로 OR입니다.

 

외우자. AND는 같은 줄에 OR은 다른 줄에!

 




예제 3) ‘성별이 남자고 나이50 이하인 행을 표시할 것




성별 나이

남자 <=50



 


예제 4) ‘성별이 남자거나 나이50 이하인 행을 표시할 것



      성별    나이

남자  

              <=50



 

 

원하는 열만 나타내고 싶을 때



바라는 제목들을 입력하고 복사 위치로 지정한다.

 


예제 5) ‘중간고사70점 이상인 행을 이름, 나이, 등록일만 표시할 것



① 미리 원하는 항목을 써둔다



② '복사 위치'를 이 항목들로 한다.





 

예제 6) ‘이름가 들어가는 행만 표시할 것



조건

=FIND("", B3)>=1



 

이름이 아니라 조건이죠?

  고급 필터 조건에 함수나 계산값을 쓰고 싶으면 원본 자료에 없는 제목을 쓰거나 비워야 합니다!

 



참고. 제목을 비워도 조건 범위는 빈칸까지 넣어야 합니다.

 

 

예제 7) ‘등록일7월인 행을 표시할 것



조건

=MONTH(E3)=7



 

 

예제 8) ‘등록일2월이거나 10월인 행을 표시할 것



                           조건 1                     조건 2

=MONTH(E3)=2

                                                              =MONTH(E3)=10

 


 

예제 9) ‘등록일의 일이 10 미만인 행을 표시할 것



조건

=DAY(E3)<10

 


 

예제 10) ‘성별이 남자가 아닌 행을 표시할 것



~가 아닌 조건은 <>가 좋습니다.

 

성별

<>남자

 


 

예제 11) ‘기말고사기말고사평균 이상인 행을 표시할 것


조건

=H3>AVERAGE($H$3:$H$22)

 





 

예제 12) ‘중간고사’, ‘기말고사가 전부 70 이상인 행을 표시할 것



 

첫 번째 방법

중간고사  기말고사

>=70    >=70

 

두 번째 방법

COUNTIF 함수는 조건에 맞는 수를 구하는 함수입니다.

70 이상을 만족하는 점수가 둘인 행을 찾게 합시다.

 

조건

=COUNTIF(G3:H3, ">=70")=2





예제 13) ‘기말고사중간고사보다 높은 행을 표시할 것



조건

=G3<H3

 


 

예제 14) ‘회원번호세 번째 글자가 6 이상인 행을 표시할 것



 

조건

=MID(F3, 3, 1)*1>=6

 



참고. LEFT, MID, RIGHT 함수는 글자를 텍스트로 빼내는 함수입니다. 텍스트를 숫자로 바꾸기 위해 *1을 해줍니다.

 


예제 15) ‘기말고사상위 5등을 표시할 것



LARGE 함수를 응용합니다.

LARGE는 범위에서 ~번째로 큰 값을 반환합니다.

 

조건

=H3>=LARGE($H$3:$H$22, 5)

 



참고. LARGE 함수의 반대는 SMALL입니다.

SMALL은 범위에서 ~번째로 작은 값을 반환합니다.

 

 

여러 조건 한 셀에 쓰기



여러 조건은 나누어 써야 쉽지만, 시험에서 한 줄, 한 셀에 다 쓰라고 시키는 때도 있습니다. 이땐 ANDOR 함수를 써야 합니다.

 



예제 16) ‘성별이 여자고 중간고사30점 미만인 행을 표시할 것(조건은 셀 하나에 쓸 것)




조건

=AND(C3="여자", G3<30)

 



예제 17) ‘나이30 미만이거나 50 초과면서, '중간고사''기말고사'가 모두 80 이하인 행을 표시할 것(조건은 셀 하나에 쓸 것)



조건

=AND(OR(D3<30,D3>50),AND(G3<=80,H3<=80))

 



참고. 조건이 복잡할수록 큰 틀부터 짜맞춥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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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벌써 꼰대가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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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위치에 들어갑니다. 스트리머 방송을 봅니다. 풍월량, 머독, 꽃빈, 소니쇼, 연두는말안드뤄. 못 본 방송은 유튜브에서 봅니다. 제 휴대전화에서 유튜브 앱을 켜면 추천 영상으로 스트리머 게임 실황만 주르륵 나옵니다. 유튜브에 로그인한 채 영상을 보면, 유튜브가 사용자 기록을 토대로 추천 영상을 알려주기 때문이죠. PC방 같은 곳에서 유튜브에 접속하면 로그인하지 않았으니 그냥 현재 인기 영상만 보여줍니다.

 

  인기 영상은 종류가 여러 가지입니다. 게임 실황도 있지만, 예능 채널과 사회 이슈 채널, 화장품 채널이나 순위 정하는 채널도 보입니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이 영화 추천 채널입니다. 영화 채널이 내건 동영상 제목은 비슷비슷합니다. ‘XXYY하는 영화’, ‘AA해서 BB해버린 남자.’ 섬네일은 사람의 호기심을 극대화하는 사진을 넣습니다.




 

  자극적인 제목과 섬네일을 비난하고 싶진 않습니다. 오히려 칭찬하고 싶습니다. 이목을 끄는 일은 모든 예술가와 정치가가 바라마지않는 일입니다. 어떻게 그렇게 클릭하고 싶은 제목과 섬네일을 정하는지. 저는 이런 영화 채널 영상 목록을 보면 클릭하고픈 마음을 억누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전 그런 영상 제목과 섬네일을 보면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창작하는 사람으로서 질투를 느낀 걸까요? 조회 수와 채널 수익이 높아 배가 아픈 걸까요? 확실히 인기 있는 영화 채널은 돈을 많이 버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에 대해 사람들이 불만스러운 것도 사실이고요. 합법적으로 구했을 리 만무한 영화 영상을 편집해 넣고, 거기에 자막과 음성을 넣어 저작권법에 가까스로 걸리지 않는 영상에 불만이 없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제 기분 나쁨은 거기에 있지 않습니다. 그럼 왜일까? 곰곰이 생각하고 결론을 지었습니다. 저는 어린 시절을 함께한 영화가 그 채널에 오른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어릴 적엔 정말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영화잡지를 구독하지 않는 이상 오로지 텔레비전에서만 영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것도 최신 소식이나 그랬고, 몇 년만 지난 영화는 제 또래에겐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유일하게 영화를 과거에서 끄집어내 보려면 주말 밤마다 텔레비전을 켜고 토요명화, 주말의 명화를 봐야 했습니다. 저는 텔레비전에서 영화를 봤고, 재밌으면 비디오 대여점에 가서 또 봤습니다. 비디오 대여비도 엄연히 돈이었기에 아무거나 빌릴 수는 없어서 텔레비전이라는 검증 매체를 사용한 셈이죠.

 

  인터넷이 널리 퍼지고 넷플릭스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가 보급되면서 합법적이든 불법적이든 영화를 손쉽게 보게 되었습니다. 늘 방송국이 고른 영화만 보다가 선택권을 쥐게 된 것이죠. 예전엔 개인주의 문화가 퍼지면 영화처럼 다수를 겨냥한 매체가 고꾸라질 줄 알았는데, 그 반대가 되었습니다. 오히려 서로 영화, 드라마를 찍겠다면서 뛰어들고 있습니다. 무게중심이 방송국에서 인터넷으로 옮겨갔을 뿐이죠.

 

  이런 상황에서 90년대 후반 출생자를 상상해 봅니다. 지금 청소년인 그들은 저처럼 매주 주말의 명화를 기다리면서 자라지 않았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영화, 드라마를 고를 선택권이 많았죠. 그들에게 영화는 영화관에 가거나 골라서 보는 것이지 기다리면서 보는 것은 아닐 겁니다. 지금 아이들이 플로피 디스켓, 게임보이, 비둘기호를 본 적 없듯이 말이죠.

 




  그래서 영화 추천 채널은 인기가 많습니다. 수많은 영화 중에서 재밌는 것만 골라서 보여주는데 안 보고 배기겠습니까? 게다가 현재 젊은 세대는 80년대와 90년대 황금기를 누리던 영화를 잘 모릅니다. 터미네이터, 나 홀로 집에, 인디아나 존스는 지금 봐도 재밌는 영화입니다. 이걸 모르고 자란 세대는 유튜브를 제외하면 이런 영화를 알 기회가 적습니다.

 

  명작이 알려지는 건 기쁜 일입니다. 유튜브 채널이 알린다는 점에서는 기분이 조금 상하네요. 특히 영화 전체 줄거리와 큰 상관이 없는 섬네일과 제목을 보면 말이죠. 이러다가는 터미네이터 2무쇠 로봇과 액체 로봇이 한탕 싸우는 영화라든가 날라리 소년이 사실 인류의 지도자!?’라는 제목으로 올라갈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불만을 빼면 유튜브 영화 채널이 거슬릴 이유가 없으니, 아무래도 저는 30살도 차기 전에 꼰대가 된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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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소설] 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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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 부장


  김 부장은 조용히 살았고 죽어서도 조용했다. 김 부장 장례식은 간소했다. 살 적에도 지인이 몇 없었다. 게다가 하나뿐인 딸이 죽고 나서 더욱 연락을 끊고 살았다. 만약 암에 걸리지 않았다면 딸처럼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것이다. 슬펐지만 울진 않았다. 영정사진에 두 번 절했다. 김 부장의 먼 친척과 악수했다. 부조금을 내고 장례식장을 나왔다. 장례식은 처음이라 다 육개장을 먹을 줄 알았는데 그런 건 없었다. 김 부장은 돈이 많지 않았다. 있던 돈도 딸이 죽고 정신이 나가서는 다 써버렸다. 돈이 된다 해도 이혼하고 딸마저 잃은 남자 장례식을 돌봐줄 이 누구인가. 비가 내렸다.


  김 부장은 딸을 사랑했다. 책상 위에는 딸 사진이 액자 속에 서 있었고, 회식이라고 갔다 하면 딸 자랑을 귀에 못이 박힐 만큼 들어야 했다. 그래서 김 부장은 더 미쳐버렸는지도 모른다. 아파트 14층에서 떨어진 딸이 아스팔트에 밟힌 지렁이처럼 으스러져 있는 모습을 봤을 때. 하필 오랜만에 정시 퇴근하는 그날, 주황색으로 타는 저녁 하늘을 배경으로 김 부장은 어깨에 양복을 걸치고 터덜터덜 돌아갔다. 한 손에는 딸에게 줄 치킨 한 마리를 든 채. 치킨은 따뜻했다. 김 부장이 방금까지 딸이었던 살덩어리를 발견하고 바닥에 떨어뜨렸을 때에도 치킨에선 흰 김이 났다.


  유서는 없었다. 하지만 일기장은 있었다. 그 일기장에도 입이 있었다면 비명을 질렀을 것이다. 하루도 빠짐이 없는 고통의 연속이었다. 학교위원회가 소집되었다. 경찰이 수사를 시작했다. 딸과 같은 반 '친구'들이 수사를 받았다. '친구'들은 김 부장 딸과 함께 화장실에서 오래 이야기를 나누고 밤에 돈을 '빌리'는 친한 사이였다. '친구'들은 그러나 풀려났다. 물증이 없었다. 교장은 교양인답게 학교가 조용해지기를 바랐다. 교육청도 구청도 교양이 넘치는 곳이었다.


  사건은 흐지부지 끝났다. 살인사건도 아니고, 자살을 열심히 수사할 필요가 있을까? 친구들도 모두 딸과 잘 놀아 줬는데 말이다. '친구'가 많은 학생이 무엇이 아쉬워 죽는다는 말인가? 그렇다. 아마 아버지가 잘 놀아주지 못해서 그랬을 것이다. 부모가 이혼하고 아버지 밑에서 혼자 자라서 정신발달이 좀 늦지 않았을까. 원래 그 나이대는 예민하다잖아. 동네 아주머니들은 찜질방에서 맥반숙 계란을 까먹으며 앞으로 낮아질 집값을 걱정했다. '친구'들은 전부 훈방 조치되었다. 시의원 아들인 김 군이 제일 먼저 나왔고 그 다음엔 중견기업 이사 딸인 박 양이 나왔다. 나머지는 경찰의 합리적이고 법치주의적인 원칙에 따라 사건이 여론에서 잊혀지고 나서 나왔다.




  김 부장은 경찰서 앞에서 1인시위를 하다가 쫓겨날 무렵에 정신이 나갔다. 김 부장은 재산을 집만 남기고 처분했다. 사내 서점에서 목격된 김 부장은 일본어 회화책을 고르고 있었다. 자식을 잃은 다른 가족처럼 외국으로 이민 간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밖에 김 부장은 점심시간 사무실에 남아 포장지 싸는 연습을 하는가 하면 이면지에다 각종 설계도를 그리며 시간을 때웠다. 컴퓨터로 삽과 곡괭이를 고르다가 들키기도 했다.


  "뭐라도 배워야지."


  참견쟁이 유 대리가 묻자 김 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다 헝클어진 머리를 벅벅 긁으며 김 부장은 일본어를 중얼거렸다.


  하지메마시떼. 와따시노 나마에와...



  김 부장은 그렇게 일본어를 두 달 넘게 연습하더니 연차를 냈다. 평소 소처럼 일하던 김 부장이기에 사장도 휴가를 말리지 못했다. 연차를 낸 김 부장은 사라졌다. 문자를 보내도 반응이 없었다. 전화를 하니 해외전화로 연결되었다. 일본에 간 듯싶었다. 일본에 유명한 정신과 의사라도 있다면 모를까. 하필 성수기에 가서 돈은 돈대로 깨지고 시끄러울 텐데. 우리는 한 손에 커피를 쥐고 떠들었다.


  김 부장은 연차에 맞춰 돌아왔다. 생각보다 멀쩡했다. 오히려 평화로웠다. 저러다 총기난사라도 하는 것 아니냐는 소리까지 했다. 사장이 시켜서 나와 유 대리가 김 부장네 집으로 갔다. 문을 두드렸다. 김 부장은 문도 열지 않고 답했다.


  “지금은 안 돼. 내일 출근한다고 사장님한테 전해 줘.”

  “사장님이 얼굴도장 찍고 오라고 하셨는데요.”

  “미안해. 지금 울고 있어서.”


  우리는 하릴없이 돌아왔다.


  일본 여행이 정말 득이었는지 김 부장은 괜찮아졌다. 말도 잘 했고 일도 잘 했다. 사고 칠까 봐 걱정하던 사원들도 점점 평소로 돌아갔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김 부장은 딸을 죽게 만든 '친구'들한테 기념품을 선물했다고 들었다. 아니, 아무리 착해도 저건 아니지 않나? 꼰대 사장마저 어이없어했다. 우리야 김 부장이 평상시대로 일한다면 기념품을 주든 돈을 주든 알 바 아니었다. 오히려 김 부장한테 감사했다. 이제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으니까. 일본 가서 깨달음이라도 얻고 용서를 배웠나 싶었다.


  하지만 하늘은 착한 사람을 싫어했다. 김 부장은 얼마 되지 않아 암 판정을 받았다. 김 부장은 바로 퇴사했고 두 달 만에 죽었다.


  장례식을 간 다음 날, 김 부장 친척한테서 전화가 왔다. 고인 소지품을 정리하는데 도와달라고 했다. 토요일에 김 부장이 살던 집으로 갔다. 나와 그 친척은 짐을 정리했다. 회사 서류나 물건이 있으면 내가 따로 뺐다. 재산을 처분했다더니 잡동사니가 많았다. 반나절이면 끝날 줄 알았는데 해가 지고 나서야 끝났다.


  일본 지도 세 장(김 부장은 일본 북부를 여행한 듯했다), 손전등, 위장 크림, 장화, , 두꺼운 장갑, 더 두꺼운 보호복, 나침반, GPS, 비상 식량, 침낭, 시계, 은빛이 나는 조그마한 상자, 끌과 공작용 칼, 줄자, 핀셋.


  “저 은색 상자는 뭘까요?”

  “뭔지는 모르는데 색이 납이랑 비슷하네요. 제가 화학 회사에서 일하거든요.”


  마지막으로 서랍에서 주황색 탐지기가 나왔다. 무얼 탐지하는 기계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스위치를 켜자 조금 치직대는 소리를 냈다. 뭘 탐지했길래 그런 불길한 소리를 내며 반응한 것일까? 하지만 이미 토요일을 다 보낸 나는 회사 것만 챙겨서 집을 나왔다. 집을 나오면서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입에서 조금 신맛이 나는 것 같았다. 아마 친하게 지낸 김 부장을 어이없게 잃은 데 대한 씁쓸함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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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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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렸을 적에 아버지는 말하셨다.

세상은 해가 아니라 비로 완성된다.”

나는 그 의미를 전혀 몰랐다. 아버지도 내가 이해하리가 기대하지 않으셨다. 그저 매년 명절마다 고향집에 내려가면 친척들한테 나를 소개했다. 내가 가업을 잇기 바라셨다.

 

나는 회계사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보기 좋게 실패했다. 시험문제는 지옥처럼 어려웠다. 실패인가? 내 지능은 수도권 대학으로 끝인가? 그때 아버지가 날 불렀다.

무엇보다 멋진 직업. 빛나는 대신 후려치는 직업.”

처음에는 무슨 무술가인 줄 알았다. 아버지는 시외 사무실로 나를 데려갔다. 비밀번호를 몇 번이나 입력하고 사람 키만큼 두꺼운 철문을 열어야 들어가는 곳. 햇빛이 비추지 않는 지하에 아버지의 직장이 있었다.

회계는 세상을 관리할 뿐, 발전시키지 못한단다. 흠집을 다듬는 사람은 결코 새 보석을 만들지 못해.”

아버지는 의자에 앉았다. 나는 옆 소파에 앉았다. 곧 아버지가 일을 시작했다.

 

아버지는 신이었다.

적어도 겉모습만 보면 그랬다.

 

“20년 전부터 시작했다. 고향 아는 형님 일을 물려받았지. 처음엔 놀랐어. 하지만 이건 누군가가 꼭 해야 하는 일이야.”

 

아버지는 자기의 업적을 자랑했다. 신발끈이 더 자주 풀리게 하기. 운동장에서 찬 공이 자동차 밑으로 들어가게 하기. 라면을 끓이는 사람이 가스불을 잊게 만들기. 버스카드를 찍으면 기계가 한 번은 다시 대주십시오라고 말하게 만들기. 우산 쇠살 사이에 머리카락 끼게 하기.

 

짜증이 없는 세상을 상상해 봤니?”

. 행복하겠죠.”

하지만 무덤덤하고 죽은 것 같겠지. 나무늘보처럼.”

 

아버지는 새 일을 시작하셨다. USB 꽂는 방향 헷갈리게 하기. 공인인증서 접속 오류내기. 인터넷에서 뒤로가기 버튼을 누르면 이미 만료된 페이지입니다를 띄우기.

 

애덤스는 이익을 보고자 하는 마음, 마르크스는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려고 하는 마음이 세상을 발전시킨다고 했단다. 하지만 아들아. 그들은 모두 틀렸다. 세상은 짜증으로 발전한단다.”

 

아버지는 나에게 이 일을 물려주셨다. 몇 년 후에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요즘 나는 꽤 보람찬 삶을 산다. 휴대폰은 절대 와이파이가 한 번에 잡히지 않게 하고 있다. 탄산음료는 어쩌다 한 번씩 아무 예고 없이 넘쳐흐르게 하고 있다. 특히 사격훈련에서 탄피 숨기는 일은 어찌나 재미있는지. 처음엔 아버지가 신이라고 생각했다. 그 다음에는 악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아버지, 그리고 나는 신이 틀림없다. 인간이 선악과를 먹어서 신을 짜증나게 했으니, 나도 인간들을 짜증나게 해도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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