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찬범의 파라다이스
글쓰기와 닥터후, 엑셀, 통계학, 무료프로그램 배우기를 좋아하는 청년백수의 블로그
힘평형 (1)
재료역학 1] 힘과 모멘트의 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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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바람이 차가운 3월. 그러나 대학 캠퍼스는 개강한 대학생들로 활기가 넘친다. 대학생이라면 기대만큼이나 걱정도 많을 터. 특히 2학년이 되어 전공과목을 배우기 시작한 대학생이라면 학업이 더 부담스럽다. 이제 토목과 2학년에 올라온 김새빛도 마찬가지다.





어쩌지. 작년엔 일반물리학, 일반화학, 미적분학 같은 공통과목만 배웠어. 토목과 관련이 있는 건 정역학 정도였지. 그런데 이제 재료역학, 공업수학, 유체역학, 토질공학을 배워야 한다니. 책을 봐도 전혀 이해가 안 되는걸...



새빛아. 뭐가 그렇게 걱정스러워?


아. 유역학 선배!



처음 보니까 당연히 이해가 안 가지.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배운 행렬, 수열, 경우의 수, 2차방정식, 미적분도 처음엔 뭐가 뭔지 모르지만 지금 너는 그걸 다 알잖아? 하다 보면 되겠지.



으... 그래도 해야 할 게 너무 많다구요... 이 두꺼운 교재 좀 보세요...



배울 게 많다는 점은 인정할게. 그래도 차근차근 나아가는 게 중요해.

두꺼운 교재에 주눅이 들었다가는 시작도 하지 못할걸? 정말 모르겠다면 내가 도와줄게.



정말요?



물론이지.

안 그래도 이번 학기는 휴학하고 다른 활동을 할 예정이었거든.

틈틈이 후배를 도와주는 것도 괜찮겠지.



정말 고맙습니다, 선배!



좋아. 그럼 무슨 강의부터 알고 싶은데?



어... 재료역학이요. 아무래도 토목의 기본이 되는 과목 같아서요.



재료역학(Mechanics of Materials)은 토목과뿐 아니라 건축과, 기계과 등 여러 전공에서 필수로 익혀야 해.

산수로 치면 구구단처럼 기초적인 과목이지.



기초부터 이렇게 어려운데, 나중엔 어떡하죠?



내가 말했지. 한 번에 하나씩 하자니까.

구구단을 떼자마자 미적분을 배울 수도 없고, 그렇게 배우려 해서도 안 돼.

앞으로 대학생활이 3년은 남았으니까 조금 여유를 찾자고.



알았어요...



일단 카페라도 가서 이야기할까?



그러죠!




원리와 공식




좋아. 재료역학을 시작해 보자.

그전에 토목을 공부하는 자세를 좀 알아뒀으면 해.



토목을 공부하는 자세요?



응. 원리를 이해하되 공식 자체를 외워두는 것이 좋아.



원리와 공식이라...



원리를 이해해야 하는 이유는 알지?

어느 분야든 왜, 어떻게 그렇게 되는지를 알면 쉽고 깊이 외울 수 있지.

다만, 공식도 늘 알고 있어야 해.

앞으로 시험도 볼 거고, 상위 전공과목도 수강할 테니까.

시험장에서 '이 공식은 어디어디에서 시작해서....' 하면서 모두 처음부터 유도할 수는 없잖아?

나중에 더 어려운 걸 배울 때 강의실에서도 다 처음부터 되짚는다면 지칠걸.



확실히 시험 보면서 그러면 시간이 모자라겠네요.



게다가 공식 중에는 경험식도 많으니까 말야.



경험식이요?



어떤 원리에서 파생한 식이 아니라 실험과 관찰로 얻어낸 식을 말해.

실제 현상을 보고 만든 공식이니 유도할 원래 식이 없지.

지금은 기초니까 다 과학적이겠지만 나중에 가면 경험식이 많아져.

그건 어쩔 수 없이 외우는 수밖에.



이해할 시간에 외우는 것도 방법일까요?



글쎄. 교수 중에는 식만 달달 외우는 학생들을 위해 '못 이해하면 못 푸는 문제'를 내는 분도 있으니까.




평형식



새빛이는 정역학은 수강했겠지?



네, 전공필수였어요.



그래도 복습하는 차원에서 다루고 넘어가자.

뉴턴부터 시작해 볼까?



엥? 웬 뉴턴인가요.

뉴턴은 물리학자지 토목공학자는 아니잖아요.



뉴턴은 중력만 발견한 사람이 아냐.

수학과 공학에도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고.

심지어 힘의 단위(N)에 자기 이름을 넣었으니까.

유체역학의 시초기도 하지.

하지만 지금은 뉴턴의 세 가지 법칙을 살펴보자.

농담으로 공학 공식은 다 이 세 법칙에서 나온다고 해.



뉴턴의 운동법칙

1. 관성 법칙 : 물체는 외부 힘이 없으면 등속도 운동한다.

2. 가속도 법칙 : 가속도는 힘에 비례한다.

3. 작용/반작용 법칙 : 모든 힘은 크기는 같고 방향은 반대인 반작용을 만든다



중학교 과학 시간에 배운 기억이 떠오르네요.

두 번째 법칙은 F=ma죠?

예전에 당구공끼리 부딪히는 문제를 죽어라 풀었죠.



그건 운동량 보존 법칙 아닐까?

아무튼 우리는 첫 번째 법칙에 집중하자.

힘을 받지 않으면 물체는 같은 속도로 움직여. 관성의 법칙이라고 부르지.

그 반대도 성립해. 등속도로 운동하는 물체가 있다면 그 물체는 아무 힘도 받지 않아.



정확히 말하면 아무 힘도 안 받는 게 아니라 '힘의 합력이 0'인 거겠죠.






그래. 바벨을 들고 있는 역도 선수를 생각해 보자.

어마어마하게 무거운 바벨이 역도선수한테 아래 방향으로 힘을 주고 있지.

F=ma를 생각한다면 선수는 아래 방향으로 가속도를 받아야 해. 그런데 역도선수는 가만히 있잖아?

그건 역도선수가 바벨 무게만큼 위로 힘을 주고,

바닥이 바벨 무게와 연도 선두 몸무게를 버티며 위로 힘을 주고 있기 때문이야.

그래서 힘의 합력이 0이고 선수는 바닥을 뚫고 내려가지 않는 거야.



가만히 있는 것도 등속도라 이거군요.



속도가 0으로 일정한 것도 엄연히 등속도지. 안 그래?

따라서 물체가 가만히 있는다면 그 물체가 받는 힘의 합력은 0이다

라 말해도 무리는 없겠지.



좋아요. 슬슬 토목과 상관이 없어지는데요?





이제 토목에 들어가려는 참인데!

자. 여기 테이블 위에 텀블러가 있다고 하자.

텀블러의 무게는 무시할게. 앞으로 구조 자체의 무게는 무시할 거야.

내가 이 텀블러 위에 1kg짜리 책을 올려놓는다고 하자.

텀블러는 움직이지 않아. 그렇다면 합력이 0이지.

텀블러는 위에서 아래로 1kgf의 힘을 받고 있어.

그런데 어떻게 합력이 0일까?





텀블러가 아래에 있는 테이블에서 1kgf만큼 위로 받치는 힘을 받기 때문 아닌가요?

물리학 시간에 배웠죠. 



그래. 따라서 합력은 0이고,

테이블은 현재 1kgf의 힘을 위로 주면서 버티고 있지.



이게 토목과 상관이 있나요?



있고말고.

빌딩, 다리, 발전소, 우리가 있는 카페도 모두 물건과 사람의 무게를 견디고 있어.

기둥과 보에 어느 정도로 힘이 걸리는지 알아야 버틸지 못 버틸지 알아내고 나아가 설계할 수 있겠지.

원래는 더 복잡한 기술도 필요하고 구조 자체의 무게(자중)도 고려해야 하지만,

지금은 기초를 배우고 있으니까 쉽게 생각하자.




힘의 평형



아까 봤듯이 대부분의 구조는 움직이지 않아

(구조가 움직일 때는 정말 끔찍할 거야)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 구조에 가하는 모든 힘의 합력은 0이야.

새빛이는 벡터에 대해 알지?



'벡터와 스칼라' 할 때의 그 벡터요?

온도, 시간처럼 방향이 없고 값만 있는 수치는 스칼라라고 하고

힘과 속도처럼 크기와 방향이 같이 있는 수치를 벡터라고 하죠?



그렇지. 힘은 벡터지?

그러니까 '힘의 합력이 0이다'라는 건

힘의 벡터들을 전부 합치면 크기가 0이라는 뜻이 돼.



구조니까 힘의 방향은 위에서 아래로 누르는 방향 아닐까요?



그렇겠지만, 가로 방향 힘도 무시하면 안 되지.

이 물체를 보자.

내가 여기에 있는 힘을 모두 표시할게. 하나만 빼고.

이 물체는 현재 움직이지 않아.

그렇다면 아래에 있는 힘은 크기와 방향이 얼마나 될까?




아래 방향 힘이 총 100N이니까,

합력이 0이려면 위에서 아래로 100N의 힘이 필요하겠죠. 아닌가요?



맞아. '합력이 0이다'를 수학식으로 쓰면 이렇겠지.





F 밑에 y는 뭐죠?



당연히 y축, '세로 방향'이라는 거 아니겠어?

맞다! 이걸 그리는 걸 깜빡했네!




엥? x축 y축이 왜요?



아까 보여준 그림을 다시 봐봐. 여기에 x축, y축 표시가 있었어?



없었죠.



그런데 내가 갑자기 y축은 어쩌구저쩌구... 한다면

읽는 사람은 어디가 y축인지 알겠어?

무조건 세로 방향이 y라는 보장이 없거든.

우리끼리야 괜찮다고 해도 모르는 사람, 특히 레포트와 시험을 채점하는 조교님은 이걸 보고 뭐라고 생각하시겠어?



그렇군요.

축을 말하려면 먼저 어디가 x축이고 y축인지 설명해야 하는군요.



레포트 쓸 때와 시험시간에 잊지 말라고.

힘의 합력에 대해서는 두 가지 공식이 나오지.





x축 합력과 y축 합력이 0이다. 맞죠?



그래. 그리고 축은 임의로 설정할 수 있어.



그게 무슨 뜻이죠?



예를 들어 이 구조를 보자.

이 구조는 경사가 있기 때문에 축도 기울여서 설정하면 계산하기 쉽겠지.



축을 원래처럼 하면 틀리겠군요?



무슨 소리야. 축은 어떻게 정하든 상관 없어.

합력이 0이라면 어떤 방향으로 축을 잡든 0이야.

축을 막 정하면 삼각함수로 계산하가는 좀 어렵겠지만,

합력이 0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어떻게든 90도 차이만 나게 x축 y축 방향을 마음대로 정하면 된다는 거죠?

어차피 합력은 0이니까요. 하지만 웬만하면 계산하기 쉽게 정하는 게 좋다는 거죠?



모멘트의 합



힘의 합력은 0.

하지만 힘 말고 모멘트도 있어. 정역학 시간에 배웠지?



네. 모멘트는 힘X거리죠?



맞아. 이 그림을 봐.




물체가 양옆으로 힘을 받네요.



두 힘은 방향만 반대고 크기는 같아. 힘의 합력은 0.

지금까지 배운 대로면 이 물체는 움직이지 않아야 정상이야.

그런데 상상해봐. 이 물체는 과연 미동도 없을까?



하나는 위, 하나는 아래에 있어요.

이대로 힘을 주면 시계 반대방향으로 물체가 돌겠는데요.



그래. 힘의 합력만 생각하면 '회전'을 고려하지 못해.

토목인이라면 구조가 이동하는 것뿐 아니라 돌아가는 것도 조심해야지.

그래서 힘의 합력뿐 아니라 모멘트의 합력도 0인 걸 고려해야 해. 식으로 쓰자면 이렇겠지.




식 처음에 있는 화살표는 뭐죠?



시계 반대방향 모멘트를 +로 한다는 뜻이야.

x축과 y축을 설정하듯이 모멘트도 어느 방향이 +인지 정해줘야지.

이것도 레포트와 시험에 잊지 말라고.

이 그림을 보자. 모멘트 합이 정말 0인지 알아볼까?



잠깐만요. 모멘트는 힘X거리잖아요.

거리는 어디 기준이죠?



이것도 합력 계산과 같아. 기준점은 어디든 상관 없어.

왼쪽 끝을 기준으로 해 보자. 시계 반대방향을 +로 하는 거야.

10N은 거리가 0이니 모멘트도 0

15N이 만드는 모멘트는 15X1 = 15Nm

5N이 만드는 모멘트는 5X3 = -15Nm

전부 합치면 0이지

새빛이는 15N이 작용하는 지점을 기준으로 해 봐.



10N이 만드는 모멘트는 10X1 = 10Nm

15N이 만드는 모멘트는 거리가 0이니 0

5N이 만드는 모멘트는 5X2 = -10Nm

합이 0이 되네요.



그치? 오늘은 세 가지 식만 기억하자.

합력이 0이라는 식 두 가지와 모멘트 합이 0이라는 식 한 가지.





그런데 이게 무슨 소용인지 잘 모르겠어요.

실제로 구조는 늘 가만히 있지 않나요?

그런데 왜 굳이 합력과 모멘트 합이 0인지 알아야 하죠?



이건 기본에 불과해. 반력과 응력을 구하려면 필수지.

곱셈과 제곱을 하려면 먼저 구구단을 배워야 하듯이 말이야.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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