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찬범의 파라다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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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대 닥터, 50년대 미국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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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촬영장 사진이 또 공개되었습니다. 아마 예전에 전해드린 것처럼 남아공에서 촬영하는 듯한 모습입니다. 그때도 말했지만 촬영장소가 남아공이라고 남아공이 배경이라는 법은 없습니다. 그리고 실제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루머가 하나 돌고 있습니다.

 

  그 루머는 '남아공에서 촬영 중인 에피소드는 1950년대 미국이 배경이다'라는 소문입니다. 정확히는 1955년이라는 겁니다. 어떻게 연도까지 아느냐고요? 루머에 따르면 저 사진에 나오는 초록색 버스는 1955년 로자 파크스가 자리 양보를 거부했다 체포당한 그 버스라고 합니다.

 

  일단 부연설명이 필요하겠죠. 1950년대만 해도 미국 내에는 인종차별이 만연했고, 실제 버스 좌석도 백인 좌석과 흑인 좌석이 구분되었습니다. 1955년 12월 1일, 흑인 여성 로자 파크스는 백인들에게 버스 자리를 양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되었습니다. 이후 각지에서 버스를 보이콧하는 움직임이 벌어졌고, 이는 흑인 인권 운동의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만약 저 루머가 맞다면, 50년대 미국을 재현하러 남아공에 간 이유를 알 수가 없군요. 아마 예산 문제겠죠. 잠깐 나오는 장면을 찍으러 남아공까지 갔을 리는 없으니, 50년대 미국은 적어도 한 에피소드 전체를 관통하는 배경이 분명합니다.

 

  일부 팬들은 이런 배경 선택에 불안해하고,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닥터는 타임머신이 있으니 과거로 갈 수도 있고, 인종차별이 잘못된 것임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이미 여성 닥터로 구설수와 의심의 눈초리와 원망을 담은 채 민감한 소재를 건드려야 했을까요? 웬만큼 에피소드가 재밌고 감동을 주지 않는 이상 50년대 미국과 인종차별이라는 주제는 폭탄이 될 수 있습니다.

 

  크리스 칩널과 제작진은 어쩌면 정면돌파를 시도하는지도 모릅니다. 지난 시즌에서 빌 포츠는 흑인 레즈비언이라는 설정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빌 포츠가 여성이나 인종, 성적 지향을 드러내는 장면은 많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일각에서는 '저렇게 조금만 드러낼 거면 왜 굳이 소수자 설정을 넣었나'면서 부족한 묘사를 지적했습니다. 제작진도 바보가 아닌 이상 여성 닥터가 논란 소용돌이를 만들 줄 알았겠죠. 대놓고 PC 노선을 가든, 선을 긋든 50년대 미국 에피소드는 13대 닥터가 갈 방향성을 확실히 보여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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