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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2)
닐 게이먼의 'Make Good Art' 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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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영국의 유명 작가 닐 게이먼이 2012년 미국 University of the Arts(UArts) 졸업식에 초대받아 남긴 기조 연설을 번역한 글입니다. 일명 'Make Good Art' 연설로 불립니다. 이 연설 영상과 대본은 유튜브와 UArts 홈페이지에서 직접 보실 수 있습니다.

 


  이런 고등 교육기관을 졸업하는 분들께 직접 조언을 드리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이런 학교를 졸업하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입학하지도 못했죠. 전 탈출이 가능한 나이가 되자마자 학교를 나갔습니다. 제가 작가가 되기로 마음을 먹기 전, 제 앞에 놓인 4년의 강제 교육이 아직 지루할 때였습니다.

 

  저는 이 업계에 들어와서 글을 썼고, 쓸수록 좋은 작가가 되어갔고, 그렇게 글을 더 썼는데, 제가 점점 살아가는 모습이 언짢은 사람은 없던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그저 제 글을 읽고 돈을 냈죠. 안 내기도 했습니다. 종종 자기를 위해 글을 써달라고 부탁하기도 했고요.

 

  그렇게 전 친구와 가족이 받은 고등 교육에 건전한 존중과 애정을 품게 되었습니다. 대학을 다닌 친구와 가족들은 그 존중과 애정을 오래 전 치료받았는데 말입니다.

 

  돌이켜 보면 전 독특한 삶을 살았습니다. 이걸 경력이라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경력이라는 말에는 제가 어떤 경력을 계획했다는 뜻이 있는데, 전 그런 일은 전혀 한 적 없습니다. 제가 그나마 리스트라고 부를 수 있는 건 15살에 쓴 소원 목록이었습니다. 어른 소설을 쓴다. 아이들 책을 쓴다. 만화를 그린다. 영화를 찍는다. 오디오북을 녹음한다. 닥터후 에피소드를 쓴다 등. 전 경력이랄 게 없습니다. 그저 리스트 목록을 해냈을 뿐입니다.

 

  그래서 제가 이 일을 시작할 때 알았다면 좋았을 것들을 전부 말씀드리려 합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는 줄로 착각하던 것도요. 제가 받은 최고의 조언도 알려드리겠습니다. 전 절대 실천하지 못했지만 말입니다.

 

  첫째. 여러분이 경력을 시작하면 자기가 뭘 하는지도 모르실 겁니다.

 

  이건 대단한 겁니다. 자기가 뭘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규칙을 압니다. 뭐가 가능하고 불가능한지 압니다. 여러분은 모르죠. 몰라야 합니다. 뭐가 가능하고 불가능한지 정하는 규칙들은 가능성의 경계를 넘어 시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만든 겁니다. 여러분은 시험할 수 있습니다.

 

  어떤 일이 불가능한지 아닌지 모른다면 더 쉽습니다. 아무도 하지 않았다면, 아무도 그걸 막을 규칙을 아직 정하지 않았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무얼 만들고 싶은지 떠오르고, 무얼 재료로 할지도 정했다면 그냥 시작하세요.

 

  말이야 쉽겠지만, 가끔 마지막에 가 보면 예상보다는 훨씬 쉬울 겁니다. 대개 여러분이 가고 싶은 곳에 가려면 먼저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전 만화와 소설과 스토리와 영화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저널리스트가 되었습니다. 저널리스트는 질문할 권리도 있었고, 그냥 찾아가서 업계가 돌아가는 방식도 알 수 있었고, 게다가 글을 쓰거나 잘 쓰려면 알아야 할 것도 배울 수 있었고, 효율적이고 사무적이고 가끔은 불리한 상황이거나 시간제한이 있을 때 글을 쓰는 법을 배우며 돈까지 받을 수 있었습니다.

 

  어떤 때는 여러분이 하고 싶은 일에 직선으로 길이 났을 수도 있고, 여러분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 절대 모를 때도 있을 겁니다. 여러분은 가능한 것을 얻기 위해 먹고 살고, 빚을 갚고, 일감을 찾고, 정착하면서 목표와 희망 사이 균형을 맞춰야 하기 때문입니다.

 

  가끔은 제가 가고 싶은 곳을 상상만 해도 되었습니다. 작가, 주로 소설가가 되어 좋은 책을 쓰는 모습. 좋은 만화를 만들고 말과 글로 제 자신을 떠받는 것. 그건 산이었습니다. 먼 산. 제 목표였습니다.

 

  전 깨달았습니다. 산을 향해 걷는 동안에는 괜찮을 거라고. 나중에 내가 뭘 해야 하는지 정말 모르면, 멈춰서 그 산에 가까워지는지 멀어지는지만 따지면 되니까요. 전 잡지 편집 일, 돈깨나 주는 적당한 일자리를 거절했습니다. 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 일은 매력적이었지만, 저를 그 산에서 멀어지게 할 것이었습니다. 만약 그 제안이 그때보다 일찍 왔다면 저는 수락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더 이른 시절 저한테는 그 일이 저를 산에 더 가까이 가게 해줬을지도 모르니까요.

 

  전 글을 쓰며 글쓰기를 익혔습니다. 전 모험 같았다면 뭐든지 했고, 일 같았다면 뭐든 관뒀습니다. 제 인생은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셋째, 여러분이 무언가 시작하면 실패라는 문제를 처리해야 합니다. 여러분은 동요하지 말아야 합니다. 모든 프로젝트가 살아남을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프리랜서의 삶, 예술가의 삶은 가끔 무인도에서 메시지를 넣은 병을 띄우고 누군가 그 병을 찾고, 열고, 읽고, 다시 돌아갈 무언가를 넣기를 바라는 것과 비슷합니다. 넣는 것은 칭찬이나 의뢰나 돈이나 사랑이겠죠. 돌아오는 병 하나를 위해 백 가지 병을 띄울지도 모름을 인정해야 합니다.

 

  실패라는 문제는 좌절의 문제, 절망의 문제, 굶주림의 문제입니다. 여러분은 모든 것이 지금 당장 이뤄지기를 바라고, 모든 것은 잘못됩니다. 제가 처음으로 낸 책은 돈 때문에 쓴 저널리즘 책이었고, 저는 미리 전자 타자기를 사 두었습니다. 그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어야 했지요. 저한테 많은 돈을 안겨야 했어요. 첫 판본이 다 팔리고 인세가 나오기 전에 출판사가 강제로 망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됐겠죠.

 

  전 어깨를 으쓱했습니다. 전자 타자기와 두 달 정도 집세를 낼 돈이 있어서, 전 다음부터는 돈을 위한 책은 최선을 다해 쓰지 않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돈을 받지 못하면, 남는 게 없습니다. 만약 제가 보람있는 일을 해냈는데 돈을 받지 못한다면, 최소한 작업물은 남겠죠.

 

  가끔 제가 이 규칙을 잊으면 우주는 저를 걷어차서 일깨워 주었습니다. 다른 사람한테는 맞는지 모르겠는데 저한테는, 돈만 보고 한 일이 거기에 맞게 돈을 준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쓰라린 경험만 남았죠. 돈을 받은 일도 많지 않았습니다. 신이 나서, 현실에 만들어지는 걸 보고 싶어서 한 일은 저를 실망시킨 적이 없었고, 거기에 들인 시간도 절대 아깝지 않았습니다.

 

  실패라는 문제는 어렵습니다.

 

  성공이라는 문제는 더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아무도 성공은 경고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제한적인 성공조차 문제가 있는데, 첫 번째는 여러분이 도망자가 되어서, 언제든 누군가 여러분을 찾아낼 거라는 굳은 확신입니다. 이걸 가면 증후군이라고 합니다. 제 부인 아만다는 이걸 가짜 경찰이라고 불렀습니다.

 

  제 사례를 보죠. 전 곧 누군가 문을 두드리고, 클립보드를 든 사람이 들어와서(왜 클립보드를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랬습니다), 저한테 모든 일이 다 끝났다고 말하고는 저를 데려가서 진짜 직업을 하게 만들 거라고 상상했습니다. 그 진짜 직업은 무언가를 지어내거나 쓰거나 원하는 책을 읽지 못하는 직업이었죠. 그렇게 되면 전 순순히 끌려가서 아무것도 지어낼 필요가 없는 일을 맡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성공이라는 문제. 이건 실존하고, 운이 좋다면 여러분도 겪게 됩니다. 이때 여러분은 모든 일에 '예'라고 말하지 못하게 됩니다. 여러분이 바다에 던진 병들이 전부 돌아왔으니, 이제 '아니'라고 말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동료들과 친구들과 저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몇몇 지인이 얼마나 고통을 받는지 봤습니다. 그들은 하루종일 있고 싶다고 한 그 세계를 예상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자기 위치를 지키는 데에만 몇 달을 들이부어야 했으니까요. 그저 자리를 박차고 중요한 일과 진정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했습니다. 실패라는 문제와 마찬가지로 그것도 큰 비극으로 보였습니다.

 

  그걸 지나면, 성공의 제일 큰 문제가 있는데 바로 세상이 성공한 여러분이 하던 일을 못 하도록 작당하는 겁니다. 어느 날 저는 고개를 들어 메일에 답신하는 일로 먹고 살고, 글은 취미로 쓰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전 메일 답신을 줄였고, 글을 쓰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안심했습니다.

 

  넷째, 여러분이 실수를 저질렀으면 좋겠습니다.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은 밖에 나가 무언가 함을 뜻합니다. 실수 자체가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예전에 캐롤린(Caroline)의 철자를 잘못 쳐서 o와 i가 바뀌었습니다. 그때 생각했죠. 코렐라인(Coraline)도 진짜 이름 같다고.

 

  그리고 명심하세요. 어느 학과에 계시든, 음악가든 사진사든 교양이든 만화가든 작가든 댄서든 디자이너든, 뭘 하든 유일한 하나를 가지세요. 그럼 예술을 할 줄 아는 겁니다.

 

  저한테, 제가 아는 많은 사람들한테 그 하나는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었습니다. 최강의 구조대원입니다. 그건 여러분에게 좋은 시절을 줄 것이고, 나쁜 시절은 빠져나가게 해 줄 겁니다.

 

  인생은 가끔 힘이 듭니다. 삶에서 사랑에서 일에서 우정에서 건강에서, 인생 속 모든 것에서 상황은 잘못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는 게 어려워지면, 제가 시키는 대로 하세요.

 

  좋은 예술을 만드세요.

 

  농담 아닙니다. 남편이 정치인과 바람이 났다? 좋은 예술을 만드세요. 돌연변이 보아뱀이 다리를 으스러뜨리고 집어삼켰다? 좋은 예술을 만드세요. 국세청에 쫓긴다? 좋은 예술을 만드세요. 고양이가 폭발했다? 좋은 예술을 만드세요. 인터넷에서 여러분 작품이 바보 같거나 악하다거나 세상에 이미 있는 것이라 한다? 좋은 예술을 만드세요. 상황은 어떻게든 나아질 거고, 언젠가 시간이 박힌 가시를 빼낼 겁니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자신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것만 하세요. 좋은 예술을 만드세요.

 

  만들 거면 좋은 날에 만드시고요.

 

  다섯째, 만드는 동안에는 여러분의 예술을 만드세요. 여러분만 할 수 있는 일을 하세요.

 

  남을 따라하려는 충동이 나오겠죠. 그건 나쁘지 않습니다. 우리는 대부분 남의 목소리를 따라하고 나서야 자기 목소리를 찾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가졌지만 다른 사람이 갖지 않은 유일한 한 가지는, 바로 여러분 자신입니다. 여러분의 목소리, 마음, 이야기, 비전. 그러니 여러분만 할 수 있는 걸 쓰고 그리고 짓고 연기하고 추고 사세요.

 

  아마 이런 느낌이 들 때가 올 겁니다. 여러분이 나체로 길거리를 걷는 듯한 느낌. 여러분의 마음과 생각 속에 있는 걸 너무 많이 노출해서, 여러분 자신을 너무 많이 보여주지 않나 생각이 드는 순간. 그 순간이 바로 여러분이 제 갈길을 찾은 순간일 겁니다.

 

  제가 가장 크게 해낸 일들은, 제가 제일 확신하지 못하던 일이었습니다. 남들한테 통할지 몰랐고 오히려 세간에서 세계가 멸망할 때까지 떠들지도 모르는, 부끄러운 실패가 될 것 같던 작품이었습니다. 그런 작품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그 작품들을 돌아보며 이게 성공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합니다. 전 그 당시에 전혀 몰랐습니다.

 

  지금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만들면서 성공할지 못 할지 안다면 무슨 재미겠어요?

 

  물론 가끔은 진짜 실패하기도 했습니다. 2판이 나오지도 않던 제 이야기가 있습니다. 몇몇은 제 집을 떠나지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성공한 작품만큼이나 그런 작품에서도 저는 무언갈 배웠습니다.

 

  여섯째, 프리랜서의 비밀 비법을 전해드리겠습니다. 비밀 비법은 늘 도움이 됩니다. 다른 사람한테 예술을 만들어주거나 어느 분야든 프리랜서 세계에 입문하고 싶을 때 유용할 겁니다. 전 만화업계에서 이걸 배웠지만 다른 분야에도 적용됩니다. 그 비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사람이 고용되는 이유는, 어떻게든 고용되기 때문입니다. 제가 당시에 저지른 일은 요즘이라면 들키기도 쉽고 난처해지기도 쉽지만, 그때는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라 꽤 센스 있는 경력 전략이었습니다. 편집자들이 제가 어디서 일했나 물어보면, 전 거짓말을 쳤습니다. 그럴듯한 잡지들을 자신있는 말투로 대고 일을 땄습니다. 첫 직장을 얻을 때 글을 썼다고 한 잡지사들한테는 약속을 지켰으니, 엄밀히 거짓말은 아닙니다. 시간 순서가 문제였을 뿐... 일을 해봐서 일을 하게 된 셈입니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사람은 늘 있었는데, 요즘 세상은 프리랜서가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일을 잘하기도 하고, 접근하기도 쉽고 시간에 맞추어 제출하니까요. 어려분한테는 이 세 가지가 다 필요하진 않습니다. 셋 중 둘만 있어도 괜찮습니다. 여러분이 일을 잘하고 시간에 맞춰 내준다면 여러분 성격이 불쾌해도 사람들은 참을 겁니다. 여러분이 일을 잘 하고 사근사근하면 늦게 내도 용서해 줄 겁니다. 여러분이 시간을 잘 맞추고 여러분과 일하는 것이 언제나 즐겁다면, 그렇게 실력이 좋을 필요는 없습니다.

 

  이 연설을 수락할 때, 오랜 시간 동안 제가 받은 최고의 조언이 뭐였을지 생각을 해 봤습니다.

 

  그건 바로 20년 전 스티븐 킹이 남긴 말이었습니다. 그때 전 <샌드맨>으로 전성기를 맞았습니다. 사람들이 사랑하고 진지하게 읽던 만화를 집필하고 있었죠. 스티븐 킹은 제 만화 샌드맨과, 테리 프레쳇과 같이 쓴 소설 <좋은 징조들>을 마음에 들어 했습니다. 그 열기와 긴 사인행렬 등등을 보던 그분은 이런 조언을 하셨습니다.

 

  "정말 대단하네요. 이걸 즐기세요."

 

  그런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최고의 조언인데 전 무시해 버렸습니다. 전 즐기는 대신 걱정했습니다. 다음 제출기한, 다음 아이디어, 다음 줄거리를 걱정했습니다. 그후 14, 15년을 머릿속에서 무언가 써내리고 따져보기만 했습니다. 잠깐 서서 주위를 둘러보고 '정말 재밌는 일이야'라고 하질 않았죠. 더 즐겼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환상적인 삶이었습니다. 하지만 일이 잘못될까 봐, 다음에 뭐가 올지 걱정하느라 즐기지 못하고 놓친 시간도 있습니다.

 

  저한테는 이게 제일 지키기 어려운 조언이었다 생각합니다. 놓고 흐름을 즐기는 것. 그 흐름은 여러분을 특별하고 예상치 못한 곳으로 데려다 주기 때문입니다.

 

  여기 이 연단도 그런 곳 중 하나입니다(전 지금 엄청 몰입해서 즐기고 있습니다).

 

  오늘 졸업하시는 모든 분께 저는 행운을 빌어 드립니다. 행운은 쓸만한 겁니다. 여러 경우에서 알게 되실 겁니다. 여러분이 열심히 일할수록, 똑똑하게 일할수록 행운이 더 찾아옵니다. 하지만 순수 운도 있고, 운은 도움이 됩니다.

 

  여러분이 어느 예술에 몸을 담든, 지금 세계는 변하고 있습니다. 유통 성질이 바뀌고 있고, 예술가들이 자기 작품을 세상에 내놓고 지붕 있는 곳에서 예술을 하며 샌드위치를 사게 되는 모델이 전부 바뀌고 있습니다. 전 출판, 도서 판매, 기타 여러 분야에서 정점에 선 사람들과 이야기해 봤지만 10년은 고사하고 2년 후 풍경도 예측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출판에서 시각예술에서 음악에서 모든 창조적인 일에서 사람들이 지난 세기, 아니면 그 이상 만들어 온 유통경로가 바뀌고 있습니다.

 

  이건 어떻게 보면 무서운 일이지만, 달리 보면 아주 자유롭기도 합니다. 작품을 세상에 보여줄 때 필요한 태도와 행동에 필요한 규칙과 가정과 의무가 무너져내리고 있습니다. 문지기가 문을 떠나고 있습니다. 여러분 작품을 보이기 위해 얼마든지 창조적이 될 수 있습니다. 유튜브와 인터넷(과 다음 세대에 올 아무거나)은 텔레비전이 평생 모은 사람보다 더 많은 시청자를 여러분께 줄 수 있습니다. 예전 규칙이 무너지고 있고 아무도 새 규칙을 모릅니다.

 

  그러니 자신만의 규칙을 만드세요.

 

  최근에 어떤 사람이 물었습니다. 어렵게 생각되는 일을 어떻게 해내야 하냐고 말이죠. 그 질문에서는 오디오북 녹음이었습니다. 전 그분한테 일을 할 수 있는 누군가인 척하라는 조언을 남겼습니다. 할 수 있는 척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사람인 척을 하라. 그분은 효과를 내기 위해 녹음실 벽에 글귀를 써 붙였고, 도움이 되었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그러니 현명해지세요. 세상엔 지혜가 점점 더 필요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명해질 수 없다면, 현명한 누군가인 척 하시고, 그 사람처럼 행동하세요.

 

  이제 가셔서 재밌는 실수를, 대단한 실수를, 위대하고 환상적인 실수를 저지르세요. 규칙을 깨세요. 이 세상 속 여러분을 위해 세상을 더 재밌는 곳으로 남기세요. 좋은 예술을 만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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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 T 데이비스의 글쓰기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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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닥터후 소식이 갑자기 뚝 끊겨 버렸습니다. 소식이 없지는 않지만(예를 들어 타디스 내부 사진이 유출됨), 타이밍을 놓침+ 나머지는 작은 소식이라 생각해 전해드리지 않았습니다. 다음 주에는 소식을 긁어모아 전해드리겠습니다.



출처 : Tony Hassall (https://www.flickr.com/people/10175361@N00)



  닥터후는 2005년부터 두 작가가 이끌어 왔습니다. 러셀 T 데이비스는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스티븐 모팻이 2010년부터 2017년까지 닥터후의 쇼러너이자 메인 작가로 활동했죠. 올해 13대 닥터, 시즌11 부터는 <브로드처치>로 실력을 뽐낸 크리스 칩널이 스토리를 이끌 예정입니다.


  많은 시청자와 팬은 러셀보다는 모팻을 대화 주제로 삼는 것 같습니다. 모팻이 만드는 이야기가 독특하고, 떡밥 등으로 보는 사람을 잠깐도 가만히 두지 않는 스타일이라 그런 걸까요? 러셀 T 데이비스는 자신이 아니라 자신이 만든 장면과 캐릭터가 화제가 됩니다. 대표적으로 시즌 2 마지막화에서 닥터와 로즈가 헤어지는 장면을 들 수 있겠죠. 웃길 때는 확실히 웃기고 슬플 때는 확실히 슬픈 장면들을 잘 만듭니다. 줄거리를 잘 만지는 모팻에 비해 러셀은 감정을 잘 만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전에 모팻이 전하는 글쓰기 비법을 소개한 적이 있죠. 지금까지 러셀 VS 모팻으로 싸우는 닥터후 팬을 위해서라도 러셀이 알려주는 글쓰기 비법도 말해야겠죠? 닥터후를 되살린 작가한테는 어떤 비결이 있을까요? 





첫째, 너무 심각해지지 말자



  BBC Writer Room 인터뷰에서 자신한테 가장 쓸모가 많던 조언을 묻자, 러셀은 '글쓰기는 본질적으로 너무 진지해지지 않는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진지한 이야기를 할 수도 있지만, 사람은 하루종일 진지할 필요가 없는 존재다. (중략) 젊은 시절 누군가 나한테 말했다. '말하듯 쓰지 그래?'. 내가 말을 좀 웃기게 했다. 그게 제일 좋은 조언이었다."


  '모팻 후'와 비교하면 '러셀 후'는 확실히 가벼웠고, 어린이 드라마를 지향했습니다. <Midnight>, <Turn Left>처럼 각 잡고 무섭고 어둡게 쓴 에피소드도 있지만 러셀이 쓴 닥터는 유머감각을 잃는 법이 없었습니다. 늘 가족, 꿈, 우정, 미소가 닥터후와 함께였습니다.


  '글은 종이 위에 떨어뜨리는 것이다.' 러셀이 남긴 말은 아니고, 다른 책에서 본 말입니다. 글은 총알이나 야구공처럼 쏴서 박는 것보다는 가볍게 종이 위에 떨어뜨려야 한다는 뜻입니다. 글쓰기는 괴롭습니다. 써야 할 것이 부족하거나 너무 많아서 쓸 수가 없습니다. 글에 자기 꿈과 생계가 달리면 집착과 강박이 생기겠죠. 그러나 글은 원래 진지하고 딱딱한 매체입니다. 그러니 글 속이라도 물렁물렁하고 달달한 것이 괜찮겠죠.




둘째, 인물과 줄거리는 하나다


  

  같은 인터뷰에서 신인 작가들이 저지르는 실수를 묻자, 러셀은 '줄거리를 쓰지 않는 것과 캐릭터와 줄거리 중 하나만 파는 것'을 들었습니다.


최근에 커플을 다루는 각본을 읽었다. 커플은 환상적일 수 있었지만 각본은 커플을 제외한 전부를 다뤘다. 웃기는 어머니와 모자란 아버지, 재밌는 사건과 요상하고 극적인 일들이 일어났지만 중심 커플은 비어 있었다. 얼마나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는지 놀랄 지경이다. 자기 각본이 ABC를 다룬다면서 실제로는 XYZ로 각본을 쓰는 것이다. (중략) 많은 작가가 빈 공간을 채우려 한다. 그들은 시선을 이리 저리 던진다. 그러나 각본의 중심, 각본의 중심인물과 말하고 싶은 중심 이야기에 집중해야 한다.



사람들이 자주 저지르는 다른 실수는 자신을 캐릭터 작가 아니면 줄거리 작가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캐릭터 작가'는 줄거리를 만들 필요 없다는 듯이 편하게 앉는다. (중략) 그저 캐릭터 작가 같은 건 없다. 당신이 자신을 캐릭터 작가라고 하면서 캐릭터를 쓴다면, 실제 쓰이는 건 술자리 잡담이 된다! 당신이 그저 캐릭터 작가라면 지루한 인물만 쓰게 된다. 줄거리와 캐릭터는 분리할 수 없다. 둘은 같은 것이고, 캐릭터가 지나갈 줄거리가 있을 때야 캐릭터를 발견하게 된다.



  영화나 드라마는 조연이거나 등장 시간이 적지만 시선을 끄는, '신 스틸러'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장면(scene)을 훔치는(steal) 캐릭터는 그러나, 훔칠 장면이 있어야 훔칠 수 있습니다. 중심 줄거리와 인물이 없다면 이들이 재밌을까요? 약방의 감초라지만 감초만 파는 약방은 없습니다.


  몇 시즌 보면 알게 되지만, 닥터후는 1회성 조연이 많이 나옵니다. 당연한 이치죠. 닥터후는 옴니버스 방식 드라마로, 닥터는 타디스를 타고 늘 새로운 곳으로 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니까요. 닥터후 작가라면 늘 이런 1회성 캐릭터를, 그것도 잘 만들어야 할 겁니다. 그래도 닥터와 동반자, 타디스처럼 중심이 되는 것들을 놓쳐서는 안 되겠죠.







셋째, 쓰는 것이 답이다




  NME 인터뷰에서 각본가가 되고 싶지만 어디부터 시작할지 모르는 청춘에게 주고 싶은 조언을 묻자 러셀은 '이미 조언은 많이 있으니 시작하라'고 답했습니다.


까놓고 말해, 어디부터 시작할지 모른다면 무식한 것이다. 인터넷에 들어가라. 수백만 설명과 커리어가 있다. (중략) 솔직히, '어떻게 시작하죠?'는 인터넷이 없던 시대에 생긴 질문이다. 지금 그 질문은 '난 시작하기 무서워'나 마찬가지다. 괜찮다. 글쓰기는 늘 무섭다. 무서움은 사라지는 법이 없다. (중략) 쓰기 시작해라. 그런 다음 당연히 각본을 끝마쳐라. 그걸 마치면, 대부분의 작가 지망생보다 앞서게 된다. 언제나 마지막에 건네주는 조언이 하나 있다. '네 라이벌은 언제나 너를 앞선다. 그러니 서둘러라.'





  여기에 BAFTA Guru 인터뷰에서도 러셀은 비슷한 조언을 남깁니다. 경력을 시작하는 사람한테 하고 싶은 조언을 묻자 러셀은 '글을 쓰는 유일한 방법은 글을 쓰는 것'이라 말하죠.



불평하고 생각하며 평생 돌아다닐 수도 있지만 실제로 앉아서 쓰는 것이 당신의 문제를 해결해 준다.



  자료를 조사해야 합니다. 그러나 결국엔 자리에 앉아 글을 써야죠. 상상하고 구상해야 합니다. 그러나 결국 앉아 글을 써야죠. 아는 게 많다? 상상력이 좋다? 아무리 날고 기어 봐야 글을 써 내야 합니다.


  다 구상하기까지 펜을 쥐지 않는 작가가 있습니다. 반면에 쓰면서 생각하는 작가도 있죠. 두 작가가 반반이라 치면 여러분이 쓰면서 생각이 날 가능성도 반이나 됩니다. 사실, 글에는 구조가 필요해서 마구 쓰다 보면 막히는 일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조사와 구상만 하다가 하루를 다 보내는 것도 그리 좋은 버릇은 아닐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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