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 DrwhoOnline
올해 닥터후 시즌도 끝이 났습니다. 마지막으로 남은 올해 에피소드는 크리스마스에 방영하는 에피소드 <Twice Upon a Time>입니다. 한국 시간으로는 12월 26일 새벽 2~3시에 방송할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1대 닥터가 등장을 예고했습니다. 2013년 50주년 에피소드 이후 처음으로 닥터와 닥터가 만나는 에피소드라 팬들은 한창 기대 중입니다. 게다가 다른 닥터도 아니고 1963년 첫 방송을 함께 한 1대 닥터가 나온다는 사실에 팬덤은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번 크리스마스 에피소드는 12대 닥터인 피터 카팔디의 마지막 에피소드이자 최초의 여성 닥터인 13대 닥터가 처음으로 모습을 보이는 에피소드입니다. 근 7년 가까이 닥터후를 이끈 천재 작가 스티븐 모팻이 쓰는 마지막 닥터후 에피소드이기도 합니다. 이렇듯 여러 가지로 의미도 기대도 큰 이번 에피소드는 도대체 어떤 줄거리일까요? 닥터후 사이트에서 공개한 예고편으로 추측을 해보았습니다.
최초의 닥터
올해 시즌 마지막 화 마지막 장면에서는 1대 닥터가 나와서 시청자를 놀랬습니다. 12대 닥터는 사이버맨과 싸우다 회복 불가능한 부상을 입고 재생성 과정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친한 동료를 잃고 떠나보내는 아픔이 겹쳐 닥터는 재생성을 거부합니다.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싸우다 그 무언가를 잃고 자신마저 몸을 교체하는 사이클이 지겨워진 것이죠. 닥터는 눈밭에 내린 타디스를 나와 재생성을 억지로 참습니다. 그때 눈발 너머로 1대 닥터가 등장합니다.
“원조라고 할 수 있지. The original, you might say.”
예고편이나 제작진이 공개한 정보를 살펴보면 이번 에피소드는 1대 닥터가 나온 마지막 에피소드인 <The Tenth Planet>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아마 이번 크리스마스에 만날 1대 닥터는 이 에피소드를 진행하던 시점으로 생각됩니다. <The Tenth Planet>은 1966년 방송한 에피소드로 아까 말했듯이 1대 닥터의 마지막 에피소드입니다.
1대 닥터는 동반자 벤과 폴리와 함께 1986년 남극 기지에 도착합니다. 기지는 지구 대기를 순찰하는 우주선을 관리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기지는 ‘사이버맨’이라 불리는 종족한테 습격을 받습니다. 사이버맨은 본디 지구와 같이 태양계를 공전하던 쌍둥이 행성 ‘몬다스’에 살던 사람들이었습니다. 몬다스가 태양계를 벗어나 우주 공간으로 날아가면서 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자기 몸을 기계로 개조했습니다. 이렇게 기계몸이 되어 감정을 느끼지 못하게 된 ‘사이버맨’은 지구를 파괴해 몬다스 행성을 되살리려 합니다. 1대 닥터는 이 에피소드에서 사이버맨을 저지하려다 에너지가 뺏기면서 죽어갑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몸이 바뀝니다. 바로 닥터후 최초의 재생성입니다.
BBC가 공개한 예고편 첫 장면이 바로 이 당시 에피소드 장면입니다. 1대 닥터가 사이버맨에게 감정이 없냐고 물어보는 장면이죠. 당연하지만 실제 1대 닥터를 연기한 윌리엄 하트넬은 1975년에 사망했기 때문에 올해 1대 닥터는 데이비드 브래들리가 연기합니다. 데이비드 브래들리는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호그와트의 사감인 필치 역으로 유명합니다. 2013년에는 닥터후 50주년을 맞아 당시 제작을 다룬 다큐멘터리에서 윌리엄 하트넬을 재연하기도 했습니다. 다큐멘터리에서 1대 닥터 배우를 재연한 배우를 데려다 1대 닥터를 시킨다니, 기발합니다. 갑자기 생판 모르는 배우가 1대 닥터를 맡으면 아무리 비슷하게 생겨도 좀 어색할 텐데 이렇게라도 한 번 관련을 지은 배우가 나오니 안심입니다. 어쩌면 2013년 다큐멘터리를 찍을 때부터 1대 닥터를 맡겨서 닥터후 본편에 등장시키자는 기획이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또 마크 게이티스
1대 닥터 말고도 크리스마스엔 반가운 얼굴이 찾아옵니다. 바로 <셜록>에서 마이크로프트 홈즈를 맡기도 한 마크 게이티스입니다. 마크 게이티스는 닥터후 출연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2007년 시즌 3에서 실험으로 젊음을 되찾은 과학자 라자루스 교수를 맡기도 했죠. 시청자들도 잘 모르는데, 2011년 11대 닥터가 에이미 아기를 되찾는 에피소드에서 전투기 조종사로 잠깐 나오기도 했습니다. 마크 게이티스는 2005년부터 거의 매 시즌 닥터후 에피소드 각본을 썼습니다. 다만 평가는 좋지 않습니다.
크리스마스에서 마크 게이티스가 맡은 배역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지금 팬들은 ‘캡틴’이라는 호칭으로 부릅니다. 예고편을 보면 캡틴은 1차 대전에서 싸우던 영국군 장교로 이유는 모르지만 두 닥터와 만나게 됩니다. 팬들은 닥터가 캡틴을 구하고 캡틴과 모험하면서 다시 살 의지를 불태울 것이라 예측합니다. 현재 닥터는 누군가를 구하다 희생하는 삶에 지겨워졌습니다. 그때 타디스는 닥터 말도 씹고 1대 닥터가 있는 곳에 착륙했습니다. 아시다시피 타디스는 의지를 가진 기계입니다. 닥터가 ‘닥터’스러워지기 위해 일부러 1대 닥터를 만나게 하고, 다시 캡틴을 만나게 하는지도 모릅니다.
일부 팬들은 캡틴이 고든 레스브리지-스튜어트 준장의 아버지라고 주장합니다. 준장은 2대 닥터 시절에 처음 등장했고 3대 닥터 시절에는 특수부대 UNIT을 지휘하면서 지구를 지켜 왔습니다. 만약 캡틴이 준장의 아버지라면 닥터는 준장의 아버지를 구하면서 ‘자기가 누군가를 구하는 일이 미래에는 결실로 돌아온다.’는 점을 깨달을지도 모릅니다.
닥터를 닥터답게
그 점으로 보자면 1대 닥터가 나온 이유도 알 수 있습니다. 1대 닥터는 아직 재생성을 한 번도 하지 않은 반면 12대 닥터는 재생성에 질렸습니다. 삶에 지친 12대 닥터에게 1대 닥터는 사람들과 여행하고 누군가를 구하는 즐거움을 다시 알려주지 않을까요? 설령 이 ‘가르침’이 메인 줄거리는 아닐지라도 분명히 둘이 갈등하는 장면과, 1대 닥터가 보여주는 천진난만함에 12대 닥터가 뭔가 깨닫는 장면은 있을 것 같습니다.
반대도 가능합니다. 12대 닥터가 1대 닥터한테 깨달음을 줄 수도 있습니다. 모팻은 신선한 반전과 충격을 좋아하니까 이런 식의 뒤집기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알고 보니 1대 닥터는 재생성이 두려워서 지금껏 늙어가며 살아왔다. 하지만 12대 닥터와 만나면서 자기 미래가 괜찮다는 것을 알고 무덤덤하게 재생성한다.’는 줄거리도 가능합니다. 우리 스티븐 모팻은 시청자들 예상을 늘 벗어나니까요.
예상이야 어찌 되었든 지금은 기다리느라 목이 빠질 지경입니다. 앞으로 네 달 남았습니다. 과연 12대 닥터는 어떤 식으로 퇴장할까요? 13대 닥터의 첫 대사는 뭘까요? 모팻은 마지막으로 어떤 선물을 준비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