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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게임> GTA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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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제가 게임 속으로 들어간다면 장의사가 될 겁니다. 게임은 죽음으로 가득하죠. 스타크래프트 한 판만 뛰어 보세요. 게임세상 살인이야 일상다반사인데 유독 피에 민감한 게임이 있습니다. 바로 GTA(Grand Theft Auto) 시리즈입니다.

 

위대한 차 도둑을 뜻하는 건전한 게임을 처음 만난 건 초등학교 시절이었습니다. 알던 후배가 추천해 주더군요. 후배는 GTA지타라고 읽었습니다. 절대 지티에이라고 읽지 않았죠. 후배는 다 쏴 죽이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집으로 돌아가 컴퓨터를 켰습니다. 사실 GTA2가 어떤 게임일지는 몰랐습니다. 즐기던 게임들 중에 외국 게임은 적었고, 있다 해도 남들이 다 즐기는 게임이었죠. 스타크래프트 유즈맵이나 포트리스를 했고 족보를 켜놓고 퀴즈퀴즈를 했습니다(이 게임들도 언젠가 다루겠군요).

 

기억하시나요? GTA2를 실행하면 저격수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사람 얼굴이 나오죠. 실행을 했더니대단했습니다! 주인공은 어떤 남자고 우리는 남자를 하늘에서 바라봅니다. 남자는 총을 들었는데, 그걸 지나가던 사람에게 쐈죠. 나쁜 놈도 아니고 적도 아닌 시민을 쏴 죽였습니다. 지나가던 자동차도 뺏어서 탔고요. 그래서 위대한 차 도둑이었나 봅니다. 그렇게 위대해 보이지는 않았는데요. 아무튼 저는 GTA2에 빠져들었습니다. 솔직히 미션이 뭔지 스토리가 어떤지 초등학교 4학년이 알았겠습니까? 영어는 쥐뿔도 모르는데 밑에 자막으로 쏼라쏼라거린들 제가 해석했겠습니까? 그냥 쏘고 놀았죠. 시민들한테 쏘고 경찰이 출동하면 경찰도 쏘고 그러다 총 맞아 죽고. GTA2는 제가 처음으로 맛본 오픈월드 게임이었습니다. 시간제한도 없었고 공간제한도 없었습니다. 그저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놀았습니다. 스테이지나 보스도 없었습니다. 마치 세상을 그대로 재현한 것 같았죠.

 

나중에는 치트키를 배웠습니다. 무적 치트키를 쳐서 죽지 않는 몸이 되고 모든 무기를 얻는 치트를 쳐서 바주카포와 기관총을 난사했습니다. 탱크를 소환하는 치트키를 쳐서 탱크로 도심을 휘저었습니다. 탱크를 타고 지나가면 모든 차량이 깔려서 폭발하죠. 아무도 저를 막지 못했습니다. 다만 경찰이 달려와서 차문을 열고 저를 체포하면 저는 바닥에 누워서 당해야 했습니다. 무적 치트키도 공권력의 직접 침입을 막지는 못하더군요. 솔직히 GTA2를 하루에 몇 시간이고 즐겼지만 갓겜이냐고 물으신다면 글쎄요. 탑뷰 방식이 불편하긴 했죠. 위에서 쳐다보다 보니 주인공 앞에 뭐가 있는지 몰랐습니다. 경찰차를 뺏어 타서 전속력으로 달려가다 앞을 지나가던 승용차에 들이받거나 강으로 뛰어들기도 했습니다. 또 생각은 안 나지만 너무 자유롭게 돌아다니다 보니 어디가 어딘지 몰랐습니다. 이것도 역시 위에서 쳐다보는 탑뷰방식의 단점이죠. 건물은 옥상만 보이고 자동차는 차체 위만 보였으니까요. 게임에서 눈에 익은 것이라고는 아스팔트 도로뿐이었습니다. 그래도 재밌었어요. 돌아다니는 것만으로 재밌기가 얼마나 어렵습니까. 하지만 무작정 사람만 죽이다 보면 게임불감증에 걸렸죠.



 

그렇게 1~2년이 지났습니다. GTA2를 향한 제 애정은 식었습니다. 슬슬 질린 거지요.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놀랄 만한 소식을 들었습니다. GTA2가 후속작을 낳는다는 소문이었지요. , 바로 GTA3였습니다. 전작은 후배가 추천해서 알았지만 이번엔 저 혼자 알아냈지요. 그때만 해도 게임정보 사이트가 많지 않았습니다. GTA3가 어떤 게임인지 보려고 검색해서 게임 사이트에 들어갔습니다(아마 게임스팟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맙소사. GTA3는 넘버 값을 했습니다. 바로 3차원 그래픽으로 바뀐 것이었죠. 정확히는 3차원 TPS 스타일로 게임이 바뀐 겁니다. 역시 게임은 저를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게임을 시작하면 주인공이 트럭을 하고 호송되다가 공격을 받아서 탈출하고 다리가 끊기게 됩니다. 어떤 여자가 나와서 재수 없는 말을 하고 도망가는데 솔직히 누가 신경이나 씁니까. 그냥 놀면 됩니다. 스토리는 엿이나 먹으라고 하고 저는 GTA2와 똑같이 게임을 즐겼습니다. 바로 무차별 살인을 하는 거지요. 3차원 그래픽은 길거리 총기난사를 더 재밌게 바꿔주었습니다. 이번에도 치트를 썼지요. 무적이 되어 모든 무기 탄약을 9999로 바꾼 다음 사거리 한복판에 나와 자동차에 총알을 쏘는 겁니다. GTA3만 해도 자동차 바퀴를 터뜨리거나 창문을 쏴서 운전자를 맞출 수가 없었습니다. 그저 많이 쏴서 터뜨려야 했죠. 경찰 헬기는 어찌나 안 터지던지. RPG가 아니면 상대가 안 되었습니다. 그때도 경찰이 제 차문을 열면 BUSTED라는 글귀와 함께 게임이 끝났지만, 그건 운전만 잘 하면 되는 일이죠. 끊긴 다리도 치트로 넘었습니다. GTA3 주인공은 수영을 못 했거든요. 자동차에 걸리는 중력을 약하게 만드는 치트를 치면 자동차가 빨라질수록 조금씩 떠올랐습니다. 퀘스트를 해결하고 스토리를 진행하면 자동으로 풀리는 지역도 치트로 갔지요. 어차피 퀘스트를 줘도 해결 못 했습니다. 영어를 알아야지요.

 

GTA 시리즈는 해가 갈수록 발전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문제도 많이 제기했죠. 폭력성 논쟁이 대표적인데요. 길 가던 사람을 총으로 쏴 죽이는 게임이 시끄럽지 않다면 그것도 나름대로 문제겠네요. 사실 초등학생이던 저한테도 GTA는 잔인한 편에 속했습니다. GTA3에서 저격총으로 사람 머리를 쏘면 머리가 날아가지요. 잘린 목에서 핏방울이 톡톡 튀고 시체는 풀썩 드러누웠습니다. 당시 공중파 뉴스에서도 게임의 폭력성을 다뤘는데요. 그때 자료화면으로 GTA 시리즈와 일본에서 만든 미행 시리즈를 보여줬죠. 사실 미행 시리즈는 지금 생각해도 좀 미친 게임이긴 합니다. 하지만 다운 받을 기회가 있었다면 바로 했을 거라는 사실은 안 비밀입니다. 지금 게임들이 보여주는 폭력성을 보면 GTA3는 애교지만, 그 당시만 해도 사안이 심각했습니다. 걱정하는 쪽도 일리가 있고 무심한 쪽도 일리가 있습니다. 여기서 찬반을 가르고 싶지는 않네요. 하나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되도록 게임은 이용가에 맞춰서 하라는 겁니다. 그럼 초등학생인데 GTA를 즐긴 저는 뭐냐고요? 뭐긴 뭡니까, 급식충이었지.

 

이후로도 GTA 시리즈는 계속되었지요. 바이스 시티나 산 안드레아스는 더 발전했습니다. 바이스 시티부터는 바퀴에 펑크도 났고 창문을 쏴서 운전자를 죽일 수도 있었죠. 산 안드레아스는 국내 멀티 서버도 생겼고 그놈의 핫커피 모드도 생겼습니다(해본 적은 없어요. 정말입니다). GTA4는 처음 콘솔로 나온 데다가 그래픽 사양이 높아서 즐기질 못했습니다. 시리즈 최신작 GTA5는 이름에 걸맞게 완벽한 그래픽, 완벽한 액션, 완벽한 스토리, 완벽한 폭력으로 사랑을 받았습니다. 아마 GTA6가 나온다면 5년은 기다려야겠죠. 그동안은 GTA5가 오픈월드 범죄 게임의 끝판왕으로 남을 겁니다. 혹시 압니까? 지금 어느 초등학교에서는 후배가 선배에게 GTA5를 추천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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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밥 : 여러분의 점심은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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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밥하는 찐따라 잘 안들리는데?

여러분도 잘 아시는 만화 혼밥툰의 대사입니다. 이름을 붙이기 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나요. 이전에도 혼자 밥 먹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혼밥툰이 세상에 태어나면서 혼자 밥 먹기, 이른바 혼밥이라는 단어도 입에 오르내리게 되었습니다. 개인주의니 뭐니 때문에 혼자 밥을 먹는 사람들이 증가했고, 혼밥에 대한 안 좋은 시선들이 혼밥과 부딪히던 와중에 혼밥툰은 그 현상을 캐치했고 대박을 터뜨렸습니다. 티셔츠까지 나왔죠. 혼밥 현상이 없었다면 혼밥툰도 없었고, 혼밥이라는 단어도 생기지 않았겠죠. 혼밥이라는 단어 자체가 혼밥 현상이 늘어난다는 걸 스스로 증명합니다. 하지만 돈이 없어서 밥을 먹지 못한다면 어떨까요? 시간에 쫓겨서 혼밥조차 하지 못한다면?

 

 

논문 사이트를 탐색하다가 신기한 논문을 발견했습니다. 저는 간헐적 점심 결정장애 증후군 환자입니다. 따라서 혹시 점심 결정을 다룬 논문이 없을까 싶던 거죠. 검색창에 점심을 쳤는데 이 논문이 나왔습니다.

 

대학생의 점심식사 방식과 점심식사에 부여하는 의미

-문화기술적 연구

이용숙, 이수현

비교문화연구 제 22집 제2, 2016.7, 329-390

 

제목을 보시다시피 대학생들이 어떻게 점심을 먹고 점심에 무슨 마음을 품는지 조사한 논문이었습니다. 연구진들은 설문조사, 수도권 30여 대학 참여관찰과 60여 학생들을 심층면담을 실시했습니다. 논문에 따르면 이전 대학 식사 연구는 영양학과 보건학 측면으로만 다뤘다고 합니다. 논문 부제에 달린 문화기술적이라는 단어는 바로 그런 뜻이겠죠. ‘우린 영양학과 보건학으로 다루지 않았음’.

 

 

논문을 보니 혼자 밥을 먹는 사람이 꽤 되었습니다. 복수응답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혼자 점심식사를 하는 대학생은 25.5%, 2명은 49.0%, 3명은 50.0%였습니다. 혼밥이 일등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혼밥 실태가 심각하군요. 하지만 논문이 주목한 쪽은 혼밥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밥을 먹느냐, 먹지 않느냐였죠. 대학생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대학생 중에서 하루 세 끼 이상을 먹는 사람은 33.3%였습니다. ‘학교에서 점심식사를 못 하거나 안 하는 경우가 상당히 있다18.5%였고 학교에서 거의 점심식사를 하지 못한다13.0%였습니다. 이들한테는 학교에서 점심을 못 먹거나 안 먹는 이유를 조사했습니다. 제일 큰 이유는 수업으로 인해서 점심 먹을 시간이 없어서였고 그 다음은 학교에는 먹고 싶은 메뉴가 없어서였습니다. 즉 못 먹는 것이 일등이고 안 먹는 것이 이등이었죠. 정말 특이한 사실은 바로 학년별 조사였습니다. 먹고 싶은 메뉴가 없어서 점심을 안 먹는다고 한 비율은 1학년에서 4학년으로 갈수록 줄어들었습니다. 반면에 시간이 없어서 점심을 못 먹는다고 한 비율은 4학년으로 갈수록 상승해서, 4학년에서 80%를 차지했습니다. 물론 복수응답이지만, 점심을 넘긴 4학년 중에는 시간이 없어서 못 먹는 학생들이 많음을 의미합니다.

 

 

감히 4학년으로 갈수록 점심 먹을 시간이 없어지는 이유를 생각하자면, 그 이유는 바로 취업준비일 겁니다. 토익, 한국사, 한국어, 공시, 공기업 등등. 일자리는 희생을 요구하고 대학생들은 시간과 노력을 희생합니다. 자연히 몸과 마음이 바빠지고 여유는 사라지죠. 점심도 예외가 될 수는 없습니다. 이쯤 되면 혼밥 대신에 노밥이라는 단어가 유행하지 않는 게 이상하죠. 유행은 사람 입에 달려서 제가 뭐라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왜 제가 노밥 이야기를 할까요?

 

 

노밥은 혼밥보다 넓습니다. 혼밥도 밥이니만큼 배를 채울 수는 있죠. 하지만 노밥은 아예 밥을 먹지 않는 겁니다. 노밥이 더 심각하죠. 여러분이 다이어트를 하거나 단식수행을 겪는 게 아니라면, 점심 거르기가 좋을 리 없습니다. 그리고 노밥은 강제적입니다. 물론 누가 숟가락을 억지로 뺏지는 않지만 일종의 반강제적인 포기입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돈도 없습니다. 에너지가 나야 돈도 벌고 시간을 벌 텐데. 누구보다 힘을 내야 할 인생의 시기에 오히려 힘을 채울 기회를 뺏기는 겁니다. 악순환이죠.

 

 

아까 노밥은 혼밥만큼 유명해지지 않을 거라고 했습니다. 사실 그래서 더 사안이 심각합니다. 사람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더 모르기 때문이죠. 혼밥은 차라리 재미라도 있습니다. 혼자 밥을 먹는 쓸쓸함, 식당에 가서 1인분을 시키면 날아오는 싸늘한 시선. 풍자할 거리가 있었고 그래서 혼밥툰이 태어났죠. 하지만 죽을 만큼 굶지 않는 이상 노밥은 얘기할 거리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화장실에서 혼자 도시락을 까먹는 이야기, 얼마나 비참합니까. 노밥은 비참함도 이끌어내기 힘듭니다. 사람들한테 나 오늘 시간이 없어서 점심을 걸렀어.’라고 말하면, 그냥 고개를 끄덕일 겁니다. 어떤 어른들은 옛날엔 그만큼도 못 먹었어!’라며 소리를 지를지 모르겠군요. 노밥은 혼밥보다 꺼리가 적습니다.

 

 

어떤 분은 저보고 억지로 유행어를 밀어붙인다고 하시겠지만, 정말 밀어붙인다면 노밥보다 더 좋은 단어를 떠올렸을 겁니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먹지를 못하는 세상이 답답합니다. 이러다가는 잠도 줄이고 샤워도 줄일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결론까지 왔으니 평론가 코스프레를 해 보죠. 혼밥이 개인주의와 단절된 관계를 상징한다면 노밥은 살기 위해 자기 삶을 케밥처럼 깎아 버리는 청춘의 희생을 상징합니다. 논문 말대로 '이러한 대학생 문화의 변화는 공부 시간만이 아니라 점심식사 시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들에게 모든 시간은 '밝은 미래를 위해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하는 자산'이 되어버린 것'입니다(331p). 위 논문 중간에 나오는 한 인터뷰를 인용하면서 마칩니다.

 

만약 12시과 1시 사이에는 모두 공강으로 만든다면 내 점심식사 방식이 달라질까라고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아니오"라고 대답할 것 같다. 지금도 소위 점심시간 대에 공강이 만들어져 있는데도 나는 이렇게 허술하게 밥을 먹고 있는 상태이다. 내 식사방식이 달라지려면 시간이 달라지기보다는 다른 생활방식들이 달라져야 할 것 같다.(35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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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뢰찾기, 게임의 본질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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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에 지뢰찾기가 있었습니다. 지뢰찾기의 역사는 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영문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초기 컴퓨터 시절 Cube라는 퍼즐게임이 나왔습니다. 이후 80년대에 YompMined Out 같은 이름을 달고 만들어진 게임은 1990년 마이크로소프트 게임 모음집에서 지뢰찾기라는 이름으로 태어납니다. 윈도우즈 3.1부터 지뢰찾기는 윈도우즈 기본 게임으로 자리잡죠. 이후 지뢰찾기는 윈도우즈의 상징 비스무리한 게임이 되었습니다. 빌 게이츠 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

 

지뢰찾기 규칙은 간단합니다. 게임을 켜면 회색 칸들과 노란 대가리가 나타나는데, 회색 칸들을 클릭해 갑니다. , 지뢰가 있는 칸을 밟으면 안 됩니다. 지뢰는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럼 어떻게 지뢰 위치를 알까요? 바로 칸에 적힌 숫자를 보고 지뢰 위치를 추론합니다. 칸에 적힌 숫자는 주변 여덟 칸에 있는 지뢰 개수입니다. 만약 숫자가 3이면 여덟 칸 중 세 칸에 지뢰가 있다는 말입니다. 지뢰가 묻힌 칸은 오른쪽 마우스 클릭으로 깃발을 꽂습니다. 지뢰가 없는 모든 칸을 클릭해서 드러나게 하고 지뢰 칸은 깃발을 꽂으면 게임을 이깁니다. 반대로 지뢰가 있는 칸을 한 번이라도 클릭하면 집니다. 사실 개인이 만든 다양한 지뢰찾기도 많습니다. 멀티플레이 지뢰찾기, 3D 지뢰찾기 등등.

 

여러분이 학교 컴퓨터 시간에 자리에 앉았는데, 그 컴퓨터에 아무 게임도 없다고 칩시다. 심지어 스타크래프트 립버전이나 피카츄 배구나 눈싸움 플래시 게임마저 없다면? 웬만큼 선생이 빡세지 않은 이상 모든 윈도우즈에는 지뢰찾기가 깔립니다. 프리셀과 카드 게임은 솔직히 어렵죠. 윈도우즈 기본 게임 중에는 지뢰찾기가 제일 재밌습니다. 학생뿐입니까. 시간을 때워야 하는 직장인들도 몰래 지뢰찾기를 켭니다. 난이도 쉬움 지뢰찾기는 창 크기가 명함보다 작으니, 지나가던 부장님이 볼 확률도 낮죠.

 

그런데 말입니다. 과연 지뢰찾기가 유명해서 유명한 게임일까요? 윈도우즈 기본 게임이라서 명성이 높은 걸까요?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지뢰찾기는 사실 웬만한 게임 못지않은 게임성이 있습니다. 지뢰찾기에는 첫째, 목표가 존재합니다. 샌드박스, 자유도 운운하지만 출시하자마자 푹 식는 게임들이 있습니다. 물론 목표가 없어도 좋은 게임일 수 있습니다만, 대부분 게임들은 지향점이나 과제를 플레이어에게 줍니다. 플레이어는 과제를 해결하면서 재미를 느끼죠. 레이싱 게임에서는 1등으로 들어와야 하고 축구 게임에서는 골을 더 많이 넣어서 이겨야 합니다. 대전격투 게임에서는 상대방 체력을 먼저 0으로 만들어야 하고 RPG 게임에서는 모험을 완수해야 합니다. 심지어 샌드박스 게임도 플레이어들은 자신만의 목표를 만듭니다. 이번엔 여기로 가 봐야지, 이번엔 이걸 지어 봐야지. 지뢰찾기의 목표는 말 그대로 지뢰를 전부 찾는 겁니다.

 

둘째, 지뢰찾기에는 도전이 있습니다. 목표가 너무 쉽거나 어렵다면 게임을 할 맛이 안 나겠죠. 목표가 쉬워지지 않으려면 일종의 방해자가 플레이어를 방해해야 합니다. 지뢰찾기에서 방해자는 바로 지뢰죠. 밟으면 게임이 끝납니다. 처음부터 다시 플레이해야 하죠.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플레이어는 집중하게 됩니다. 특히 지뢰찾기 속 도전에는 다른 요소가 적습니다. 지뢰찾기를 플레이하려면 무조건 어느 한 칸은 운에 맡기고 밟아야 합니다. 가끔 게임 막바지에 운으로 찍어야 하는 경우도 있죠. 그런 상황만 빼면 지뢰찾기에는 운이 없습니다. 오직 플레이어가 발휘하는 논리뿐입니다. 게임과 플레이어가 순수한 대결을 펼치는 것이죠. 현질유도도 가챠도 지뢰찾기에서는 다른 세계 이야기입니다. 좀 무섭군요. 5만 원을 들이부어서 상자를 까야 지뢰를 찾는 게임이라니

 

이렇듯 목표와 방해자, 순수한 도전이 잘 어우러진 지뢰찾기는 게다가 가볍습니다. 제가 방금 윈도우즈 시스템 폴더를 찾아봤습니다. 지뢰찾기 용량은 117KB였습니다. 117MB도 아니고 117KB였단 말입니다. 옛날 플로피 디스켓 기억하시나요? 지금 저장 아이콘의 유래가 된 저장 매체죠. 아주 커서 펄럭거리는 버전과 작아져서 단단한 버전이 있었는데, 단단한 플로피 디스크 용량이 1.44MB였을 겁니다. 지금은 상상도 못 하죠. 그거보다 가벼운 USB 플래시 저장장치가 1GB는 넘을 텐데. 아무튼 그 옛날 디스크에도 지뢰찾기가 들어갑니다. 1.44MB는 약 1470KB니까, 그 디스켓 하나에 지뢰찾기가 12개 들어가죠. 117KB라니! 현재 휴대폰으로 모바일 전용 페이지를 접속해도 쓰는 데이터만큼도 안 될 겁니다. 카카오톡으로 올리는 사진 한 장 용량보다 작겠죠.

 

종이 한 장처럼 작은 용량이지만 있을 것이 다 있다는 사실이 절 전율케 합니다. 지뢰라는 컨셉을 생각해 보세요. 지뢰찾기에는 줄거리도 등장 인물도 세계관도 없지만 지뢰가 있습니다. 지뢰가 있다, 지뢰를 없애면 이긴다. 얼마나 간단하면서도 무거운 주제입니까? 컨셉은 게임에 아주 맛있는 양념이 됩니다. 바둑이나 스도쿠 같은 추상게임을 제외한 게임에서 컨셉을 없애면 재미가 없어집니다. <라스트 오브 어스>에 스토리가 없다고 생각해 보세요. 조엘도 엘리도 없고 그냥 아저씨와 어린애가 좀비 잡으면서 돌아다니는 게임이라고 상상해 보세요. 컨셉이 살아야 게임이 빛납니다. , 지뢰찾기에 심오한 스토리는 없죠. 하지만 지뢰라는 컨셉은 지뢰찾기와 잘 어울립니다. 지뢰는 땅 속에 설치하죠, 육안으로는 안 보입니다. 지뢰찾기도 지금은 안 보이지만 어딘가에 숨은 것들을 찾아내야 합니다. 만약 지뢰찾기가 아니라 전단지찾기, 잡초찾기였어도 지금처럼 재미있었을까요.

 

  이처럼 지뢰찾기는 목표가 분명하고 순수 플레이어의 실력에 승패가 달렸으며 게임 내용과 맞물리는 컨셉을 지녔습니다. 좋은 게임이라고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죠. 단점이 있긴 합니다. 단순해서 오래 하면 질리고 액션 게임 같은 쾌감은 없습니다. 결국 지뢰찾기는 수학게임이니까요. 하지만 지뢰찾기는 게임이란 무엇인가. 좋은 게임이란 무엇인가.’ 같은 진지빠는 질문에 답합니다. 컴퓨터실에서 몰래 게임을 하던 저희에게 지뢰찾기는 게임의 기본 개념을 주입한 셈이죠. 흔히 말하는 갓겜의 이 기독교 신이라면, 지뢰찾기는 무위자연의 신이 들어간 겜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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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게임> 롤러코스터 타이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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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 괴물이 나타났습니다. 이 괴물은 사람들은 늪에 빠뜨렸습니다. 사람들은 늪에서 나오려고 했지만 늦었습니다. 빠졌다는 걸 알았을 땐 이미 목구멍까지 잠긴 후였죠. 괴물은 끊임없이 공격했습니다. 지금도 괴물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괴물의 이름은 바로 롤러코스터 타이쿤입니다.

롤러코스터 타이쿤은 1999년 출시되었습니다. 그리고 1999년 최고로 많이 팔린 PC게임이 되었죠. 롤러코스터 타이쿤에서 우리는 놀이공원을 만들고 운영합니다. 길을 닦고 놀이기구를 짓고 사람들을 모으죠. 새 놀이기구를 연구하고 각종 주전부리 상점을 길목에 배치합니다. 놀이기구 수리공과 청소부를 배치해서 공원을 관리하고 땅을 깎고 나무를 심어서 정원을 짓습니다. 솔직히 손님들 생각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공원을 보는 저희들의 생각이 더 중요하죠. 크리스 소이어가 만든 이 괴물은 중독자들을 낳았습니다.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죠. 단순하지만 아기자기한 그래픽, 놀이공원 사장이 된다는 대리만족이 게임엔 엔딩이 없습니다. 시나리오가 있어서 깨야 할 목표가 있지만 다 깨면 계속 할 수 있어요. 손을 마우스에서 놓을 수가 없습니다. 문명 시리즈가 한 턴만 더!를 외친다면 롤러코스터 타이쿤은 한 기구만 더!를 외치게 만듭니다. 이 놀이기구만 연구하고! 여기 사거리에 정원과 쉼터 하나만 짓고!

 

 

그날은 추운 겨울이었습니다. 어린 시절이라 기억이 흐리지만 그날은 크리스마스 직전이었을 겁니다. 저와 가족들은 집으로 향하던 중이었습니다. 가는 길에 용산 전자상가를 지나갔죠. 지금이야 용산 전자상가 하면 손님 맞을래요?’나 다 망해가는 가게들이 떠오르지만, 그때만 해도 전자상가는 잘 나갔습니다. 오리진도 없었고 스팀도 없었고 국전은 아는 사람만 알았고 인터넷으로 게임을 산다는 생각 자체를 못 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전자상가에는 도깨비 상가라는 곳이 있는데, 도깨비 상가는 저한테는 천국이었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게임이 다 모인 보물창고였죠. 도깨비 상가 건너편은 잘 가지 않았습니다. 그쪽은 콘솔게임이 많았거든요. 저는 그때 콘솔이 없었습니다.

아무튼 가족들과 함께 전자상가 횡단보도를 건너려는데 도깨비 상가 문 앞에서 게임을 파는 아저씨를 보았습니다. 아저씨는 게임 패키지들을 진열한 채 팔고 있었습니다. 그래요, 게임 패키지 말입니다. 게임 패키지 안에는 CD와 설명서가 들어갑니다. 요즘 아이들은 게임에 패키지가 있다는 사실도 모르겠군요. 스팀 같은 곳에서 물리적 형태 없이 게임을 받으니까요. 그땐 온라인으로 게임을 구매해서 다운로드하는 일은 상상불가였습니다. 인터넷으로 게임을 받으려면 와레즈 같은 불법 사이트에 가서 500조각으로 나뉜 게임을 받아야 했습니다. PC 게임은 책 한 권보다 큰 종이 상자에 넣어서 팔았죠. 상자를 뜯으면 설명서랑 CD키랑 CD가 나왔습니다. 용량이 큰 게임은 CD가 여러 장이었습니다. 아직 블루레이는커녕 DVD 디스크가 태어나기 전이었거든요. 예전에 매트릭스 게임을 샀는데 그 게임은 CD가 무슨 네다섯 장은 되었습니다. 배틀필드 1942CD가 네 장은 되었나요? PC 게임을 포장하던 종이 상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플라스틱 케이스로 바뀌었고, 나중 들어서는 거의 사라졌습니다.

도깨비 상가 앞에서 게임을 팔던 아저씨는 저한테 게임을 권했습니다. 게임은 할인 행사 중이라 쌌습니다. , 안 팔리니까 가격을 깎고 굳이 추운 밖에서 게임을 팔던 것이겠지만 제가 뭘 알았겠습니까. 게임=좋다, 할인하는 게임=아주 좋다. 제 머리는 쾌재를 불렀습니다. 저는 부모님에게 게임을 사 달라고 졸랐습니다. 부모님은 기분이 좋으셨는지 금방 사준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게임을 골라야 했습니다. 그리고 제 눈에 띈 패키지가 보였습니다. . 그건 바로 롤러코스터 타이쿤이었습니다. 제가 산 패키지는 롤러코스터 타이쿤과 확장팩 루피 랜드스케이프를 합친 합본이었습니다. 할인까지 하면서 확장팩이 포함된 게임=아주아주아주 좋다. 저는 바로 롤러코스터 타이쿤을 골랐습니다. 가격은 만 얼마이던 걸로 기억합니다. 아저씨는 비닐봉지에 게임을 포장해서 주었고, 저는 봉투를 애지중지하며 집으로 왔습니다.

 

 

세상에, 예수를 본 세 동방박사도 저보다는 기쁠 수 없었을 겁니다. 이런 갓겜이 이 지구상에 존재하다니. 정맥주사를 처음 맞은 대통령 기분이 이랬을까요? CD를 넣고, CD키를 입력하고 인스톨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CD-ROM도 거의 멸종했군요. 요즘 컴퓨터 본체는 CD 넣는 구멍도 없고요. 게임을 켜자 하스브로 로고가 덜덜덜 롤러코스터 체인 소리를 내며 올라갔습니다. 그리고메인메뉴부터 환상이었죠. 여러분도 기억하십니까, 롤러코스터 메인메뉴 음악을? 지금도 흥얼거릴 수 있습니다. 그 놀이공원 음악을 배경으로 화면 뒷부분에서 온갖 놀이기구들이 돌아갔습니다. 롤러코스터가 내려가면서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고, 재밌는 기구를 즐기고 나오며 하하하 웃고.

바로 첫 시나리오를 시작했습니다. 평평한 초록 벌판이었죠. 제 임무는 기간 내로 이 놀이공원 수준을 올리는 것이었습니다. 처음 입구 근처에는 회전목마를 설치했죠. 입구와 출구를 짓고 입구는 입구 전용 도로를 깝니다. 손님들이 들어오고 돈이 벌립니다. 회전목마 옆에는 미끄럼틀이랑 귀신의 집이랑 바이킹을 깝니다. 손님들이 더 들어옵니다. 조금 대담해져서 떨어진 곳에 롤러코스터를 짓습니다. 다행히 제작진들이 만들어 놓은 코스가 있었죠. 롤러코스터를 짓자 사람들은 더 몰려옵니다. 이건 끝이 없었어요! 짓고 짓고 또 짓고! 마치 제가 신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제가 공원이 되는 물아일체, 제가 공원인지 공원이 저인지 헷갈리는 호접지몽의 경지에 다다랐습니다. 심장은 전율하지 않았습니다. 암요, 심장이 전율하는 중독성은 하수죠. 중독하는 줄도 모르고 서서히 사람을 잠기게 하는 중독성이야말로 무서운 중독성이고, 롤러코스터 타이쿤은 중독성 고수였습니다.

 

 

할 수 있는 짓, 해보고 싶은 짓이 너무 많았습니다. 다음엔 입구 근처부터 롤러코스터를 지어야지, 이번엔 공원을 가로질러 손님들을 안내하는 수송기차를 지을 거야. 어라 수송기차를 지으려면 어느 정도 계획공원을 세워야 하잖아. 그럼 어디 보자. 여기에는 온순한 놀이기구들만, 여기는 땅을 내려서 물을 깔고 카누를 둬야지. 이곳은 과격한 기구들이 많아서 꼭 벤치와 화장실을 지어야 해. 저는 인터넷을 검색해서 롤러코스터 타이쿤 사이트에 들어갔습니다. 사이트는 신세계였죠. 저는 그때 정원과 쉼터는 만들 줄도 몰랐습니다. 꽃이나 나무는 그냥 장식물로 여겼죠. 하지만 사이트에서 본 사거리 정원은 예술이었습니다. 너무 아름다워서 저도 짓고 싶었습니다. 지금도 그 사이트 고수들만큼 잘 만들지는 못하지만, 비주얼도 또다른 재미죠. 놀이공원은 멋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금도 지마의 행복한환상같은 사이트는 살아 있습니다.

사막 시나리오도 나오고 탄광 시나리오도 나왔지만 저한테는 그 첫 시나리오, 평평한 초원이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가장 많이 즐긴 시나리오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는 롤러코스터 타이쿤에 샌드박스 모드가 없어서 아쉽습니다. 롤러코스터 타이쿤 2도 성황리에 출시했지만 전작과 다른 것이 거의 없었죠. 롤러코스터 타이쿤 3는 실망했습니다. 언젠가 게임이 3차원이 되리라고는 생각했지만, 99년의 2차원 픽셀이 더 좋습니다. 심지어 새 롤러코스터 타이쿤은 악평을 들었죠. 플래닛 코스터라는 게임이 롤러코스터 타이쿤의 직계후손보다 더 선조 유전자를 많이 물려받았다는 사실이 슬픕니다.

 

 

  저는 예전처럼 미친 듯이 롤러코스터 타이쿤을 하지는 않지만, 가끔 생각이 나면 실행합니다. 크리스마스 직전에 산 CD는 이제 제 컴퓨터에서 인식을 못합니다. 어쩔 수 없이 스팀에서 구매해서 실행 중이죠. 스팀에서 파는 추억을 지금도 무시 못 할 수의 사람들이 하고 있습니다. 3D? 코옵? VR? 다 필요없습니다. 우리를 즐겁게 한 건 그저 아기자기함과 제한된 픽셀에서 온 아름다움이었죠. 이제는 휴대폰 게임보다 사양이 낮은 게임이 되었지만, 롤러코스터 타이쿤은 여전히 갓겜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우리가 언제 본인 이름을 딴 놀이공원을 짓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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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로 소설을 쓴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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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에서 활동하시는 140자 소설(@gerecter2)님은 140자 이내로 소설을 써서 트윗에 올립니다. 인기가 붙었는지 지금까지 쓴 '소설'들을 종이책으로 인쇄해 판매할 계획까지 세웠습니다. 이 '소설'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소설은 얼마나 길어야 소설로 인정받을까요? 신춘문예나 공모전에서는 단편소설 분량을 200자 원고지 80장으로 규정합니다. 장편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원고지 1000장 정도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소설은 긴 쪽으로는 한계가 없어 보입니다. 재미만 있다면 1000장이든 10000장이든 상관이 없죠. 하지만 짧은 쪽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트위터라는 소셜 서비스가 등장할 때부터 우리는 예상했어야 했습니다. 트위터는 단지 일상을 전달하는, 즉 해변에 누운 자기 몸이나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 사진만 올리는 서비스가 아님을. 비록 140자라는 한계가 있지만 엄연히 누군가에게 말을 하는 창구였음을. 메시지는 무엇이든 될 수 있습니다. 기업이나 정당 홍보, 자기PR, 요리법, 사자성어 등등. 물론 트위터도 엄연한 글이기 때문에, 문학을 시도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작가들은 트위터에 도전했습니다.


트위터가 종이책과 다른 가장 큰 특징은 바로 트위터 그 자체입니다. 트위터는 빠릅니다. 종이책은 출판하고 독자에게 다가가기까지 시간이 걸립니다. 그러나 트위터에 소설을 올리면 순식간에 독자에게 전달됩니다. 독자가 서점에 들를 필요도 택배를 기다릴 필요도 없습니다. 도대체 내 작품이 무슨 취급을 받는지 작가는 전전긍긍하지 않습니다. 바로 반응이 올라오니까요. 어디서나 접속하고 어디서나 반응이 가능합니다. 트위터의 다른 특징은 매우 현실적이라는 겁니다. 물론 소설은 현실이 아니라 허구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트위터가 일상이라는 가정을 하기 때문에, 소설이 트위터로 전개되면 종이보다 더 긴장을 풀고 바라볼 수 있습니다. 실제 어느 외국 작가는 트위터 계정들을 만들고, 자기가 만든 등장인물들 계정으로 바꾼 다음에, 인물들을 조종하면서 일종의 '상황극', '혼자놀기'와 비슷한 문학을 만들어냈습니다.


140자가 소설을 쓰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확실히 140자 내에 기승전결과 갈등, 반전과 여운을 다 담기엔 역부족일 수 있습니다. 140자에 소설을 쓰려면 기승전결을 모두 포함시키거나, 모두 암시하거나, 아니면 모두 생략해야 할 겁니다. 그러나 짧은 글은 짧은 대로 매력적입니다. 다 설명하지 않아서 상상할 여지를 줍니다. 짧아서 읽는 부담도 덜하지만, 잘만 쓴다면 촌철살인의 메시지를 던질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소설이 아니라 시라고 말할 겁니다. 누군가는 그저 호기심에 벌인 일이지, 진지한 소설이라고는 하지 않을 겁니다. 140자는 도전입니다. 확실히 성공하지 못하면 오히려 쓰는 자신이 다칠 겁니다. 요구사항도 많고 머리 싸맬 과제도 많을 겁니다. 하지만 140자, 그것도 소셜 네트워크에 등장한 소설들은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이런 도전들이 그저 문학 주전부리로 끝날지 교보문고 진열대에 놓일지는 지금도 140자에 세계를 담으려는 작가들에게 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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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무료책 사이트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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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미권 사이트 중에서 무료 책을 제공하는 사이트들을 소개했습니다. 하지만 영어 원문을 읽지 않는다면, 아무래도 한국 사람으로서 한국 책을 무료로 읽고 싶어지죠. 그래서 오늘은 국내 책을 무료로 제공하는 사이트들을 알아보았습니다.



1. 교보문고 eBook

http://digital.kyobobook.co.kr/digital/ebook/ebookMain.ink


교보문고는 한국에서 제일 유명한 도서판매사가 아닌가 합니다. 당연히 교보문고 사이트도 E북을 팝니다. E북 중에서도 무료 전자책 코너가 있는데요. 아무래도 공짜는 없는 것인지, 무료 전자책들은 대부분 신간 체험판이나 잡지, 인터넷 소설 등입니다. 그래도 건질 게 없진 않겠죠. 읽고 싶은 신간을 미리보기 할 수도 있고, 심심할 때마다 잡지를 넘길 수도 있고, 인터넷 소설로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것도 가능하죠.



2. 리디북스

ridibooks.com


리디북스는 전자책 시장에서 엄청나게 성장 중인 사이트입니다. 리디북스는 교보문고와 달리 아예 전자책으로 나가기로 작정한 것 같습니다. 61만권 이상을 서비스하고 있으며 누적 다운로드가 1억 건을 돌파했다고 하네요. 서점에서 파는 일반서적뿐 아니라 로맨스, 판타지, 만화도 판매해서 인터넷 작가들이나 아마추어 작가들에게는 교보문고보다 더 이상향에 가깝지 않을까요. 리디북스는 전용 뷰어를 제공하고 전자책 리더기도 판매합니다. 다만 교보문고처럼 무료책은 신간 체험판, 잡지, 인터넷 소설들이 대부분입니다.



3. 한국문학번역원

http://ebook.klti.or.kr/ebooks/m/index.jsp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 같은 작품이 외국으로 번역된다는 소식을 들으면 왠지 자랑스럽죠. 요즘은 문학계에도 한류가 분 것인지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저명한 상을 타서 국내를 놀라게 했습니다. 자국의 문학을 세계로 알리는 것은 단순히 나라자랑을 넘어서 문학 다양성을 위해서라도 필요한 일입니다. 한국문학번역원에서는 20세기 유명 한국문학들을 영어와 중국어로 번역해서 무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네, 한국 사이트지만 한국인을 위한 사이트는 아닙니다. 우리 문학을 외국어로 읽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되겠죠.



4. 한국고전번역원

ebook.itkc.or.kr


지난번에 소개한 외국 무료책 사이트들은 저작권 문제로 대부분 고전문학을 소개했습니다. 그중에서는 정말 고전, 그러니까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고대 작가들의 문헌을 영어로 번역해서 올려놓은 사이트들도 있었는데요. 찾아보니 국내 사이트중에도 고전을 올려놓은 사이트가 있었습니다. 한국고전번역원은 승정원일기, 성호사설 등을 번역해 무료로 올려놓았습니다. 생각보다 텍스트가 다양하지 않은 것이 흠이긴 하지만, 텍스트가 아닌 이미지 뷰어로 책을 볼 수 있어서 깔끔합니다.

※ 사실 조선왕조실록이나 승정원일기를 보시려면 국사편찬위원회(http://www.history.go.kr/)에 가시면 편합니다



5. 국내 전자도서관


이제는 물리적인 형태의 책만 대여하지 않습니다. 국내 곳곳에는 벌써 전자도서관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전자도서관은 다른 도서관과 아주 비슷합니다. 실제 책 대신 전자책을 대여한다는 점이 다르죠. 전자책을 대여해서 휴대폰이나 노트북에 넣으면 무겁게 들고 다닐 필요가 없죠. 종이가 닳을 걱정도 없고 야밤에도 휴일에도 산골짜기에서도 인터넷만 되면 책을 빌릴 수 있습니다. 도서관마다 다르겠지만 자동반납 기능도 있어서 대출기한이 지나면 자동으로 반납되니 연체 걱정도 없습니다. 그러나 국내 전자도서관은 대부분 자격조건이 있습니다. 구립 전자도서관은 그 구내에 거주민만 빌린다거나, 어느 공공단체 전자도서관은 그 공공단체에 관련된 사람만 대출할 수 있다거나 하는 식입니다. 그래도 여러분이 사는 지역에 전자도서관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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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걱정없이 공짜책 읽는 사이트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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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돈이 듭니다. 책에 드는 돈은 아깝지 않다지만, 그래도 피같은 돈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인터넷에서 스캔본이나 텍스트를 다운받아 보는 건 범죄죠. 도서관을 가도 되지만 시립 도서관은 열심히 찾아가야 하는 데다가 재수가 없으면 찾아가는 날이 휴일입니다. 대학 도서관은 그 대학교를 들어가야 하죠. 이래저래 책을 공짜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을 뒤지면 공짜 책들을 아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저작권 걱정은 없습니다. 여기서 소개하는 사이트들은 모두 저작권이 만료된, 일명 퍼블릭 도메인(Public Domain) 서적들을 올리기 때문입니다. 저작권이 없으니 마음대로 읽고, 저장하고, 뽑아도 됩니다. 이번에 소개해드릴 사이트는 바로 이런 공짜에 저작권 걱정 없는 책을 읽을 수 있는 사이트들입니다. 단, 이 사이트들은 영어 사이트들이고 한국과 사이트가 속한 나라 사이에 저작권법이 다르게 적용될 여지가 있음을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1. 프로젝트 구텐베르크 (Project Gutenberg)

www.gutenberg.org/


프로젝트 구텐베르크에서는 율리시스, 위대한 유산 같은 고전들을 업로드해서 모두 즐길 수 있도록 했습니다. 심지어 오디오북도 있죠. 책들은 html 형식으로도 볼 수 있지만, 아마존 킨들이나 pdf 형식으로도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이건 큰 장점이죠. 킨들에 넣거나 패드, 휴대폰에 넣어서 휴대하며 읽을 수 있으니까요. 현재 프로젝트 구텐베르크에는 약 5만 3천 권의 E북이 있다고 합니다.



2. 오픈 라이브러리 (Open Library)

openlibrary.org



오픈 라이브러리에도 고전들이 많습니다만, 프로젝트 구텐베르크보다는 고급(?)스럽습니다. 아무래도 정리정돈이 더 잘 된 것 같달까요. 고전 문학이나 옛날 책들도 많지만 최신 무료 E북들도 구비한 것이 특징입니다. 요리책이나 유머집 등, 다양한 책들이 있어서 분위기도 다양합니다. 다만 요즘 사이트에 들어가면 상단에 기부글이 뜨네요. 아무래도 경영난에 시달리나 봅니다.



3. 플래닛 퍼블리시 (Planet Publish)

www.planetpublish.com



플래닛 퍼블리시에 들어가면 깔끔한 사이트 UI에 한 번, 깔끔한 PDF 파일에 또 한 번 놀라게 됩니다. 책 종류는 다른 사이트들보다 조금 모자라 보여도, 플래닛 퍼블리시는 아주 깨끗한 PDF 파일을 제공합니다. 클릭 한 번이면 바로 출간해도 괜찮을 정도인 PDF 파일을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책을 모니터를 째려보면서 HTML로 읽기는 어렵죠. 눈도 아프고 불편하니까요. 그래서 PDF나 킨들 파일이 절실한데, 플래닛 퍼블리시는 PDF로만 따지만 여기 목록 중에 최고일 겁니다.



4. 클래시컬 차이니즈 리터래쳐 (Classical Chinese Literature)

zhongwen.com/gudian.htm



지금까지 무료책 사이트들은 대부분, 아니 99.99% 영어 문학이거나 비영어 문학을 영어로 번역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이트는 도덕경, 손자병법 등의 중국 고전을 그것도 원문으로 제공합니다. 예전에 중국 포털 바이두에서 중국 고전을 무료로 서비스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만큼 중국 고전은 중국인들한테 소중한 의미가 있는데요. 중국 고전은 클래스가 클래스다 보니 영미권 학자들에게도 아주 소중할 겁니다. 이 사이트는 사실 무료책을 위한 사이트는 아니고, 한자 공부 사이트입니다. 그러다 보니 한 글자 한 글자를 누르면 그 뜻을 백과사전 마냥 줄줄 알려줍니다. 다만 해석본을 제공하지는 않으니, 한자를 잘 아는 분만 들어가야겠죠.



5. 클래식 리더 (Classic Reader)

www.classicreader.com



360작가가 쓴 3860여작품이 올라간 클래식 리더입니다. 한 개인이 운영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사이트처럼 여러 고전들을 소개합니다. 고전이 대부분이지만 조금이나마 시나 희곡이 있습니다. 무료로 회원가입하면 텍스트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습니다.



6. 그레이트 북스 앤 클래식스 (Great Books and Classics)

www.grtbooks.com



그레이트 북스 앤 클래식스는 사이트 이름에 걸맞게 옛날 고전들을 소개합니다. 그것도 죄다 기원전들 책이죠. 고대 그리스와 고대 중국 텍스트들이 많습니다. 심지어 길가메시 서사시나 함무라비 법전, 성경 구약까지도요. 다만 이 사이트는 직접 올린 텍스트가 아니고, 다른 사이트들이 올린 고전들을 모은 일종의 텍스트 링크 모음 사이트입니다.



7. 인터넷 클래식스 아카이브 (the Internet Classics Archive)

classics.mit.edu




인터넷 클래식스 아카이브도 위 사이트와 비슷합니다. 주로 고대 그리스, 로마 작가들의 작품들을 영어로 번역했습니다.



8. 리브리복스 (LibriVox)

librivox.org



리브리복스는 무료 책이 아니라, 무료 오디오북의 천국입니다. 비록 봉사자들의 녹음을 받아서 공급하지만, 이거라도 있는 게 어디입니까. 잘은 모르겠지만 아주 유명한 책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 것이 단점입니다. 하지만 사이트를 돌아다니다 놀라운 점을 발견했습니다. 리브리복스는 생각보다 언어가 다양합니다. 러시아어도 있고요. 심지어 한국어로 녹음한 오디오북도 몇 권 있더군요!



9. 더 리터래쳐 네트워크 (The Literature Network)

online-literature.com



리터래쳐 네트워크는 작가별로 작품들을 잘 분류했습니다. 무료책 사이트들은 양은 많지만 뭔가 중요한 것이 빠졌거나, 두서없이 자료들을 쌓아놓은 느낌이 강했습니다. 다행히 리터래쳐 네트워크는 책들을 정말 잘 분류해 놓았습니다. 작가별로, 장르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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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의 새 당명을 지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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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개명할 수도 있다. 아나킨 스카이워커도 직장을 옮기면서 다스 베이더로, 스톤콜드 스티브 오스틴도 원래 가명이던 스티브 오스틴을 진명으로 개명했다. 사람 이름도 바꾸는데 당 이름이라고 못 갈아치우겠는가. 새누리라는 이름도 수명이 있고, 이제 그 수명이 거의 다 끝났다. 비박계와 탈당 의원들은 지금도 새 당명을 고민할 것이다. 권력 유지하랴, 텃밭 잡으랴, 눈코뜰 새 없이 바쁜 의원들에게는 이름 짓기도 골칫거리다. 따라서 시간이 남아도는 내가 직접 새 당명을 지었다. 이 글을 보시는 의원들은 나중에 나한테 밥이나 한 번 사주길 부탁한다.

 

접두사 + 단어 조합을 찾아라

한나라당과 새누리당 사람들은 천재다. 접두사+단어 조합으로 세고 기억에 남는 당명을 짓지 않았는가. +나라와 새+누리. 한 단어로 당명을 정하면 단순하고, 단어를 너무 늘리면 개돼지 기억력을 지닌 국민들이 외울 수가 없다. 불행히도 당 출신 대통령은 드라마 주인공 이름밖에 따오지 못했지만, 당은 다를 것이다.

 

먼저 접두어를 찾아보자. 접두어는 세 종류로 구분했다. 우월함을 강조하는 접사, 모든 국민을 포용하는 접사, 진실성과 새 출발을 알리는 접사다.

 

1) 우월함을 강조하는 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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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내의원수가 조금 밀려도, 대통령이 로봇이어도, 여당은 여당이다. 이럴 때일수록 가슴을 펴고, 자신이 전혀 밀리지 않았음을 보여야 한다.

 

2) 모든 국민을 포용하는 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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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원이 열 명도 안 되는 군소정당도 아니고, 여의도를 좌지우지하는 당이라면 모든 국민들을 품어야 한다. 한나라당의 이 바로 모든 국민들을 하나로 결집시키는 접사였다.

 

3) 진실성과 새 출발을 알리는 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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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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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바꾸면 새 출발이 가능하다. 유권자들은 당명만 다르면 다른 당으로 보기 때문이다. 당이 위기에 처한 지금으로서는 이름을 바꾸고 새로운 의지를 다지는 것이 최선이다. 당 해체가 좋아 보이지만, 그거야 의원님들한테는 해당사항이 없다.

 

이제 앞에 붙을 머리를 구했으니 몸통도 구해 보자. 접사에 붙을 단어는 그럴듯해야 한다. 뭔가 있어 보이고, 나라와 민족을 생각하는 것처럼 보여야 국민들이 반한다. 모든 개념을 포괄하는 단어면 더 좋다.

국가

민족

보수

아버지

명예

사람

인간

행복

가락

가까이

믿음

가르침(교육)

 

 

단어를 조합하자

-’, ‘-’ ‘나라누리한국은 지난번에 썼기도 하고 너무 지루해서 뺐다. 이제 이 분석을 바탕으로 새누리당의 새 당명을 지어 보자. 알맞은 것 세 가지만 골랐다.

 

당명 A. 다같이보수당

더불어에 맞선 다같이! 보수당의 입지가 흔들리는 지금, 자칭 보수 새누리당을 버린다면 다시 보수로 돌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이왕이면 온 국민을 포섭하는 다같이라는 단어도 합쳐서.

 

당명 B. 참민족당

먼 옛날, 수메르 문명까지 영토를 뻗친 한민족은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좁은 한반도에 갇히게 되었다. 억울하다! 한민족이야말로 과학적인 근거는 딱히 없지만 아무튼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민족 아닌가! 새누리당도 이왕 당명을 바꾸는 김에 헬조선운운하는 청년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나 복지정책을 주지 말고 우리 민족이 최고라는 자부심을 퍼다주기 바란다.

 

당명 C. 큰행복당

사람은 행복하고 싶다. 행복을 주는 당만큼 좋은 당이 있을까. 뭔가 교회 이름 같지만 상관없다. 비정규직, 장애인, 소수자들이 자기 주제를 알고 열심히 사는 세상.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도 금방 잊고 다시 하하호호 하는 세상. 이런 세상이야말로 큰행복당이 원하는 세상일 것이다. 다만 당명에 받침이 많아서 뉴스 앵커들이 발음하기 어려운 것이 단점이다.

 

의원님들은 당명을 바꾸는 김에 당 색깔에도 조금 변화를 주길 바란다. 빨간색이 뭔가, 빨간색이. 빨간색을 보니 공산당이 떠오르지 않는가. 누가 보면 독재를 바라는 당처럼 보일 것이다. 파란색, 초록색, 노란색은 야당이 쓰고 있으니, 보라색이나 분홍색을 추천한다. 무지개 색은 어떤가? 형광색이나 야광색도 괜찮을 것 같다. 밤에 유세를 해도 빛을 내는 당이라니. 총선에 최적화된 색이다. 형광색을 보면 방사능이 연상되기도 한다. 방사능이라, 방사능... 핵.... 탄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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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론의 습격'은 만들 필요가 없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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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단체가 벌이는 사업은 풍선과 같다. 지을 때는 재밌지만 짓고 나면, 다시 말해 펑 터지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 관광 효과네 물류 효과네 하면서 몇 억이 된다고 떠들지만 실제로는 반의반도 안 된다. 무언가를 만들기 전에 먼저 던져야 할 질문은 과연 이걸 만들 필요가 있을까?’. 멋지고 잘 돌아가는 건 다음이다. 필요가 없는 걸 잘 만들 궁리를 하니 모든 게 꼬이는 거다.

 

올해 스타워즈 7편이 개봉하기 전 스타워즈 영화는 여섯 편이었다. 77년에 시작한 오리지널 삼부작과 99년부터 개봉한 프리퀄 시리즈가 그것이다. 프리퀄 시리즈는 오리지널 시리즈보다 박한 평가를 받는다. 팬들은 그중에서도 에피소드 1을 최악으로 친다. 에피소드7이 개봉하기 전 한 팬이 1편을 생략한 영화 감상 순서를 인터넷에 올렸는데, 그 순서가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1편은 10년 넘게 스타워즈를 기다린 팬들에게 큰 상처를 주었다. 그러나 나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2 : 클론의 습격이 프리퀄 시리즈, 아니 여섯 영화에서 가장 불필요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 부족한 재미와 부족한 내용이다. 본론은 2편이 왜 재미없는지부터 시작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본론 2부에서 우리는 2편을 없앨 것이다. 말 그대로 존재를 지워 보자. 과거로 돌아가, 조지 루카스가 스타워즈 프리퀄을 두 편만 찍도록 역사를 바꿔 보자. 만약 내가 신이라면, 적어도 스타워즈를 좌우하는 사람이라면 2편 없이 어떻게 프리퀄을 만들었을까. 2편이 없어도 프리퀄은 멀쩡했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이 글은 일종의 에피소드 2 무용론인 셈이다.

 

 

팬들의 주적

 


불행히도 프리퀄 이야기를 꺼낸 이상 1편을 지나칠 수가 없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1 : 보이지 않는 위험은 많은 기대를 받고 실제로도 흥행했다. 그러나 평론가와 팬들에게는 혹평을 면치 못했다. 오리지널 시리즈가 기대감을 높인 탓도 있겠지만 영화도 허점이 많다는 평을 받는다. 팬들은 진부한 설정, 빈약한 스토리, 어색한 연기와 연출, 자자 빙크스를 영화의 단점으로 꼽는다. 나는 개인적으로는 어린 시절 1편을 즐겼고, 믿지 못하겠지만 자자 빙크스를 좋아했는데(이건 나중에 말할 기회가 올 것이다), 팬들이 화를 내는 이유도 그들이 하는 말을 들으니 납득이 되었다.

 

그러나 1편은 필요성을 따지면 괜찮은 작품이다. 모든 1편이 그렇듯, 에피소드1은 등장인물과 설정을 소개하는 최소한의 의무는 다했다. 프리퀄 내내 우려먹은 분리주의 연합, 그 뒤에 선 비밀스러운 후드 남자, 팰퍼틴(같은 사람인 건 나도 안다), 시스, 제다이, 포스. 어떤 인물은 불쾌했고(자자라든가, 자자라든가……) 어떤 설정은 팬들을 화나게 했다(미디클로리언 등). 그러나 영화는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기초를 깔아냈다. 설정만 많고 굵직한 사건이 적다는 비판도 있지만 최소한 한 가지에는 충실했다고 본다. 그러나 2편은 설정에도 재미에도 충실하지 못했다.

 

 

재미

제다이 기사 콰이곤 진 밑에서 수련하던 제자 오비완 케노비는 무역 연합과 관련한 음모와 맞닥뜨린다. 그 과정에서 나부 행성의 여왕 파드메와 타투인 행성에서 노예로 살던 소년 아나킨을 만난다. 제다이 사제와 파드메, 아나킨은 용기와 지혜로 무역연합을 나부에서 물리친다. 그 과정에서 제다이 기사와 반대되는 악의 조직, 시스가 무역연합을 뒤에서 조종한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여기까지가 에피소드 1이다.


에피소드 2는 파드메 암살 미수사건으로 시작한다. 여왕에서 물러난 파드메는 2차 암살 미수 이후 아나킨과 함께 나부로 피신한다. 오비완은 암살 배후를 추적하고 아나킨과 오비완은 조금씩 사랑에 빠진다.


스타워즈 팬이라면 에피소드 2에서도 수많은 먼지를 털어낼 것으로 의심치 않으나, 에피소드 2에서도 가장 욕을 먹는 것이 바로 이 로맨스다. 먼저 이 로맨스는 어색하다. 두 남녀가 마음을 열지만 보는 사람이 두근거리거나 얼굴에 피가 쏠리지 않는다(분노한 경우를 제외하고). 마치 둘이 혼자서 얘기하는 장면을 따로 찍고, 나중에 합친 것 같다. 파드메와 아나킨은 먹기 싫은 반찬 먹듯이 꾸역꾸역 대사를 친다. 스타워즈는 로맨스 영화가 아니다. 오리지널 시리즈에서 한과 레아도 서로 사랑했지만 그건 괜찮았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에 피가 쏠렸다는 말이다.


어색한 구성도 연출 못지않다. 파드메는 죽을 뻔했다. 그것도 자기가 보는 앞에서 폭탄이 터져서. 그 폭발로 자기가 총애하는 대역이 눈앞에서 살해당했다. 암살자는 파드메가 자는 방에 독벌레를 들여보내 암살을 재시도했다. 제다이들이 옆방에 있지만 않았어도 파드메는 죽을 운명이었다. 그러나 파드메는 나부로 숨어들고부터는 희희낙락이다. 나부까지 암살자가 오면 어쩌려고 그러는가. 게다가 오비완은 홀로 암살자를 쫓았다. 한쪽에서는 목숨을 건 조사를 하는데 다른 쪽에서는 텔레토비 풀밭에서 데이트라니. 위험한 상황과 느긋한 상황을 대비하는 기법은 코미디 영화나 사회비판 영화에서 자주 쓰는 수법 아닌가? 도리어 로맨스가 오비완의 추적도 덩달아 가볍게 바꾼다.


오비완은 암살자 장고 펫을 찾아 미지의 행성에 도착한다. 그곳에서는 장고 펫의 유전자를 복사해 복제인간, 클론 군대를 양성하는 중이었다. 공화국은 클론을 가져가서 분리주의 연합과 싸운다. 사실 클론은 제다이가 공화국을 지키려 주문한 제품(?)이지만 팰퍼틴이 훗날 그 공화국을 날름 먹어 제국 다스리는 데 잘 썼다. 클론은 2편에서 주요 설정이라는 위치를 차지한다. 부제에까지 들어가지 않는가. 그러나 암살에서 클론으로 넘어가는 과정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암살 미수 -> 2차 미수 -> 저건 장고 펫이다 -> 쫓아가보니 클론. 암살까지는 괜찮았다. 그러나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영화는 클론으로 흘러간다. 정말 클론이 극의 중심이 맞는가. 중심이라기엔 영화에서 너무 늦게 등장하고, 아니라기엔 영화 후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클론 다음에 새로운 것이 있었나. 또 분리주의 연합이었다. 오리지널은 세 편 내내 은하제국이 적으로서 주인공과 맞섰지만 재미가 있었다. 은하제국은 강력했다. 옷도 카리스마가 있었고 각종 전함과 보행병기를 운용했다. 제국 꼭대기에는 황제와 다스 베이더라는 최고의 악역이 중심을 잡았다. 비록 제국은 인종차별에 학살과 폭정을 벌였지만 그랬기 때문에 주인공에게 싸울 명분을 주었고 따라서 보는 사람들도 집중시켰다. 그러나 분리주의 연합은 멋도 포스도 없었다. 돈과 권력을 앞세워 아무 잘못 없는 나부에 군대를 파견하고 깽판치는 짓은 분명 나빴다. 영화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제국보다 나쁜 짓들을 했을지도 모른다. 실제 역사를 보아도 군대를 파견하고 점령하고 죽이는 세력은 욕을 먹는 반면, 물리적 폭력만 없을 뿐이지 뒤에서 사람들을 괴롭히는 교묘한 세력은 비난을 피해 왔다. 분리주의 연합은 후자에 속한다고 보면 그나마 핑계가 되려나. 아무튼 1편 나부 전투 이후로 분리주의 연합은 약발이 다했다. 오리지널이 기승전결이었다면 프리퀄은 기기전결이었다.


특수효과도 과했다. 1편도 특수효과로 욕 좀 먹었지만, 2편부터는 특수효과를 떡칠하기 시작한다. 잘 뿌린 소금은 맛을 돋우지만 소금만 퍼먹을 순 없다. 특히 후반 클론들의 전투를 보며 난 내가 실사영화를 보는지 픽사 애니메이션을 보는지 알 수가 없었다. 솔직히 클론들은 탈 쓴 사람 아닌가. 사람마저 CG를 쓰면 어쩌자는 건가.


이렇게 2편은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다. 주인공은 노닥거리고 긴장감은 떨어지고 1편에 나온 구조 말고 새로운 맛이 없었다. 특수효과는 많았고 명장면도 거의 없었다. 기껏해야 마지막 두쿠 백작과 요다의 전투 정도? 그러나 2편은 재미뿐 아니라 줄거리적인 알맹이도 갖추지 못했다.


 


클론 출격 장면. 임페리얼 마치는 좋았으나 2편이 3편의 예고편이라는 느낌을 지우지 못한다



내용

크게 세 지류가 2편이라는 강을 흐른다.


1. 공화국과 분리주의 연합 사이 벌어진 전쟁

2. 클론

3. 파드메와 아나킨의 사랑

 

먼저 전쟁부터 보자. 1편에서 두 진영은 전쟁을 벌였다. 두 쪽 모두 대리 세력을 내세웠다. 건간 족이 공화국을, 드로이드들이 분리주의를 대표해 싸운 것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그 전투는 두 세력의 전면전에 가까웠다. 나부에 드로이드를 보낸 건 무역연합이었다. 몰래 보낸 것도 아니고 드로이드를 보내 나부 행성을 점령하고 오리발만 내밀었으니 아는 사람은 다 알았다. 나부 비행사들과 아나킨 스카이워커는 전투기를 타고 무역연합 우주선을 공격했다. 목표를 모른 것도 아니고, 무역연합 소속임을 알고 공격한 것이다. 무역연합 우주선이 폭발하면서 누트 건레이라는, 무역연합 고위 간부가 사망까지 한다. 즉 공화국과 분리주의 연합은 이미 1편에서 치고박고 싸웠다. 그때는 분리주의 연합이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관객들 머릿속에서는 이미 무역연합=우리랑 싸움=나쁜놈이었으니 분리주의 연합이라는 개념은 등장할 필요가 없었다.


클론은 분리주의 연합보다 쓸모가 없다. 아무 관객도 주인공과 맞서 싸우는 병사들의 제조 원리를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 누가 오리지널에서 스톰트루퍼들이 어떻게 생기는지 진지하게 알고 싶었던 사람? 그냥 1편부터 군사들이 나오면 될 일이었다. 조지 루카스는 1편에서 무서운 드로이드 군대를 표현하고자 했지만, 솔직히 그럴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2편에서 클론이 나온 덕분에 나는 어릴 때 ‘456편이 먼저 나온 이유는 드로이드를 구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재미라는 면을 봐도, 로봇보다는 실제 사람과 싸우는 게 더 재밌고 깊은 울림을 준다.


파드메와 아나킨의 사랑은 위에도 말했지만 재미가 없다. 그러나 이 부분이 어쩌면 제일 중요한데, 재미는 가늘지만 스토리에서는 굵직하기 때문이다. 아나킨은 파드메를 사랑하게 되고, 파드메를 잃을까 두려워한다. 그후 3편에서 팰퍼틴이 아나킨에게 접근해 포스의 어두운 면을 가르치는 것이다. 아나킨은 파드메를 잃을 수 없다는 마음에 제다이를 불신하고 마지막에는 다스 베이더로 재탄생한다. 아나킨이 파드메를 사랑해야만 아나킨이 다스 베이더가 된다. 따라서 로맨스를 삭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다른 곳에 분산 배치할 수는 있다. 3편 초반에 로맨스를 암시한다면 어떨까. 3편에서 두쿠를 죽이고 팰퍼틴을 구한 다음 돌아오는데 파드메가 아나킨을 꽉 껴안는다. 오비완은 불편한 기색을 내고 아나킨은 일단 나중에 보자며 파드메를 밀어낸다. 이 장면만 넣어도 둘이 사귀는 사이임을 알 수 있다. 임신 문제는 조금 복잡하다. 사귀는 사이를 암시하자마자 파드메를 임신시키면 초반에 너무 많은 내용을 넣게 되니까. 그렇지만 늘어지는 것보다는 조금 빠른 게 낫다. 아마 초반에 오비완이 아나킨과 단둘이 있게 될 때(2편 처음 부분처럼) 오비완이 누구 애냐고 묻고 아나킨이 얼버무리는 장면을 넣으면 좋겠다.


정작 제일 빠뜨리기 애매한 것이 아나킨의 어머니, 슈미 스카이워커의 죽음이다. 슈미 스카이워커는 타투인에서 재혼하지만 터스켄 족에게 잡혀간다. 아나킨은 타투인으로 가서 어머니를 구하지만 어머니는 죽는다. 분노한 아나킨은 터스켄 족을 학살한다. 이 장면은 아나킨 속에 숨은 어두운 잠재력을 드러내면서 동시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만들어 아나킨으로 하여금 파드메마저 잃지 못하게 만든다. 만약 2편을 뺀다면 슈미 스카이워커는 죽지 않는가? 본인에게 미안하지만 슈미 스카이워커는 죽는 게 낫다. 그래야 아나킨이 생명에 집착하게 된다. 게다가 죽지 않는다면 다스 베이더에게 생모가 있는 게 아닌가. 아무도 다스 베이더에게 어머니가 있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문제는 언제 어디서 죽느냐인데, 1편에서 죽어도 괜찮고 3편에서 죽어도 괜찮다. 내가 각본가라면 1편에서 죽이겠다. 타투인을 떠나기 직전 제다이들을 추적하던 다스 몰에게 죽는 게 제일 자연스럽다. 이러면 아나킨이 타투인으로 돌아갈 이유 하나가 사라지고 제다이 수련에 들어갈 이유 하나가 생겨서 구성도 더 탄탄해진다.

 

지금까지 설명한 재미 부족과 옅은 줄거리를 고려해 2편을 삭제하고 1편과 3편을 새롭게 만들면 다음과 같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1 : 보이지 않는 위험

공화국에서 떨어져나가려는 분리주의 연합은 드로이드가 아닌 사람 군대를 앞세워 나부를 점거하고 시위한다. 콰이곤 진과 오비완 캐노비는 분리주의 연합 함선을 탈출해 나부 행성 반대편에 내린다. 쫓아오는 폭격을 피해 아무도 만나지 않고 바닷속으로 잠수한 그들은 건간 족과 맞닥뜨린다. 건간 족에게 사정을 설명해 행성 반대편으로 간 그들은 공주를 구출하고 행성을 떠난다.

우주선은 부품이 고장나 타투인에 불시착한다. 일행은 분리주의 연합이 벌이는 이기적인 정책에 신음하는 타투인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타투인에는 노예로 살던 아나킨 스카이워커와 슈미 스카이워커 모자가 살았는데 콰이곤은 부품을 얻기 위해 아나킨을 돕고 아나킨은 포드 레이스에서 승리한다. 아나킨이 우주선에 탑승해 어머니와 작별하려는 찰나, 다스 몰이 등장해 어머니의 등에 라이트세이버를 꽂는다. 갈 곳 없어진 아나킨은 제다이 교육을 받기로 한다.

한편 건간 족은 나부 행성에 대한 독점권에 넘어가 분리주의 연합의 편에 선다. 나부 행성은 궁지에 몰리지만 공화국 내부 분리주의 세력의 횡포로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한다. 하는 수 없이 두 제다이와 아나킨과 몇몇 군인들만 나부로 떠난다. 이후는 원래 1편과 비슷하다. 제다이는 다스 몰과 싸우고 파드메와 아나킨과 군인들은 나부 궤도를 도는 사령부를 공격한다. 아나킨은 운 좋게 사령부 함교를 때려맞추고 파드메는 사령선을 점령해 병사들을 항복시킨다. 영화처럼 콰이곤은 죽고 오비완은 어딘가에 매달리는 일 없이 다스 몰을 죽인다.

전투가 끝나고 건간 족 대표는 우리가 생각이 짧았다면서 사과한다. 파드메는 그 이상한 보라색 구체를 들고 평화!’라고 외친다. 시민들의 우레와 같은 함성 속에서 파드메와 아나킨은 서로 눈을 맞추며 웃으며, 둘이 앞으로 사랑하게 됨을 암시한다. 한편 알 수 없는 곳에서 검은 후드를 쓴 사내가 스파이의 보고를 받는다. 스파이는 쫓겨난 떠벌이 건간 족으로 위장해 제다이들과 섞이려 했지만 실패했다고 알린다. 검은 후드를 쓴 사내는 괜찮다면서, 자기에게 더 큰 계획이 있다면서 웃는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2 : 시스의 복수

공화국은 분리주의 연합과 맞서기 위해 군대를 증강하고, 피할 수 없는 전쟁이 벌어진다. 팰퍼틴이 납치되고 아나킨과 오비완은 두쿠 백작을 물리치고 팰퍼틴을 구한다. 임신한 파드메가 돌아온 아나킨을 꼭 끌어안고, 오비완은 둘이 너무 친한 것 아니냐며 농담을 한다. 그러나 단둘이 있게 되자 아나킨에게 너희들이 사귀는 걸 다 안다면서 임신한 여자와 헤어지지 않으면 제다이 의회에 고발하겠다고 경고한다. 오비완은 둘이 사귀는 줄로만 알지 설마설마 임신까지 시켰다고는 생각하지 못한다.

반면 아나킨은 어머니가 죽는 장면이 자꾸 꿈에 나와 괴롭다. 이 괴로움은 파드메까지 잃을 수 있다는 불안으로 번진다. 꿈에서 어머니의 얼굴에 자꾸만 파드메가 겹친다. 팰퍼틴 옆에서 경호 임무를 맡게 된 아나킨은 팰퍼틴이 해주는 말에 끔뻑 죽는다. 원래는 오비완이 옆에서 정신을 차리게 했지만, 오비완은 그리버스와 싸우러 떠난다.

오비완이 미개한 총 대신  광선검으로 그리버스와 싸워 이기는 사이, 오더66가 터진다. 오비완은 아나킨이 타락했음을 알고 그제야 파드메가 임신한 아이가 아나킨의 아이였음도 안다. 그 이후는 영화와 같다.


이제 다음 블루레이부터 새로운 희망을 3편으로 고치면 된다. 

 

물론 프리퀄을, 에피소드2를 사랑하는 사람도 많다. 에피소드2도 엄연히 스타워즈 6부작(올해부로 7부작이 되었지만)을 이루는 영화 한 편이다.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어디 있겠는가. 게다가 나는 제작자도 아니고, 설령 신이라고 해도 스타워즈를 차마 바꾸지는 못할 것 같다. 다만 조지 루카스가 이걸 읽은 후 몽둥이를 들고 찾아오지는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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