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찬범의 파라다이스
글쓰기와 닥터후, 엑셀, 통계학, 무료프로그램 배우기를 좋아하는 청년백수의 블로그
스티븐 모팻 (4)
오랜만에 돌아온 닥터후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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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엔 가을이 별로였습니다. 쓸쓸하고 쌀쌀한 계절이었죠. 그런데 13대 닥터가 가을에 돌아온다고 하니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을을 기다려 봅니다. 배우들과 스태프들은 한창 촬영이 한창이고, 팬들은 두근거리며 그 결과를 기다립니다. 최초의 여성 닥터는 어떤 모습일지, 기대되면서도 걱정이 앞섭니다.

 

 

소식 하나. 시즌 11 첫화는 예상보다 길 수도 있다.

기사링크

 

  예전 시즌 11은 에피소드 10화로 편수가 줄어든 대신 분량이 늘어난다는 소식을 전해드렸습니다. 에피소드 당 약 50분 분량이라고 합니다. 원래 에피소드에 비해 약 5분 정도 늘어난 셈인데요.

 

  그러나 첫 화는 화끈하게 65분으로 방영한다는 뉴스가 들려왔습니다. 꼭 이번 시즌이 아니어도 닥터후 시즌 첫 화는 다른 화보다 길었고, 이건 웬만한 드라마들이 마찬가지입니다. 시즌 8 첫 화인 <Deep Breath>는 무려 76분 분량이었죠. 팬으로서 에피소드가 많았으면 좋겠고, 에피소드도 길었으면 좋겠습니다. 일단 에피소드가 줄어들고 분량이 늘어난 이상, 소수정예 퀄리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소식 둘. 스티븐 모팻, "여자 닥터에 찬성하는 이유는..."


 

 

 

 

  최근 라디오타임즈가 스티븐 모팻을 만났습니다. 거의 10년 가까이 닥터후의 쇼러너를 맡고 지금은 휴식과 더불어 다음 작품을 준비하고 있을 모팻은 여러 비밀들을 풀어놓았는데요. 10대 닥터, 데이비드 테넌트가 시즌 5를 거의 찍을 뻔했다는 등, 신비로운 소식이었습니다.

 

  또 모팻은 여성 닥터에 찬성하는 발언을 남겼습니다. 그러나 성별로 접근하지 않고, 대박 작가답게 철저히 엔터테인먼트로 접근했죠.


'닥터후는 진보해야 한다. 그것이 옳기(Correct) 때문이 아니라, 재미있기(Fun) 때문'

 

  여성 닥터 자체는 말이 많지만, 닥터후는 끊임없이 변해야 한다는 말에는 대부분의 팬들이 공감하겠죠. 변화야말로 닥터후를 54년이나 이어가게 한 원동력 중 하나니까요. 물론 변화가 늘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말입니다.

 

 

소식 셋. 닥터는 50년대 미국에 가지 않는다?

 

출처: https://twitter.com/AceCreeperYT/status/958603359799382016

 

 

  시즌 11 루머 중 가장 유명하고 인상깊은 것은 바로 '닥터가 50년대 미국에 가서 로자 파크스를 만난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저도 소식을 전해드린 바 있습니다. 그런데 루머는 말 그대로 루머였습니다.

 

  인터넷에 돌던 버스 촬영장 사진은 로자 파크스를 다룬 다른 영화 촬영장 사진으로 밝혀진 것입니다. 이 영화 촬영장 사진과 남아공에 간 닥터후 촬영 사진의 분위기가 흡사해서 그 루머가 더욱 불이 붙은 것 같습니다. 비록 루머였지만 저도 잘못된 소식을 전해 드려서 죄송합니다.

 

 

  그러나 남아공에서 촬영한다는 점은 거의 명백합니다. 특히 최근 떠도는 사진을 보시면, 왼쪽에 외계인 형상이 하나 서 있습니다. 저 형상은 90% 이상 확률로 무기를 든 손타란입니다. 손타란에 대해서는 제가 쓴 글이 하나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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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가요 닥터/반가워요 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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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 이 글에는 크리스마스 스페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닥터후 크리스마스 스페셜이 방송되었습니다. 12대 닥터를 떠나보내고 13대 닥터를 맞이하는 중요한 스페셜이었습니다. 2010년부터 시작된 스티븐 모팻의 시대가 끝나고 크리스 칩널이라는 새로운 선장이 닥터후의 조종간을 잡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시리즈 최초로 조디 휘태커가 여성 닥터를 연기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에피소드가 조금 심심하다는 말을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예고편만 보면 12대 닥터가 재생성 직전 펼치는 마지막 모험처럼 보였는데, 실제로는 꽤나 조용하고 은은한 에피소드였습니다. 보면서 언제 팡팡 터지나, 언제 클라이막스로 가나, 이런 생각만 했습니다. 오히려 <Twice Upon a Time>은 스티븐 모팻이 지금껏 자기가 써온 각본을 근본부터 뒤집는 전개를 보여줍니다. 그동안 지구, 우주를 멸망시키거나 닥터 본인을 위협하는 적들과 싸워온 닥터. 닥터는 유리 인간을 만나 너희 계획이 뭐든 간에 멈추겠다고 선언합니다. 그러나 유리 인간의 계획은 악의 계획과는 전혀 관계가 없었고, 닥터 본인도 악의 계획이 아니면 어쩌란 말이냐면서 당황합니다.

 

 

 

 

스티븐 모팻이 들려주는 주제는 바로 여기서 시작합니다. 이 에피소드에 악당은 등장하지 않습니다(에피소드 극초반에 회상으로 나오는 사이버맨은 제외). 닥터후 에피소드라면 으레 나오는, 무고한 시민이 레이저를 맞고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장면도 없습니다. 마크 게티스가 연기한, 죽을 예정이던 캡틴은 닥터가 해결하지도 않았는데 살아남습니다. 세상은 죽고 죽이는 외계인들과 음모로 가득하지만 늘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 이번 에피소드의 주제입니다. 1차대전 전장에서 벌어진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본 두 닥터는 다시 희망을 가지게 됩니다. 1대 닥터는 재생성을 두려워했지만 용기를 얻습니다. 12대 닥터는 구하고 또 구하는 삶이 지겨워졌지만 한 번만 더 믿기로 합니다.

 

이렇게 크리스마스 스페셜은 긴장도 스릴도 없습니다. 그 빈자리를 잔잔한 감동이 채웁니다.

 

 

 

 

1대 닥터

 

사실 아무도 1대 닥터가 닥터후에, 그것도 옛날 방영분에서 짜깁기한 모습이 아니라 실제 배우로 등장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2013년 닥터후 50주년 기념으로 제작한 다큐멘터리 <An Adventure in Space and Time>은 닥터후 제작기를 다뤘습니다. 이 다큐멘터리에서 데이비드 브래들리가 1대 닥터 배우인 윌리엄 하트넬 역을 맡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예 1대 닥터를 연기했습니다.

 

물론 다른 사람이니만큼 데이비드 브래들리는 윌리엄 하트넬과 다르게 생기고 목소리도 다릅니다. 그러나 크리스마스에 나온 모습 정도면 배우도 제작진도 아주 노력했다고 인정할 만합니다. 복장은 물론이고 옷매무새를 잡는 특유의 포즈도 완벽 재현했습니다.

 

그러나 1대 닥터의 차별적인 발언은 조금 너무하다 싶습니다. 1대 닥터가 고집스러운 노인인 건 사실입니다. 1대 닥터가 1960년대에 만들어진 캐릭터인 것도 사실입니다만 제가 아는 1대 닥터는 여성차별 발언은 툭툭 뱉는 외계인은 아니었습니다. 안 그래도 시즌 10이 불필요한 정치적 올바름(PC)로 논란이 되었는데 굳이 1대 닥터로 쐐기를 박아야 했나 궁금합니다. 시즌 10을 볼 때만 해도 방송국이나 다른 임원 탓을 했으면 했지 모팻에게 덤터기를 씌우고 싶지는 않았는데, 이번 크리스마스 에피소드 이후로는 모팻도 혐의를 피할 수 없겠습니다. 어차피 떠나겠지만요.

 

 

 

 

잘 가요, 피터 카팔디

 

12대 닥터가 재생성하기 전 독백하는 장면은 좋은 형용사가 부족할 정도로 환상적입니다. 비록 반쯤은 체념하듯이 재생성을 결정하지만, 12대 닥터는 그 와중에도 유머와 진실을 잊지 않습니다. 처음 비겁해지지도 악랄해지지도 마라는 메시지는 시즌 9 마지막에 클라라한테 남긴 자신의 좌우명입니다. 한번 말한 걸 또 말해서 조금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게다가 배까지 먹지 말라고 하다니요. 신선하고 차가운 배가 얼마나 맛있는데(삭제된 10대 닥터 장면 중에는 배를 먹지 말라고 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닥터는 그리고 아이들은 가끔 너의 이름을 들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처음 듣고는 엥? 싶었는데 곱씹을수록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닥터후는 어린이들도 보는 드라마고, 11대 닥터 초반은 거의 동화나 다름이 없었죠. 이따금 닥터는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깊고 먼 존재임이 드라마 중간 중간 드러납니다. 어린이발언도 그와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했습니다. 이미 지나간 시절이거나 순수한 나이에 사는 사람만이, 그것도 가끔 닥터의 본명을 듣는다는 말은 정말 동화책에 써도 모자람이 없습니다.

 

Doctor, I let you go.

 

12대 닥터가 남긴 마지막 말. 뭐라고 번역하면 좋을까요. 시즌 10 마지막에 사이버맨이 쏘는 광선에 맞고 쓰러진 닥터는 자기 자신에게 ‘Let it go.’라고 했습니다. 저도 그렇고 모두 그만 이 삶을 놔버려라는 뜻으로 이해했습니다. 그 점에서 보자면 12대 닥터의 유언(?)은 자기한테 하는 말이라면 이제 그만하자.’, 다음 닥터에게 하는 말이라면 이제 네 차례야.’로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중의적인 표현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재생성 장면은 기대보다 스케일이 작았습니다. 적어도 노란 빛이 눈부시게 뿜어나올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그보다는 주황색 번개가 뻗어나가는 것 같았습니다. 처음에 보고는 뭐가 이리 느려라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슬로우 모션이었습니다. 빛을 더 낸다고 특수효과 비용이 많이 나오지는 않을 것 같은데 좀 화려한 재생성을 보여주지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13대 닥터가 눈뜨다

 

12대 닥터의 마지막 장면은 치켜뜬 눈이었습니다. 12대 닥터가 시청자들에게 처음 모습을 보인 201350주년 에피소드와 비슷합니다. 수미상관법이라고 해야 하나요. 저는 역시 10대 닥터 재생성처럼 피터 카팔디의 얼굴이 조디 휘태커의 얼굴로 변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눈가만 변하는 모습으로 만족해야겠습니다.

 

13대 닥터가 조디 휘태커라는 사실은 팬덤을 뒤집어 놓았기 때문에 모를 수가 없겠지만, 제작진들은 시청자들이 다음 닥터를 모른다고 가정해야 옳습니다. 그래서 여성 닥터라는 개념을 차근차근 보여주려 재생성 장면을 고심해서 계획했을 겁니다. 그런 이유로 13대 닥터의 얼굴은 바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일단 변한 눈가를 보여서 시청자를 놀라게 하고, 뒷모습으로 궁금증을 유발한 다음, 카메라를 아래에서 위로 올려 서서히 얼굴을 드러내게 했습니다. 뒤이어 얼굴을 확인한 닥터의 첫 마디는 ‘Brilliant’. 거기에 때 묻지 않은 미소를 짓습니다.

 

이 미소를 보고 여성 닥터에 대해 안심한 시청자들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제가 그랬거든요. 물론 지금도 여성 닥터는 불안하고, 싫어하는 사람도 많습니다만 저 미소는 일단 합격입니다. 속된 말로 빙구(?) 같은 미소를 보니 4대 닥터가 짓던 미소가 떠오릅니다. 재생성 후 반응은 확실히 여성을 강조하지도 않고요.

 

 

 

 

추락하는 닥터에는 날개가 없다

 

13대 닥터가 타디스 버튼을 누르자마자 타디스는 요동칩니다. 닥터는 땅바닥으로 쓰러지고 마는데, 아마 중력이 고장난 듯합니다. 닥터는 중력에 이끌려 질질 내려갑니다. 조종간을 붙잡아 보지만 조종간마저 떨어지면서 닥터는 밖으로 날아갑니다. 타디스 문이 활짝 열린 장면 때문인지 타디스가 일부러 닥터를 뱉어낸(?) 것 같습니다. 유튜브 댓글을 보니 타디스도 닥터를 싫어한다.’라든가 외국판 김여사 드립이 있긴 합니다.

 

타디스가 왜 닥터를 떨쳐냈는지는 다음 시즌에서 밝혀지겠죠. 일단 닥터는 본인 걱정부터 해야 합니다. 하늘에서 떨어지니까요. 10대 닥터는 재생성 직후 손이 잘렸음에도 재생성 후 시간이 많이 지나지 않아 손이 다시 자라났습니다. 어쩌면 13대 닥터도 재생성 직후에 추락했으니까 맨땅에 충돌해도 어찌저찌 살아남지 않을까요.

 

 

 

 

크리스 칩널은 닥터후를 옴니버스 방식이 아닌 연결 방식으로 제작하겠다 밝힌 바 있습니다. 만약 정말 칩널이 닥터후를 그렇게 만든다면, 초반은 타디스 없이 지구에 사는 닥터를 그릴 것 같습니다. 3대 닥터도 역사에 간섭했다는 죄로 타디스 조종법을 기억에서 삭제당하고 지구로 유배당했습니다. 3대 닥터는 초반에 UNIT에서 외계인을 퇴치하는 생활을 보냈는데, 13대 닥터도 비슷한 삶을 살게 될까요?

 

 

결론적으로 <Twice Upon a Time>은 모팻이 쓴 덜 모팻스러운 에피소드이자, 크리스마스라는 주제로 부족한 재미를 보충하고도 남은 에피소드이자, 오랜만에 닥터후를 보면서 심장이 터질 듯한 느낌을 느끼게 해준 에피소드이자, 다음이 너무나 기대되는 에피소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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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후는 세계 최고의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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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다음 주! 12대 닥터의 마지막 에피소드인 <Twice Upon a Time>이 방송됩니다. 현지시각으로 크리스마스 오후 5시 30분이니 우리나라는 12월 26일 새벽이겠군요. 4년간 혼신의 연기를 보여준 피터 카팔디의 마지막 연기와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최초의 여성 닥터, 조디 휘태커가 연기할 13대 닥터를 보게 됩니다. 몇몇 언론사들과 이벤트에 당첨된 일부 시청자들은 이미 에피소드를 시청한 것 같은데요. 부럽기도 하지만 괜히 얼쩡거렸다가 스포일러라도 들을까 봐 걱정입니다.

 

  그럼 이번 주 닥터 후 소식을 만나봅시다.

 

 1  13대 닥터의 옷 색깔은?

 

 

 

 

  예전 포스트에서 보셨듯, 13대 닥터의 새 복장은 파란 바지와 검은 웃옷, 멜빵, 무지개떡(?)스러운 줄무늬에 상아색 코트를 걸친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코트 색은 원래 옅은 보라색이라는 의견이 있었는데요.

 

  이번에 나온 촬영장 사진을 보니 확실해졌습니다. 13대 닥터 코트는 옅은 보라색, 회색에 가까운 색이었습니다. 아마 이전 사진에 나온 상아색은 노을빛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듯하네요. 다만 조명이 조금만 어두워도 바지와 상의가 시커멓게 보일 것 같기도 합니다.

 

  의상과는 별개로, 조디 휘태커의 미소가 마음에 드는군요. 개인적으로 13대 닥터는 4대 닥터처럼 빙구(?) 같은 닥터였으면 싶습니다. 그래야 의상과도 어울리고요.

 

 

 

 

 

 

 2   크리스마스 에피소드 또 조금 공개!

 

 

 

 

  닥터후 유튜브 채널이 또 짧은 동영상을 공개했습니다. 동영상은 12대 닥터, 1대 닥터, 빌 포츠, 마크 게티스가 연기한 '캡틴'이 타디스 위 쇠사슬에 매달리면서 시작합니다. 타디스는 쇠사슬에 매달려 어딘가로 올라가고 넷은 눈밭에 뛰어내립니다. 넷은 1대 닥터의 타디스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타디스는 시간 소용돌이로 진입합니다.

 

  12대 닥터가 쇠사슬에 뛰어내리고도 도망가자고 하고 1대 닥터에게 깊은 우주 아무데나 빨리 가자고 재촉한 것을 보면, 확실히 주인공 일행은 쫓기는 모양입니다. 타디스를 쇠사슬로 끌어올려 갈취한 장본인도 그들이겠죠.

 

  일부 우려와는 달리 빌 포츠는 환각이나 상상은 아니고 실제로 재등장하는 것이 확실해졌습니다. 그리고 1대 닥터의 타디스를 들어가는 장면을 보면 눈 입자가 공중에 멈춰 있습니다. 공개된 시놉시스에 나오는 '시간을 얼리는' 악당이 능력을 쓴 것 같습니다.

 

  타디스가 날아가는 시간 소용돌이도 놓칠 수 없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본 어느 시간 소용돌이보다 멋지고 웅장합니다. 닥터후 관련 특수효과를 올리는 유튜버 'John Smith'가 이번 에피소드 특수효과에 참여했다고 하는데, 실제 유튜브 채널에 올린 시간 소용돌이와 어느 정도 비슷합니다.

 

 

 

 

 3 모팻 "닥터후는 세계 최고의 드라마"

 

사진출처 :Gage Skidmore(https://www.flickr.com/people/22007612@N05)

 

 

 

  이번 크리스마스 에피소드를 끝으로 스티븐 모팻은 닥터후를 떠나게 됩니다. 인터뷰에 따르면 아마 다시는 닥터후를 집필하지 않을 예정이라는데요. 크리스마스 에피소드 프리뷰 시사회에서 모팻은 '닥터후가 역사상 최고로 위대한 드라마(the greatest television show ever made)'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본인이 닥터후 팬이고, 닥터후가 오랜 역사를 지녔다지만 역사상 최고라니? 얼핏 들으면 어그로성 발언 같기도 합니다. 모팻의 설명을 들어 보시죠.

 

 

  위대함은 무엇으로 잴까요? 시청률로 잴까요? 평론으로 잴까요? 아니에요. 절대 아니죠.

 

  완벽성으로 잴까요? 닥터후라고 매주 완벽할까요? 안 그래요. 정말이에요. 닥터후 매 에피소드는 실험이고, 당신이 매주 실험을 하면 가끔은 그을린 얼굴을 하고 연기 한가운데서 눈을 깜빡이며 바보처럼 보이겠죠.

 

  엄연히 그래요. 완벽이란 지루함을 정제한 거죠. 같은 일을 죽 반복하는 겁니다. 닥터후는 매번 달라지니까 절대 완벽할 수가 없죠.

 

  그럼 위대함은 뭐로 잴까요? 닥터후로 작가가 된 사람들이 있어요. 엄청 많죠. 닥터후로 예술가가 된 사람들이 있어요. 닥터후로 배우가 된 사람들도 있죠. 그중 둘은 닥터를 연기했고요!

 

  믿거나 말거나 닥터후로 과학자가 된 사람들도 있어요. (중략) 사람들은 과학자가 되거나 세상을 보는 시각을 바꾸고 자기 가능성을 바꿔요. 경찰 박스를 타고 시공간을 여행하는 얼척없는 드라마 때문에요.

 

  그러니 평론은 신경쓰지 마세요. 시청률도 신경쓰지 마세요. 다 신경쓰지 마세요. 이 드라마로 탄생한 수많은 과학자와 뮤지션과 학자와 작가와 감독과 배우들... 닥터후로 살짝 빨라진 심장 박동을 세어 보세요.

 

  2등은 전혀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장담하는데, 가장 중요한 측정법에 따르면 닥터후는 역사상 최고의 텔레비전 드라마입니다.

 

 

  다른 드라마 팬들은 전혀 동의하지 않을 말이지만, 닥터후 광팬인 모팻의 진심이 보이는 말입니다. 이런 덕후 끝판왕이 닥터후를 맡고 실력까지 제대로 발휘했다니, 팬으로서 고맙네요.

 

  모팻이 말한 '닥터를 연기한 배우 둘'은 아마 10대 닥터를 연기한 데이비드 테넌트와 12대 닥터를 연기한 피터 카팔디일 겁니다. 둘 모두 닥터후 팬으로 유명하죠. 특히 피터 카팔디는.... 카팔디의 덕질을 글로 쓰려면 책 한 권을 채워야 하지 않을까요?

 

 

 

 

 

 

번외 이제 누가 구독하라고 해주지?

  12대 닥터의 명대사는 뭐가 있을까요? 시즌 9에서 자이곤들을 두고 한 연설? 클라라 앞에서 기억을 잃기 전에 남긴 말? 시즌 10 마지막화에서 마스터(들)에게 간절히 뱉은 자신의 태도?

 

  그러나 유튜브 후비안들은 생각이 다릅니다. 그분들이 말하는 12대 닥터의 명대사는 바로...

 

 

  Don't forget to subscribe to the official Doctor Who Youtube Channel

 

 

  이라는 것 같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닥터후 유튜브 계정에서 올리는 영상 마지막마다 피터 카팔디가 등장해 '닥터후 유튜브 채널 구독을 잊지 말라'고 하는 대사입니다.

 

늘 동영상 마지막에 채널 구독을 잊지 말라고 하는 친절한 피터 카팔디

 

 

  거의 모든 동영상마다 나와서 구독을 잊지 말라고 하는 피터 카팔디의 대사는 곧 12대 닥터의 명대사(?)가 되었습니다. 팬들은 대사에 비트를 주거나 닥터후 장면과 합성한 영상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가히 컬트적인 인기라 할만 합니다.

 

 

  적어도 유튜브 관계자는 이 대사의 인기를 아는 듯합니다. 닥터후 54주년을 계기로 4대 닥터 톰 베이커와 인터뷰를 했는데, 톰 베이커에게 이 대사를 시킨 겁니다.

 

 

3분 40초부터 톰 베이커의 구독을 잊지 말라는 메시지를 들을 수 있다

 

 

  이번 크리스마스 에피소드 관련 영상에서도 팬들은 '이제 누가 유튜브 구독을 잊지 말라고 하지?'부터 '1대 닥터를 맡은 데이비드 브래들리에게도 이 대사를 시켰으면!' 같은 댓글이 달고 있습니다. 저는 어서 조디 휘태커의 'Don't forget to...'를 듣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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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닥터후> 스티븐 모팻이 말하는 글쓰기 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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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Gage Skidmore(https://www.flickr.com/people/22007612@N05)

 

 

TV 드라마 거장이 전하는 비법

 

외국 드라마 좀 본다는 사람이면 다 봤다는 드라마 <셜록>. 전 세계를 사로잡은 것은 물론이고, 미국 드라마가 대세인 우리나라를 단숨에 매료했죠. 외화 방영이 거의 멸종하다시피 한 지금도 <셜록> 새 시즌이 나오면 방송국에서 한 달도 안 되어 더빙 방송을 해줄 정도로 인기가 많고 잘 만든 드라마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인기 있는 영국 드라마 하면 <닥터 후>를 빼놓을 수가 없죠. 1963년부터 시작된 공상과학 드라마 <닥터 후>54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방영 중이고, 최근 몇 년 사이에 널리 알려졌죠.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현지 제작진도 놀랄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보였고 몇 년 전에는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닥터 후> 제작진들이 월드 투어를 오기도 했습니다.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에서 제일 알려진 영국 드라마 두 편이 바로 <셜록><닥터 후>인데요. 이 두 명작을 집필한 사람이 있으니, 바로 작가 스티븐 모팻입니다. 스티븐 모팻은 <셜록> 시리즈를 제작하고 대부분의 에피소드를 집필했으며, 2005년부터 <닥터 후> 일부 에피소드를 집필했고 2010년부터는 메인 작가가 되어서 쇼를 이끌어나갔습니다. 스티븐 모팻은 <닥터 후>2017년까지 집필하고 다른 제작자한테 넘겨줬죠. 모팻은 다양한 시상식에서 상을 받았으며, <셜록><닥터 후> 팬들한테는 전설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비록 여러 논쟁에 휘말리기는 하지만 아무도 모팻이 TV 드라마의 거장이자 천재임을 부정하지는 못할 겁니다.

 

이런 거장 스티븐 모팻이 BBC와의 인터뷰에서 자기의 작가 비법을 공개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V6vrk0436c)

 

 

 비법 1. 많이 써라

 

많이 쓰세요. 작가가 되려면 그저 많이 쓰세요.”

 

운동선수가 되고 싶으면 운동을 많이 하고, 요리사가 되고 싶으면 요리를 많이 하면 됩니다. 작가도 이와 비슷합니다. 글을 잘 쓰고 싶으면 많이 써야죠. 물론 방법론은 따로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런 조언을 들으면 실망할 사람들이 많겠죠. ‘나는 글을 잘 쓰는 비법이 궁금하단 말이야.’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제일 단순하면서도 제일 필요한 방법은, 바로 연습입니다. 연습하고, 또 연습해야 고수가 됩니다. 연습 없이 고수가 된다면 그 사람은 천재입니다. 불행히도 우리는 천재가 아닙니다. 그래서 노력해야 합니다. 연습을 해도 실력이 안 늘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재능 탓이지, 연습이 부족한 탓은 아닙니다. 많은 작가들이 많이 쓰기를 강조합니다. 소설가 한승원은(<채식주의자>로 유명한 소설가 한강 씨의 아버지입니다)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쓰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미국 공포문학의 거장 스티븐 킹도 뮤즈가 찾아오길 기다리지 말고, 쓰다 보면 뮤즈가 찾아오니 그저 쓰라는는 식의 말을 했습니다. 호밀밭의 파수꾼으로 유명한 샐린저는 집 근처에 자기만의 글쓰기 공간을 만들어 두고 그곳에 틀어박혀 쓰기만 했습니다. 심지어 남들한테 보여줄 것도 아니면서요.

 

 

비법 2.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써라

 

사람들의 관심을 붙잡으세요. 그 관심을 끌고 나가세요.”

 

옳은 얘기, 진지한 얘기, 중요한 얘기도 좋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읽히지 않는 글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혼자 쓰고 혼자 다락방 안에서 읽으면서 감탄할 글이라면 자기 위주로 써도 좋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를 들려주고, 사람들이 감탄하는 모습을 보면서 웃고 싶다면 어느 정도는 사람들이 볼 만한 이야기를 들려줘야 합니다.

사실 이 의견엔 이견이 많습니다. 독자를 신경 쓰지 말고 자기만의, 자기가 쓰고 싶은 이야기를 써야 잘 된다(최소한 더 뿌듯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누구는 철저히 독자 위주로 써라, 독자(소비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쓰는(생산하는) 작가(생산자)가 성공한다고 합니다. 정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 어떤 독자는 진실한 이야기를 좋아하고, 어떤 독자는 거짓이어도 화려하고 재밌는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사실, 독자들도 그 이야기가 진실한지 화려한지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작가 머릿속에 들어가지 않은 이상 어찌 알겠습니까?

 

 

비법 3. 그저 써라

 

엄청나게 좋은 소식이 있어요. 지금은 작가가 되기 딱 좋은 시대입니다. 원하는 대로 자료도 모을 수 있고 스마트폰으로 영화도 찍을 수 있어요. 여러분들이 옛날 <닥터 후>를 찍던 제작진보다 더 나은 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플랫폼을 골라서 여러분 작품을 올리기만 하면 됩니다. 뭘 망설이세요? 아무것도 당신을 막지 않아요.”

 

작가란 지루한 직업이라고 합니다. 쓴다고 원고지 글자 수만큼 돈을 주는 것도 아니고, 쓰는 내내 옆에서 응원해주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작가들은 쫄쫄 굶고, 옆에서는 돈도 안 되니 그만두라고 투덜댑니다. 차라리 아주 느려서 시계 제작자처럼 한 땀 한 땀 공을 들여서 결과물을 본다면 좋겠지만, 글은 기계처럼 조립으로 완성되지도 않습니다. 무슨 기계가 조립될지 알지도 못하면서, 반쯤 찢어진 조립 설명서를 들고, 기계에 필요 없는 부품까지 한가득 바닥에 뿌려놓고 조립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너무 느리지도 않고 빠르지도 않아서, 정교하기도 쏜살같기도 어려운 일입니다. 하루키 표현을 빌리자면 걷는 것보다는 빠르고 자전거보다는 느린, 너무 어중간해서 답답한 속도입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작가들은 의기소침해지는지도 모릅니다. 쓴다고 피드백이 오지도 않으니 쓸 마음이 조금씩 사라지고 무관심해지는 거지요. 모팻은 이렇게 정지 상태에 빠진 작가 지망생들에게 말합니다. ‘아무것도 당신을 막지 않아요.’ 그렇습니다. 물론 외부 조건이 너무 안 좋아서 펜을 쥘 수조차 없는 작가들도 있겠지만 여건이 된다면 쓰면 됩니다. 써야 작가입니다. 작가는 글을 쓰는 사람이지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은 아닙니다. 이렇게도 써보고 저렇게도 써 봅시다. 가끔은 무작정 밀고 나가 봅시다. <미생>을 그린 윤태호 작가는 창작하는 사람은 창작하는 순간부터 취직한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 취직을 해도 돈이 안 들어오기는 하지만 취직은 취직입니다. 일한 노력과 보상이 비례하지는 않습니다만, 인정할 건 인정합니다. 노력에 비례하는 보상을 바라는 마인드로는 글쓰기 힘듭니다.

 

모팻은 2017년을 끝으로 <닥터 후> 집필과 제작을 그만둡니다. 잡지에 쓴 칼럼대로라면 영화사에서 다른 프로젝트를 준비한다고 하더군요. 아마 <셜록><닥터 후>의 뒤를 이을 대단한 작품이 나올 것이라 기대합니다. 늘 새롭고, 늘 긴장되는 시나리오로 시청자들을 즐겁게 해준 모팻, 그가 말하는 비법이라면 한번 따라해 봐도 괜찮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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