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찬범의 파라다이스
글쓰기와 닥터후, 엑셀, 통계학, 무료프로그램 배우기를 좋아하는 청년백수의 블로그
4대 닥터 (2)
5월 셋째 주 닥터후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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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즌 11을 기다리다 보니 궁금해집니다. 한국 방송국이(99.9%KBS겠지만) 시즌 11을 방송하면, 누가 13대 닥터를 더빙하게 될까요? KBS가 가끔 삐끗해도, 닥터후는 꽤 준수하게 더빙했으니 새로운 성우진도 기대됩니다.

 


첫째, 4대 닥터 에피소드가 미국 영화관에 걸리다.

 


  닥터후에서 제일 유명한 닥터는 톰 베이커의 4대 닥터가 아닐까 싶습니다. 4대 닥터는 능글맞은 캐릭터와 기발한 줄거리로 닥터후의 전성기를 불러왔습니다. 4대 닥터가 하차한 1981년부터 37년이 지났고 10대 닥터, 12대 닥터 등 굵직한 닥터들이 좋은 연기를 보여줬음에도 4대 닥터는 아직도 닥터후의 스타 비스무리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6월에는 4대 닥터 첫 시즌이 블루레이로 출시됩니다. 이에 따라 미국에선 4대 닥터 에피소드인 <Genesis of the Daleks>(달렉 창세기)가 극장에서 상영됩니다. 611일 단 하루, 750채 극장에서 상영되며 톰 베이커 인터뷰까지 첨부한다고 합니다.

 

  <Genesis of the Daleks>4대 닥터가 처음 등장한 시즌 12의 에피소드로, 1975년에 방송했습니다. 닥터와 사라 제인과 해리 설리반은 스카로 행성에 도착합니다. 타임로드는 닥터에게 달렉의 탄생을 조사하라는 명령을 내립니다. 스카로 행성은 탈과 칼레드, 두 종족이 끝없는 전쟁을 벌이는 중입니다. 칼레드 종족 과학자 다브로스는 전쟁을 끝낼 무기, 달렉을 개발합니다. 과연 닥터 일행은 달렉 탄생을 막을 수 있을까요?

 

 

둘째, 13대 닥터가 소설에도 등장



 

  13대 닥터에 쏟아지는 관심은 다른 닥터를 무색하게 할 정도입니다. 아직 시즌 11이 방송하지도 않았는데, 팬들은 팬 오프닝을 만들고 그림을 그립니다. 관심을 끈다는 목적만 보면 13대 닥터는 지금 성공 가도를 달리는 중입니다.

 

  13대 닥터는 이미 코믹스 등장을 예고했는데, 이번에는 소설입니다. 첫째는 단편집 <Doctor Who: Thirteen Doctors 13 Stories>입니다. 제목처럼 닥터 13명과 각각 열셋 단편을 모은 단편집입니다. 물론 13대 닥터도 이 13 닥터에 들어갑니다. 둘째는 소설 <The Good Doctor>입니다.

 

  두 소설은 각각 10, 11월에 출간됩니다. 시즌 1110월쯤에 방송된다고 하니, 최소한 닥터후 에피소드를 앞지르지는 않겠네요. 하지만 이 소설을 쓰는 작가들은 이미 13대 닥터의 성격, 타디스 내부 디자인, 컴패니언들 정보를 다 전달받았겠죠? 부럽군요.

 





셋째, 시즌11 감독 공개. 2부작 에피소드는?

 

  닥터후는 시즌마다 2부작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마지막 에피소드 둘은 규모가 규모니만큼 대부분 2부작이고, 시즌 중간에도 진지하고 긴 에피소드는 2부작으로 방송했습니다. 시즌 72부작이 없었는데, 시즌이 반으로 잘린 탓이 크겠죠.

 

  최근 팬들이 정보를 모으고 모아서 시즌 11 에피소드 감독을 알아냈습니다. 감독이 연이어 같은 에피소드를 맡는다면, 그 에피소드는 2부작일 확률이 높겠죠? 시즌 11에서 2부작으로 나올 에피소드는 2, 3화와 9, 10화로 추측됩니다. 시즌 11은 에피소드 수가 10개로 줄어서 2부작은 없을 줄 알았는데 말이죠. 과연 제작진이 10 에피소드를 모두 재미로 꽉꽉 채워줄지 기대해 보겠습니다.

 


넷째. 조디 휘태커 시즌11은 웅장할 것.’



  얼마 전 영국에서는 텔레비전 시상식 BAFTA가 열렸습니다. BAFTA 레드카펫에 선 조디 휘태커가 인터뷰를 남겼습니다. 시즌 11은 영화 같으면서(cinematic) 웅장할(epic) 것이라면서 팬들의 기대감을 높였죠.

 

  저는 아직 조디 휘태커의 연기를 본 적이 없습니다. 브로드처치도 안 봤고요. 그런데 이번 인터뷰를 보니 조금 자신감이 생깁니다. 당돌하면서도 닥터에게 필요한 천진한 똘끼(?)’가 배우에게 흐르는 것 같습니다. 닥터가 여자로 바뀌면서 여성 특유의 스테레오타입(고분고분하거나 그 반대급부로 너무 까칠하거나)에 잡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닥터 캐릭터를 기운차게 밀고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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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방영 에피소드 <Shada>가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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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는 한국에서도 마이너한 인기를 가진 공상과학 소설입니다. 평범한 영국인 아서 덴트가 겪는 괴상한 모험을 다룬 이 이야기는 영화로도 나왔습니다. 영화판에서 아서 덴트는 드라마 <셜록>에서 왓슨을 맡은 마틴 프리먼이 연기했죠.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는 더글러스 애덤스라는 영국 작가가 썼습니다. 더크 젠틀리를 쓰기도 했는데 넷플릭스가 드라마로 만들었습니다.

 

 

더글러스 애덤스(사진 : John Johnson - https://www.flickr.com/people/92354342@N00)

 

 

 

혹시나가 역시나라고. 더글러스 애덤스는 닥터후 각본에 참여한 전적이 있습니다. 1979년 방송한 4대 닥터 에피소드 <City of Death>가 더글라스 애덤스 작품입니다(정확히는 공동저작). 프랑스 파리에서 촬영한 이 4부작은 닥터후 역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고 현재까지도 4대 닥터 최고의 에피소드로 꼽히고 있습니다.

 

 

 

따뜻한 파리 경치와 더글러스 애덤스 특유의 시니컬한 스토리가 조화를 이루는 City of Death, 2017년 시청자 눈에는 별로일지도(사진 : BBC)

 

 

그런데 그거 아십니까? 더글러스 애덤스가 쓴 에피소드가 또 하나 있습니다. 그것도 <City of Death>와 같은 시즌에 방송할 예정이었습니다. 예정대로라면 1980년 초에 방송했겠죠. 그 에피소드는 무려 6부작이었고 시즌 마지막을 장식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에피소드는 영영 방송하지 못했습니다. 그 제목은 <Shada>입니다.

 

 

<Shada>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닥터와 로마나는 1979년 캠브리지로 갑니다. 대학교수로 일하고 있는 크로노티스를 만나기 위해서죠. 크로노티스는 사실 은퇴한 타임로드로 지구에서 교수로 위장해서 여생을 보내는 중이었습니다. 그러나 크로노티스를 찾는 쪽은 닥터뿐이 아니었습니다. 과학자 스카그라는 크로노티스를 추적해 크로노티스가 소유한 책 한 권을 훔칩니다. 그 책이 있어야 셰이다(Shada)라는 행성으로 갈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셰이다 행성은 타임로드가 감옥으로 쓰던 행성으로, 스카그라는 셰이다에 갇힌 동료 살리아빈을 구출하기 위해 책을 훔친 것이었습니다. 스카그라는 책을 훔치고 로마나를 납치한 다음 닥터의 타디스마저 빼앗아 셰이다로 향합니다. 살리아빈은 타인의 마음을 조종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고, 풀려난다면 온 우주가 위험하게 됩니다. 닥터는 과연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까요?

 

 

 

 

실제 Shada 촬영분. 4대 닥터(중앙) 뒤로 옛날 타디스가 보인다. 클래식 닥터후는 촬영을 대충 한 탓인지 배우가 컴컴한 타디스 모형에 들어가는 것이 그대로 보였다. 현재는 타디스 안에 패널을 세우거나 특수효과를 주어서 훨씬 자연스럽다.

 

 

 

만약 방송되었다면 <City of Death>를 넘을 최고의 에피소드가 될 수 있던 <Shada>를 시청자들은 보지 못했습니다. 1979년 영국을 휩쓴 인플레이션과 파업 사태로 촬영이 도중에 끊기고 말았거든요. 이후 재촬영 시도가 몇 번 있었지만 흐지부지되었고 결국 1980 6월 에피소드 제작은 공식적으로 취소됩니다.

 

 

 

닥터가 건물로 위장한 악당 타디스를 타고 자기 타디스를 되찾는 장면. 악당의 타디스가 상점처럼 보인다. 혹자는 이를 두고 시즌 9의 결말이 이 장면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 아니냐고 주장한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스티븐 모팻, 미방영 에피소드마저 오마쥬하는 당신은 도대체...

 

 

 

이때 찍은 촬영분 일부는 1983년 빛을 봅니다. 1983 BBC는 닥터후 20주년을 맞아서 <The Five Doctors>라는 스페셜 에피소드를 만듭니다. 다섯 닥터가 모두 모이는 에피소드지만 4대 닥터를 연기한 톰 베이커는 출연을 거절했습니다. 에피소드에서 악당이 다섯 닥터를 모두 납치해 공간에 가두는데, 4대 닥터는 납치 도중 시공간의 미아가 되어 버려서 등장하지 못합니다. 그래도 초반 모습은 보여야 했기 때문에 4대 닥터는 Shada 촬영분으로 나타납니다. 캠브리지 대학에서 닥터와 로마나가 뱃놀이를 즐기는 장면이죠.

 

 

1992 BBC는 공식적으로 Shada VHS로 출시합니다. 이미 촬영한 분량을 대본대로 배치한 다음 빈 공간은 톰 베이커의 내레이션을 곁들인 채로요. 이때 VHS를 구매하면 실제 대본을 부록으로 주었다고 합니다. 2013년에는 DVD가 출시되었고요.

 

 

 

 

Shada VHS와 DVD. 영어고자인 나로서는 닥터후 DVD를 사보았자 알아듣지도 못한다.

그래도 소장용으로 하나만 구하고 싶은데 지갑은 오늘도 내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말린다

 

 

조그마한 틈새라도 보이면 달려들어 쪽쪽 빨아먹는 오디오 제작사 빅 피니시도 Shada 같은 먹잇감을 그냥 둘 리가 없었습니다. 2003년 빅 피니시와 BBC는 닥터후 40주년을 맞아 Shada를 플래시 애니메이션으로 발표합니다. 주인공은 4대 닥터에서 8대 닥터로 바꾸었고 따라서 설정도 조금 달라졌지만 8대 닥터를 연기한 폴 맥간과 로마나를 맡은 랄라 워드가 더빙했습니다. 지금은 볼 수 없는 것 같지만 검색을 해 보니 플래시 애니메이션의 품질은 PPT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목소리로만 만족해야 할 수준이라고 하네요. 이후 빅 피니시는 Shada를 오디오 드라마로 출시합니다.

 

 

 

TV 극장판 한 편 출연으로 만족해야 했던 8대 닥터. 이렇게라도 오디오 드라마라도 활약을 하는 데 성공했다. 빅 피니시 최고의 장점이자 단점이 TV로 볼 수 없는 스토리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반갑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너무 설정을 쪽쪽 빨아먹는 것은 별로다.

 

 

 

내레이션으로, 플래시 애니메이션으로, 오디오 드라마로 만들어진 Shada는 마침내 BBC의 손에서 정식 애니메이션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바로 며칠 전 닥터후 유튜브 계정이 예고편을 업로드 했습니다. 이번 Shada 11월에 블루레이와 DVD, 아이튠즈로 발매될 예정입니다. 촬영분은 디지털 리마스터를 거치고 미촬영분은 올 컬러 애니메이션으로 만들며 톰 베이커와 랄라 워드가 더빙하고 스틸북까지 판매한다고 합니다. 38년 전에 촬영 중단된 드라마를 다시 만들다니. 저도 닥터후 팬이지만 조금 무섭(?)군요.

 

 

 

 

마침내 BBC에서 공개한 Shada 트레일러. 목마른 닥터후 팬들의 갈증을 해결해 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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