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찬범의 파라다이스
글쓰기와 닥터후, 엑셀, 통계학, 무료프로그램 배우기를 좋아하는 청년백수의 블로그
닥터후 (56)
시즌 11부터는 새 타디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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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방송에 등장한 타디스



 닥터후는 제작진이 바뀔 때마다 배우와 음악, 촬영구도 등이 달라져 왔습니다. 만드는 사람이 달라지니 결과물도 다른 것은 당연하지만, 닥터후 팬들에게는 이 교체도 일종의 전통이 되어서 '이번 닥터후는 어떻게 변할까?'를 상상하며 다음 시즌을 기다립니다.


  내년 가을 즈음에 방송할 닥터후 시즌 11은 아시다시피 크리스 칩널이 스티븐 모팻을 이어서 닥터후의 키를 잡습니다. 13대 닥터 역에는 조디 휘태커가 캐스팅되어서 시리즈 최초로 여성 닥터가 탄생한다는 사실도 이미 널리 퍼졌고요.


  그런데 금방 들리는 뉴스에 따르면 내년 닥터후는 시즌 당 10 에피소드로 방송한다고 합니다. 이제껏 닥터후는 2005년부터 시즌 당 13 에피소드로 방송되다가 몇 년 전부터는 12에피소드로 방송했습니다. 팬으로서는 에피소드가 많을수록 좋을 텐데요. 그러나 소식에 따르면 에피소드 수는 줄어드는 대신 한 에피소드 방송분량이 늘어난다고 합니다. 기존 45분에서 약 한 시간으로 증가한다고 하네요. 15분씩 열 편이 늘었으니 150분, 즉 45분짜리 에피소드 세 편이 넘는 분량이 추가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렇지만 여러 행성과 시간대를 오가는 닥터후는 한 곳에 머무르기보다는 조금 짧더라도 여러 곳에 들르는 것이 좋은 건 사실입니다. 물론 소문이 맞다면 칩널이 만들 닥터후는 옴니버스 식에서 벗어나 기존에 비해 상당히 이어지는 전개를 보일 예정이지만 말입니다.


  또 소식이 말하기를 칩널이 새 타디스 디자인과 소닉 스크류드라이버를 주문했다고 합니다. 타디스와 소닉 스크류드라이버는 닥터의 상징이라고 봐도 좋을 만큼 닥터마다 모습이 조금씩 달랐습니다. 특히 소닉 스크류드라이버는 장난감을 팔아먹기 위해서라도 닥터마다 다른 디자인을 보여주었습니다. 타디스는 내년부터 새 인테리어뿐 아니라 외관까지 바뀌어서 나온다고 합니다. 타디스 내부는 9, 10대 닥터 시절에는 전통적인 듯 자유로운 디자인을, 11대 닥터 시절에는 제작비를 들였는지 넓고 공상과학스러운 모습을, 12대 닥터 시절에는 어둡고 개인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닥터후는 타디스도 주연급 등장인물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디자인이 중요합니다. 모쪼록 새롭지만 금방 친근해질 디자인이 나오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소식에 따르면 시즌 11은 내년 가을에 방영하지만, 요일은 불투명하다고 합니다. 닥터후는 매번 토요일 저녁에 방송되었습니다. 닥터후를 좋아하는 어른들도 많지만 닥터후는 엄연히 어린이도 보는 드라마고 실제로 미성년자들을 타겟으로 잡습니다. 문제는 가을 토요일 저녁입니다. 이전까지 닥터후는 3월 즈음에 첫 에피소드를 방송했는데요. 가을에 방송하려다 보니 가을 토요일 저녁 프로그램과 시간이 겹치게 되었습니다. 저야 영국 방송을 모르지만 일찍 방송할수록 고마우니 이 부분은 방송 스케줄을 기다리는 수밖에는 없겠네요.


  참고로 미러 지의 소식을 가져왔기 때문에 소식의 신뢰도는 알아서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http://www.mirror.co.uk/tv/tv-news/changes-new-dr-who-series-11309547.a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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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후 시즌 3 톺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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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후 시즌 2 톺아보기

http://schbeom.tistory.com/103


 어느 블로거가 시즌 3를 리뷰한 글이 생각납니다. 그 블로거는 시즌 3를 두고 '덜 영국적인 된 대신 더 세계적이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맞습니다. 시즌 3는 전 시즌과는 달랐습니다. '영국적'인 게 뭐냐 물으시면 저도 할 말은 없습니다만 시즌 3는 좀 더 화끈해졌으면서 뻔해졌습니다. 세계를 위협하는 빌런에 맞서서 싸우는 영웅담, 이런 헐리우드식 각본이 '세계적'이라면 시즌 3는 세계적입니다. 미국 대공황 시기로 여행을 가거나 미국 대통령이 등장하는 등 시즌 3는 미국을 신경쓰기도 했으니까요.



  지난 시즌에서 로즈와 이별한 닥터는 마사 존스와 여행을 떠납니다. 마사 존스는 로즈보다 당돌하고 유능한 여자입니다. 로즈는 백화점 알바를 뛰던 중산층 가족이었고 작품에서 '소시민적이지만 힘찬' 모습을 어필합니다. 마사 존스는 의대 레지던트로 금수저는 아니지만 자기 길을 아는 유능한 여성입니다. 로즈와 닥터가 소꿉친구였다가 사귀는 관계라면, 마사와 닥터는 로맨스 드라마처럼 만난 유능한 여자와 더 유능한 남자 관계입니다. 마사는 닥터를 존경하고 우러러봅니다. 불행히도 마사 존스는 로즈에 가려서 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시청자들도 심지어 닥터 본인도 로즈를 그리워했거든요. 여자친구보다는 조수에 가까운 마사는 유능함에 고생도 많이 했지만 불행히도 그 유능함 때문에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캐릭터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마사 존스 배우인 프리마 아제만도 한 미모 하고, 시즌 동안 고생한 것이 있어서 팬들도 마사를 좋아합니다. 다른 동반자보다 덜 좋아할 뿐이지.



  이전 시즌처럼 시즌 3는 달렉이나 사이버맨이 최종보스가 아닙니다. 그러나 또 옛날 시절 악당이 최종보스를 맡았습니다. 시즌 3의 최종보스는 마스터입니다. 마스터는 닥터와 어린 시절을 같이 보낸 친구입니다. 닥터와 같은 종족이고 지능도 높습니다. 마스터는 시즌 후반에 국민들을 세뇌해 영국 수상이 되더니 세계를 정복해 버립니다. 개인적으로는 마스터라는 캐릭터를 시즌 3에서 잘 소개했다고 생각합니다. 닥터후를 2005년부터 본 시청자들을 위해 제작진들은 몇 안 되는 에피소드로 마스터를 잘 살렸습니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마스터는 조금 유치하기도 했습니다. 세계를 정복해서 다 죽이고 괴롭히자! 물론 나쁜 놈인 건 사실이지만 조금 뻔한 헐리우드식 사이코패스 독재자 악역 아닙니까. 요즘 옛날 닥터후를 조금씩 보고 있는데, 옛날 마스터는 이름처럼 누군가의 마음을 다스리고 조종하고 괴롭히는 스케일 작은(?) 악당에 가깝습니다. 닥터후가 어린이 프로그램인 건 저도 알지만, 마스터는 러셀보다는 모팻이 더 잘 그려낸 것 같네요.



지금 돌아보면


  시즌 전반을 둘러보고, 나머지 시즌과 비교하면 시즌 3는 러셀 시즌 중에서 제일 점수가 낮습니다. 닥터후 최고 에피소드라고 하는 Blink와 제가 좋아하는 피의 가족 2부작이 있지만, 그 에피소드야 어느 시즌에 들어가도 괜찮은 독립된 에피소드니까 치지 않겠습니다. 시즌 1은 처음 보는 맛이 있었고, 시즌 2는 닥터와 로즈의 사랑 등 여러 재미와 감동이 있었고, 시즌 4는 조금 창의력이 부족해 보이지만 도나라는 매력적인 캐릭터와 마지막화의 감동이 있었습니다만 시즌 3는 뭔가 빈 것 같습니다. 시즌 1과 시즌 2가 기대치를 너무 높인 탓일 수도 있고 갑자기 방향을 조금 바꿨을 수도 있죠. 시즌 3는 좋은 시즌이지만 다른 시즌에 비해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덜한 시즌입니다. 특히 크리스 칩널이 쓴 <42> 에피소드는 정말 별로였습니다. 그 덕분에 저와 닥터후 팬들은 아직도 칩널이 맡을 시즌 11이 걱정됩니다.



  닥터후 시즌 3도 KBS에서 방송했습니다. 닥터는 여전히 김승준 성우가 더빙했고 마사 존스는 조진숙 성우가 더빙했습니다. 조진숙 성우 목소리는 유능한 인텔리 여성 목소리가 잘 어울렸습니다. 마스터는 고 오세홍 성우가 더빙했습니다. 처음엔 짱구 아빠가 독재자 악역을 맡는다니. 그런데 고 오세홍 성우는 의외로 깐족대면서 차가운 악당과 잘 어울렸습니다. 이번 시즌 10에도 똑같은 마스터가 나오는데 과연 어느 성우분이 더빙할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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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닥터후 게임이 PC와 모바일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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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https://www.tinyrebelgames.com/


 닥터후는 긴 역사에도 불구하고 게임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주목할 만한 게임은 레고 디멘션과 닥터후 레거시입니다. 레고 디멘션은 여러 작품들이 크로스오버하는 작품으로, 닥터후 관련 캐릭터나 배경이 비중 있게 등장합니다. 닥터후 레거시는 일종의 퍼즐 게임으로 게임 자체는 닥터후와 별 관련이 없지만 많은 닥터후 캐릭터의 일러스트 등을 부가적으로 즐길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닥터후 레거시를 제작한 Tiny Rebel Games에서 닥터후 신작 게임을 발표했습니다. 바로 닥터후 인피니티(Doctor Who Infinity)입니다. 저는 뉴스를 보자마자 닥터후 스토리가 깊게 들어간 어드벤처 게임이었으면 하고 바랐습니다. 닥터후도 번듯한 AAA 게임 하나 있으면 참 좋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제 기대와는 달리 닥터후 인피니티는 닥터후 레거시와 비슷한 퍼즐 게임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레거시와는 다르게 이번 인피니티는 스토리가 많이 나온다고 합니다.


  닥터후 인피니티는 내년 봄에 PC와 모바일로 출시할 예정입니다.


  제작사 사이트

  https://www.tinyrebelga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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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닥터가 빅 피니시에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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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2월 빅 피니시에서 도나와 여행한 데이비드 테넌트가 이번에는 빌리 파이퍼와 함께 빅 피니시 오디오 드라마로 돌아옵니다. 데이비드 테넌트와 빌리 파이퍼는 올해 11월에 발매 예정인 10대 닥터 어드벤처 2탄에서 10대 닥터와 로즈 타일러를 맡아 새로운 모험을 들려줍니다.


  소문으로는 데이비드 테넌트의 인기로 1탄 발매 시에 빅 피니시 사이트가 다운되기도 했다는데요. 아무래도 닥터후 주인공 중에서 10대 닥터가 제일 대중적으로 인기가 있어서 그렇지 않나 생각합니다. 빅 피니시가 현재 11대 닥터까지는 판권이 있는 것 같습니다만(12대 닥터는 아직 판권이 없다고 사이트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11대 닥터를 맡은 맷 스미스는 다른 연기 활동으로 바빠서 아직 오디오 드라마에 참여할 생각은 없어 보입니다. 물론 인터뷰에서는 언젠가 부른다면 오디오 연기를 하리라 밝히기도 했죠. 그렇다고 데이비드 테넌트가 덜 바쁘다는 말은 아닙니다.


 이번 볼륨 2는 1과 비슷하게 세 에피소드로 구성이 됩니다. 1편 자로스의 악몽(Infamy of the Zaross)에서 닥터와 로즈는 재키 타일러와 함께 지구를 지켜냅니다(재키 타일러를 연기한 카밀 코두리가 실제 녹음합니다). 2편 슈발리에의 검(The Sword of The Chevalier)에서는 1791년으로 여행을 떠나 실존 스파이인 슈발리에 드옹을 만납니다. 과연 슈발리에의 진짜 정체는 무엇일까요? 3탄 차가운 복수(Cold Vengeance)에서는 아이스 워리어를 만납니다. 닥터후 본편도 그렇고 오디오 드라마도 그렇고 아이스 워리어는 파도 파도 질리지 않는 소재로군요.


  현재 3편 합본 사전구매 가격은 약 43달러입니다. 10대 닥터와 로즈의 모험이 그리운 분들이라면 절대 놓칠 수 없는 구성입니다. 직업 없고 용돈 없는 저는 손가락만 빨 수밖에 없네요.


구매링크

https://www.bigfinish.com/releases/v/the-tenth-doctor-adventures-volume-02-limited-edition-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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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 T 데이비스가 13대 닥터에 대해 입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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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Tony Hassall(https://www.flickr.com/people/10175361@N00)



  2005년 닥터후 부활의 아버지이자 사라 제인 어드벤처, 토치우드를 만든 러셀 T 데이비스가 최근 불거진 13대 닥터 논쟁에 대해 입을 열었습니다.


  러셀은 한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여성 닥터 반대여론은 언어도단(outrageous)이라고 말했습니다. 러셀은 '현재 북 투어로 많은 팬들을 만나고, 팬들은 대부분 13대 닥터를 지지한다'면서 '반대하는 소수가 언론에 나온 것일 뿐.이라면서 반대여론을 일축했습니다.


  일단 러셀이 여성 닥터에 찬성한다니 기쁜 소식입니다. 여성 닥터가 좋든 싫든 현재 제작진과 배우들은 심적으로 힘든 상태일 텐데, 이렇게라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전 제작자가 있으니 다행입니다. 물론 전 제작자가 현재 제작에 왈가왈부를 할 수는 없지요. 닥터후는 제작자나 배우를 교체하면서 늘 새로움을 추구했고 그 새로움 덕분에 50년이 넘게 장수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 번 제작에서 물러나면 다시 터치하지 않는 것이 닥터후의 장수를 위해서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기사가 나오면 기분이 좋지만 크리스 칩널이 제작할 닥터후가 불안해지기도 합니다. 러셀은 저한테는 처음이었고 모팻이야 레전드여서 걱정이 없었는데 칩널은 걱정이 됩니다. 아무래도 닥터후에서는 볼 만한 결과를 낸 적이 없었거든요. 일단 지켜보겠지만 많은 닥터후 팬들이 저처럼 '혹시 제2의 종영 사태가 터지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하며 볼 겁니다.


  러셀은 같은 인터뷰에서 자기가 만든 설정이 뒤집어지는 경험도 말했습니다. 2009년 <The End of Time>에서는 갈리프레이가 결국 멸망한다는 암시로 끝났지만 2013년 모팻이 쓴 50주년 스페셜에서는 갈리프레이가 전쟁에서 살아남는다는 결과로 끝났습니다. 러셀은 '(50주년은 )대단한 에피소드였다'면서 '닥터후를 떠날 때는 심호흡을 하고 모든 것이 뒤집어질 각오를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게 제가 말한 닥터후의 새로움입니다. 모팻이 조금 과하게 설정을 뒤집기도 하지만 러셀의 닥터후에 없던 새로움을 많이 보여줬죠. 칩널도 새롭지만 훌륭한 모습을 보여 주었스면 좋겠습니다. 지나친 추억팔이나 지나친 기발함은 거부감이 들기 때문입니다.


  13대 닥터가 나오는 시즌 11은 올해 말에 촬영하고 내년 가을에 방송한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기사링크

http://www.digitalspy.com/tv/doctor-who/news/a838571/doctor-who-russell-t-davies-female-backlash-jodie-whitta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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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후 시즌 2 톺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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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후 시즌 1 톺아보기(링크)

 

 

시즌 1에서 9대 닥터가 꽃미남으로 변신하고 나서 저는 닥터후를 잊어버렸습니다. 그때 저는 시즌이라는 존재를 잘 몰랐습니다. 외화도 공중파에서 트는 것만 봤고, 공중파도 외화에 무슨무슨 시즌 2’라고 쓰지를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9대 닥터가 재생성하자 참 유별난 드라마다라고 생각했습니다. 후속작이 나올지도 모른다고 예상했지만 시즌 2가 나올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KBS에서 닥터후 시즌 2 예고편이 나오자 얼마나 놀랐는지 예상이 되십니까? 닥터가 돌아온다고? 그 재밌는 드라마가 후속작을 내다니! 저는 기뻤습니다. 게다가 시즌 2는 일요일 밤이 아니라 토요일 낮에 방송했기 때문에 책상에 머리를 처박고 졸 일도 없었습니다. 저는 토요일 학교가 끝나면 가장 먼저 집으로 달려가서 닥터후를 봤습니다.

 

10대 닥터는 김승준 성우가 더빙했습니다. 로즈 타일러도 오길경 성우가 계속 더빙했고요. 특이한 사실은, KBS판 닥터후는 오프닝에 성우 이름을 올렸다는 겁니다. 3D로 데이비드 테넌트와 빌리 파이퍼 이름이 뜨는 그곳에 김승준과 오길경 이름을 집어넣었습니다.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성우들은 존중받아야 마땅합니다. 그런데 성우가 좋은 대접을 못 받는 우리나라에서 그것도 공중파 방송국 외화가 오프닝에 성우를 띄우다니. 이런 경우는 전무후무했습니다. 아무튼 김승준 성우는 오프닝에 이름이 오를 자격이 있을 만큼 좋은 목소리 연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촐싹대면서도 젠틀한 남성미가 있는 데이비드 테넌트의 목소리를 잘 살렸습니다. 지금도 데이비드 테넌트를 누군가 더빙해야 한다면 바로 김승준 성우입니다. 성우 팬들한테도 훌륭한 연기로 기억되고 성우 본인도 감회가 남다르다고 모 잡지에서 읽은 바 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닥터후 시즌 2는 여타 시즌과는 많이 다릅니다. 젊은 닥터를 캐스팅한 김에 화끈하게 찍었는지는 몰라도 역동적입니다. 여기저기서 쾅쾅 터지고, 닥터는 열나게 뛰어다닙니다. 1963년 이래 이 정도로 후끈 달아오르는 닥터가 있었나 싶습니다. 닥터후를 05년부터 접한 저 같은 사람들이야 재밌네라고 반응했지만 옛날부터 닥터후를 본 시청자들은 불만을 지니기도 했습니다. 닥터후는 미국식 액션 블록버스터가 아니라 영국식 공상과학 드라마라면서 말이죠. 일리가 있는 말입니다. 시즌 10, 12대 닥터까지 본 저도 러셀 T 데이비스 시절 시즌을 돌이키면 너무 시끄럽습니다.

 

그러나 재미만은 어느 시즌 못지않았습니다. 닥터와 로즈의 로맨스, 사이버맨, 달렉, 우드, 우주 악마, 텔레비전에 사는 외계인 등 소재와 주제가 다양했고 깊이도 있었습니다. 여러모로 러셀 T 데이비스가 맡은 시즌 중에서 제일 훌륭하고 독창적인 시즌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화에서 닥터와 로즈가 이별을 고하는 장면은 현재까지도 닥터후에서 제일 슬픈 장면을 꼽을 때 반드시 들어가는 장면입니다.

 

닥터후는 로맨스 액션 드라마가 아니야!’라고 외치는 사람과 왜 닥터후를 시즌 2처럼 못 만들지?’라고 외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는 이들에 100%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시즌 2는 명작입니다. 모두 그리워하고 모두 떠올리면 감상에 젖는 시즌이 바로 시즌 2입니다.



닥터후 시즌 3 톺아보기

http://schbeom.tistory.com/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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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후 시즌1 톺아보기(시즌10 KBS방영기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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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쇼를 본 적이 있습니까? 마술사가 방금까지 손에 든 동전이 순식간에 사라져서 어안이 벙벙한 적 있습니까? 닥터 후를 처음 만난 날 저도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정확히는 닥터후 예고편이었습니다. 2005, 제가 중학교 3학년일 때 일입니다.

 


 

그날도 저는 학원에 가기 전에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KBS로 채널을 돌렸습니다. KBS는 당시 개편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 개편은 계절마다 하지만 저에게는 중요한 개편이었습니다. 그 개편 덕분에 닥터 후를 만나게 되었거든요. 아무튼 KBS를 틀다가 저는 이상한 예고를 봅니다. 새로 시작하는 외국 드라마 예고였습니다. 당시는 미드전성시대였습니다. 공중파 방송인 SBS가 프리즌 브레이크를 더빙 방송하고 인터넷 좀 한다는 사람이면 누구나 좋아하는 미드 한두 가지는 갖고 다시던 시대였으니까요. 그래서 KBS도 외국 드라마를 수입하는구나 싶었습니다.

 

그러나 예고편은 이상했습니다. 먼저 제목부터 엉뚱했죠. 닥터 후라니. 무슨 제목이 그렇습니까? 제목만 봐서는 무슨 드라마인지 감도 안 잡혔습니다. 실제로 처음엔 무슨 의학드라마인 줄 안 사람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예고를 보는데, 외계인과 괴물과 특수 효과라니. 제 뇌는 충돌을 일으켰습니다. 닥터 후라는 제목과 눈으로 들어온 장면이 일치하지 못해 뇌가 혼돈에 빠졌습니다. 저는 어안이 벙벙해져 버렸습니다. 몇 번 더 KBS 예고편을 봐도 오리무중이었습니다.

 

 

저는 일요일 밤까지 기다려서 첫 화를 봤습니다. , 닥터는 주인공 이름이구나. 닥터는 외계인인데 무슨 우주 경찰처럼 나쁜 외계인을 잡는구나. CSI의 외계인 버전이라고 해야 할까나(당시 모든 외국 드라마는 CSI로 수렴했습니다). 괜찮네. 재밌겠어. 저는 호의적인 평가를 내렸습니다. 그러나 모든 평가는 1화 마지막에 닥터가 타디스 문을 열고 이거 시간 여행도 돼라고 말하자마자 바뀌었습니다. 호의에서 열광으로요. 저는 기뻐서 팔짝 뛰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저는 시간여행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주인공이 직접 1화 마지막에 시간여행을 말해 주다니! 마치 저를 위해 만든 드라마 아닙니까. 저는 전율했습니다. 그렇다면 남은 에피소드에서 과거와 미래로 모험을 떠날 수 있겠네! 갑자기 제 앞에 가능성의 초원이 펼쳐졌습니다.

 

 


1시즌을 돌아보며

 

닥터 후 시즌 1은 일요일 밤에 2편씩 방송했습니다. 저는 일요일 밤에 닥터 후를 보고 월요일에는 책상에 고개를 처박고 졸았습니다. 그때는 닥터후가 오래되었다는 사실은 KBS 홈페이지 문구를 보고 알았지만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몰랐습니다. 그저 옛날에 방송한 드라마를 리메이크라도 했나 보다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닥터후가 있는 줄도 몰랐던 저에게도 시즌 1은 보기 쉬웠습니다. 제작진도 예전에 종영한 드라마를 되살리면서 처음 보는 시청자들을 배려했겠죠.

 

초보자를 위한 배려는 또 있습니다. 달렉입니다. 달렉은 시즌 1 최종보스입니다. 그런데 시즌 중간에 달렉이 먼저 나옵니다. 달렉을 모르는 시청자는 마지막 화에 대뜸 달렉이 나와서 지구를 멸망시키려고 하면 머리를 긁적였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마지막 화 전에 한번 등장시켜서 달렉을 설명했다고 생각합니다. 1편만 함께 여행한 아담 미첼이라는 캐릭터는 클래식 닥터 후에서 몇 편만 같이 여행한 동반자를 연상시킵니다. 전반적으로 닥터 후 시즌1은 클래식 시즌의 요소들을 압축해 놓았습니다. 작가인 러셀 T 데이비스부터가 닥덕후이니 어련하겠습니까.

 

닥터후가 부활하고 12년이 지났지만 아직 많은 사람이 9대 닥터 시절을 그리워합니다. 9대 닥터는 한 시즌만 나오기도 했지만, 따뜻한 동네 아저씨 같아서 저도 좋아했습니다. 여기서 러셀의 재능이 드러납니다. 분명 1화에서는 닥터는 괴짜 아저씨였는데 마지막 화까지 오면 신비스러운 영웅처럼 보입니다. 달렉이 지구를 침공하자 저도 모르게 닥터를 마음으로 찾았죠. ‘닥터는 여행자지 코믹스에 나오는 영웅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면서 시즌 1과 러셀 시기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 저도 압니다. 시즌 1은 클래식 닥터 후와 많이 다릅니다. 나중에 말할 기회가 오겠지만 시즌4에 들어서 조금씩 드라마 자체가 힘이 빠지고 고갈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래도 재밌었다는 점은 부정하지 못하겠습니다.

 

닥덕후 러셀 T 데이비스가 시즌 1 에피소드 대부분을 집필했습니다. 다음 시즌부터는 다른 작가들에게 에피소드를 양보합니다만, 러셀이 닥터후 팬이란 걸 알고부터는 조금 재밌습니다. 러셀이 드라마를 부활시키고 벼르면서 닥터후 에피소드를 쓰는 모습이 상상하면요. 모팻과 비교당하면서 까이기도 많이 까이지만 러셀은 엄연히 2005년에 닥터후를 부활시킨 주인공입니다.

 

시즌 2 제작 과정을 담은 영상에서 러셀은 시즌 1이 여러 나라에서 방송되었다고 자랑합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더빙한 닥터가 자기가 생각한 그 목소리라면서 극찬했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아도 이정구 성우의 능글맞으면서 진지할 때는 진지한 더빙은 훌륭했습니다. KBS는 개편을 맞아 지구 반대편 공영 방송의 드라마를 수입해서 지금까지 방송하고 있습니다. 수입 담당자가 닥터 후를 알고 수입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냥 영국 BBC 방송에서 야심차게 만든 드라마고, 개편 시기와 맞물리게 방송한 드라마라서 수입했겠죠. 하지만 저를 월요일에 꾸벅꾸벅 졸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대한민국을 비영어권 국가 중에서는 닥터 후를 유별나게 사랑하는 나라로 만들지 않았습니까.

 

'닥터후 시즌 톺아보기'는 매주 금요일에 연재합니다

(아마도)

 

닥터후 시즌 2 톺아보기(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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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에서 닥터후 10시즌 방영, 관전 포인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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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마스 에피소드가 3달 넘게 남은 현재, 지친 한국 후비안들에게 희소식이 들렸습니다. KBS에서 금요일 밤마다 방송하는 해외걸작드라마가 다음 주부터 닥터후 시즌 10을 방송하기로 한 겁니다. 이미 편성표부터 닥터후를 예고했고, 바로 어젯밤 ITV 방송국의 <경감 메그레>를 이어 닥터후 시즌10 예고편을 방송했습니다. 파업 사태와 외화 시청률 감소로 닥터후를 방송할 수나 있을까 걱정하던 차라 더 기쁩니다.


  KBS의 닥터후 사랑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개편 기념으로 KBS 2TV가 닥터후 뉴 시즌 1을 재빨리 수입해서 방송했습니다. 아마 별 생각 없이 당시 BBC가 방송하던 드라마를 수입했을 테지만 생각보다 인기가 좋았습니다. 저도 그 2005년 닥터후를 보고 닥터후 라이프를 시작했습니다. 그 이후 KBS는 닥터후를 매 시즌 방송했습니다. BBC보다 1~2년 늦게 방송할 때도 있었지만 시즌 9처럼 겨우 1~2주 차이로 방송한 적도 있습니다. 다른 외화는 실제 본국 방송보다 간격이 늦고 <로스트> 같은 드라마는 몇 시즌만 하다가 감감 무소식인데, 닥터후는 KBS가 많이 신경 쓰는 편입니다.


  이미 예전 포스트에서 닥터후 10시즌이 실망스럽다고 적었습니다만 그래도 닥터후는 닥터후입니다. 팬으로서 공중파 방송이 닥터후를 방송하니 발 닦고 TV 앞에서 기다려야겠습니다. 이미 다 본 에피소드이지만 더빙으로 보면 또 다릅니다. 과연 이번 KBS 닥터후 방송의 관전 포인트는 무엇일까요?




1. 성우들의 더빙


시즌 10의 새 동반자. 빌 포츠



  이번 시즌 10에서도 설영범 성우가 12대 닥터를 맡아 호연을 보여줄 것이 확실합니다. 닥터후 시즌 8이 KBS에서 방송하기 전부터 닥터후 월드 투어에서 설영범 성우가 12대 닥터를 연기할 것이 예고되었습니다. 설영범 성우는 까칠하면서도 따뜻한 12대 닥터의 매력을 잘 살려서 연기했습니다. 9대 닥터를 맡은 이정구 성우가 실제 제작자한테 '내가 생각하던 목소리'라고 극찬을 받은 이래 닥터를 맡은 성우들은 정말 혼신의 목소리 연기를 들려주었습니다. 10대 닥터를 맡은 김승준 성우는 커리어에 한 획을 그었고 11대 닥터를 맡은 김일 성우도 <The Time of the Doctor>에서 재생성하는 11대 닥터를 잘 표현했습니다. 설영범 성우는 이미 두 시즌에서 훌륭한 연기력을 보여줘서 걱정이 없습니다.


  시즌 9에서 클라라 오스왈드가 떠난 닥터후는 이번 시즌부터 다른 동료들이 나옵니다. 당돌한 여성 빌 포츠와 능글맞은 나돌입니다. 나돌은 2015년 크리스마스 에피소드에 먼저 나왔고, 그 에피소드는 KBS에서 더빙 방영한 바 있습니다. 캐스팅이 바뀌지 않는다면 시즌 10에서 나문석 성우가 더빙할 겁니다. 빌 포츠는 시즌 10부터 나오는 새 주연이라서 어느 성우분이 더빙할지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오랜만에 성우계에 복귀한 최덕희 성우나 레전드 정미숙 성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빌 포츠를 연기한 펄 맥키가 목소리가 낮고 걸걸한 편이라서 조금 침착한 목소리를 가진 성우가 더빙했으면 합니다.


  시즌 마지막에 나온 과거 마스터도 누가 더빙할지 궁금합니다. 2007년에 처음 나온 마스터는 당시 故 오세홍 성우가 더빙했습니다. 오세홍 성우가 돌아가셨으니 다른 성우가 더빙할 텐데 그 성우는 어떤 식으로 캐릭터를 해석할지 기대됩니다. 아래에 얘기하겠지만 만약 KBS가 시즌10이 끝나고 크리스마스 에피소드까지 연속으로 방송한다면 1대 닥터나 13대 닥터는 누가 맡을지도 관심사겠습니다.



2. 편집될까?


  KBS는 닥터후를 열심히 방송했지만, 모든 에피소드와 장면을 방송하지는 않았습니다. 대표적으로 2010년 크리스마스 에피소드는 아예 방송하지도 않았습니다. 크리스마스 에피소드가 본 시즌에 속하지는 않고 스토리와 큰 상관이 없어서 방송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팬으로서는 아쉽습니다. 그래도 KBS는 재생성 에피소드 등 스토리와 관련이 있는 크리스마스 에피소드는 잘 방송해 줬습니다. 안타깝게도 예고편을 보면 이번 시즌10은 작년 크리스마스 에피소드를 생략하고 내보낼 것 같습니다.


  또 KBS는 장면을 편집하기도 합니다. 시즌 3에서 마스터가 음악을 틀어놓고 닥터를 놀려먹는 장면이나 시즌 5 마지막화에서 에이미가 박물관에서 로리가 천 년 넘게 살아온 장면을 보는 장면이 통편집되었습니다. 심의에 어긋나지도 않는데 왜 날아간 것인지, 아마 분량 문제겠지만 중요한 프로그램이 다 끝난 야밤에 방송하는데 분량이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번 시즌은 KBS가 그냥 넘어가기엔 좀 민감한 장면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빌 포츠의 동성애 관련 장면입니다. 닥터후는 본국 영국에서도 토요일 저녁에 방송하는 드라마라 야하거나 잔인한 장면은 없습니다. 빌 포츠도 자신이 동성애자임은 말로만 좀 하고 그렇고 그런(?) 짓은 하지 않습니다. 마지막화에 여자와 키스하는 장면이 있지만 말 그대로 키스뿐입니다.


  KBS는 닥터후를 15세 시청가로 방송해 왔습니다. 영국은 아이들도 보는 드라마를 왜 15세로 잡았는지, 귀찮아서 그냥 높게 잡지 않았나 의심을 해 봅니다. 그럼에도 아직 동성애는 국내 방송에서 민감한 주제입니다. 한밤중 15세 시청가라도 동성애는 편집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다만 닥터후 팬으로서 동성애 발언 때문에 아예 방송조차 못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방송이라도 해서 다행이라고 할까요?



3. 크리스마스 에피소드와 13대 닥터


  KBS가 방송을 쉬지 않는다면(시즌 9는 추석이 겹쳐서 특집 프로그램으로 몇 주 휴방했습니다) 마지막화는 12월 1일에 방송됩니다. 2015년 시즌 9가 끝났을 때는 거의 크리스마스라서 KBS는 아예 크리스마스 에피소드까지 더빙 방영했습니다. 아마 12월 29일 정도로 기억합니다. 12월 1일과 12월 25일은 좀 간격이 크지만 어쩌면 올해도 같은 일이 벌어질지 모릅니다. KBS가 닥터후 시즌 10을 방송하고, 몇 주 후 같은 시간이나 크리스마스 특집으로 야밤에 올해 크리스마스 에피소드를 방송하는 겁니다. 개인적으로 제발 방송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크리스마스 에피소드는 12대 닥터의 마지막 에피소드면서 1대 닥터가 나오는 에피소드이면서 문제의 13대 닥터가 나오는 에피소드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만약 만약 크리스마스 에피소드를 방송한다면 설영범 성우의 마지막 닥터 연기와 누군가가 맡은 1대 닥터의 연기를 듣게 됩니다. 그리고 13대 닥터를 맡은 성우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크리스마스 에피소드에서 13대 닥터는 길어야 몇 분 나올 테니 아무 성우나 맡을 수 있습니다. 시즌 1을 방송했을 때고 마지막화에 잠깐 나온 10대 닥터는 다른 성우가 맡았고, 정식으로 시즌 2를 방송할 때부터 김승준 성우가 더빙했습니다. 그래도 희망은 할 수 있지 않습니까?



  KBS가 방송하는 해외걸작드라마 닥터후 시즌 10은 다음주 금요일 9월 15일 밤 12시에 KBS 1TV에서 방송됩니다.





아직 사진은 <경감 메그레>지만, 편성표는 확실히 닥터 후다.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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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후 최고의 에피소드 TOP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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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닥터후가 재방송되고 벌써 12년이 지났습니다. 백 편이 넘는 에피소드가 방송되었고 평가는 엇갈렸습니다. 과연 이들 중 최고의 에피소드는 무엇일까요? IMDB 평점과 제 개인적인 의견을 섞어서 닥터후 베스트 에피소드 다섯 편을 골라 봤습니다.

 




5

Human Nature/The Family of Blood

시즌 3 8, 9

IMDB 평점 9.0/9.2

 

줄거리 : 닥터를 잡아 영생을 이루려는 외계인이 닥터를 쫓는다. 시간이동만으로는 도망칠 수 없게 된 닥터는 잠시 신체와 정신을 인간으로 바꾼 채 1차대전 직전 영국에 숨어서 교사로 살게 된다. 더는 외계인 닥터가 아닌 인간 '존 스미스'로 살게 된 닥터. 그러나 외계인 가족은 끝끝내 닥터를 추적해 오는데…….



 

Human NatureThe Family of Blood는 아름답고 진지한 2부작 에피소드입니다. IMDB 에피소드 순위에서 상위권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감명 깊게 봐서 5위에 넣었습니다.

 

이 에피소드는 닥터가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닥터와 똑같이 생겼지만 몸도 마음도 인간인 '존 스미스'가 주인공입니다. 아무 능력도 특별한 지식도 없는 교사 존 스미스는 자기 주위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나자 당황합니다. 외계인 가족은 인간으로 변장해 닥터를 쫓고, 닥터는 영문도 모른 채 맞서 싸웁니다. 에피소드 마지막에 자신이 시공간을 여행하는 외계인이며 그 외계인만이 사람들을 살릴 수 있다는 말에 존 스미스는 분노합니다. '그럼 난 뭐야? 아무것도 아닌 거야?'. 자기가 사라져야만 사랑하는 여인과 이웃을 구할 수 있다는 비극적인 상황. 존 스미스는 결국 자신을 희생해 닥터를 되살립니다.

 

이 에피소드는 전쟁이라는 주제와도 연결됩니다. 미성년자에게 군사 훈련을 시키는 현실, 불안해지는 세계정세. 1차 대전을 몇 년 남기지 않은 배경에서 외계인 가족은 닥터를 찾으려 마을에 포격을 퍼붓습니다. 그 포격은 마치 참호를 사이에 두고 박격포를 쏘던 1차 대전을 연상시킵니다. 외계인이 만든 허수아비 부대가 학교를 공격했을 때도 학생들은 눈물을 흘리며 총을 장전했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살아남은 학생들은 훗날 1차 대전 전장으로 가게 됩니다. 여러모로 전쟁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줍니다.

 

닥터의 분노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매번 싱글벙글 웃으며 조잘대던 10대 닥터. 10대 닥터가 정말로 화가 나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이 에피소드에서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 음악과 연출이 공상과학 드라마보다는 비극적인 동화에 가깝습니다. 주제와 재미를 둘 다 잡은 명 에피소드입니다.

 

하나 더, KBS에서 이 2부작을 방송했을 때 외계인 중 하나를 강수진 성우가 맡았습니다. 10대 닥터는 김승준 성우가 더빙해서 이 2부작은 강수진 성우와 김승준 성우가 같이 나오는 몇 안 되는 닥터후 에피입니다. 두 성우의 연기대결을 보고 싶은 성우 덕후분들도 참고하시길.


 

 



4

The Empty Child/The Doctor Dances

시즌 1 9, 10

IMDB 평점 9.2/9.2

 

줄거리 : 정체불명의 신호를 따라 1940년대 런던에 착륙한 닥터와 로즈. 독일군의 공습에 신음하던 런던에서 닥터는 이상한 소년을 만난다. 방독면을 쓴 채 '당신이 내 엄마에요?'만을 묻는 괴소년. 심지어 사람들은 마치 전염병에 걸린 듯 소년처럼 얼굴이 방독면으로 변하고, 상황은 점차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르는데…….

 


옛날 닥터후는 '소파 뒤에 숨어서 보는 드라마'라는 별명이 있었습니다. 그만큼 괴상하고 무서운 에피소드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The Empty Child/The Doctor Dances 2부작은 닥터후가 원래 무서운 드라마라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공포영화처럼 귀신이 놀래는 무서움이 아닌 이해할 수 없는 공포가 대단한 에피소드입니다.

 

언제나 방독면을 쓰고 '당신이 내 엄마에요?'만을 반복해서 말하는 소년. 그 소년처럼 변한 사람들. 에피소드 중간에 소년처럼 변하는 의사의 모습이 호러 그 자체입니다. 눈과 입이 튀어나와 방독면처럼 변하는 장면은 특수효과가 저렴한 닥터후인데도 소름이 돋습니다. 15살이던 저한테는 정말 무서운 장면이었습니다.

 

이 에피소드는 훗날 닥터후를 넘겨받은 스티븐 모팻이 집필했습니다. 모팻의 특징인 무서운 외계인과 감동 엔딩이 드러납니다. 유머와 있고 활기찬 러셀의 에피소드 사이에 있다 보니 더욱 감명이 깊은 것 같습니다. 이렇게 쓰고 보니 가끔은 러셀이 그립습니다. 이제는 모팻을 그리워할 차례지만요.

 

하나 더. 이번 2부작은 캡틴 잭 하크니스가 첫 등장하는 에피소드입니다. 캡틴 잭은 옛날 런던에서 장교 행세를 하며 시간 여행자들을 등쳐먹고 살고 있었습니다. 열혈남아가 된 지금과는 딴판입니다. 2부작은 동네 아저씨 같은 9대 닥터의 노련하고 따뜻한 면모가 잘 드러난 에피소드이기도 합니다. 나중에 10대 닥터는 방독면을 쓰고 나서 '당신이 내 엄마에요?' 농담을 하면서 놉니다만……. 아무튼 그 소년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정체불명의 신호는 뭐였을까요? 직접 보면서 확인하시길.

 



3

Midnight

시즌 4 10

IMDB 평점 9.0

 

줄거리 : 휴양 행성을 찾은 닥터와 도나. 다른 곳에서 놀기로 한 도나를 두고 닥터는 행성 관광 셔틀에 탑승한다. 셔틀은 날아가던 도중 고장이 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이 셔틀 주위를 맴돈다. 심지어 승객 한 명은 귀신이라도 쓰였는지 다른 승객들의 말을 따라 하기 시작하고, 승객들은 조금씩 서로 의심하며 분열하는데...

 


시즌 1부터 시즌 4까지 줄거리를 담당한 러셀 T 데이비스. 사람들은 러셀 각본이 유치하다고 손가락질을 하지만, 러셀도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무거운 에피소드를 쓸 수 있습니다. Midnight 에피소드야말로 러셀이 마음먹고 무겁게 쓴 에피소드입니다. 좁은 셔틀 내부, 밖을 볼 수 없는 상태에서 셔틀 벽을 두들기는 존재. 사람들 말을 시간 차 없이 따라하는 여성. 더욱 공포에 질려 극단적으로 변하는 승객들.

 

다른 에피소드였다면 닥터가 나서서 사람들을 중재하고 문제를 해결했을 겁니다. 그러나 여기서는 닥터도 뾰족한 수를 내지 못합니다. 승객들은 겁에 질려 닥터를 의심하고 몰아갑니다. 다른 에피소드였다면 당연히 넘어갔을 태도나 말도 승객들은 하나하나 걸고넘어집니다. 심지어 사람들은 닥터를 범인으로 생각하기까지 합니다.

 

다분히 비현실적인 괴물(정체는 끝까지 밝혀지지 않습니다)이 나오지만 사람들이 싸우고 의심하는 모습은 다분히 현실적입니다. 깊은 설정이 없고 배경이 제한적이라서 닥터후를 몰라도 보기 좋은 에피소드입니다. 러셀이 무겁게 쓴 에피소드가 더 궁금하시면 토치우드나 Turn Left(시즌 4 11)를 보시기 바랍니다. Turn Left는 닥터후 뉴 시즌 에피 중 가장 무겁고 어둡습니다.

 

 


2

Heaven Sent

시즌 9 11

IMDB 평점 9.6

 

줄거리 : 음모로 클라라를 잃고 반 강제로 순간 이동한 닥터. 닥터가 끌려간 곳은 알 수 없는 고성이었다. 이유도 목적도 없어 보이는 성에서 닥터는 탈출을 시도한다. 그러나 성의 여러 장치와 괴물은 어떤 의미가 있는 듯한데…….

 


Heaven SentMidnight와는 다른 의미로 음울합니다. Midnight는 사람들이 불신하고 공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Heaven Sent는 아무도 없는 고성에서 혼자 고뇌하고 좌절하는 닥터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결말부를 제외하면 이 에피소드에 나오는 인물은 닥터와 클라라와 괴물밖에 없습니다. 그나마 괴물은 얼굴이 잘 보이지도 않고 클라라는 닥터 상상 속 존재기 때문에 실제로는 닥터 혼자서 고성을 헤매며 답을 찾습니다.

 

닥터 인생에서 최고의 단짝이라고 해도 좋을 클라라. 그 클라라를 잃고 닥터는 클라라를 죽게 만든 원흉에게 복수할 마음뿐입니다. 하지만 탈출구가 없는 고성에서 닥터는 조금씩 무너집니다. 그러다 닥터는 탈출구를 하나 찾게 되지만 그곳으로 탈출하려면……. 스포일러라 말해 드릴 수는 없습니다만 처절하고 웅장하고 눈물이 핑 돌게 합니다.

 

초반 고성의 웅장하고 미스터리한 모습, 다른 등장인물은 전혀 없지만 이상하게 놓이지 않는 긴장의 끈, 끝까지 보지 않고는 견딜 수 없게 만드는 스티븐 모팻의 필력, 에피소드 전체를 혼자서 이끈 피터 카팔디의 미친 연기, 사람 미치게 만드는 결말이 어우러진 에피소드입니다. 조금이라도 설명하려면 스포일러가 되니 보는 즐거움은 여러분께 맡기겠습니다.

 



 

1

Blink

시즌 3 10

IMDB 평점 9.8

 

줄거리 : 어느 날 폐가에 놀러 갔다가 친구를 잃은 샐리 스패로우. 놀랍게도 사라진 친구는 과거로 떨어져 현재는 이미 자연사한 후였다. 친구 동생을 만나러 간 샐리는 웬 남자가 남긴 영상을 발견하게 된다. 마치 자기와 대화하는 듯한 녹화 동영상에 놀라는 샐리. 그 와중에 그녀를 쫓는 생명체들. 그들의 정체는 천사 석상처럼 생긴 외계인이었는데...

 


IMDB 에피소드 평점 1위이자, 방영된 지 10년이 지난 지금도 '최고의 닥터후 에피소드'를 꼽을 때 언제나 나오는 Blink 에피소드입니다. 명에피 제조기 모팻이 쓴 에피소드기도 한데, 시간에 쫓겨 허겁지겁 쓴 에피소드라고 합니다. 허겁지겁 쓴 에피소드가 역사에 남을 에피소드가 되다니, 모팻 당신은 대체…….

 

이 에피소드는 우는 천사의 데뷔작이기도 합니다. 평소에는 석상 형태를 취하지만, 남들이 보지 않을 때에는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는 우는 천사는 다른 사람들을 과거로 보내 그 사람이 살아야 했을 미래의 에너지를 흡수합니다. 우는 천사는 누가 보고 있을 때는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에, 서로 보는 일을 막기 위해 손으로 눈을 가립니다. 그 모습이 마치 우는 모습과 비슷해서 우는 천사라고 불립니다. 우는 천사를 맞닥뜨렸을 때 눈을 깜빡이면 당합니다. 옛날 홍콩 영화에서 강시 앞에서 숨을 쉬면 당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이 에피소드는 무섭기도 하거니와 시간 여행이 보여줄 수 있는 센스를 최고조로 발휘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샐리는 닥터가 남긴 영상을 보면서 대본을 남기고, 나중에 그 대본을 닥터에게 전달합니다. 닥터는 훗날 그 대본을 보고 영상을 찍어 샐리에게 남깁니다. 옛날 녹화한 영상이 지금 대화하듯이 말이 통하는 장면은 소름이 돋습니다. 역시 모팻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번 닥터후 최고 에피소드 목록 5편 중 3편이 모팻 작품이군요. 거기다 IMDB 에피소드 평점 상위권은 모팻 천지입니다. 모팻, 당신이 짱 먹으세요.

 

참고. 이 에피소드 주인공 샐리 스패로우를 맡은 캐리 멀리건은 훗날 미국으로 가서 할리우드 배우가 됩니다. 위대한 개츠비에도 나왔습니다. 시즌 3가 나올 때만 해도 많은 닥덕후들이 샐리가 새 동반자가 되기를 기대했습니다. 예쁘잖아요. 그나저나 위대한 개츠비를 본 팬들이 닥터후 팬이 되는 경우는 없는 것 같습니다…….

 

 

이 밖에도

Turn Left(시즌 4 11) : 러셀 에피소드. 아까 말했듯이 아주 어두운 에피소드. 잔인하거나 야하지는 않지만 음울하고 씁쓸함. 어린이가 봐도 되나 의심이 될 정도.

 

The Girl in The Fireplace(시즌 2 4) : 모팻 에피소드. 모팻답게 감동과 공상과학적인 상상이 돋보임.

 

Listen(시즌 8 4) : 모팻 에피소드. 어떻게 보면 Midnight보다 더 정체불명의 존재가 나오는 에피소드. 이해하지 못하는 존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보다가 기뻐서 실신할 수도 있음.


Vincent and The Doctor(시즌 5 10) : 고흐와 만나는 에피소드. 아름답고 감동적인 에피소드로 명성이 높지만 개인적으로는 별로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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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후 시즌 10, 생각보다 실망스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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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드라마에 불만이 하나 있다면, 너무 짧다는 겁니다. 웬만한 미국 드라마는 한 시즌이 23편인데 영국 드라마는 길어야 열 편이고 짧으면 아예 두세 편입니다. 천만다행으로 닥터후는 한 시즌에 열 편은 넘습니다.


  편수도 적은데다 2016년 크리스마스 에피소드를 빼고 방영되지 않은 닥터후는 그래서 더 기대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닥터후는 4월에 시즌 10을 시작했습니다. 케미 끝판왕 클라라 오스왈드를 떠나보내고 새로운 동반자 빌 포츠와 함께하는 시즌이자, 12대 닥터의 마지막 시즌이어서 더욱 기대가 컸습니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큰 탓이었을까요. 호불호가 갈리던 9시즌부터 예고된 걸까요. 시즌 10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9시즌은 호불호는 갈렸지만 에피소드마다 내용물은 꽉꽉 찬 반면 시즌 10은 뭔가 헐거웠습니다.






이번 시즌에서 닥터와 함께 모험한 빌 포츠



 시즌10에서 닥터의 친구가 된 빌 포츠는 클라라의 빈자리를 채우지 못했습니다. 다만 배우 펄 맥키한테는 잘못이 없습니다. 연기력은 좋았습니다. 클라라의 빈자리가 너무 커서 누가 들어와도 충분치 않았을 겁니다. 지난 시즌까지 클라라는 닥터와 긴밀한 사이였습니다. 9시즌에서 닥터는 클라라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했습니다. 그럼에도 둘은 너무 죽이 잘 맞아서, 둘은 서로 뭉쳐서 파괴하는 사이로까지 발전했습니다. 결국 둘은 헤어지고 말았죠. 극단까지 치닫은 동반자가 헤어졌으니 어떤 캐릭터가 그 자리를 채우겠습니까. 마치 로즈 타일러의 빈자리를 채우지 못한 마사 존스 같습니다. 빌 포츠는 소시민 캐릭터입니다. 외계인도 처음 보고 괴물이 나오면 일일이 놀라 줍니다. 닥터와 혼연일체이던 클라라와는 방향이 다릅니다만 식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거기다 빌 포츠가 동성애자라는 사실도 분위기를 싸하게 만들었습니다. 캡틴 잭은 심지어 종족을 초월한 사랑을 했지만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각본이 굳이 그걸 끄집어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빌 포츠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은 각본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미미한데도 굳이 대사로 드러냅니다. 동성애는 괜찮습니다. 동성애를 줄거리로 삼아도 괜찮습니다. 그러나 동성애를 굳이 강조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나쁜 남자 나돌



  빌 포츠보다는 나돌이 괜찮았습니다. 나돌이야말로 이번 시즌의 영웅입니다. 재작년 크리스마스 에피소드에서 나돌은 바보 캐릭터로 등장했습니다. 올해부터는 무슨 멋이 들었는지 나쁜 남자 캐릭터가 되었습니다. 시니컬하고 유머 감각도 있는 나돌은 심지어 닥터보다 재미있는 캐릭터였습니다. 시즌 종료 이후에 빌을 찾는 사람과 나돌을 찾는 사람이 비슷했습니다. 나돌이 지닌 인기를 아시겠죠.





  에피소드도 조금 별로였습니다. 1화는 캐릭터와 설정을 소개하니 괜찮다 쳐도, 2화부터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예전 닥터는 인간을 죽이는 로봇은 무슨 사정이 있어도 작동을 중지했을 겁니다. 그런데 이번엔 인간을 적대하는 로봇을 새 종족으로 인정해 줍니다. 그밖에도 차별이나 소수자를 간간이 언급합니다. 최근 논란이 되는 차별, 혐오 문제가 생각이 났습니다. 차별이 아닌 것도 차별로 보고 혐오가 아닌 것도 혐오로 보는 잘못된 시선이 닥터후에 숨지는 않았나 걱정이 들었습니다.


  수도승 3부작은 용두사미였습니다. 스티븐 모팻이 시작한 첫 편은 괜찮았습니다. 앞으로 남은 두 편을 기대하게 했습니다. 두 번째 편도 좋았습니다. 닥터후에 흔치 않은 3부작이다 보니 신선했습니다. 그러나 3편 결말이 생뚱맞았습니다. 이 줄거리에 3편을 쓸 필요가 있었을까요?


  닥터후는 각 시즌마다 시즌을 관통하는 줄거리와 떡밥이 있습니다. 이번 시즌 떡밥은 미시였습니다. 미시가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착한 마음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닥터는 미시를 방에 가두고 지켜봅니다. 시즌 초반에는 그 방만 나왔습니다. 시청자로 하여금 방에 누가 있는지 궁금하게 만들었습니다. 닥터후 팬들은 떡밥과 미스터리라면 질리게 당한 지라 여러 예측을 했습니다. 의외로 많은 팬들이 미시가 방에 있다고 예상했고 맞았습니다. 시즌 중반에 어쩔 수 없이 미시가 나왔습니다. 차라리 방의 비밀을 시즌 끝까지 밀고 갔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습니다. 이렇게 중간부터 비밀이 드러나고, '미시가 착해질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남은 시즌을 유지합니다. 저만 그런지는 몰라도 시즌을 관통하는 떡밥이 시즌 중간에 바뀌다 보니 긴장이 풀리는 것 같습니다.



11화 홍보 이미지. 50주년 두 닥터의 포즈를 마스터가 대신 취하고 있다



  마지막화에는 미시가 최종 테스트를 받습니다. 그 과정에서 마스터가 등장합니다. 시청자는 예고편 등으로 마스터가 나온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끝까지 숨겼다면 더 충격이 컸을 겁니다. 마스터는 최고였고 마스터가 나온 마지막 에피소드도 최고였습니다. 이 에피소드만으로 10시즌 전체를 용서할 수 있습니다. 사이버맨의 기원을 설명하고, 닥터후 역사상 최초로 마스터끼리 만나고, 아마 역사상 최고로 닥터가 몰락하고 심적으로 고생했습니다. 활기찬 우주/지구 구하기 모험이 아닌, 마치 스릴러 영화를 방불케 했습니다. 10시즌 모든 에피소드는 마지막 두 편을 위한 예고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결국 10시즌, 12대 닥터의 마지막 시즌이자 스티븐 모팻이 맡은 마지막 시즌은 12편으로 끝이 났습니다. 처음엔 기대했고 중간엔 실망했고 마지막엔 열광했습니다. 그래도 12대 닥터를 이렇게 떠나보내다니 아쉽습니다. 실망을 반영하듯 시청률도 큰 폭으로 떨어졌습니다. 이래서야 11시즌은 발 뻗고 보기가 어려워졌습니다. 그러나 닥터후 팬들은 압니다. 모든 시즌 모든 에피소드가 재밌을 수는 없습니다. 물론 팬이니까 재밌기를 바라지만, 54년짜리 드라마를 보다 보면 재미가 있든 없든 역사가 됩니다. 한 서양 팬이 말했습니다. 닥터후는 좋아하는 가수의 앨범집 같은 거라고. 어떤 앨범은 훌륭하고 어떤 앨범은 실망스럽지만 그 가수 작품이라고(그래도 드라마는 재밌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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