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찬범의 파라다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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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후 (28)
2017 크리스마스 2차 예고편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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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일 닥터후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크리스마스 스페셜 <Twice Upon a Time>의 두 번째 예고편을 공개했습니다. 지난 1차 예고편보다는 짧지만 더 알차고 더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예고편이었죠. 오늘은 2차 예고편을 바탕으로 크리스마스 에피소드의 내용을 추측해 보겠습니다.

 

1. 시즌 10에서 이어지는 이야기

 

 

  시즌 10의 마지막 에피소드는 재생성을 거부한 닥터가 어느 추운 곳에서 1대 닥터를 맞닥뜨리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지금까지 공개된 정보를 보면 이 추운 곳은 1대 닥터가 <The Tenth Planet>에서 사이버맨과 싸운 남극 지방일 확률이 높습니다.

 

  만약 이곳이 남극이 맞고 1대 닥터의 시간대가 사이버맨과 싸우던 시간이라면, 에피소드 초반은 1대 닥터의 이야기가 나올 확률이 높습니다. <The Tenth Planet>은 무려 1967년에 방영한 에피소드니 시청자들이 몰라도 이상할 것이 없죠. 아니면 몰라도 상관없도록 스토리를 구성했을 수도 있고요.

 

 

2. 두 닥터는 어디로 가는 걸까?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1대 닥터와 12대 닥터가 같이 모험을 떠납니다. 그래서 타디스도 두 대가 나옵니다. 왼쪽 조금 초라해 보이는 타디스가 1대 닥터의 타디스입니다. 그런데 둘은 타디스를 타고 어디로 떠나는 것일까요? 배경에 보이는 자줏빛 행성은 어디일까요? 소문에 따르면 이번 에피소드에서 12대 닥터는 2013년 50주년 스페셜에서 갈리프레이를 구했을 때 잠깐 나온 그 모습을 재현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저 자줏빛 행성은 갈리프레이일까요?

 

 

3. 돌아온 빌, 떠나는 닥터

 

 

  1차 예고편에서도 빌이 돌아온 모습을 보았습니다만, 주조연으로서 나온 건지 잠깐 나온 건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이번 예고편에 나온 모습도 그렇고, 스틸샷을 보아도 그렇고 빌은 크리스마스에 꽤나 비중이 있을 것 같습니다.

 

  2차 예고편에서 빌은 닥터에게 '살아서 돌아오라'고 말합니다. 닥터가 갈 곳이 위험하다는 소리죠. 어디를 간다는 걸까요? 왜 빌은 가지 않을까요? 그리고 빌과 닥터 옆에 있는 타디스는 딱 봐도 낡은 것이 1대 닥터 타디스입니다. 둘이 한 타디스를 타고 떠난다는 걸까요?

 

  12대 닥터는 빌에게 '(살아서 돌아오면) 여기 있어줘'라고 합니다. 모든 일이 끝나면 다시 보자는 이야기겠죠. 그런데 닥터는 이번에 재생성합니다. 내년 시즌 11 촬영 이야기에 빌은 없습니다. 그러니 닥터가 빌과 다시 만날 확률은 0에 가깝습니다. 아마 빌과 닥터는 줄거리 상 엇갈려서 서로 만나지 못한다는 것이 제 예상입니다. 좀 있다 설명하겠지만 재생성하는 닥터 곁에는 아무도 없는 것 같으니, 빌은 심지어 재생성조차 볼 수 없을 것 같네요.

 

 

4. 두 닥터가 개고생하는 이곳은?

 

 

  아무튼 1대 닥터와 12대 닥터는 모험을 떠납니다. 여기저기 터지고 난리가 났습니다. 땅바닥을 뒹구는 돌더미를 보니 고대 그리스 같기도 합니다. 아까 말했듯이 이번 크리스마스 에피소드에는 갈리프레이를 구하는 과정이 그려진다고도 하니, 이곳은 시간전쟁 중인 갈리프레이일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5. 타디스를 갈취하는 우주선?

 

 

  12대 닥터가 탄 타디스를 어떤 우주선이 끌어올리는 모습도 포착되었습니다. 하늘에서 인형뽑기처럼 크레인이 내려와 타디스를 들러올리고 있네요. 닥터가 올려다보는 모습을 보니 닥터도 어리둥절한 모양입니다. 타디스를 올리는 이 세력(종족?)은 어디일까요? 이번 에피소드의 악역일까요?

 

 

6. 고대 그리스라기엔...

 

 

  닥터가 바라보는 폐허. 아마 4번에서 두 닥터가 고생하던 곳과 색감과 스타일이 비슷하니, 같은 장소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하늘에 돌더미와 박살난 위성이 떠다니고, 지진이라도 난 듯 건물들이 기울어져 있습니다. 아무리 보아도 고대 그리스는 아닙니다. 전쟁 중인 갈리프레이 설에 무게가 실립니다.

 

  그래도 갈리프레이는 그동안 주황빛으로 표현되었는데, 여기는 너무 침침합니다. 드라마가 드라마다 보니 가능성이 너무 무궁무진하죠. 역사가 바뀐 지구일 수도 있고, 제3의 행성일 수도 있습니다.

 

 

7. 킹갓엠퍼러 간지나는 시간 소용돌이

 

 

  타디스가 시간 소용돌이(Vortex)를 날고 있습니다. 지금껏 본 시간 소용돌이 중에 제일 멋집니다. 9대 닥터와 10대 닥터 시절 소용돌이도 퍼렇고 뻘게서 멋있었지만, 이 소용돌이는 캄캄하면서 중간중간 빛이 나는 것이 아주 좋습니다. 잘 만든 장식품을 보는 듯합니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시간을 얼리고 사람을 데려가는 외계인이 등장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혹자는 이 시간 소용돌이가 얼어붙어서 저렇게 보이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일리가 있습니다. 그래도 너무 멋져서 다음 시즌에도 저렇게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8. 네 녀석이 적이냐?

 

 

  시놉시스에도 나왔듯이 이번 에피소드에는 시간을 얼리는 유리 인간이 등장합니다. 이번 2차 예고편에서 살짝 모습을 보였는데요. 정말 '유리 인간'이라는 단어로밖에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마치 유리로 빚은 듯한, 투명한 인간입니다. 물론 말이 '인간'이지, 외계인이겠죠.

 

  50주년 스페셜에서 닥터들은 멸망 직전의 갈리프레이를 다른 차원에 봉인해버립니다. 그렇다면 혹시 닥터가 시간을 얼리는 이 외계인들의 기술을 응용해서 갈리프레이를 봉인하게 될까요? 어쩌면 이들은 미래의 인류나 미래의 타임로드들 아닐까요?

 

 

9. 그리고, 닥터의 재생성

 

 

  그러나 시청자들을 울게 만든 예고편 장면은 따로 있었으니. 바로 닥터가 재생성하는 장면입니다. 비록 몇 초 되지 않지만, 재생성 장면이 예고편부터 드러나다니. BBC는 무슨 자신감으로 이 장면을 넣었을까요? 어쩌면 진짜 재생성하는 장면이 아니라 재생성을 컨트롤하지 못해 잠시 폭주하는 장면일 수도 있습니다만, 반대로 생각하면 아무리 예고편이어도 재생성으로 장난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이 장면을 보기 전에는 닥터가 누워서 재생성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옛날 닥터들은 다들 누워서 재생성했고, 12대 닥터는 옛 닥터로 회귀하는 콘셉트를 지닌 닥터였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두 팔과 머리에서 빛을 뿜는 연출을 위해서라도(?) 닥터는 서서 재생성하는 것이 좋긴 합니다.

 

  그리고 타디스 콘솔에 튀는 스파크를 봐서는 10대 닥터가 11대로 재생성할 때처럼 타디스가 박살날 가능성이 큽니다. 재생성으로 인한 타디스 박살은 타디스 내부 디자인을 변경하는 제일 좋은 핑계 중 하나죠. 어찌되었든, 저 장면 하나로 피터 카팔디가 떠난다는 사실이 실감납니다. 과연 재생성 장면은 어떻게 될지도 궁금하고요. 닥터후 역사의 또 다른 분수령이기 때문이죠.

 

닥터후 크리스마스 에피소드는 2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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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후 크리스마스 에피소드 줄거리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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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닥터후 크리스마스 에피소드 <Twice Upon a Time>이 20여일 남은 가운데, 에피소드의 시놉시스와 사진이 공개되었습니다. 빌 포츠가 돌아온다는 사실은 예전 예고편에서 잠깐 드러났지만, 사진 속에서 닥터 옆에 선 모습을 보니 잠깐 출연하고 퇴장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공개된 시놉시스는 이렇습니다. 12대 닥터는 재생성을 거부하는 사이 1대 닥터를 만납니다. 1대 닥터도 역시 재생성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두 닥터는 멈춘 시간에서 사람들을 납치하는 외계인들과 만납니다. 마크 게티스가 연기할 1차대전 장교는 본디 참호에서 죽을 운명이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닥터와 만나 모험을 떠나게 됩니다.

 

  보아하니 이번 에피소드의 악역은 시간을 얼리고 사람을 데려가는 종족인 모양입니다. 색다른 외계인일 수도 있고, 우리가 아는 종족일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공개된 자료를 보면 이번 에피소드는 50주년 에피소드에서 갈리프레이를 대피시키는 순간을 재현한다고 하는데, 어쩌면 이 종족이 시간을 얼리는 능력이 갈리프레이를 살리는 데에 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재생성을 거부하는 두 닥터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재생성을 시작할지도 궁금합니다. 1대 닥터는 재생성을 거부하는 장면이 딱히 없었지만, 추측하건대 첫 재생성이라서 거부감을 느끼지 않나 싶습니다. 재생성은 엄연히 생김새와 성격이 바뀌는 일이니까요. 타임로드는 수명도 길고 노화도 늦는데, 1대 닥터가 그토록 늙은 것은 어쩌면 재생성을 안 하고 버텨서 그런 걸지도 모릅니다. 12대 닥터는 아시다시피 다른 누군가로 바뀌는 삶이 지겹고 짜증이 나서 재생성을 버티고 있습니다. 과연 꼬장꼬장한 12대 닥터의 마음이 어떻게 바뀔지도 관전 포인트입니다.

 

  그리고 1대 닥터가 어떤 식으로 스토리에 관여할지도 미지수입니다. 단순히 갈리프레이를 살리는 일이라면 12대 닥터가 혼자 할 수도 있었겠지만, 1대 닥터를 굳이 등장시킨 것으로 봐서는 또 다른 스토리가 있어 보입니다. 적어도 모팻이라면 1대 닥터를 심심풀이로 각본에 넣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P.S. 그리고 나돌은 나올까요? 개인적으로 나돌이 몬다스 우주선에서 여생을 마친다면 꽤 불공평할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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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맨, 그들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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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12월 1일) KBS 해외걸작드라마 <닥터 후 시즌 10>에서 방송되는 에피소드는 사이버맨을 다룹니다. 사이버맨을 처음 보시는 시청자들과 팬을 위해 사이버맨을 간략하게 정리해 봤습니다.

 

사이버맨Cyberman

 

 

 

요약

  은빛 몸과 텅 빈 두 눈. 감정 없는 기계 인간.

 

등장

  사이버맨이 첫 등장한 에피소드는 1967년 <The Tenth Planet>이다. 사이버맨은 본래 몬다스라는 지구 쌍둥이 행성 출신 인간이었다. 몬다스가 지구와 떨어져 태양계 밖으로 날아가면서 몬다스는 사람이 살 수 없는 행성이 되었다. 몬다스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자기 몸을 기계로 개조하고 감정을 제거했다. 이것이 사이버맨의 시초다.

 

 

 

특징

  사이버맨은 말 그대로 사이버하게 생겼다. 은빛으로 빛나는 몸을 지녔고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구멍 둘뿐이다. 머리 위에는 헤드폰처럼 두 귀를 잇는 장치가 있다. 말도 기계처럼 무뚝뚝하다. 사이버맨은 감정이 없으며 상대방을 죽이는 데에 거침이 없다. 달렉이 증오만을 느낀다면 이들은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다. 흡사 터미네이터와 비슷하다.

 

 

 

  사이버맨은 숱차례 지구를 침공했다. 사이버맨은 인류를 적으로 삼지만 미워하지는 않는다. 사이버맨은 기회가 있으면 인간들을 잡아서 사이버맨으로 개조한다. 물론 당사자의 허락은 구하지 않는다. 사이버맨은 생물체들을 자기처럼 '변환'하는 것을 좋아하며 제 딴에는 고통과 감정을 느끼지 않도록 '친절'을 베푼다.

 

  사이버맨은 기계며 사람보다는 훨씬 세다. 54년 닥터후 역사만큼 설정도 널뛰기를 뛰지만 현대 총기로는 물리치기 힘들다고 보면 좋다. 다만 폭발물로는 쓰러뜨릴 수 있는 것 같다.

 

 

또 다른 등장

  2006년 에피소드에서 닥터는 평행세계에 도착한다. 이 평행세계에서는 존 루믹이라는 재벌 총수가 사람들을 잡아 사이버맨으로 만든다. 이른바 사이버리아드 사이버맨의 탄생이다. 사이버리아드 사이버맨은 시즌 끝물에 이쪽 세계를 침공한다. 물론 닥터가 물리친다.

 

  이때부터 설정이 대폭 꼬이기 시작한다. 이 에피소드 이후 등장한 사이버맨은 몬다스 사이버맨인가? 사이버리아드 사이버맨인가? 일부 팬들은 의문을 제기했지만 대다수의 팬과 심지어 제작진마저 출신을 굳이 묻지 않는다. 그러니 여러분들은 나중에 사이버맨이 나오면 '아. 사이버맨이구나' 하면 된다.

 

닥터후를 처음 보는 사람을 위한 설명

  사람을 자기처럼 개조하는 무감정한 은빛 보급형 터미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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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넷째 주 닥터후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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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씨가 벌써 추워졌습니다. 그러나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12대 닥터와 작별하고 13대 닥터를 맞는 날이 벌써 한 달 앞입니다. 사실 13대 닥터의 새 시즌은 내년 가을은 되어야 볼 수 있으니, 크리스마스를 보내도 또 반년 넘게 기다려야겠네요. 드라마 팬도 참 하기 힘듭니다.

 

첫 번째 소식. 11월 23일은 닥터후의 생일

 

4대 닥터 배우인 톰 베이커의 인사

 

 

  지금으로부터 54년 전인 1963년 11월 23일, 닥터후의 첫 에피소드인 <An Unearthly Child>가 방송되었습니다. 학교 교사인 이안과 바바라는 최근 엉뚱한 전학생인 수잔을 걱정해 수잔이 사는 곳까지 찾아옵니다. 그곳에서 수잔의 할아버지인 닥터를 발견하고, 닥터는 이들을 태운 채 타디스를 출발시켜 버립니다.

 

  이렇게 시작된 닥터의 모험은 1989년 시청률 악화로 중단되고 1996년 TV 극장판으로 부활의 신호탄을 쏘는가 했지만 좌절됩니다. 그러나 2005년 닥터후는 보란듯이 다시 살아났고 2017년까지 브라운관에 나오고 있습니다.

 

  누가 이 '외계인이 전화박스 타임머신을 타고 여행하는 이야기'가 54년 갈 것이라고 상상이나 했을까요. 닥터후 팬으로서 닥터후가 오래 오래 방송했으면 좋겠습니다.

 

 

 

 

두 번째 소식. 톰 베이커가 미공개 에피소드에 등장

 

 

 

  예전에 1979년 제작이 중단된 에피소드 <Shada>가 다시 탄생했다고 알려드린 바 있습니다. <Shada>는 더글러스 애덤스가 각본을 쓴 에피소드로 1979년 17번째 시즌의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었지만 파업 사태로 촬영이 중단되고 말았습니다. 이번에 BBC가 촬영분은 리마스터링을 거치고 미촬영분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서 에피소드를 발매하는데요.

 

  애니메이션은 당시 출연진들이 모두 복귀해서 더빙했습니다. 놀라운 점은 에피소드 마지막에 '현재' 톰 베이커가 깜짝출연을 했다는 겁니다. 요즘 찍은 장면인데 70년대스럽게 보이는 효과가 참 놀랍네요.

 

 

 

 

세 번째 소식. 닥터후 오디오 드라마 대폭 할인

 

 

  닥터후 오디오 드라마 제작사로 유명한 빅 피니시에서 최강할인을 진행합니다. 거의 '사장님이 미쳤어요' 급입니다. 할인 제목은 '99 for 99p'. 말 그대로 99가지 오디오 드라마를 각각 0.99달러에 판매합니다. 오늘 환율로 따지면 약 1077원입니다.

 

  물론 최신 오디오 드라마는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닥터가 나오지 않는, 닥터후 스핀오프 오디오 드라마도 많습니다. 그래도 닥터후 팬한테는 반가운 소식입니다. 영어실력이 되는 닥터후 팬한테는 더 반갑겠죠. 그래서 저는 덜 반갑네요.

 

  이번 세일은 영국 시간으로 12월 22일 자정까지 진행한다고 합니다.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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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ice Upon a Time> 클립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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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7일 BBC는 자선방송 <Children In Need>의 일환으로 올해 크리스마스에 방영할 닥터후 스페셜 에피소드 <Twice Upon a Time>의 일부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2분여의 짧은 영상이지만 한 달 넘게 남은 크리스마스가 야속할 만큼 기대감을 주는 클립이었습니다.

 

  영상은 1대 닥터, '캡틴'이라 불리는 한 남자, 12대 닥터가 타디스에 들어가면서 시작됩니다. 1대 닥터는 자기 타디스에 들어온 줄 알았지만 사실은 12대 닥터의 타디스였기에 당황합니다. 물론 캡틴은 타디스 그 자체에 충격을 받습니다. 12대 닥터는 재생성 빛으로 빛나는 자기 손을 보여주면서 자기가 닥터임을 알려줍니다. 1대 닥터는 자기가 더 젊을 줄 알았다면서 12대 닥터를 놀라게 합니다.

 

 

 

 

  이번 영상은 미리보기라 줄거리 파악을 하지 못하는 범위에서 내보냈지만 확실히 크리스마스를 향한 기대감을 키워줍니다. 1차 대전 장교인 캡틴이 자신이 '1차' 대전에서 왔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는 모습이나 자기 앞에 선 사람이 자신임을 알았을 때 1대 닥터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라는 모습, 자기가 미래엔 더 젊을 줄 알았다는 말에 어이를 상실한 12대 닥터까지. 그야말로 2분만에 서로 놀라고 놀리는 장면은 스티븐 모팻의 악마 같은 재능을 다시 확인시켜 줍니다.

 

  그런데 마크 게티스가 연기하는 저 캡틴은 어디서 온 캐릭터일까요? 예고편을 보아 하니 1차대전 전장에서 온 듯한데. 예고편을 다시 보면 '시간이 멈췄다'는 표현이 나옵니다. 캡틴이 있던 전장이 왜 시간이 멈춘 걸까요? 2대 닥터 에피소드인 War Games처럼 설마 가상의 전장일까요? 캡틴은 무슨 일로 닥터(들)과 엮인 걸까요? 볼수록 궁금증만 생깁니다.

 

 

  영상뿐 아니라 사진도 공개되었습니다. 이전 예고편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1대 닥터는 <The Tenth Planet> 에피소드 시점에 있습니다. <The Tenth Planet>은 1966년 방영된 에피소드로 닥터후 역사상 최초로 사이버맨이 출연하는 편이자 1대 닥터가 마지막으로 정규 출연하는 편입니다. 1대 닥터는 남극 기지에서 사이버맨과 싸워 이긴 후 마지막에 2대 닥터로 재생성합니다.

 

  이번에 공개된 사진은 당시 1대 닥터와 두 동반자들이 나옵니다. 당연히 실제 <The Tenth Planet>과는 다른 배우가 맡았습니다. 가운데에 1대 닥터, 왼쪽 남성이 벤, 오른쪽 여성이 폴리 입니다. 1대 닥터와 두 동반자들을 HD 컬러로 보게 되다니 오래 살고 볼 일입니다.

 

 

 

 

  아마 이번 크리스마스 <Twice Upon a Time>은 12대 닥터의 재생성뿐 아니라 1대 닥터의 재생성도 다룰 것 같습니다. 1대 닥터가 재생성하는 원인이 제대로 화면에 나오지 않았으니 스티븐 모팻이 이걸 놓칠 리가 없었겠죠. 게다가 <The Tenth Planet>의 후반부는 녹화본이 사라져서 더욱 아쉬움을 달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남은 것이라고는 음성이고 최근에 BBC는 DVD를 출시하면서 영상이 없는 부분은 애니메이션으로 다시 제작했습니다.

 

  만약 <The Tenth Planet>이 이번 크리스마스 에피소드에서 재현된다면 조금 어색하기도 하겠습니다. 에피소드 배경은 1980년대로 방영 당시에는 미래였지만 지금은 과거니까요. 뭐 옛날 SF니까요. 2대 닥터 에피소드 중에는 2018년이 배경인 것도 있습니다. 아무튼 이번 크리스마스 에피소드에 볼 관전 포인트가 하나 는 셈입니다. 과연 1966년 에피소드를 얼마나 잘 재현했을까요? 이것도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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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대 닥터 새 복장. 그외 새로운 소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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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닥터후 팬에게 가을은 잔인한 계절입니다. 시즌이 끝나고 크리스마스 스페셜까지 감감 무소식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새로운 소식이 차근차근 들어오고 있고, 13대 닥터를 기다리는 기대감이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으니 버틸 만 합니다. 저도 오랜만에 닥터후 소식을 전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1. 13대 닥터 의상 공개

 

 

  며칠 전 BBC는 조디 휘태커가 연기할 13대 닥터의 의상과 타디스 디자인을 공개했습니다. 보시다시피 13대 닥터 복장은 검은 상의와 푸른 바지에 멜빵을 메고 상아색 긴 코트를 걸친 모습입니다.

 

  대부분 팬들은 조금 의아해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닥터가 괴짜 외계인이라지만 이런 복장은 어색하다', '차라리 예전에 공개한 후드티가 낫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그러나 '2000년 동안 남자였다가 갑자기 여자가 된 외계인이라는 콘셉트를 잘 살렸다', '13대 닥터가 4대 닥터처럼 천진난만한 성격이라면 어울릴 것 같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벌써 팬아트도 속출하고 있고요.

 

  의상에 가려져서 그렇지 타디스도 꽤 새로워졌습니다. 먼저 타디스 표면이 9대 ~ 10대 닥터 시절처럼 낡은 모습으로 돌아갔습니다. 다만 예전보다는 푸른 빛감이 줄어들고 조금 색이 어두워진 것 같습니다. 타디스 문에 붙은 안내판은 흰색에서 검은색으로 변했습니다. 스티븐 모팻이 <Blink> 에피소드에서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 말했듯이 타디스는 영국 경찰 전화박스를 흉내낼 뿐 아주 정확히 전화박스로 모습을 바꾸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타디스 디자인은 닥터 별로 조금씩 크기나 비율, 디테일이 달랐습니다.

 

  개인적으로 의상은 마음에 듭니다. 위에 썼듯이 13대 닥터가 어린아이 같은 닥터라면 저 복장이 참 어울립니다. 벌써부터 맹한 표정을 짓고 4차원적인 말을 중얼대는 닥터가 눈에 선하네요. 혹시 모르죠. 저런 복장에 아주 어두운 성격을 지녀서 옷과 사람을 대비시키려는 걸지도 모르지만요. 타디스는 검은 안내판이 조금 거슬리네요.

 

  참고로 13대 닥터가 입은 코트의 실제 색은 살짝 보라색에 가깝다고 합니다. 위 사진은 노을빛 때문에 베이지색처럼 보이는 것이고요. 출처가 정확하지 않지만 혹시나 해서 언급해 봅니다.

 

 

2. 조디 휘태커 촬영장 사진 공개

 

트위터에 올라온 사진(지금은 삭제됨)

 

 

  한편 영국에서는 시즌11 촬영을 시작한 모양입니다. 한 트위터리안이 11시즌 촬영장 사진을 올렸는데요. 지금은 신고를 받아서 삭제된 것 같습니다. 사진은 조디 휘태커가 12대 닥터 의상을 입은 모습입니다. 그렇다면 저기서 촬영 중인 장면은 시즌 11 첫 화겠죠. 피터 카팔디가 입은 옷을 조디 휘태커가 입은 걸 보니 감회가 새롭네요. 아직 재생성 장면을 보진 않았지만 12대 닥터가 떠난다는 것이 실감이 납니다.

 

  그러고 보니 13대 닥터는 어디서 옷을 얻을지 궁금합니다. 말이 나온 김에 역대 닥터의 의상 출처(?)를 알아봅니다.

 

1대 닥터는 그냥 자기 옷을 입은 것으로 추측됩니다.

2대 닥터는 재생성하면서 옷도 같이 바뀌었습니다. 아직 재생성 설정이 확실하지 않은 때였습니다.

3대 닥터는 목욕을 마치고 다른 사람이 벗어놓은 옷을 훔쳐 입었습니다.

4, 5, 6, 7대 닥터는 타디스에서 골라 입었습니다.

8대 닥터는 영안실에서 재생성한 후 병원 직원의 옷을 훔쳐 입었습니다.

9대 닥터는 출처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마 자기 취향대로 골라 입은 것으로 추측됩니다.

10대 닥터는 타디스 옷장에서 골라 입었습니다.

11대 닥터는 병원에서 주워 입었습니다.

12대 닥터는 타디스에서 골라 입었습니다.

 

  대체로 닥터들은 옷을 자기가 골라 입거나 주워 입었습니다. 13대 닥터는 어느 쪽일지 궁금합니다.

 

 

3. 크리스마스 스페셜 일부 공개 예정

 

닥터후 트위터 공식계정에 올라온 사진(https://twitter.com/bbcdoctorwho/status/929702896014385154)

 

  BBC는 매년 <Children In Need>라는 자선 이벤트를 개최합니다. 날을 잡아서 기부를 받는 행사죠. 닥터후 팬한테도 이 Children In Need는 익숙합니다. 이 날엔 여러 BBC 드라마들이 특집으로 짧은 영상을 만드는데요. 닥터후도 예외는 아닙니다. 2005년에는 시즌 1 마지막화와 크리스마스 에피소드 사이를 다룬 짧은 영상을 공개했고 2007년에는 10대 닥터와 5대 닥터가 만나는 단편 <Time Crash>를 방영했습니다(둘이 장인과 사위가 될 거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요)

 

  올해 Children In Need에서는 크리스마스에 방영할 에피소드 <Twice Upon a Time>의 일부 장면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물론 스포일러를 막기 위해 중요한 장면은 절대 보여주지 않을 테지만, 지금으로서는 1분이라도 보여주면 감사하겠죠.

 

  이번 영상은 영국날짜로 11월 17일에 BBC1 채널에서 공개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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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렉이 사람을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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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BBC



 드라마 닥터후에 나오는 외계인 달렉은 후추통처럼 생긴 종족으로, 자신을 제외한 모든 종족을 정복하고 죽이는 것이 삶의 목표인 녀석들입니다. 늘 '말살하라!(Exterminate!)'를 외치면서 보이는 생명들한테 레이저를 쏴서 죽여 버립니다. 달렉은 닥터후가 첫방송한 1963년부터 등장한 유서 깊고 유명한 악당입니다. 이렇게 남 죽일 줄만 알던 달렉이 이번에는 사람들의 생명을 살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뉴스입니다.


  박테리아들은 시간이 지나면 약에 내성이 생깁니다. 따라서 언젠가는 모든 약에 내성을 지닌 이른바 '슈퍼버그'가 탄생합니다. 치료조차 할 수 없는 이 슈퍼버그가 등장한다면 2050년까지 천만 명이 사망할지도 모른다고 최근 연구는 예측합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이 슈퍼버그를 막기 위한 새로운 물질을 찾고 있습니다. 주로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바닷속이나 땅속을 뒤지고 있다는군요. 그런데 BBC 방송국 로비에 서 있는 달렉 모형이 뜻밖의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현재 한 연구진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런던 시내 빌딩들을 뒤지면서 쓸만한 박테리아가 있는지 탐색중입니다. 아담 러더포드 박사는 BBC 방송국의 마이크나 문 손잡이 등에서 샘플을 채취했습니다. 박사는 BBC 달렉 모형의 눈 부분도 채취했다고 합니다.


  박사가 채취한 샘플들을 배양해 보니, 아주 독특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달렉 눈 부분에서 채취한 샘플에서 새 항생제가 될 가능성이 있는 물질이 무려 네 가지나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샘플에서는 독특한 박테리아가 있었고, 어쩌면 새 항생제를 개발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사진출처 : https://www.flickr.com/photos/colinsite/33782329632



  최근 시즌 10에서 달렉은 존재감을 과시하지 못했습니다. 사실 시즌 4에 달렉이 나올 때만 해도 너무 자주 나온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모팻 시즌에서는 달렉이 오히려 너무 덜 나오거나, 나와도 곁다리로만 나와서 조금은 불만입니다. 엄연히 우주를 위협하는 최강 종족인데 요즘은 왠지 '이 외계인이 이렇게 세다!'를 강조하려고 달렉을 당하게 하는 것 같네요. 이번 연구가 성공한다면 달렉도 '말살'이 아니라 '구조'를 하는 종족이 되겠군요.


기사링크 : https://gizmodo.com/a-doctor-who-dalek-is-helping-exterminate-antibiotic-re-17815340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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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닥터에 내가 찬성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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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가 여자라니!

 

  7월 16일, 한국 시간으로 일요일 자정을 갓 넘긴 무렵, 영국 공상과학 드라마 <닥터 후>의 시청자들을 숨을 죽이고 TV를 주시했습니다. 그들은 웸블던 남성 단식 결승전을 지켜보았죠. 그들이 테니스 팬이어서가 아니었습니다. 바로 BBC가 결승전 중계가 끝난 직후 13번째로 닥터를 맡을 배우를 공개하기로 예정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불행히도 우리나라에서는 BBC를 생중계로 볼 방법이 없어서 하는 수 없이 소식을 기다렸습니다. 마침내 BBC가 배우를 공개하자 팬들은 충격에 빠졌습니다. 13대 닥터를 연기할 배우는 바로 조디 휘태커라는 여배우로 밝혀졌습니다. 54년 역사를 자랑하는 드라마에서 최초로 여성 배우가 닥터를 연기하게 된 것입니다.

 

  닥터 후 팬덤은 충격에 벗어날 사이도 없이 싸움판으로 바뀌었습니다. 누구는 찬성했고 누구는 반대했습니다. 한쪽에서는 찬성파를 극단 페미니스트로 몰았고 한쪽에서는 반대파를 남성우월주의자로 몰았습니다. 한국에서는 닥터후 팬들이 많지 않아서 분위기가 미지근했지만 외국 닥터후 팬덤은 그야말로 전쟁터였습니다. 제가 닥터후를 시청한 이래 최고로 뜨거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지금은 꽤나 진정이 되었으니 한번 얘기해 봅시다. 과연 여성 배우가 닥터를 맡아도 되는가? 아니, 애초에 '되는가?'라는 질문이 되는가?

 

 

설정은 이상

 

  먼저 닥터후를 모르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하려고 합니다. 닥터후는 영국 BBC에서 1963년부터 제작한 공상과학 드라마로, 갈리프레이 행성 출신 외계인 '닥터'가 타임머신을 타고 우주를 여행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닥터'네 종족은 죽을 위기가 되거나 죽기 직전이 되면 육체를 갈아치우는 '재생성'을 통해 새로운 몸을 얻습니다. 이 재생성 덕분에 닥터후는 배우를 바꿔 가면서 오랜 시간 방영될 수 있었습니다.

 

  지금껏 닥터를 맡은 배우는 스포일러상 언급이 불가능한 한 명을 제외하면 총 12명입니다. , 12명 모두 남자였습니다. 그래서 여성 닥터 반대론자들은 갑작스러운 변화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54년 동안 남자인 주인공에 여성을 캐스팅하는 것은 아무래도 부자연스럽습니다. 안 그래도 요즘 페미니스트들과 일명 SJW(Social Justice Warrior)들이 온갖 작품에 딴지를 걸고 '여기는 왜 여자가 안 나오냐', '왜 인종/문화권을 다양하게 배열하지 않느냐'라면서 문화계 전반을 괴롭히고 있는 마당에, 54년간 남자로 캐스팅한 배역을 여성 배우가 맡는다면 뜨악할 법 합니다.

 

  일단 팩트를 알아봅시다. 닥터네 종족은 재생성을 하면 성별도 바뀌는가? 대답은 일단 ''입니다. 닥터네 종족(일명 타임 로드Time Lord)은 재생성을 하면 성별이 바뀔 수 있습니다. 드라마 내에서 몇 번 언급되기도 했고 실제로 성별이 바뀐 등장인물도 나옵니다. 하지만 이 경우들 모두 최근 몇 년 사이에 언급되거나 등장해서 조금은 어색합니다. 애초에 닥터를 제외하면 닥터네 종족은 드라마에 자주 나오지를 않고 재생성은 더욱 잘 안 나옵니다. 50년을 아무 말 없다가 몇 년 사이에 '타임 로드는 재생성하면 성별이 바뀐다!'고 말하더니 주인공 성별을 바꾸다니.

 

 

굳이 여자여야 하나?

 

  설정이야 제작진이 공인했으니 괜찮다고 쳐도 꺼림직합니다. , 여자 닥터는 설정상 가능합니다. 하지만 가능하다고 해서 꼭 여자로 바꾸라는 법은 없습니다. 굳이 여성 닥터를 고집해야 할까요? 모 팬은 '여자 닥터가 가능하다면 다른 인종, 장애인, 동성애자 닥터도 가능한데, 그건 왜 고려 안 하냐?'면서 반대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까놓고 말해서 흑인 닥터나 동양인 닥터가 나오면 여성 닥터에 호의적인 사람들도 뒤로 물러설 겁니다. '인종을 바꾸거나 성적 지향을 바꾸면 시청자들이 적응하지 못할 수 있다'고 반박해 보았자 '그럼 여성 닥터는 적응이 가능해서 성별을 바꾼 거냐? 그렇게 되면 필요성이 아니라 그저 할 수 있으니까, 그래야 할 것 같으니까 바꾼 거 아니냐? 그 말은 제작진들이 어떤 드라마적인 이유가 아니라 남성이 했으니 여성도 해야 한다는 정치적 올바름이 아니냐?'라는 다른 반박에 부딪힙니다.

 

  왜 여성 닥터일까요? 저도 모릅니다. 제작진만 알겠죠. 훗날 제작진이 입을 열어서 제대로 해명해주기를 바랍니다.

 

 

그럼에도 내가 여성 닥터에 찬성하는 이유

 

  처음 여성 닥터를 발표하자마자 저는 흥분했습니다. 물론 걱정도 했습니다. 페미니스트들이 달려오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짜릿했습니다. 불안에서 오는 짜릿함. 오랜만에 느껴보는 기분이었습니다.

 

  저는 지금껏 새 닥터 발표를 3번 들었습니다. 11대 닥터, 12대 닥터, 마지막으로 13대 닥터 발표를 들었습니다. 11대 닥터를 맡은 맷 스미스가 처음 공개되었을 때 저는 불안했습니다. 10대 닥터 데이비드 테넌트도 젊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맷 스미스는 그보다 더 어렸습니다. 닥터는 지혜롭고 문제를 해결하는 나이 많은 외계인이라서 조금은 중년이 어울리다고 생각했거든요. 뭐 닥터후를 보신 분들은 아시다시피 맷 스미스는 미칠 듯한 연기력을 보이면서 매력적이고 치명적인 닥터가 되었습니다. 12대 닥터 피터 카팔디를 발표했을 때도 조금 불안했습니다. 비록 늙은 닥터가 더 자연스러웠지만 정작 노배우가 캐스팅되니 불안했습니다. 10대 닥터와 11대 닥터가 보여준 액션을 보여줄 수 있을까. 에너지가 적지는 않을까 싶었지요. 하지만 피터 카팔디는 세계 최강의 닥터후 팬답게 본인이 닥터고 닥터가 본인인 혼연일체 연기력으로 닥터를 연기했고, 옛날 닥터로 귀환했다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닥터가 바뀌면 늘 불안하고 조마조마합니다. 알던 사람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바뀌면 누구라도 불안하겠죠. 특히 닥터는 재생성도 개성의 일부분입니다. 현 닥터 배우가 하차한다는 소식이 들리면 팬들도 가슴을 졸이면서 다음 배우를 기다리고, 닥터도 자기 몸이 바뀔 때마다 난리법석을 치면서 난장판을 만드는데 그 모습을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영국 도박 사이트는 다음 닥터가 누가 될지를 놓고 돈을 모으기도 합니다(이상하게도 적중률이 높습니다). 닥터는 늘 튀어 왔습니다. 늘 조금씩 예상에서 어긋났습니다. 닥터는 신비스러운 존재이고, 드라마 중간중간 닥터는 인간이 100% 이해할 수 없는 존재임이 표현됩니다. 제 생각에는 배우도 그 정체성에 맞춰서 조금은 예상 밖에서 캐스팅하는 것이 좋습니다. 오히려 납득이 가는 배우가 캐스팅되면 그게 더 불안할 지경이죠.

 

  여성 닥터는 신선합니다. 지금껏 한 번도 없었죠. 사실 저도 닥터의 재생성에 조금은 질려가던 차였습니다. 재생성을 여러 번 봐서 그런지 12대 닥터가 너무 닥터스러워서 그런지는 몰라도 뭔가 예전보다 덜 기대하게 되었습니다(12대 닥터가 나쁘다는 말은 절대 아닙니다). 그런데 짜잔! 여성 닥터라니! 누가 예상이나 했겠습니까? 예상을 해도 누가 감히 입 밖으로 꺼냈겠습니까? 모든 팬들에게 충격을 준다는 목적이라면 제작진은 성공했습니다. 명심하세요. 닥터후는 엄연한 TV 드라마입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입니다. 사람들을 모아 높은 시청률을 만들어야 하는 작품입니다. 엔터테인먼트는 엇나가지 않는 범위 안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변화하면서 관심을 받아야 합니다. 페미니스트들 덕분에 온갖 작품에 불필요한 여성성이 들어가는 것도 사실이지만 닥터의 성전환은 허용 범위 이내라고 생각합니다. 할 수 있고 안 할 이유가 없으면 할 수도 있는 것 아닐까요?

 

 

내가 바라는 것

 

  하지만 여전히 불안합니다. 내년 새 시즌에서 닥터가 여자가 남자보다 나은 것 같아라거나 지금 여자라고 무시하는 거야?’같은 대사를 한다면 정말 끔찍할 겁니다. 닥터는 남자이던 시절에도 자기가 남자임을 굳이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닥터가 여자가 된다면 남자 인간과 여행하면서 사랑에 빠질 확률이 크게 오르고, 여자 속옷을 입을 줄 몰라서 바둥댈 수야 있겠지만 여성임을 강조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게 닥터고, 그래야만 제작진은 비난을 받지 않을 겁니다.

 

  남녀 성별이라는 정체성은 큽니다. 성별이 바뀐다면 아무리 닥터라도 좀 놀라고 적응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시청자들도 적응하기 좀 어려울 겁니다. 여성 닥터는 도박수입니다. 이미 닥터후를 포기한 팬들이 속속 생기고 있습니다. 한번 돌아선 마음은 어지간해서는 잘 돌아오지 않습니다. 제작진은 이점을 명심하고 좋은 각본과 좋은 연출과 좋은 연기로 보답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여성 닥터가 그냥 시도해본 캐릭터가 아닌, 공들여 만든 캐릭터임을 증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단 기다리겠습니다. 보고 판단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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