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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11 1화 <The Woman Who Fell to Earth>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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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주간 아무런 닥터후 게시물을 쓰지 못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바쁘기도 했지만, 글을 쓰려니 심란했습니다. 계속 주저하다가 겨우 써 봅니다. 이번 주 주말에 2화 리뷰를 올릴 예정입니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1 : 보이지 않는 위험>은 제가 처음 본 스타워즈였습니다. 제가 초등학생이던 때 MBC에서 더빙으로 틀어줬죠. 명절이었는지 그냥 '주말의 명화'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지금이야 공중파에서 영화를 잘 틀지 않고, 끽해야 명절에 옛다 하고 틀어주죠. 그 시절엔 넷플릭스와 셋톱박스가 없어서 영화를 보려면 비디오 가게에 가거나 언젠가 방송국이 방영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해마다 명절이 다가오면 신문에서는 명절 특집 프로그램과 특선 영화를 따로 정리해 조그마한 꼭지로 실었습니다. 결제만 하면 언제 어디서든 영화를 보는 오늘날엔 이럴 필요가 없어서 방송국도 영화를 잘 틀지 않습니다.

 

 

  아무튼 스타워즈 에피소드 1은 1탄이 아닙니다. 정확히는 네 번째 영화죠. 옛날 에피소드 4, 5, 6이 나왔고 세월이 지나 에피소드 1이 개봉한 겁니다. 어린 저는 헷갈렸죠. 영화를 순서대로 개봉하지 않는다고? 그럴 거면 숫자는 왜 그따위로 붙인 건데? 나중에야 '프리퀄', 즉 나중에 나온 작품이지만 스토리는 더 과거를 다루는 작품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왜 닥터후 포스트에서 스타워즈 이야기를 하느냐고요? 이번 시즌 11 첫화를 보고 스타워즈 에피소드 1을 떠올렸기 때문입니다. 초등학생 시절, MBC에서 스타워즈 1을 본 저는 무아지경에 빠져들었습니다. 그 특수효과와 음악, 전투신과 전쟁신. 포드 레이싱은 손에 땀을 쥐게 했고 오비완 케노비와 그 얼굴 시뻘건 놈이 싸우는 장면도 재밌었습니다. 자자 빙크스는 약방의 감초였고, 파드메 공주의 진짜 정체가 드러나는 장면은 기발했습니다. 그땐 그랬다는 말입니다.

 

 

  지금이야 스타워즈 7편을 다 봤고(<라스트 제다이>라뇨? 다시는 그 얘기 꺼내지 맙시다.), 에피소드 1을 비난하는 팬들의 목소리도 꽤 들었습니다. 팬이 외치는 아우성을 듣고 다시 에피소드 1을 보면 안 보이던 결점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눈은 멋지지만 CGI가 조금 과다합니다. 사건이 큼직하게 터지는 것 같아도 돌이켜 보면 '서사'라고 부를 것이 적습니다. 의외로 자자 빙크스는 지금 봐도 괜찮습니다. 저한테는요. 팬들이야 이완용 보듯이 하지만. 또 소개하고 늘어놓기. 에피소드 2, 3으로 가는 길을 닦는다고는 하지만 너무 닦다가 끝나는 것 같기도 합니다(특히 에피소드 2에서 남녀가 풀밭에 앉아 민주주의에 대한 논의를 펼치는 걸 보면 에피소드 1에서 쌓아올린 것이 무색해집니다).

 

 

  저는 몇 주 전 두근대는 가슴으로 시즌 11을 봤습니다. 뜬눈으로 밤을 샜습니다. 기대했고 또 걱정했습니다. 새 가능성을 상상했고 낡은 우려가 떠올랐습니다. 스타워즈에 벌어진 참사가 닥터후에도 벌어질 가능성이 농후했으니까요. 아시다시피 이런 걱정 자체가 드라마같은 미디어에는 독이 됩니다. 즐거우려고 보는 드라마를 조마조마 본다면 분위기를 한 단계 낮추고 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걱정시키면서 '재밌는 시간이 옵니다'라고 말한다면 모순이겠죠.

 

 

  그렇게 1화를 봤습니다. 60분은 조용히 흘러갔습니다. 그리고 제 마음도 조용했습니다. 평화를 찾았냐고요? 글쎄요. 그보다는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고 해야겠죠. 나빴냐고요? 조금요. 좋았냐고요? 조금요. 뭐가 기억에 남았냐고요? 음. 그다지요.

 

 

  1화 <The Woman Who Fell To Earth>는 거진 리부트 에피소드입니다. 출연진은 싸그리 바뀌었고, 제작진도 거의 물갈이되었죠. 새 쇼러너 크리스 칩널은 '닥터후를 안 본 친구가 있다면 이 시즌부터 같이 봐라'라 말했습니다. 그래서 팬들도 제작자와 닥터가 바뀐 에피소드와 이번 에피소드를 곧잘 비교합니다. 2005년 러셀 T 데이비스가 되살려낸 닥터후 첫 에피소드 <Rose>나 2010년 스티븐 모팻이 쇼러너를 넘겨받고 11대 닥터를 소개한 <The Eleventh Hour> 등. 그러나 이번 에피소드는 초심자를 잘 배려하지 못했습니다. 두 가지 면에서 그렇습니다. 닥터와 타디스 등 닥터후를 보는 데 필요한 설정을 친절히 설명하지 않았고, 닥터후가 새롭게 박차고 나아갈 에너지를 뿜어내지 못했습니다.

 

 

  에피소드는 꽤나 조용합니다. 음악도 힘찬 오케스트라 대신 미스터리하고 음울한 선율로 바뀌었습니다. 머레이 골드가 떠난 자리가 확 드러납니다. 음악가가 바뀌어서 그렇게 되었다기보단 시즌 분위기를 낮게 잡아 그런 음악이 태어났겠지만, 아쉬운 것은 매한가지입니다. 닥터가 싸우는 대상도 지구멸망이 아니라 지구를 사냥터처럼 쓰는 평범한(?) 폭력주의 외계인입니다. 그러나 조용함과 지루함은 구분해야겠습니다. '이제 더 큰 비밀과 반전이 드러나는 건가?' 싶으면 그 비밀과 반전은 사라집니다. 아니, 원래 없던 것으로 밝혀집니다. 굳이 비슷한 예를 찾자면 가렛 에드워즈 감독의 고질라(2014)가 있습니다. 전 고질라가 신나게 도시를 박살내는 모습을 기대하며 극장에 갔는데, 예산이라는 벽에 부딪혔는지 터질 만하면 장면을 전환하더군요. 이번 닥터후 에피소드도 뭔가 더 크고 신나는 게 나오려나 싶은 순간마다 뻔하고 평평한 길을 택했습니다. 이 '당연'스러움은 너무 적나라해서 '당혹'스러울 정도입니다. 칩널은 '가족 드라마로 회귀하겠다'고 말했는데, 그래도 좀 너무합니다. 할머니가 손주 먹으라고 총각김치를 입에 넣었다 빼고 줍니다.

 

 

  에피소드의 무리한 다이어트는 닥터도 피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무엇보다 '몰개성'을 꼬집고 싶습니다. 조디 휘태커는 잘 연기했지만, 그 캐릭터가 '닥터'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닥터는 그동안 여러 단어로 표현되었죠. 능글맞음, 엉뚱함, 속내를 알 수 없음, 외로움, 정의로움, 다가오는 폭풍, 외로운 여행자. 이번 13번째 닥터가 첫 에피소드에서 보여준 모습은 그저 자기 이름을 잊음, 조금 엉뚱함, 사건 해결을 좋아함 정도에 그칩니다. 막말로 드라마 제목이 닥터후가 아니고 닥터가 타디스, 소닉 스크류드라이버 같은 고유명사를 말하지 않았다면, 그냥 평범한 공상과학 드라마 속 괴짜 수사관이라 해도 믿었을 겁니다. 기발한 해결법은 과정 없이 후반부 대사 몇 줄로 나타났고, 살신성인은 닥터가 아니라 그레이스가 보여줬습니다. 차차 보여줄 것, 흔히 말하는 '빌드업' 중이라는 핑계를 대기에는 제작진이 첫 화를 낭비했다고 생각합니다. 첫 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팬들도 잘 아는데 말입니다.

 

 

  그럼에도 이번 에피소드는 간신히 시즌이라는 승용차의 시동을 걸었습니다. 줄거리는 전형적이지만 통했습니다. 악당은 흐름을 위해 씹히다 뱉어졌지만, 그래도 기억에는 남았습니다. 이빨 얼굴은 닭살을 돋게 했고요. 구조는 헐거워서 툭 치면 무너질 것 같았지만 그래도 비바람을 막을 정도는 되었습니다. 혼자 하는 생각인데, 정말 닥터가 옷가게에서 자기 옷을 골라야 했나요? 괜찮지만, 갈 길이 멉니다.

총평 : 표현되지 않았지만 등장은 했고, 발자국은 없지만 지나가긴 했다.
평점 : 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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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노 맵(Karnaugh map)과 짝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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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학생 철민이는 같은 과 영희를 짝사랑한다.

그래서 영희와 같이 있고 싶다.

철민, 영희, 민수는 같이 뭉쳐다니는 사이인데,

철민이는 영희를 좋아하는 마음이 커지다 보니

영희가 있을 때만 점심을 같이 먹는다.

민수만 있으면 같이 안 먹고,

영희가 있으면 민수가 있든 없든 같이 식사를 하는 것이다.


철민이의 속내를 모르는 민수는

철민이가 왜 이날은 같이 점심을 먹고 저날은 안 먹는지

아리송할 뿐이다.




논리식을 간소화하는 카르노 맵




카르노 맵(카노 맵, Karnaugh map)은 K맵, KM 등으로 불리며,

모리스 카르노가 발표한 논리식 축약 방법이다.


예를 들어 이런 진리표가 있다고 하자.




잘 보면 C는 B로만 결정된다.

(B가 1이면 C는 0, B가 0이면 C는 1)



그러니 논리식에 A가 필요가 없으며,

만약 회로로 이걸 만들어야 한다면

A는 넣지 않아도 되므로 부품값과 전기세를 아낄 수 있다.




카르노 맵을 그리는 규칙


1. 바로 이웃한 칸들을 묶는다.

2. 묶는 칸 수는 2의 제곱수(2, 4, 8...)이어야 한다.

3. 묶는 칸 모양은 직사각형이어야 한다.

4. 묶은 칸들을 더한다. 이때 변하지 않는 변수만을 남기며, 0일 때는 반대 값으로 더한다.


이제 민수의 호기심을 해결해 주자.

'민수가 밥을 먹음'을 A라 하고

'영희가 밥을 먹음'을 B라 하고

'철민이가 이들과 밥을 먹음'을 C라 하자.

진리표는 다음과 같다.




이걸 카르노 맵으로 그리면 다음과 같다.







이 묶인 사각형에서 변하지 않는 값은 B다.

따라서 이 논리식은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


C = B





2

그 나이 대학생이 다 그렇듯이

철민이는 순간 짝사랑하는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안 그래도 어리둥절한 민수한테 들킬까봐 두려워진 철민이는

이제 그냥 민수와 영희, 둘 중 아무나 있어도 밥을 먹기로 했다.


진리표는 다음과 같다.




카르노 맵을 그리면 다음과 같다.




카르노 맵에서 사각형을 묶을 때, 공통으로 묶인 칸이 생겨도 상관은 없다.


하늘색 네모에선 B가 변하지 않으며

노란색 네모에선 A가 변하지 않는다.

따라서 논리식은 이렇게 표현된다.


C = A + B



3변수 카르노 맵




며칠 후 같은 과 주연이가 이 삼총사에 끼어들었다.

주연이는 영희의 소꿉친구였다.

철민이는 이 주연이한테 영희가 무얼 좋아하는지, 어떤 남자를 좋아하는지 물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다시 짝사랑이 불타오른 것이다.


그래서 철민이는 세 경우에만 점심을 먹기로 했다.

영희와 단 둘이 있을 때.

주연이와 단 둘이 있을 때.

영희와 주연이와 있을 때.


'세 변수에서 카르노 맵을 어떻게 그리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생각보다 간단하다.

바로 한쪽 축에 두 변수를 같이 쓰면 된다.


A : 민수가 밥을 먹음

B : 영희가 밥을 먹음

C : 주연이가 밥을 먹음

D : 철민이가 밥을 먹음


그런데 보다시피 00, 01, 10, 11이 아니라

00, 01, 11, 10이다.

이것은 밑으로 가면서 한 변수만 변하게 해서

카르노 맵을 그릴 수 있기 위함이다.



초록색 네모에서는 B가 변하므로 버리고

하늘색 네모에서는 C가 변하므로 버린다.


따라서 논리식은 다음과 같다.

D = A'C + A'B



참고 

카르노 맵에서 칸을 묶을 때

지구본처럼 위아래가 연결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렇게 묶을 수도 있다.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 나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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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의 윷놀이, 세네트(S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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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원 : 2명

시간 : 약 30분

장르 : 추상

목표 : 모든 말을 다 탈출시켜라!


보드게임긱 평점 : 5.9





  세네트(Senet, 세넷, 세나트)는 고대 이집트에서 유래한 게임으로, '통과 게임'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기원전 300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아주 오래된 게임입니다. 게임 플레이는 인간의 영혼이 사후세계로 가는 과정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윷놀이와 조금 비슷합니다. 정확한 규칙은 기록이 없어 알 수 없으나, 몇몇 사람들이 추측한 룰이 존재합니다. 이번 룰은 보드게임아레나 기준으로 설명합니다.


  아까 윷놀이와 비슷하다고 말씀드렸죠? 두 가지 점에서 비슷합니다. 첫째, 윷놀이처럼 모든 말을 먼저 다 돌게 만드는 사람이 승리합니다. 윷놀이는 한 바퀴를 다 돌아야 하지만, 세네트의 게임판은 왕복이 아니라 편도입니다. 둘째, 윷놀이처럼 막대기를 던져서 가는 칸수를 정합니다. 윷과 모가 나오면 한 번 더 던지는 룰도 비슷합니다.


  게임은 10칸씩 3줄, 총 30칸짜리 판에서 진행합니다. 겉으로 보기엔 직사각형이지만 S자 형태로 진행합니다. 처음 말 세팅은 사진과 같습니다.


  윷놀이에서 윷을 던지듯, 세네트도 네 막대기를 던집니다. 밝은 색이 보이는 갯수만큼 전진합니다. 모두 검은 면이면 5칸입니다. 1, 4, 5가 나오면 한 번 더 던집니다.







규칙





0. 윷놀이처럼 세네트도 네 막대기를 던집니다. 밝은 색이 보이는 칸수만큼 말을 골라 전진시킵니다. 모두 검은 면이면 5칸입니다. 1, 4, 5가 나오면 한 번 더 던집니다.


1. 한 칸에 두 말이 있을 수는 없습니다(자기 말 포함)




2. 내 말을 보낼 곳에 상대 말이 있으면 자리를 바꿉니다.


3. 연속으로 놓인 말들은 서로 보호합니다. 이렇게 보호를 받는 말은 상대 말한테 '공격'을 받아도 자리를 바꾸지 않습니다.


4. 만약 가려는 자리에 보호받는 상대 말이 있거나 내 말이 있어서 갈 수 없다면, 아무 말이나 뒤로 한 칸 갑니다.


5. 뒤로 한 칸 가는 것조차 불가능하다면, 턴을 끝냅니다.





  마지막 네 칸(27~30)에 있는 말은 보호되지도 막대기를 던진 것으로 움직이지도 못합니다. 여기 있는 말이 움직이려면 조건에 맞게 판을 떠나거나 공격을 당해 다른 칸으로 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마지막 다섯 칸의 법칙


26번 칸 : 27번 칸 이후로 가려면 무조건 이 칸에 멈춰야 합니다. 여기서 5가 나오면 판을 떠납니다.


27번 칸 : 이곳은 물웅덩이입니다. 여기에 '빠진' 말한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15번 칸으로 돌아가거나 다시 막대기를 던져 4가 나오기를 빕니다. 4가 나오면 판을 떠납니다.


28번 칸 : 여기 선 말은 3이 나와야 판을 떠납니다.


29번 칸 : 여기 선 말은 2가 나와야 판을 떠납니다.


30번 칸 : 여기 선 말은 아무 숫자가 나오면 판을 떠납니다.


  마지막 세 칸(28~30)에 있는 말이 공격받으면, 27번 칸에 아무도 없을 때는 그 칸으로 갑니다.


  모든 말이 판을 떠난 플레이어가 승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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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 게이먼의 'Make Good Art' 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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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영국의 유명 작가 닐 게이먼이 2012년 미국 University of the Arts(UArts) 졸업식에 초대받아 남긴 기조 연설을 번역한 글입니다. 일명 'Make Good Art' 연설로 불립니다. 이 연설 영상과 대본은 유튜브와 UArts 홈페이지에서 직접 보실 수 있습니다.

 


  이런 고등 교육기관을 졸업하는 분들께 직접 조언을 드리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이런 학교를 졸업하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입학하지도 못했죠. 전 탈출이 가능한 나이가 되자마자 학교를 나갔습니다. 제가 작가가 되기로 마음을 먹기 전, 제 앞에 놓인 4년의 강제 교육이 아직 지루할 때였습니다.

 

  저는 이 업계에 들어와서 글을 썼고, 쓸수록 좋은 작가가 되어갔고, 그렇게 글을 더 썼는데, 제가 점점 살아가는 모습이 언짢은 사람은 없던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그저 제 글을 읽고 돈을 냈죠. 안 내기도 했습니다. 종종 자기를 위해 글을 써달라고 부탁하기도 했고요.

 

  그렇게 전 친구와 가족이 받은 고등 교육에 건전한 존중과 애정을 품게 되었습니다. 대학을 다닌 친구와 가족들은 그 존중과 애정을 오래 전 치료받았는데 말입니다.

 

  돌이켜 보면 전 독특한 삶을 살았습니다. 이걸 경력이라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경력이라는 말에는 제가 어떤 경력을 계획했다는 뜻이 있는데, 전 그런 일은 전혀 한 적 없습니다. 제가 그나마 리스트라고 부를 수 있는 건 15살에 쓴 소원 목록이었습니다. 어른 소설을 쓴다. 아이들 책을 쓴다. 만화를 그린다. 영화를 찍는다. 오디오북을 녹음한다. 닥터후 에피소드를 쓴다 등. 전 경력이랄 게 없습니다. 그저 리스트 목록을 해냈을 뿐입니다.

 

  그래서 제가 이 일을 시작할 때 알았다면 좋았을 것들을 전부 말씀드리려 합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는 줄로 착각하던 것도요. 제가 받은 최고의 조언도 알려드리겠습니다. 전 절대 실천하지 못했지만 말입니다.

 

  첫째. 여러분이 경력을 시작하면 자기가 뭘 하는지도 모르실 겁니다.

 

  이건 대단한 겁니다. 자기가 뭘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규칙을 압니다. 뭐가 가능하고 불가능한지 압니다. 여러분은 모르죠. 몰라야 합니다. 뭐가 가능하고 불가능한지 정하는 규칙들은 가능성의 경계를 넘어 시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만든 겁니다. 여러분은 시험할 수 있습니다.

 

  어떤 일이 불가능한지 아닌지 모른다면 더 쉽습니다. 아무도 하지 않았다면, 아무도 그걸 막을 규칙을 아직 정하지 않았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무얼 만들고 싶은지 떠오르고, 무얼 재료로 할지도 정했다면 그냥 시작하세요.

 

  말이야 쉽겠지만, 가끔 마지막에 가 보면 예상보다는 훨씬 쉬울 겁니다. 대개 여러분이 가고 싶은 곳에 가려면 먼저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전 만화와 소설과 스토리와 영화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저널리스트가 되었습니다. 저널리스트는 질문할 권리도 있었고, 그냥 찾아가서 업계가 돌아가는 방식도 알 수 있었고, 게다가 글을 쓰거나 잘 쓰려면 알아야 할 것도 배울 수 있었고, 효율적이고 사무적이고 가끔은 불리한 상황이거나 시간제한이 있을 때 글을 쓰는 법을 배우며 돈까지 받을 수 있었습니다.

 

  어떤 때는 여러분이 하고 싶은 일에 직선으로 길이 났을 수도 있고, 여러분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 절대 모를 때도 있을 겁니다. 여러분은 가능한 것을 얻기 위해 먹고 살고, 빚을 갚고, 일감을 찾고, 정착하면서 목표와 희망 사이 균형을 맞춰야 하기 때문입니다.

 

  가끔은 제가 가고 싶은 곳을 상상만 해도 되었습니다. 작가, 주로 소설가가 되어 좋은 책을 쓰는 모습. 좋은 만화를 만들고 말과 글로 제 자신을 떠받는 것. 그건 산이었습니다. 먼 산. 제 목표였습니다.

 

  전 깨달았습니다. 산을 향해 걷는 동안에는 괜찮을 거라고. 나중에 내가 뭘 해야 하는지 정말 모르면, 멈춰서 그 산에 가까워지는지 멀어지는지만 따지면 되니까요. 전 잡지 편집 일, 돈깨나 주는 적당한 일자리를 거절했습니다. 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 일은 매력적이었지만, 저를 그 산에서 멀어지게 할 것이었습니다. 만약 그 제안이 그때보다 일찍 왔다면 저는 수락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더 이른 시절 저한테는 그 일이 저를 산에 더 가까이 가게 해줬을지도 모르니까요.

 

  전 글을 쓰며 글쓰기를 익혔습니다. 전 모험 같았다면 뭐든지 했고, 일 같았다면 뭐든 관뒀습니다. 제 인생은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셋째, 여러분이 무언가 시작하면 실패라는 문제를 처리해야 합니다. 여러분은 동요하지 말아야 합니다. 모든 프로젝트가 살아남을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프리랜서의 삶, 예술가의 삶은 가끔 무인도에서 메시지를 넣은 병을 띄우고 누군가 그 병을 찾고, 열고, 읽고, 다시 돌아갈 무언가를 넣기를 바라는 것과 비슷합니다. 넣는 것은 칭찬이나 의뢰나 돈이나 사랑이겠죠. 돌아오는 병 하나를 위해 백 가지 병을 띄울지도 모름을 인정해야 합니다.

 

  실패라는 문제는 좌절의 문제, 절망의 문제, 굶주림의 문제입니다. 여러분은 모든 것이 지금 당장 이뤄지기를 바라고, 모든 것은 잘못됩니다. 제가 처음으로 낸 책은 돈 때문에 쓴 저널리즘 책이었고, 저는 미리 전자 타자기를 사 두었습니다. 그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어야 했지요. 저한테 많은 돈을 안겨야 했어요. 첫 판본이 다 팔리고 인세가 나오기 전에 출판사가 강제로 망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됐겠죠.

 

  전 어깨를 으쓱했습니다. 전자 타자기와 두 달 정도 집세를 낼 돈이 있어서, 전 다음부터는 돈을 위한 책은 최선을 다해 쓰지 않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돈을 받지 못하면, 남는 게 없습니다. 만약 제가 보람있는 일을 해냈는데 돈을 받지 못한다면, 최소한 작업물은 남겠죠.

 

  가끔 제가 이 규칙을 잊으면 우주는 저를 걷어차서 일깨워 주었습니다. 다른 사람한테는 맞는지 모르겠는데 저한테는, 돈만 보고 한 일이 거기에 맞게 돈을 준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쓰라린 경험만 남았죠. 돈을 받은 일도 많지 않았습니다. 신이 나서, 현실에 만들어지는 걸 보고 싶어서 한 일은 저를 실망시킨 적이 없었고, 거기에 들인 시간도 절대 아깝지 않았습니다.

 

  실패라는 문제는 어렵습니다.

 

  성공이라는 문제는 더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아무도 성공은 경고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제한적인 성공조차 문제가 있는데, 첫 번째는 여러분이 도망자가 되어서, 언제든 누군가 여러분을 찾아낼 거라는 굳은 확신입니다. 이걸 가면 증후군이라고 합니다. 제 부인 아만다는 이걸 가짜 경찰이라고 불렀습니다.

 

  제 사례를 보죠. 전 곧 누군가 문을 두드리고, 클립보드를 든 사람이 들어와서(왜 클립보드를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랬습니다), 저한테 모든 일이 다 끝났다고 말하고는 저를 데려가서 진짜 직업을 하게 만들 거라고 상상했습니다. 그 진짜 직업은 무언가를 지어내거나 쓰거나 원하는 책을 읽지 못하는 직업이었죠. 그렇게 되면 전 순순히 끌려가서 아무것도 지어낼 필요가 없는 일을 맡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성공이라는 문제. 이건 실존하고, 운이 좋다면 여러분도 겪게 됩니다. 이때 여러분은 모든 일에 '예'라고 말하지 못하게 됩니다. 여러분이 바다에 던진 병들이 전부 돌아왔으니, 이제 '아니'라고 말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동료들과 친구들과 저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몇몇 지인이 얼마나 고통을 받는지 봤습니다. 그들은 하루종일 있고 싶다고 한 그 세계를 예상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자기 위치를 지키는 데에만 몇 달을 들이부어야 했으니까요. 그저 자리를 박차고 중요한 일과 진정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했습니다. 실패라는 문제와 마찬가지로 그것도 큰 비극으로 보였습니다.

 

  그걸 지나면, 성공의 제일 큰 문제가 있는데 바로 세상이 성공한 여러분이 하던 일을 못 하도록 작당하는 겁니다. 어느 날 저는 고개를 들어 메일에 답신하는 일로 먹고 살고, 글은 취미로 쓰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전 메일 답신을 줄였고, 글을 쓰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안심했습니다.

 

  넷째, 여러분이 실수를 저질렀으면 좋겠습니다.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은 밖에 나가 무언가 함을 뜻합니다. 실수 자체가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예전에 캐롤린(Caroline)의 철자를 잘못 쳐서 o와 i가 바뀌었습니다. 그때 생각했죠. 코렐라인(Coraline)도 진짜 이름 같다고.

 

  그리고 명심하세요. 어느 학과에 계시든, 음악가든 사진사든 교양이든 만화가든 작가든 댄서든 디자이너든, 뭘 하든 유일한 하나를 가지세요. 그럼 예술을 할 줄 아는 겁니다.

 

  저한테, 제가 아는 많은 사람들한테 그 하나는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었습니다. 최강의 구조대원입니다. 그건 여러분에게 좋은 시절을 줄 것이고, 나쁜 시절은 빠져나가게 해 줄 겁니다.

 

  인생은 가끔 힘이 듭니다. 삶에서 사랑에서 일에서 우정에서 건강에서, 인생 속 모든 것에서 상황은 잘못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는 게 어려워지면, 제가 시키는 대로 하세요.

 

  좋은 예술을 만드세요.

 

  농담 아닙니다. 남편이 정치인과 바람이 났다? 좋은 예술을 만드세요. 돌연변이 보아뱀이 다리를 으스러뜨리고 집어삼켰다? 좋은 예술을 만드세요. 국세청에 쫓긴다? 좋은 예술을 만드세요. 고양이가 폭발했다? 좋은 예술을 만드세요. 인터넷에서 여러분 작품이 바보 같거나 악하다거나 세상에 이미 있는 것이라 한다? 좋은 예술을 만드세요. 상황은 어떻게든 나아질 거고, 언젠가 시간이 박힌 가시를 빼낼 겁니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자신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것만 하세요. 좋은 예술을 만드세요.

 

  만들 거면 좋은 날에 만드시고요.

 

  다섯째, 만드는 동안에는 여러분의 예술을 만드세요. 여러분만 할 수 있는 일을 하세요.

 

  남을 따라하려는 충동이 나오겠죠. 그건 나쁘지 않습니다. 우리는 대부분 남의 목소리를 따라하고 나서야 자기 목소리를 찾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가졌지만 다른 사람이 갖지 않은 유일한 한 가지는, 바로 여러분 자신입니다. 여러분의 목소리, 마음, 이야기, 비전. 그러니 여러분만 할 수 있는 걸 쓰고 그리고 짓고 연기하고 추고 사세요.

 

  아마 이런 느낌이 들 때가 올 겁니다. 여러분이 나체로 길거리를 걷는 듯한 느낌. 여러분의 마음과 생각 속에 있는 걸 너무 많이 노출해서, 여러분 자신을 너무 많이 보여주지 않나 생각이 드는 순간. 그 순간이 바로 여러분이 제 갈길을 찾은 순간일 겁니다.

 

  제가 가장 크게 해낸 일들은, 제가 제일 확신하지 못하던 일이었습니다. 남들한테 통할지 몰랐고 오히려 세간에서 세계가 멸망할 때까지 떠들지도 모르는, 부끄러운 실패가 될 것 같던 작품이었습니다. 그런 작품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그 작품들을 돌아보며 이게 성공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합니다. 전 그 당시에 전혀 몰랐습니다.

 

  지금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만들면서 성공할지 못 할지 안다면 무슨 재미겠어요?

 

  물론 가끔은 진짜 실패하기도 했습니다. 2판이 나오지도 않던 제 이야기가 있습니다. 몇몇은 제 집을 떠나지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성공한 작품만큼이나 그런 작품에서도 저는 무언갈 배웠습니다.

 

  여섯째, 프리랜서의 비밀 비법을 전해드리겠습니다. 비밀 비법은 늘 도움이 됩니다. 다른 사람한테 예술을 만들어주거나 어느 분야든 프리랜서 세계에 입문하고 싶을 때 유용할 겁니다. 전 만화업계에서 이걸 배웠지만 다른 분야에도 적용됩니다. 그 비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사람이 고용되는 이유는, 어떻게든 고용되기 때문입니다. 제가 당시에 저지른 일은 요즘이라면 들키기도 쉽고 난처해지기도 쉽지만, 그때는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라 꽤 센스 있는 경력 전략이었습니다. 편집자들이 제가 어디서 일했나 물어보면, 전 거짓말을 쳤습니다. 그럴듯한 잡지들을 자신있는 말투로 대고 일을 땄습니다. 첫 직장을 얻을 때 글을 썼다고 한 잡지사들한테는 약속을 지켰으니, 엄밀히 거짓말은 아닙니다. 시간 순서가 문제였을 뿐... 일을 해봐서 일을 하게 된 셈입니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사람은 늘 있었는데, 요즘 세상은 프리랜서가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일을 잘하기도 하고, 접근하기도 쉽고 시간에 맞추어 제출하니까요. 어려분한테는 이 세 가지가 다 필요하진 않습니다. 셋 중 둘만 있어도 괜찮습니다. 여러분이 일을 잘하고 시간에 맞춰 내준다면 여러분 성격이 불쾌해도 사람들은 참을 겁니다. 여러분이 일을 잘 하고 사근사근하면 늦게 내도 용서해 줄 겁니다. 여러분이 시간을 잘 맞추고 여러분과 일하는 것이 언제나 즐겁다면, 그렇게 실력이 좋을 필요는 없습니다.

 

  이 연설을 수락할 때, 오랜 시간 동안 제가 받은 최고의 조언이 뭐였을지 생각을 해 봤습니다.

 

  그건 바로 20년 전 스티븐 킹이 남긴 말이었습니다. 그때 전 <샌드맨>으로 전성기를 맞았습니다. 사람들이 사랑하고 진지하게 읽던 만화를 집필하고 있었죠. 스티븐 킹은 제 만화 샌드맨과, 테리 프레쳇과 같이 쓴 소설 <좋은 징조들>을 마음에 들어 했습니다. 그 열기와 긴 사인행렬 등등을 보던 그분은 이런 조언을 하셨습니다.

 

  "정말 대단하네요. 이걸 즐기세요."

 

  그런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최고의 조언인데 전 무시해 버렸습니다. 전 즐기는 대신 걱정했습니다. 다음 제출기한, 다음 아이디어, 다음 줄거리를 걱정했습니다. 그후 14, 15년을 머릿속에서 무언가 써내리고 따져보기만 했습니다. 잠깐 서서 주위를 둘러보고 '정말 재밌는 일이야'라고 하질 않았죠. 더 즐겼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환상적인 삶이었습니다. 하지만 일이 잘못될까 봐, 다음에 뭐가 올지 걱정하느라 즐기지 못하고 놓친 시간도 있습니다.

 

  저한테는 이게 제일 지키기 어려운 조언이었다 생각합니다. 놓고 흐름을 즐기는 것. 그 흐름은 여러분을 특별하고 예상치 못한 곳으로 데려다 주기 때문입니다.

 

  여기 이 연단도 그런 곳 중 하나입니다(전 지금 엄청 몰입해서 즐기고 있습니다).

 

  오늘 졸업하시는 모든 분께 저는 행운을 빌어 드립니다. 행운은 쓸만한 겁니다. 여러 경우에서 알게 되실 겁니다. 여러분이 열심히 일할수록, 똑똑하게 일할수록 행운이 더 찾아옵니다. 하지만 순수 운도 있고, 운은 도움이 됩니다.

 

  여러분이 어느 예술에 몸을 담든, 지금 세계는 변하고 있습니다. 유통 성질이 바뀌고 있고, 예술가들이 자기 작품을 세상에 내놓고 지붕 있는 곳에서 예술을 하며 샌드위치를 사게 되는 모델이 전부 바뀌고 있습니다. 전 출판, 도서 판매, 기타 여러 분야에서 정점에 선 사람들과 이야기해 봤지만 10년은 고사하고 2년 후 풍경도 예측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출판에서 시각예술에서 음악에서 모든 창조적인 일에서 사람들이 지난 세기, 아니면 그 이상 만들어 온 유통경로가 바뀌고 있습니다.

 

  이건 어떻게 보면 무서운 일이지만, 달리 보면 아주 자유롭기도 합니다. 작품을 세상에 보여줄 때 필요한 태도와 행동에 필요한 규칙과 가정과 의무가 무너져내리고 있습니다. 문지기가 문을 떠나고 있습니다. 여러분 작품을 보이기 위해 얼마든지 창조적이 될 수 있습니다. 유튜브와 인터넷(과 다음 세대에 올 아무거나)은 텔레비전이 평생 모은 사람보다 더 많은 시청자를 여러분께 줄 수 있습니다. 예전 규칙이 무너지고 있고 아무도 새 규칙을 모릅니다.

 

  그러니 자신만의 규칙을 만드세요.

 

  최근에 어떤 사람이 물었습니다. 어렵게 생각되는 일을 어떻게 해내야 하냐고 말이죠. 그 질문에서는 오디오북 녹음이었습니다. 전 그분한테 일을 할 수 있는 누군가인 척하라는 조언을 남겼습니다. 할 수 있는 척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사람인 척을 하라. 그분은 효과를 내기 위해 녹음실 벽에 글귀를 써 붙였고, 도움이 되었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그러니 현명해지세요. 세상엔 지혜가 점점 더 필요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명해질 수 없다면, 현명한 누군가인 척 하시고, 그 사람처럼 행동하세요.

 

  이제 가셔서 재밌는 실수를, 대단한 실수를, 위대하고 환상적인 실수를 저지르세요. 규칙을 깨세요. 이 세상 속 여러분을 위해 세상을 더 재밌는 곳으로 남기세요. 좋은 예술을 만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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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형 체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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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그스필(Kriegspiel)


 

  크리그스필은 원래 유럽에서 장교 훈련용으로 만든 놀이로, 현대 워게임의 조상님과 같다. 여기서 이름을 따온 크리그스필 체스 룰은, 플레이어가 자기 말만 볼 수 있는 변형 룰이다. 양 플레이어 외에도 심판이 있어, 플레이어의 움직임이 되는지, 기물이 잡혔는지, 체크인지 알려준다. 플레이어가 움직일 수 없는 수를 둔다면(킹이 상대 기물 사정거리에 들어가거나 룩, 비숍이 가는 길목 중간에 상대 기물이 있다면) 심판이 둘 수 없다고 알려주고 다시 둘 기회를 준다. 이를 통해 플레이어가 상대방 말 위치를 추리할 수도 있다.

 

 

 

 

다크 체스(Dark chess)


 

  다크 체스는 크리그스필과 비슷하다. 다크 체스에서 플레이어는 자기 기물이 있는 칸과 자기 기물이 이동 가능한 칸만 볼 수 있다. 플레이어는 자기 킹이 체크되었는지 알 수 없기에, 체크메이트 없이 킹을 잡으면 승리한다. 상대방이 체크를 선언하지 않고도 바로 킹을 잡아 경기를 끝낼 수 있기에, 선수는 일반 체스보다 조심히 둬야 한다. 앙파상은 두 칸 전진할 곳과 잡힐 폰이 양 선수에게 확실히 보일 때만 허락한다. 캐슬링을 할 때는 체크 유무를 고려하지 않는다. 실제로 플레이하려면 서로 다른 체스판을 두고, 도우미가 옆에서 도와줘야 할 것이다.

 

 

 

 

주사위 체스(Dice chess)


 

  주사위 체스에서 플레이어는 주사위를 굴린 결과에 따라 기물을 움직인다. 예를 들어 1이 나오면 폰을, 2가 나오면 나이트를, 3이 나오면 비숍을... 굴리는 식이다. 주사위 세 개를 굴려 세 기물을 각 주사위 수만큼 칸을 이동시키는 등 여러 변형과 룰이 있다.

 

 

 


나이트메어 체스(Knightmare chess)


 

  나이트메어 체스는 스티브 잭슨 게임즈에서 발매한 체스 변형룰이다. 보통 체스에 곁들이는데, 카드를 뽑아 그 규칙에 맞게 진행한다. 예를 들어 기물 중 하나를 폰으로 바꾸거나, 킹과 다른 기물의 역할을 바꿔서 그 기물이 체크메이트되면 경기가 끝난다거나, 모든 폰을 한 칸 전진시킬 수 있다.

 

 


앨리스 체스(Alice chess)


 

 

 

  앨리스 체스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앨리스가 거울 너머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장면에서 영감을 얻은 변형 체스다. 두 체스판으로 진행하는데, 기물 움직이는 규칙은 같지만 이동할 때마다 다른 판 속 해당하는 칸으로 간다. 헷갈리기 쉬워, 느닷없이 기물이 잡히거나 체크 당할 수 있다. 이외에도 룰도 바꾸는 변형이 있다.


 

 

 

아포칼립스(Apocalypse)


 

 

 

  아포칼립스는 5x5 판에서 두 나이트와 다섯 폰만으로 진행한다. 나이트와 폰은 일반 체스처럼 움직이되, 폰은 처음 두 칸 전진이 불가능하다. 양 플레이어는 시작 전에 자신의 움직임을 동시에 적어둔 뒤, 서로 알려준다. 만약 양쪽이 같은 칸으로 기물을 움직이면 나이트는 폰을 잡고, 같은 기물이면 둘 다 죽는다. 폰이 마지막 랭크에 가면 프로모션이 가능하지만, 나이트를 하나라도 잃어야 가능하다. 잘못 움직였다면 페널티를 받는다. 페널티가 두 번 누적되거나 모든 폰을 잃으면 패배한다.

 

 

 


챠드(Chad)


 

 

 

  챠드는 12x12 체스판에서 각각 킹 하나와 여덟 룩으로 진행한다. 룩밖에 없기 때문에 대각선을 생각할 필요는 없다. 각자 3x3 스타팅으로 시작하며, 장기 왕처럼 킹은 이 3x3을 나갈 수 없다. 룩은 적 스타팅 진영에 들어가면 자동으로 퀸으로 프로모션한다. 룩(과 퀸)은 적 진영에 있고 상대 기물이 자기 진영에 있을 때만 잡을 수 있다.

 

 

 


체센스(Chessence)


 

 

 

  체센스는 6x9 체스판에서 진행한다. 54칸 중 여덟 칸은 검게 칠한다. 양 플레이어는 킹 하나와 여섯 폰, 판 밖에서 대기중인 세 폰으로 시작한다. 킹은 움직일 수 없다. 폰은 근처 아군 폰의 위치에 따라 움직이는 방식이 다르다.

 

1) 상하좌우 바로 옆칸에 아군 폰이 있으면 서로 룩처럼 움직인다.
2) 대각선 방향 근접 칸에 아군 폰이 있으면 서로 비숍처럼 움직인다.
3) 아군 폰의 나이트 경로에 있으면 서로 나이트처럼 움직인다.

 

  여러 조건을 만족하면 여러 움직임이 가능하다. 세 조건 중 아무것도 만족하지 못하는 폰은 움직일 수 없다. 검게 칠한 칸은 들어가지도, 지나가지도 못한다(나이트처럼 움직이며 뛰어넘는 건 가능하다). 턴마다 플레이어는 폰을 움직이거나 대기중인 폰 하나를 초기 스타팅 위치 중 빈 칸에 불러올 수 있다.

 

 

 


콩고(Congo)


 

 

  콩고는 아프리카 자연이 떠오르는 체스 변형이다. 챠드를 개발한 크리스티안 프레일링의 아들이 8살 때 개발했다고 한다. 7x7 보드에서 진행하는데, 양편에 장기처럼 성이 있고 판 가운데에 '강'이 흐른다. 일반 체스와 달리 기물이 사자, 얼룩말, 코끼리, 기린, 원숭이, 악어처럼 동물이다. 악어를 제외한 기물은 강에서 움직임을 마치면 다음 턴에 벗어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강물에 빠져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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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빛(The Light of the World) - 어니스트 헤밍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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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텍스트는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1933년 출판한 단편집 <Winner Take Nothing>에 수록된 단편 <The Light of the World>를 번역한 글입니다.

 

※ 헤밍웨이는 1961년 사망했으므로 현재 이 작품은 한국에서 퍼블릭 도메인입니다.

 

※ <The Light of the World>는 미국소설학회 헤밍웨이 작품명 번역 통일안에서 <이 세상의 광명>라는 번역제목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 원본 텍스트는 fadedpage.com에서 참고했습니다.

 

※ 의역과 오역이 많습니다.

 

※ (그럴 일은 없겠지만) 이 텍스트를 블로그, 사이트, 출판 등에 인용하실 때는 덧글로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기대는 하지 않겠지만, 덧글을 쓰지 않으신다면 최소한 이 글 링크나 출처를 표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세상의 빛(The Light of the World)

- 어니스트 헤밍웨이


  바텐더는 우리가 문으로 들어오는 걸 보더니 손을 뻗어 공짜 점심냄비 위로 유리뚜껑을 덮었다.
  "맥주 줘." 내가 말했다. 바텐더는 맥주를 가져와 주걱으로 뚜껑을 따고 손에 잔을 들었다. 난 나무판 위에 동전을 놓았고 그는 맥주잔을 나한테 줬다.
  "그쪽은?" 그가 톰한테 물었다.
  "맥주."
  바텐더는 맥주를 가져와 뚜껑을 따고, 돈을 보고서야 맥주잔을 톰한테 넘겼다.
  "뭐 문제 있어?" 톰이 물었다.
  바텐더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우리 머리 너머를 보더니 "그쪽은요?" 하며 방금 들어온 남자한테 말했다.
  "호밀 위스키". 남자가 말했다. 바텐더는 병과 잔과 물 한 잔을 꺼냈다.
톰이 몸을 기울여 공짜점심 냄비 뚜껑을 열었다. 족발 한 냄비에 가위 비스무리한 나무 도구가 있었는데, 끝이 나무포크라 족발을 집을 수 있었다.
  "안 돼." 바텐더가 말하더니 유리덮개를 다시 얹었다. 톰은 나무 가위포크를 집었다. "도로 놔." 바텐더가 말했다.
  "어디다 놓으라고." 톰이 말했다.
  바텐더는 바 아래로 손을 뻗으며 우리를 쳐다봤다. 내가 나무판 위에 50센트를 놓자 그는 몸을 폈다.
  "너 뭐였지?" 그가 말했다.
  "맥주." 난 말했다. 그는 맥주를 주기 전에 두 냄비를 열어주었다.
  "이 족발은 썩은 냄새가 나." 톰이 말하며 입에 있던 걸 바닥에 뱉었다. 바텐더는 말이 없었다. 호밀 위스키를 다 마신 남자는 돈을 내고 뒤도 돌아보지 않으며 나갔다.
  "냄새는 네가 나는 거고." 바텐더가 말했다. "너네 같은 양아치 냄새가 다 그렇지."
  "얘가 우리보고 양아치래." 토미가 나한테 말했다.
  "야." 내가 말했다. "그냥 가자."
  "어서 꺼지라고, 양아치들아." 바텐더가 말했다.
  "나간다고 했잖아." 난 말했다. "네가 시킨 게 아니야."
  "또 올 거거든." 토미가 말했다.
  "아니, 못 와." 바텐더가 톰한테 말했다.
  "저놈이 얼마나 비뚤어졌는지 네가 좀 말해봐." 토미가 내 쪽으로 몸을 돌렸다.
  "가자니까." 내가 말했다.
  밖은 선선하고 컴컴했다.
  "뭐 이딴 데가 다 있냐?" 토미가 말했다.
  "낸들 아냐." 내가 말했다. "기차역이나 가자."
  마을 한쪽 끝으로 들어왔는데 반대편 끝으로 나가게 생겼다. 마을은 생가죽과 타닌수피(가죽 가공에 쓰는 몇몇 나무껍질)와 톱밥 무더기 냄새가 났다. 마을로 들어올 때만 해도 하늘이 어두워지는 중이었는데, 이제는 어둡고 추워서 길가 물웅덩이가 언저리부터 얼어갔다.
  기차역으로 내려가니 갈보 다섯이 들어오는 기차를 기다렸다. 또 백인 여섯에 인디언 넷이 역사에 있었다. 역사는 붐볐고 스토브 때문에 후끈한 데다가 눅눅한 연기로 가득했다. 우리가 들어오니 아무도 말이 없었고 매표소 문을 내린 뒤였다.
  "문 좀 닫지?" 누가 말했다.
  누가 말하나 봤더니 백인 중 하나였다. 다들 끝단 자른 바지를 입고 목수처럼 고무장화에 체크무늬 셔츠를 입었다. 그 백인 하나만 모자를 쓰지 않았고, 얼굴은 창백한 데다 손가락이 희고 가늘었다.
  "안 닫을 거냐고?"
  "알았어요." 난 말하고 닫았다.
  "고맙다." 그는 말했다. 동행 중 하나가 끅끅 웃었다.
  "요리사 일하는데 끼어든 적 있어?" 동행이 나한테 말했다.
  "아뇨."
  "얘 좀 끼어들어 봐," 그는 요리사를 보았다. "얘는 이런 거 좋아하거든."
  요리사라 불린 청년은 입을 앙다물더니 동행의 시선을 피했다.
  "얘는 손에 레몬주스를 붓나 봐." 그가 말했다. "죽어도 설거지 물에는 손을 안 넣지. 손 하얀 것 좀 봐."
  갈보 하나가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살면서 그렇게 비대한 갈보, 그렇게 비대한 여자는 처음이었다. 알록달록한 실크 옷을 입은 여자였다. 그 여자처럼 큰 갈보가 둘이나 있었지만, 그 여자야말로 무게가 160킬로그램은 나갈 것이 틀림없었다. 당신도 보면 실존인물이라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비대한 셋은 알록달록 실크 드레스를 입었다. 벤치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셋은 거대했다. 다른 둘은 평범한 갈보처럼 생겼다. 과산화수소로 염색한 금발머리였다.
  "쟤 손 좀 보라고." 남자가 말하며 턱짓으로 요리사를 가리켰다. 갈보는 또 웃고는 몸을 떨었다.
  요리사는 몸을 돌려 여자한테 나지막이 말했다. "토 나오는 살덩어리 주제에."
  여자는 그저 웃고 떨기만 했다.
  "아, 너무 웃겨.." 그녀가 말했다. 목소리가 예뻤다. "웃겨 죽겠네."
  다른 두 창녀, 그러니까 두 비대한 여자들은 그쪽으로 무심하다는 듯 조용하고 침착한 척을 했다. 그래도 그 둘은 거대했고 제일 큰 쪽과 비등했다. 못해도 110킬로그램은 넘었다. 나머지 둘은 기품이 있었다.
남자들을 보자면, 요리사와 떠드는 남자 옆에는 목수 둘이 서 있었다. 하나는 대화를 들으며 관심이 있는 듯 했지만 쑥스러운 것 같았고, 다른 하나는 자기도 뭔가 말할 준비를 하는 듯했다. 거기에 스웨덴 사람 둘.. 인디언은 둘은 벤치 끄트머리에 앉았고 하나는 벽에 기대 서 있었다.
  말할 준비를 하던 남자가 낮은 음으로 나한테 말했다. "건초더미라도 올라갔나 봐."
  난 웃었다. 같은 걸 토미한테 말했다.
  "뻥 안 치고 이런 동네는 난생처음이야." 그가 말했다. "쟤네 셋 좀 봐봐." 그런데 요리사가 말을 꺼냈다.
  "야, 너넨 몇 살이냐?"
  "전 예순여섯이고 얘는 예순아홉인데요." 토미가 말했다.
  "허! 허! 허!" 거대 창녀가 떨리는 몸으로 웃었다. 목소리가 정말 예뻤다. 다른 창녀들은 미소조차 짓지 않았다.
  "좀 싸가지 있게 말하지?" 요리사가 말했다. "그냥 친절하게 물어본 건데."
  "열일곱이랑 열아홉이요." 내가 말했다.
  "야, 왜 그래?" 토미가 내 쪽을 봤다.
  "괜찮아."
  "난 앨리스라고 해." 거대 창녀가 말하며 다시 몸을 떨었다.
  "그쪽 이름이에요?" 토미가 물었다.
  "그래." 그녀가 말했다. "앨리스. 맞지 않아?" 그녀는 요리사 옆에 앉은 남자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앨리스. 맞는데."
  "원래 그런 이름을 쓰지." 요리사가 말했다.
  "내 본명 맞거든." 앨리스가 말했다.
  "다른 여자들은 이름이 어떻게 되시나요?" 톰이 물었다.
  "헤이즐과 에델.," 앨리스가 말했다. 헤이즐과 에델이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밝은 미소는 아니었다.
  "그쪽은요?" 나는 금발한테 물었다.
  "프란시스." 그녀가 말했다.
  "프란시스 뭔데요?"
  "프란시스 윌슨. 알아서 뭐 하게?"
  "그쪽은요?" 나는 다른 여자한테도 물었다.
  "들이대지 마." 그 여자가 말했다.
  "얘는 그냥 다 친구 먹고 싶어서 저래." 한 남자가 말을 꺼냈다. "친구 먹기 싫어?"
  "싫은데요." 과산화수소가 말했다. "특히 그쪽이랑은."
  "아주 앙칼져." 남자가 말했다. "흔한 앙칼진 소녀."
  금발은 반대편을 보면서 고개를 저었다.
  "꼰대새끼." 그녀가 말했다.
  앨리스는 또 웃음을 터뜨리고 몸을 떨었다.
  "하나도 재미 없거든." 요리사가 말했다. "재미없는데도 맨날 웃어제낀다고. 거기 꼬마 둘.. 어디 가는데?"
  "그쪽은 어디 가세요?" 톰이 그한테 물었다.
  "난 캐딜락 가려고." 요리사가 말했다. "안 가봤어? 내 누이가 거기 살아."
  "자기가 누이면서." 끝단 자른 바지 사내가 말했다.
  "그딴 소리 집어치울래?" 요리사가 말했다. "우리 싸가지 있게 좀 말하지?"
  "캐딜락은 스티브 케첼이 살던 곳이고 애드 울가스트(1888~1955) 고향인데." 말 적은 남자가 말했다.
  "스티브 케첼은요," 그 이름에 반응이라도 한 듯 목소리가 높은 금발 하나가 말했다. "아버지한테 총 맞아 죽었대요. 맞아요. 미친, 자기 아빠가요. 이제 스티브 케첼 같은 남자는 없겠죠."
  "그 사람 이름은 스탠리 케첼(1886~1910) 아닌가?" 요리사가 물었다.
  "아, 시끄러워요." 금발이 말했다. "스티브에 대해 뭘 안다고 그래요? 스탠리라니. 스탠리가 아닌데요. 스티브 케첼이야말로 역사상 가장 훌륭하고 멋진 남자였어요. 스티브 케첼처럼 깨끗하고 희고 아름다운 남자는 본 적이 없네요. 그와 비슷한 남자도 못 봤죠. 움직이는 모습은 호랑이 같았죠. 정말 훌륭하고 자유롭고 돈도 팍팍 쓰는 남자였어요."
  "아는 사이였어?" 남자 하나가 물었다.
  "제가 아냐고요? 제가 아냐고요? 제가 사랑했냐고요? 질문이 그거예요? 당신 같은 사람이 누군갈 아는 것보다 더 잘 그를 알았고, 당신 같은 사람이 신을 사랑하듯 그 사람을 사랑했어요. 세상 누구보다 위대하고 훌륭하고 가장 하얗고 아름다운 남자, 스티브 케첼. 그런 그분을 자기 아비가 개처럼 쏴 죽였죠."
  "그 사람 경기라도 챙겨 줬어?"
  "아뇨. 그전부터 알았어요. 제가 사랑한 유일한 남자였는데."
  과산화수소 금발은 계속 높은 음으로 배우처럼 말했고, 모두 그 말을 깊이 새겨들었다. 그런데 앨리스가 다시 몸을 떨었다. 옆에 앉은 나한테도 그 떨림이 느껴졌다.
  "그럼 결혼했어야지." 요리사가 말했다.
  "그분 경력에 흠을 내고 싶지 않았어요." 과산화수소 금발이 말했다. "그분의 발목을 잡고 싶지 않았죠. 그분은 아내가 필요 없는 사람이었어요. 아, 정말 남자다웠는데."
  "그것도 나쁘지 않은 생각이네." 요리사가 말했다. "잭 존슨(1878~1946)이 그 사람을 눕히지 않았나?"
  "그건 반칙이었어요." 과산화수소가 말했다. "그 큰 검둥이가 느닷없이 덤볐다고요. 그분도 그 시꺼먼 놈을 때려눕힐 수 있었는데. 깜둥이 놈이 운발로 이긴 거죠."
  매표소 창문이 올라갔다. 인디언 셋이 그리로 들어갔다.
  "그분도 그놈을 때려눕혔어요." 과산화수소가 말했다. "절 보고 미소까지 지었다고요."
  "경기 챙긴 적 없다고 한 것 같은데." 누군가 말했다.
  "그날 경기만 빼고요. 스티브가 절 보고 미소를 짓는데 갑자기 그 흑인 새끼가 확 뛰어올라서 갑자기 후렸다니까요. 스티브라면 그런 흑인놈은 백 명은 눕힐 텐데."
  "참 잘 싸우던 사람이었지." 한 목수가 말했다.
  "그렇고 말고요." 과산화수소가 말했다. "요즘엔 그런 격투가가 없어요. 그분은 신과 마찬가지였어요. 아주 하얗고 깨끗하고 아름답고 부드럽고 빠르고 호랑이 같았고 번개 같았어요."
  "나 그 사람이 싸우는 영상을 봤어." 톰이 말했다. 우리는 꽤 감동을 받은 것이었다. 앨리스는 계속 온몸을 떨었다. 내가 보니 그녀는 울고 있었다. 인디언들은 이미 승강장으로 나간 뒤였다.
  "그분은 최고의 남편감이었어요." 과산화수소가 말했다. "우리는 신의 눈길 속에서 결혼했고 지금 전 그분과 함께고 언제까지나 그렇겠죠. 제 모든 건 그이 것이죠. 제 육신은 상관없어요. 몸이야 가져가라죠. 제 영혼이야말로 스티브 케첼 것이에요. 그래요, 그이는 진짜 사나이였죠."
  우리는 몸둘 바를 몰랐다. 슬프면서도 낯부끄러웠다. 그때 계속 덜덜 떨던 앨리스가 말했다. "이 더러운 사기꾼아." 그녀는 특유의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넌 스티브 케첼이랑 절대 아는 사이도 아니었어."
  "어떻게 그런 말이 나와요?" 과산화수소가 보란 듯이 말했다.
  "사실이니까 나오지." 앨리스가 말했다. "여기 있는 사람 중에 나만 스티브 케첼을 알아. 난 맨셀로나에서 태어났어. 거기서 스티브를 알게 됐어. 진짜야. 너도 인정할걸. 이게 거짓말이면 하느님이 나한테 벼락을 내릴 거다."
  "제가 틀리면 저한테도 벼락을 내리라죠." 과산화수소가 말했다.
  "정말, 정말, 정말이야. 너도 알잖아. 지어낸 게 아냐. 그 사람이 나한테 한 말도 기억해."
  "뭐라고 했는데요?" 과산화수소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물었다.
앨리스는 아직 우는 중이어서 떨리는 몸에서 나오는 말이 잘 들리지 않았다.
  "그 사람은 말했지. '넌 정말 아름다워, 앨리스.' 토씨 하나까지 이렇게 말했어."
  "거짓말." 과산화수소가 말했다.
  "진짜야." 앨리스가 말했다. "정말 그 사람은 이렇게 말했어."
  "거짓말." 과산화수소가 보란 듯이 말했다.
  "아냐. 진짜, 진짜, 진짜야. 예수님과 성모님을 걸고 진짜야."
  "스티브가 그리 말했을 리 없어요. 그분 말투가 아닌데요." 과산화수소가 낭랑하게 말했다.
  "진짜라니까." 앨리스가 그 예쁜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믿든 말든 그점은 변하지 않아." 앨리스는 이제 울지도 않았고 차분했다.
  "스티브가 그렇게 말했을 리가 없다니까요." 과산화수소가 선을 그었다.
  "그렇게 말했어." 앨리스가 말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 사람이 그렇게 말했을 때는 나도 그 사람 말대로 사랑스러운 여자였어. 지금도 너보다는 나은 여자야. 이 말라붙은 보온 물주머니야.."
  "누가 누구보고 욕을 해요?" 과산화수소가 말했다. "그쪽은 고름덩어리면서. 나도 기억을 한다고요."
  "아니." 앨리스는 달곰하고 사랑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탯줄을 빼낸 거랑 이것저것 살던 걸 빼면 넌 기억하는 게 없어. 나머지는 전부 신문에서 읽은 거지. 너도 알지만 난 깨끗해. 너도 알지만 내 몸이 커도 남자들은 날 좋아해. 너도 알지만 난 거짓말을 안 해."
  "내 기억을 건들지 마요." 과산화수소가 말했다. "진짜 기억이고 대단한 기억들이에요."
  앨리스는 그녀를 보고, 그다음 우리를 보았다. 가슴 아파하던 표정이 얼굴에서 사라지더니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내가 태어나서 본 것 중 제일 아름다운 표정이었다. 그녀는 얼굴도 아름다웠고 살갗도 부드러웠고 목소리도 사랑스러운 데다 쭉 예의가 발랐고 진짜 살가웠다. 하지만 세상에 그녀는 정말이지 거대했다. 세 여자를 합친 듯 거대했다. 톰이 그녀를 보는 나를 보더니 말했다. "야, 가자."
  "잘 가." 앨리스가 말했다. 정말 좋은 목소리였다.
  "잘 있어요." 내가 말했다.
  "너네 어느 방면으로 가는데?" 요리사가 물었다.
  "아저씨 반대 방향이요." 톰이 요리사한테 말했다.

 

 

 


* 스탠리 케첼은 '미시건 암살자'라는 별명을 지닌 복싱선수였다. 케첼은 1909년 10월 16일 잭 존슨을 상대로 월드 헤비급 경기를 펼쳤는데, 케첼이 존슨을 쓰러뜨리자 존슨이 일어나 케첼을 어퍼컷으로 녹아웃시켰다. (지금도 영상이 남아있다) 케첼은 1910년 10월 4일 자기 집에서 일하던 사람이 앙심을 품고 쏜 총에 맞아 다음날 사망한다. 과산화수소 여자가 '자기 아비한테 총에 맞아 죽었다'고 한 말은 잘못 알았거나 거짓말인 것 같다. 인터넷 검색 결과 동시대에 스티브 케첼이라는 복싱선수도 살았음이 기록에 있는 것으로 보아 일행은 둘을 헷갈리는 듯하다. 헤밍웨이는 복싱을 즐겼으니 작가가 아니라 등장인물이 헷갈려한다고 믿고 싶다. 본문에 나오는 애드 울가스트도 미국 복싱 선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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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첫째 주 닥터후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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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1주일!





  정말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작년 여름, 다음 닥터를 조디 휘태커가 맡는다는 발표 이후 그 난장판을 겪었습니다. 작년 크리스마스, 최고의 닥터 피터 카팔디를 떠나보냈습니다. 올해 내내 우리는 소식과 인터뷰를 보면서 걱정하고 기대했습니다. 새 시즌, 새 쇼러너, 새 작가, 새 배우, 새 닥터, 새 성별... 모든 것이 새로운 닥터후는 조금씩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그 첫 에피소드가 이제 1주일 남았습니다. 영국 시간으로 10월 7일 오후 6시 45분, 한국시각으로 10월 8일 월요일 새벽 2시 45분에 시작합니다!




1화 미리보기 동영상 공개




  시즌 11 첫 에피소드 <The Woman Who Fell to Earth>의 미리보기 클립이 유튜브 공식계정으로 공개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주 새로운 영상은 아닙니다. 예전 영상 유출사건 때 나온 바로 그 영상입니다.


  길이는 약 1분. 방금 재생성한 듯한 13대 닥터와 야스민 칸, 라이언 싱클레어가 나옵니다. 셋은 기차에 있습니다. 컴컴한 것이 무언가 사건이 터질 것 같습니다. 조명과 사운드는 꽤나 현대적입니다. 그 와중에도 닥터는 사람들을 무시하고 혼자 엉뚱한 짓을 합니다.


  덧글 반응은 긍정적입니다. 주로 10대 닥터와 11대 닥터가 생각난다는 글이 많습니다. 저도 11대 닥터, 맷 스미스가 떠올랐습니다. 여러분도 맷 스미스가 대신 연기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잘 어울릴 겁니다. 갈수록 13대 닥터가 좋아집니다. 이제 각본만 잘 받쳐주면 됩니다.



시사회의 반응은?




  지난주 시즌 11 프리미어 시사회가 열렸습니다. 운 좋은 팬들과 기자들이 첫 에피소드를 먼저 보았습니다. 여러 반응을 종합해 보면...


- 조디 휘태커 닥터는 정말 훌륭하다.

- 성별 언급은 많지 않다.

- 닥터뿐 아니라 컴패니언 비중도 놓다.

- 괴물은 큰 비중이나 스케일은 없지만 꽤 무섭다.

- 시작으로서 좋은 에피소드.


  반응만 보면 나쁘지 않습니다. 그래도 저는 기대를 최대한 죽이렵니다. 너무 기대하면 재미가 없을 수도 있잖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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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형 체스 모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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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더넉 체스(Andernach chess)




  앤더넉 체스는 기물이 상대 기물을 잡으면 진영을 바꾸는 변형 체스다. 단 킹은 잡아도 진영이 바뀌지 않는다(당연하다). 폰이 마지막 랭크에서 기물을 잡으면, 프로모션 한 다음 진영을 바꾼다. 여기서는 색다른 전략이 가능한데, 상대가 내 폰을 잡아주면 오히려 나한테 좋기 때문에 폰을 거침없이 전진시킬 수도 있다. 앤더넉 체스를 뒤집은 안티-앤더넉 체스도 있다. 여기선 기물을 잡지 않으며 움직인 모든 기물은 진영을 바꾼다(역시 킹 제외). 실제로 하려면 체스 말이 두 세트가 필요할 것이다.


  앤더넉 체스는 체스 동호회가 열리던 독일의 마을 앤더넉(Andernach)에서 유래했다.



아토믹 체스(Atomic chess)




  아토믹 체스는 원자폭탄(Atomic bomb)이 생각나는 변형 체스다. 기물이 기물을 잡으면, 잡힌 칸과 인근 8칸을 포함해 9칸에 있는 모든 기물이 사라진다(폰 제외). 심지어 상대를 잡아낸 기물도 사라지는 모습이 원자폭탄이 모든 걸 쓸어버리는 것과 비슷하다. 폰은 '폭발'에 사라지지 않고 직접 잡아서 '터지거나' 직접 잡히는 방식으로만 사라진다(물론 프로모션으로도 사라진다). 앙파상은 원래 폰 자리와 두 칸 전진한 자리의 중간에서 잡혔다고(즉 터졌다고) 가정한다. 잡은 기물도 죽기 때문에 킹은 어떤 기물도 잡지 못한다.


  일반 체스와 달리 킹이 '폭발'의 영향권에 들어가는 것도 체크로 인정한다. 폰은 폭발에는 사라지지 않지만 잡히면 폭발을 일으키므로 상대 진영으로 깊숙히 들어간다면 큰 골칫거리가 된다.



베이루트 체스(Beirut Chess)






  폭발과 관련된 다른 체스로 베이루트 체스가 있다. 베이루트는 레바논의 수도로, 내전과 테러를 겪은 곳이다. 그래서 그런지 베이루트 체스는 흡사 자살폭탄 테러를 떠올리게 한다.


  양 선수는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킹을 뺀 기물 중 하나 밑에 표시를 해 둔다. 체스 규칙은 일반 체스와 같다. 플레이어는 어느 턴이든  기물을 움직이는 대신 표시해둔 기물 하나를 폭파시킬 수 있다. 기물이 폭발하면 자신을 포함해 주변 8칸에 있는 모든 기물이 죽는다. 체크메이트를 하거나 폭발로 상대 킹을 죽이면 승리한다.



스트라토믹(Stratomic)





  베이루트 체스가 자살폭탄이라면, 스트라토믹은 냉전 시대 핵폭탄이다. 체스판은 8x8 대신 10x10을 쓴다. 폰은 양옆에 둘을 추가하고 양쪽 룩 옆에는 일명 '핵미사일' 기물을 추가한다. 핵미사일 기물은 킹처럼 움직이며 상대 기물을 잡거나 상대 기물에 잡힐 수 있다.


  핵미사일 기물은 움직이는 것 외에도 '발사'가 가능하다. 발사하려면 두 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1) 발사하려는 핵미사일 기물이 현재 상대 기물의 사정거리에 있지 않을 것

2) 폰이 아닌 다른 기물이 하나 이상 잡혔을 것(사건사고로 핵 위기가 격상되는 것을 표현)


  핵미사일은 어느 칸이든 떨어질 수 있다. 핵미사일이 떨어진 곳과 주변 8칸을 포함한 9칸에 있는 모든 기물이 사라진다(킹 제외). 핵미사일 기물도 발사 후 사라진다. 방사능 오염을 적용해, 킹이 살아남아도 다음 턴에 무조건 그 아홉 칸을 나오게 하지 않으면 패배하는 변형도 존재한다.


  폰은 앙파상과 프로모션이 가능하다. 프로모션은 맨 끝 줄이 아니라 원래 줄, 그러니까 맨 끝에서 한 칸 떨어진 줄에서 한다(스트라토믹은 10x10 판에서 진행하니까 어떻게 보면 원래 프로모션하는 줄이나 마찬가지다). 미사일로 프로모션할 수 있다.



키르케 체스(Circe chess)



  키르케 체스에서는 기물이 잡히면, 스타팅 위치에서 다시 태어난다. '다시 태어난다'는 쉬운 개념으로 시작해서 변형 룰이 아주 많다. 진짜 스타팅이 아닌, 잡힐 때 있던 색에 맞는 스타팅에서 부활한다거나(나이트, 비숍, 룩), 자기가 잡힌 그 파일에서 부활한다거나(폰). 1967년 프랑스 작곡가 Pierre Monreal이 개발했다고 한다. 



크레이지하우스(Crazyhouse, 드롭 체스, 미친 체스)



  크레이지하우스는 기물을 잡으면 일종의 '포로'가 되어 내 진영으로 들어온다. 어느 때든 플레이어는 이렇게 자기 편이 된 죽은 기물을 되살리는 것으로 기물 이동을 대신할 수 있다. 기물을 놓는 곳은 빈 곳이라면 아무데나 상관이 없으며, 놓자마자 체크메이트를 시키는 것도 허락한다. 다만 1, 8 랭크에는 놓을 수 없고, 프로모션한 후 잡힌 폰은 그냥 폰으로 부활한다.



다이나모 체스(Dynamo chess)



  다이나모 체스는 보통 기물과 보통 스타팅으로 시작하며, 이동도 같다. 단, 기물을 '잡을' 수는 없다. 기물은 서로 밀어내거나 당길 뿐이다. 플레이어는 자기 턴에 세 가지 중 하나를 실행한다. 1) 자기 기물을 움직인다. 2) 자기 기물을 움직인 후, 그 기물로 상대 기물을 밀고 당긴다. 3) 자기 기물로 다른 자기 기물을 밀고 당긴다. 이런 식으로 상대 기물을 체스판 밖으로 밀거나 당겨서 상대 기물을 없앤다.



멸종 체스(Extinction chess)



  멸종 체스는 체크메이트 이외로도 경기가 끝나는 변형 체스다. 말 그대로 기물 한 종류를 다 없애야(멸종시켜야) 승리한다. 상대방 룩, 비숍, 나이트, 폰, 킹, 퀸 중 한 종류라도 전부 없애면 이긴다. 프로모션한 폰은 폰으로 치지 않는다. 체크 상태거나 중간 경로가 다른 기물의 사정거리여도 캐슬링은 자유며(물론 킹과 룩은 움직인 적 없고, 둘 사이엔 아무 기물도 없어야 한다), 폰은 킹으로도 프로모션할 수 있다. 이러면 여러 킹을 다 잡아야 경기가 끝난다.



인질 체스(Hostage chess)



  인질 체스에서는 상대방한테 잡힌 자기 기물을 되살릴 수 있다. 단, 자기 기물을 되살리면 상대방도 잡힌 자기 기물을 하나 되살릴 수 있다. 이때 마치 두 나라가 인질을 교환하듯 진행하는데, 내가 살리고 싶은 기물이 있다면 그 기물보다 가치가 높은 상대방 기물을 돌려줘야 한다. 기물 가치는 퀸>룩>비숍=나이트>폰 순서다. 조건이 맞는다면 상대방은 교환을 거절할 수 없다.



나이트 릴레이 체스(Knight relay chess)



  나이트 릴레이 체스에서 나이트는 잡거나 잡히지 않고 체크를 할 수도 없다. 그 대신 자기 나이트의 사정거리에 있는 모든 아군 기물은 나이트의 '가호'를 받는다. 그런 기물은 나이트처럼 움직이며 잡을 수 있다(평소처럼 움직여도 된다). 물론 그렇게 움직여서 아군 나이트의 '가호'에서 벗어난다면 즉각 힘을 잃는다.(* 단 킹은 가호를 받지 못하며, 가호를 받은 폰은 그 능력을 1랭크/8랭크에 쓸 수 없다). 폰은 2랭크(스타팅 랭크)로 돌아가면 다시 2칸을 이동할 수 있다. 앙파상은 금지된다.



지는 체스(Losing chess)



  안티체스, 킬러체스라고도 부르는 '지는 체스'는 말 그대로 질수록 이기는 게임이다. 이 변형체스에서는 먼저 모든 기물이 잡히거나 스테일메이트 당하면 승리한다. 지는 체스에서 플레이어는 아무 기물이든 잡을 수 있는 상태라면 무조건 잡아야 하며, 여러 기물을 잡을 수 있으면 그중 하나를 골라 잡는다. 캐슬링, 체크나 체크메이트는 없으며 킹이 잡혀도 경기는 계속된다.



마드라시 체스(Madrasi chess)



  마드라시 체스에서는 종류가 같은 기물의 사정거리에 있는 기물은 일명 '마비' 상태에 빠진다. 마비된 기물은 움직이거나 다른 기물을 잡거나 체크를 할 수 없다. 한 마디로 같은 종류한테 '조준'당하고 있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것이다. 대부분 기물은 내가 조준하면 저쪽에서도 나를 조준하므로 쌍방으로 마비당하게 된다. 마비를 풀려면 기물을 마비시키는 기물을 잡거나, 서로 노려보는 가운데에 다른 기물을 놓아야 한다.



단색 체스(Monochromatic chess)



  단색 체스에서 모든 기물은 스타팅 포인트에 밟은 칸 색깔만 밟을 수 있다. 비숍은 평생 자기 칸 색에서 움직이므로 괜찮다지만, 나이트는 움직일 때마다 색깔이 달라지므로 두 번 움직이도록 허락하거나 아예 기물 종류를 바꾼다. 폰은 처음 두 칸 움직이거나 기물을 잡으러 대각선으로 움직이는 걸 제외하면 움직일 수 없다.



순찰 체스(Patrol chess)



  순찰 체스에서는 다른 아군 기물이 보호해주는 기물만이 상대 기물을 잡거나 체크를 할 수 있다.



약탈 체스(PlenderChess)



  약탈 체스에서는 기물이 상대 기물을 잡으면, 상대 기물의 이동방식을 빼앗을 수 있다. 이렇게 이동방식을 빼앗으면 자기 이동방식에 잡은 기물 이동방식이 더해진다. 선택이므로 빼앗지 않아도 된다. 다만 빼앗은 이동방식은 일회용이다.



포탈 체스(Portal chess)



  포탈 체스에서는 일반 기물에 동전이나 칩 등으로 일명 '포털 기물'을 여럿 추가한다. 이 기물을 놓은 곳은 포털이 된다. 플레이어는 기물을 이 자리에 놓아 다른 포털로 순간이동 시킬 수 있다. 고정 포털/이동 포털, 중립 포털/진영에 속한 포털 등 여러 변형이 있다.



프로그레시브 체스(Progressive chess)



  일반 체스는 한 번에 한 턴씩이만, 프로그레시브 체스는 한 차례에 여러 번을 둔다. 백 1번, 흑 2번, 백 3번, 흑 4번....으로 진행된다. 한 사람 차례에서 같은 기물은 한 번만 움직인다거나 체크메이트 대신 모든 기물을 잡아야 이긴다는 등의 변형이 있다. 경기가 금방 끝나고 한 번에 많이 둘 수 있어서 옛날 편지 등으로 체스를 둘 때 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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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 당신도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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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용 : 읽지도 않은 <장미의 이름>으로 입 털기.

 

  솔직히 말해서, 아직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읽지는 않았습니다. 두께도 두께거니와 초반이 어렵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요. 에코는 자기 작품 초반을 일부러 어렵게 썼다고 합니다. 독자를 자기 작품에 적응시키려 했다죠. 어쨌든 장미의 이름은 명작이라 불립니다. 아름답고, 철저하고, 깊은 작품이라고 하더군요. 저도 언젠가 그걸 느껴보겠죠.

 

  그런데 오늘 할 얘기는 이게 아닙니다. 오늘은 저를 포함해 글을 쓰는 사람에게 자신감을 주고 싶습니다.

 

  누구든 장미의 이름이나 장미의 이름 수준으로 좋은 작품을 쓰는 건 불가능합니다. 천재로 태어나고 열심히 노력해야 가능한 일이죠. 그러나 움베르토 에코한테는 아주 불가능한 작품이 아니었습니다. 장미의 이름은 중세 수도원을 배경으로, 기호와 해석을 주제로 삼습니다. 움베르토 에코는 50년대부터 중세 철학으로 책을 썼으며, 기호학자로도 유명합니다. 등장인물 이름 일부는 이미 있는 소설에서 따왔고요. 남자라면 군대 시절을 놓고 몇 시간이나 이야기를 할 수 있듯이, 에코가 연구로 밥 먹고 살던 주제를 소설을 쓰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았겠죠.

 

  네, 압니다. 에코 수준에 올라야 <장미의 이름>이 가능하겠죠. 에코가 그 소설을 쓰느라 얼마나 힘을 들였는지는 모르지만, 손쉽게 쓰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글을 쓸 때 여러분 근처를 뒤질 수밖에. 분명 여러분만이 지닌 지식, 경험, 감정이 있습니다. 고향이 어디입니까? 어느 풍경을 보며 아침을 맞이했습니까? 살면서 무슨 실수를 했고 무슨 장난을 쳐봤습니까? 어느 과목을 좋아했습니까? 어느 과를 전공했고 어느 부대를 어느 보직으로 나왔습니까? 여러분만 아는 특이한 지인, 사건, 아르바이트가 있습니까? 저는 취사병으로 복무했고 대검찰청 연구소에서 거짓말탐지기 시험대상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아무리 에코라도 취사병으로 복무하거나 거짓말탐지기 아르바이트는 못 해봤겠죠?

 

  여기에 증거 하나를 더 첨부합니다. 얼마 전에 들은 TED 강의입니다. 비토리오 로레토라는 수학자의 강연입니다. 이 수학자는 한 분야가 새로워지는 과정을 수학으로 증명하고자 했습니다. 그 결과를 요약하면 'Adjacent possible(가깝고 가능한)'입니다. 뉴턴의 만유인력도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도 우리한테는 멀고 먼 이야기지만, 뉴턴과 아인슈타인한테는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였습니다. 만유인력과 상대성이론이 가깝고 가능한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두 과학자 모두 공부와 연구를 거듭해서 그 상태에 도달했다고 비토리오 로레토는 말합니다.

 

  결론. 걸작도 만든 당사자한테는 불가능하지 않았습니다. 당신도 쓸 수 있습니다. 그 쓴 글이 악취가 나는 쓰레기일 수는 있지만, 아무튼 쓸 수 있습니다. 이 세상에 생각만 하고 안 쓰는 게으름뱅이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하나라도 쓰면 그 많은 작가(진)보다 우위에 설 수 있습니다. 계속 찌르고, 2보 후퇴하는 한이 있어도 1보씩 전진하면 글은 완성됩니다. 글이 술술 써질 거라 생각하지 마세요. 당신은 천재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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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형 체스 모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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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의 : 아래 게시물 체스판은 실수로 킹과 퀸의 위치가 맞지 않게 만들었다. 딱히 설명이 없다면 체스에선 상대방 킹과 퀸은 서로 마주보게 배치한다. 오해 없길 바란다.


Dunsany's Chess(던세이니 체스)






  던세이니 체스는 영국의 던세이니 경이 1942년 개발한 변형 체스 게임이다.


  쉽게 설명하면, 흑은 그대로 하되 백은 네 줄을 꽉꽉 채운 폰 32개만으로 진행한다. 흑이 선이고, 백 폰은 처음 두 칸 전진이 불가능하다. 백은 모든 폰이 잡히면 패배한다. 나머지는 일반 체스와 동일하다.


  비슷한 룰로 Horde 체스가 있다. 백은 36 폰으로만 승부한다. 32개는 4줄로 채워 쌓고, 4개는 b5, c5, f5, g5에 놓는다. 첫 두 줄 폰은 처음 두 칸 전진이 가능하다.



Balbo's Game






  발보 체스는 발보가 1974년 개발한 체스 변형이다. 일반 체스와 달리 발보 체스는 정사각형이 아닌 다이아몬드, 마름모꼴 보드에서 진행한다. 보드는 총 70칸이며, 플레이어는 일반 게임에 필요한 기물에서 폰 1개만 빼고 시작한다.


  캐슬링은 불가능하다. 폰은 d에서 h까지 중앙 다섯 열에서는 자유로이 프로모션이 되며 c와 i에서는 나이트와 비숍으로만 프로모션이 가능하다. 나머지는 일반 체스와 같다.



실린더 체스




  실린더 체스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체스판이 원통이라고 가정한 체스 변형이다. 종이를 말아 만든 원통에서 한쪽 끝에서 다른 끝으로 넘어갈 수 있듯, 파일 A와 파일 H가 서로 이어진다고 생각하고 플레이한다. A에서 왼쪽으로 가면 H로 나오고 H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A에서 나오는 것이다.


  룩은 직각으로 이동해서 큰 변화가 없지만, 비숍은 경계 너머를 조준할 수 있고 나이트는 경계를 오갈 수 있어 이 두 기물은 훨씬 더 강력하다.


  나머지 규칙은 일반 체스와 같지만 캐슬링을 금지하거나 제한하기도 한다. 룩이나 퀸은 경계를 한 바퀴 돌아 다시 자기 자리로 오는 것이 이론적으로 가능한데, 시작 전에 이걸 허용할지 미리 정해야 탈이 없을 것이다.


  수평 실린더 체스는 A와 H를 붙이는 대신 랭크 1과 랭크 8을 붙인다.



더블 체스





  더블 체스는 단순히 기물이 두 배인 변형 체스다. 가로 16칸, 세로 12칸에서 진행한다. 킹이 둘이지만 하나라도 체크메이트 당하면 끝난다. 폰은 첫 이동이 네 칸까지 가능하다(앙파상도 된다). 킹은 '자기 쪽에 있는' 룩과 캐슬링해야 한다.




그리드 체스





  그리드 체스에서는 일반 체스판을 '구역'으로 나눈다. 규칙은 일반 체스와 같지만, 모든 기물은 한 번에 구역 경계를 한 번만 넘어갈 수 있다. 그리드 체스에서는 이동거리가 긴 룩,비숍, 퀸이 무한정 이동할 수 없다.




6각형 체스





  6각형 체스는 칸이 사각형이 아닌 6각형인 체스판에서 진행한다. 모양이 모양이다 보니 초기 세팅이 일반 체스와 다르다. 제일 유명한 6각형 체스는 글린스키 6각형 체스다.


  글린스키 6각형 체스는 6각형 91개로 만든 판에서 진행한다. 색이 둘인 일반 체스판과 달리 색이 셋이다. 기물은 비숍 하나와 폰 하나를 더 지니고 시작한다. 룩은 모든 방향으로 이동하고, 비숍은 6방향 같은 색 타일로 이동한다.




무한 체스





  무한 체스는 무한히 넓은 체스판에서 진행한다. 무한히 넓은 판을 만들 수는 없으므로,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그림으로 플레이한다. 게임 자체보다는 이론 연구 등 호기심 차원에서 만든 변형 룰이다.




로스 알라모스 체스





  로스 알라모스 체스는 6x6 체스판에서 비숍과 일부 폰을 없애고 시작한다. 로스 알라모스 과학 연구소에서 초기 컴퓨터 매니악 I이 축소판 체스를 플레이하게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일반 체스는 컴퓨터가 힘들어했다고.


  폰은 첫 이동으로 두 칸 가지 못하며, 따라서 앙파상도 불가능하다. 프로모션은 비숍으로는 할 수 없으며 캐슬링도 없다.


  매니악I는 이 게임을 맨 처음엔 자기 자신과 했고(백 승리), 두 번째는 체스 고수가 퀸을 빼고 두어 고수가 이겼다. 세 번째 판은 금방 체스를 배운 사람과 두어 매니악 I이 승리했다. 이 경기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컴퓨터가 체스류 게임으로 인간을 이긴 경기가 되었다.



메이스닉 체스





  메이스닉 체스는 1983년 조지 데클 시니어가 개발한 변형 체스다. 조지 데클 시니어는 크로스 체스, 삼각형 체스 등 여러 변형 체스를 만들었는데, 지방검사로서 유명한 연쇄살인마 테드 번디가 사형을 받도록 이끌어내기도 했다.


  메이스닉 체스는 체스판을 보도블럭처럼 어긋나게 해서 플레이한다. 기물들은 이동 방향이 일반 체스와는 사뭇 다르다.





밀레니엄 3D 체스





  밀레니엄 3D 체스는 3층으로 만든 입체 체스판에서 진행한다. 일반 체스판을 세 층으로 겹친 공간이 무대다. 백은 1층에서, 흑은 3층에서 시작한다.


  체스판 안에서는 일반 체스 규칙을 따른다. 층 이동은 기물마다 다르다. 킹은 한 번에 한 층, 나이트는 위에서 본 칸이 일반 나이트 이동과 같다면 한 층이든 두 층이든 이동한다. 비숍도 방향만 규칙을 어기지 않으면 어느 층이든 도달한다. 룩은 자기가 있는 층에서만 이동할지 위아래로 움직일지 선택한다. 퀸은 비숍과 룩을 합친 이동 방식으로 움직인다. 폰은 한 번에 한 층을 오르내리거나 한 칸을 움직이고 한 층을 오르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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